어제 종각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직이 되지 않아서 1년 동안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때도 이렇게 어둑어둑할 때 다이어트 때문에 운동한적이 있었습니다. 시간대는 정 반대라, 그 때는 저녁이 아니라 새벽이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운동 30분간 하고, 들어와 씻고 나갈 준비한 다음에 학원에 가서 일본어 수업을 듣고 아르바이트하러 갔습니다. 끝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요.
그 1년간이 제 생에 있어서 가장 충실하게 살았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운동에, 일본어 공부에, 아르바이트까지. 지금은 직장다니고 있다는 핑계로 운동도 다른 공부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운동은 이제 시작했지만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하루도 쉬지 않고 꼬박꼬박 움직여야겠지요. 제 성격을 잘 알고 있는터라, 도중에 하루라도 쉬면 그게 시작이 되어 도로 놀아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역시 28년을 공으로 산건 아니죠.-_-)

40분 넘게 걷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보니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데 최근의 무기력과 우울모드는 아무래도 이런 자기 성찰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과 치열하게 살만한 그런 삶의 동기를 가지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대학 졸업하고 내 손으로 돈을 벌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기쁨을 누리던 그 때와, 직장에서의 책임과 업무와 잡무에 시달리는데다 여러 문제로 돈을 벌어도 그 때만큼 기쁘게 쓰지 못하는 지금과는 확실히 다르겠지요.


한동안은 종각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오기 운동을 계속해보려 합니다. 운동 효과가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종각에서 교보, 교보에서 시청, 시청에서 남대문으로 점점 거리를 늘려야죠. 과연 어디까지 늘려야 하려나...?


덧. 남대문까지 가는 것이 먼저일지 무릎관절이 삐걱대는 것이 먼저일지 궁금합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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