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님께는 열심히 추천해드렸는데, 리뷰가 안 올라왔던 걸로 기억을..?;
마침 도서관에 신간이 들어왔길래 잠시 고민하다가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주변에 읽을 책이 없었어요. 업무 중에 시간 남는 동안 볼 책을 골라야 하는데, 몰입도가 높은 책을 집어 들면 업무를 놓칠까봐 그랬습니다. 그래서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필이라며 골랐지요.

그런데 이 책은 수필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늑대와의 동거기를 적으며 개인적인 삶을 돌아보고, 그 와중에 떠올랐던 여러 철학적인 생각들을 철학이론과 결부시켜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늑대 동거기를 생각하고 집어들었던 사람들은 철학이론을 읽으며 공황상태에 빠지고(혹은 읽기를 포기하고), 심오한 철학책은 아니더라도 가벼운 철학 이야기를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 외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투덜거릴 수 있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읽으시면 편합니다. 하하하.

브레닌을 데려올 당시 미국에서는 늑대를 키우는 것이 불법이었답니다. 아니, 악어도 키우는 판에 왜? 호랑이도 가능하지 않던가요. 근데 왜 늑대는 안되지. 혹시 이런 것이 합법으로 돌아온 것이 최근의 일인가요. 하여간 그 때문에 96% 늑대라는 이름은 붙었지만 브레닌은 이종 늑대 간의 혼혈입니다. 브레닌의 외모를 표현할 걸 보자면 B님은 데굴데굴 굴러 다니실 겁니다. "키우고 싶어!"
근데 전 한 시간만에 1천달러 어치를 해먹은(...) 늑대는 도저히 자신이 없습니다.
다만 브레닌을 교육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을지도? 아무래도 둘은 상호 협정 하에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못한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에요. 나쁜 짓 하다 걸렸을 때의 반응이 너무 귀여우니 그 맛에 키우는 것이겠지요. 아니, 저자는 키운다기 보다는 그냥 함께 사는 거지요. 종속 관계가 아니라 대등관계입니다.


번역에 대해서는 조금 걸리는 부분이 몇 있었습니다. 사실 철학이론이 나오는 부분은 신나게 건너 뛰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부분만 적어봅니다. p97. 시튼 동물기의 시튼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름을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이라 적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시턴보다는 시튼이라고 많이 쓰지 않나요. 물론 영문 철자가 Seton이니 시턴이라 읽는 것이 원 발음에는 가까울지 모릅니다. 그리고 알파 수컷. 유인원들에 대해 언급할 때 가장 힘이 세고 권력을 가진 수컷을 알파 수컷이라 적었는데, 아마 보통은 우두머리 수컷이라고 번역할 겁니다. 우두머리 수컷이 이해하기도 좋지 않을까요. 이런 부분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리고 p.162의 펜리스 울프. 찾아보니 이건 영어쪽의 표현이네요. 보통 북유럽 신화에서는 펜리르, 펜릴이라고 부릅니다. 저도 이쪽이 익숙해서 펜리스 울프가 오기가 아닌가 했는데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틀하고 비슷하게 느껴지는게, 그냥 원어쪽으로 적어주지 싶더랍니다.;

그래도 책 편집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여러 학자들 이름을 언급하면서, 옆에 작은 글씨로 영문명과 생몰년을 함께 적었더라고요. 게다가 인용문과 동일하게 회녹색으로 적고 있으니 통일감도 있습니다. 산만하지 않게 정보를 주니 좋습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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