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월 2일까지 하는 기획전, 「터키문명전 - 이스탄불의 황제들」(홈페이지)을 보고 왔습니다. 전시 시작을 알면서부터 간다 간다 생각은 했는데 계속 미루다가, 마침 다른 일이 생겨 국박을 가야했기에 겸사겸사 다녀왔습니다. 7월 21일까지 인터파크에서 예매하면 10% 할인을 해주는데, 발급 수수료가 500원 붙기 때문에 어른의 경우에는 실상 700원 할인에 그칩니다. 입장료가 12000원이고 땅파서 700원 나오는 것은 아니니 그냥 미리 예약하고 다녀오는 것도 괜찮습니다. 핸드폰으로 예약문자가 날아오니 그걸 보여주면 바로 발급해줍니다.

기획전이 그렇듯 한 번 퇴장하면 재입장이 안됩니다. 그리고 우산은 내부에 들고 들어갈 수 없으며 입구에 있는 우산 보관소에 맡기고 가야합니다. 9시 딱 맞춰 도착했더니 제 우산이 1번 자리에 들어가더군요. 하하;

원래는 ① 방학 전 토요일이니 가족 관람객은 없겠지, ② 토요일 아침 일찍 문 열자 마자 가니 사람은 적겠지, ③ 비온다고 했으니 사람이 많지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토요일 아침에 다녀온 것이었는데, 그래도 사람 많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방학 전 토요일이라 가족 관람객은 없을지 몰라도 제가 나올 때인 10시쯤에는 가족단위 관람객도 상당했습니다. 게다가 문 열자마자 간다 한들, 단체 관람객-특히 토요 체험활동으로 팀짜서 들어온 팀들이 많아 애들이 번잡하고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갸들이 본격적으로 입장하기 전에 다 둘러보고 뛰쳐나왔으니 망정이죠.
그래서 다음에 가면 아예 수요일이나 토요일 밤을 공략할까도 고심중입니다. 하지만 이 때도 사람 많으면 낭패.ㄱ-;


전시회 자체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획전은 이번이 두 번째라, 이전에 보았던 V&A랑 비교해서 적어보면..
- 전시장 곳곳에 인력이 배치되었습니다. V&A 때보다 많았던 것 같군요. 덕분에 사진 촬영 같은 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라 안심했습니다.
- 이전 전시회보다 조도가 낮은 것 같던데, 몇몇 전시품의 경우 형광등(LED?) 조명을 환하게 받더군요. 작품 손상이 없나 걱정됩니다.(전시 메모를 살펴보니 눈이 나쁜 사람은 눈이 피로할 정도로 조도가 낮다고 적어놓았군요.)
- 작품 설명이 액자 같은 류 옆에 붙어 있는데, 이런 환한 조명을 받는 전시물을 보다가 설명을 보면 조도 차이로 눈이 아픕니다.OTL 조도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하고 조금 아쉬웠습니다.
- 입구에는 전시 관람 진행 화살표가 붙어 있는데, 뒤로 가면 안보이더군요. 아마 인원이 증가하면 관람 동선이 지체될까 그런가봅니다. 그래도 순서를 붙여주면 연대별로 유물 보기 편했을 거라 생각합니다.-ㅁ-;


홈페이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고대문명-아나톨리아, 그리스-로마, 비잔틴 문명, 오스만 제국 순으로 전시 공간이 구성되었습니다.

1. 고대문명- 아나톨리아


- 홈페이지에서 들고 왔는데 이 사슴모양 깃대 장식 참으로 귀엽습니다. 집에 하나 가져다 놓고 싶을 정도예요.
- 이 옆에는 양손잡이 술잔이 있는데, 양쪽 손잡이를 하트모양으로 만든 것은 요즘 제작해서 판매해도 충분히 상품 가치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잡고 먹기에는 무겁겠지만 모양이 귀여우니 말이죠.
- 그 옆에 전시되어 있던 도자기에는 물새 모양을 그려 놓았는데, 선사시대의 물새 모양처럼 단순하면서도 예쁩니다. 일견 카페 알파의 그 문양이 떠오르던걸요.
- 쐐기문자판은 언뜻 보면 도장이나 인장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거기 빽빽하게 찍힌 쐐기 문자는 문자고, 글이고, 그게 중요 문서랍니다. 문서로 안 보이는 문서라니 재미있습니다. 히타이트와 이집트 사이의 평화조약이었나. 하여간  이집트랑 교환한 평화조약은 세계 최초의 성문 평화조약이라는군요.
- 바라캅 왕의 부조에 대한 설명 중에 연꽃이 왕권을 상징한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은근 연꽃 파워가 세다니까요. 이집트에서는 부활 쪽과 관련한 상징이었던가.

2. 그리스-로마
- 그리스-로마 쪽은 기억에 남는 것이 드물었...;

3. 비잔틴 제국
- 그리스-로마 유물보다 다른 것이 워낙 강렬해서 2번이 제 기억에서는 묻혔습니다.-ㅁ-;
- 순간 신화세계에서 기독교 세계로 도약(워프)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 모 황제들이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에게 건물을 가져다 주는 봉헌 그림은 꼭 누구를 떠올리게..(생략)

4. 오스만 제국


- 보석 장식 투구. 이게 확실히 강렬하더군요. 보석은 덜 박혀 있지만 세공이 장난 아냐! 그 앞에서 한참 빙글빙글 돌며 쳐다봤습니다. 후후후.

- 무라드 1세가 상당히 강한 왕이었나봅니다. 저는 이 사람을 모 로맨스 역사소설(『아도라』)의 주인공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감개 무량했습니다.(...)
- 중간에 바다쪽에서 본 이스탄불의 모습을 서양쪽의 화가가 에칭으로 만든 것이 있었는데 그 집약도에 두 손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만화에서 스크린톤을 쓰지 않고 손으로만 그려내면 이런 느낌..?
- 칼 자체는 옛날 것이라 별볼일 없을지(...) 몰라도 칼집의 공예는 생생합니다. 이런 손재주집약적인물품에는 홀딱 반한다니까요.;ㅂ;
- 카펫, 벽걸이도 여러 종류 있는데 그 문양에 홀딱홀딱 반했습니다. 한 번 더 갈테니 그 전에 벨리니의 카펫이 어떤 문양인지 확인하고 가야겠네요. 게다가 카펫을 보고 있자니 손이 근질근질합니다.
- 등잔도 오스만 타입. 굵은 초를 9개인가 넣게 되어 있더군요. 우와.; 다 밝히면 꽤 환하겠습니다.
- 사이프러스 향로는 굉장히 섬세한 세공인데, 그 모양 때문인지 크리스마스 트리나 옛날 옛적 코코블럭에서 가지고 놀았던 나무 모양이 절로 떠오릅니다.(...) 공예가 정말 멋져요.
- 이슬람도 묵주를 쓰는 모양인데, 형태가 카톨릭과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호와.
- 코란함의 자개 장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개장은 가끔 보았지만 규모가 이정도면 ... 이야. V&A의 장식도 굉장히 멋지다 생각했는데 돈과 권력이 모이면 이런 작품도 나오는군요. 메모에는 '같은 왕정이라도 이쪽이 노동 세공 장인 집약적'이라 적었네요.
- 코란의 제책방식은 어떤지 조금 궁금합니다. 음, 펼쳐 놓으면 책이 상할텐데라며 걱정은 했는데 헤드밴드가 일반적으로 아는 타입과 달라 신기하더군요. 이거 어떻게 만들려나?
- 보석도 꽤 많았는데 다른 보석보다 수정 체스말 같은게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석 체스말보다 이쪽이 더 좋아요.(...) 게다가 수정 국자도.; 이거 유리가 아니라 수정이라는데 기암했습니다. 역시 돈과 권력이...-_-
- 반지 비슷한 것이 보이길래 뭔가 했더니 활을 쏠 때 쓰는 깍지랍니다. 근데 여기도 보석장식. 역시 돈과 권력이...

- 오스만 제국의 그림은 묘하게 불교 탱화와 분위기가 닮았습니다. 원근법이나 세부 묘사 없이 화사한 색을 사용해 그런가봅니다.;;
- 커피잔이라고 나온 백자청화잔이 있었는데 조금 큰 술잔 같아 보이는 것이.. 동동주 담아 마셔도 좋겠군요.(...) 그러기엔 조금 잔이 작은가.


전체를 둘러보는데는 대략 1시간 걸렸습니다. 물론 저니까 한시간이지, 꼼꼼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그걸로는 부족할겁니다. 가능한 빨리 둘러보고 아이들이 들어오기 전에 몸을 빼려고 했기 때문에 빨리 보기도 했고요. 제가 나갈 때 학생들이 마구마구 들어오더랍니다. 가슴을 쓸어 내렸지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념품. 으으으으으. V&A보다 더 무섭습니다. 아마 첫비행님과 제이님이 직격당하실텐데, 터키식 홍차 세트 은제품이 40만원, 커피 세트는 크림기와 설탕그릇인가가 따로 있는 것이 가격이 조금 더 비쌌고, 잔과 잔받침, 뚜껑이 있는 것은 그보다 저렴했습니다. 10-20만원 정도였다고 기억합니다.
가장 구입하고 싶었던 것은 유리컵인데, 아랫부분에 이슬람문화 특유의 기하학적 문양이 불투명으로 새겨졌습니다. 거기에 홍차 담아 마시면 딱이겠다 싶었는데, 3만원.
도자기 쪽은 손으로 그린 것이 확연히 드러나 보여 호불호가 조금 갈릴겁니다. 그래도 에스프레소 잔은 괜찮더군요.

(덧붙임) 판매품 중 최고가는 톱카프 단검 복제품입니다. 40개 한정 복제품이라는데 딱 하나 들어왔다네요. 가격은 420만원입니다.-ㅁ-


이번에도 그릇에 여지없이 격침 당했는데, 도록은 27000원입니다. 이것도 살까 말까 하다가 내려 놓았지요. 집에 둘 곳이 없어요.(먼산)

그릇 구입 여부를 두고도 고민중이지만 조만간 한 번 더 가서 더 보고 올까 합니다. 이번엔 적는 건 내려놓고 눈으로 휘휘 둘러 새겨놓고 와야지요.+ㅅ+


0. 정확히는, 감자는 탄수화물 덩어리라서 맛있긔~ (...)
다른 것 안 뿌려도, 소금 조금 넣고 사카린(...) 조금 넣어 찐 감자는 맛있습니다.-ㅠ- 옥수수도 그렇게 찐(삶은?) 것이 맛있고요.

1.꽃기린
사무실에서 기르고 있던 꽃기린 화분 네 개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화분이 쓰러진 것이 아니라 대가 휘어지더군요. 선인장인데 이게 왠 사단인가 싶어 만져보니 밑둥이 썩었습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어 그랬던지, 아니면 화분갈이를 안해서 그랬나 봅니다.
분갈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일단 이미 썩은 것은 베어내고, 남은 것만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밑둥이 썩어서 살리지 못할 것 같은 것은 썩지 않은 부분을 베어보니 속이 연녹색이더군요.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남아 돌던 테이크아웃용 컵에 꽂아 물을 부어 놓고 놔뒀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팔팔하네요? 오히려 화분에 심은 쪽보다 잎사귀가 커졌습니다. 신기하다 했더니만 삼 주째에 들여다보니 줄기 아래쪽에 잔뿌리가 나와 있습니다. 으헉; 그래서 지금은 화분에 심은 쪽보다 더 생생합니다.
물을 너무 자주 주면 꽃기린은 웃자라거나 밑둥이 썩는 것 같은데, 그래서 화분은 이주에 한 번 정도만 물을 줍니다. 지금 보니 물을 너무 적게 주나 싶기도 하고. 열흘에 한 번으로 바꿀까요.


2. 소설거리, 100(가지 소)재, 100제?
그러고 보니 소설 100제를 올 여름에 써보겠다며 100개의 단어는 만들어 놓았는데 아직 손을 못댔습니다. 게다가 떠올렸던 장면 하나도 요즘 정신없이 지내다가 홀랑 날렸네요. 언젠가 다시 떠오르리..;ㅂ;
보통 소설 100제라고 많이 쓰는데, 그게 주제라기보다는 소재인 경우가 많으니 100재라고 쓰는 것이 맞나 싶습니다. 어느 쪽이건 간에 도전은 해보아야지요. 그렇지 않아도 글솜씨가 부족한데, 이런 걸로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

...
솔직히 말하면 부족한 글솜씨는 소설 글솜씨가 아닙니다. 하하하하하하......


3. 여름 동안 해야하는 것, 터키문명전, 책 박물관
여름 휴가 기간에 하려고 생각중인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짧고, 다녀온다고 말하기엔 조금 겁나는 것이라...; 하나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인 투르크 전시회입니다. 터키가 아니라 투르크인 것은 이스탄불의 황제들-오스만 투르크의 유물 전시라서 그렇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텐데 『장국의 알타이르』에 홀랑 반해 있는 터라 한 번 다녀오려고요. 기획전이라 비용이 더 들지만 뭐, 이스탄불에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니 이 기회에 보러 다녀와야지요. 조금 일찍 갔더라면 이런 저런 기념품에 홀렸을테지만 지금이라면 웬만한 것은 다 품절이겠지..^-T
다른 하나는 파주 헤이리에 있는 책 박물관입니다. 지난주에 관련 기사가 나왔더군요. (조선일보 기사) 이 책들을 볼 수 있다면 입장료가 얼마가 되었든 일단 갈 생각입니다.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일테니 눈으로 실컷 감상하고 와야지요. 다만 이전에 한길사 북카페에서 전시되어 있던 모습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지 걱정될 따름이고....;... 태피스트리도 있다니 겸사겸사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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