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만드는 것도 좋지만 번거로운데다 직접 밤을 사와야하니까 말입니다. 거기에 집에서는 바로 굽지 않고, 살짝 삶아 익혀 굽다보니 밤에서 단물이 빠져 지글지글 눌어붙더랍니다. 그래서 한 번만 하고 말았는데, 이제나 저제나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군밤 할아버지가 나오신걸 보고는 덥석 한 봉지 사들었습니다.-ㅠ-

혜화로터리에 군밤 할아버지가 나오면 진짜 겨울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지요. 종로 주변에서도 가끔 군밤을 사먹지만 여기만큼 맛있는 군밤은 없었습니다. 설익은 군밤을 만날 때가 많아 더 그렇네요. 아.. 생각난 김에 내일도 한 봉지 사와야겠습니다. 오늘은 귀가가 늦어서 시간에 못 댈것 같군요.
이번 글도 두괄식으로 해보지요.

한줄 결론 : 만드는 방법을 조금 고치면 괜찮을지도..?


지지난주 쯤의 일입니다. 이글루스를 돌아다니다가 집에서 군밤을 만들어 먹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밤을 살짝 삶아서 군고구마 굽는 직화냄비를 써서 만들었다고 기억합니다. 그걸 보고 있자니 군밤이 확 땡기지 뭡니까. 하지만 집에 있던 직화냄비는 바닥이 타서 결국 버렸고, 집에 있는 냄비 중에서 그렇게 직화로 쓸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어머니가 김 구울 때 쓰시는 낡은 프라이팬에 은박지를 깔고 써보기로 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불에 올려 군밤으로 구우면 익는데 시간이 한참 걸립니다. 그러니 먼저 10분 남짓 삶고, 그러고 나서 꺼내 밤에 칼집을 내고는 프라이팬에 은박지를 올리고 밤을 올려 아주 약한 불에서 은근히 굽습니다. 뚜껑으로 덮어주는 것이 좋을텐데 프라이팬에 맞는 뚜껑이 없어서, 밤 위에 다시 은박지를 올리고 다른 냄비의 뚜껑을 덮었습니다. 그렇게만 해도 충분하더군요.

걸린 시간은 삶는 시간 포함해서 30-40분 정도였다고 기억합니다.'ㅂ'



저 혼자 먹을 것이니 몇 개만 만들었습니다. 그야, G는 밤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고 부모님은 나가시고 안 계셨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시험작이니 많이 할 필요는 없고요.

10분 조금 넒게 삶고는 물을 몽창 쏟고, 뜨거운 밤에 칼집을 냅니다. 그리고 은박지 위에 밤을 올려서 프라이팬에 올렸다가 20분인가 30분 뒤에 내린 모습입니다. 미리 삶아서 그런지 밤에서 단물이 나와 바닥이 저렇게 끈적끈적해지더랍니다. 은박지가 아니라 바로 프라이팬에 구웠으면 닦느라 난처했을 정도네요. 하하;
중간에 몇 번 뚜껑을 열고 이리저리 굴려 주었는데, 굽고 나서는 딴짓 하느라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꺼냈습니다. 그렇다보니 밤이 금방 식었고, 속껍질이 달라붙어 잘 안 까지더군요. 처음 몇 개는 그래도 쉽게 깠던 걸 생각하면 식기 전에 재빨리 까야 할 것 같습니다.




밤들은 까는 동안에 몽창 부서졌지만 그래도 맛있네요.-ㅠ- 달달하니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만들 때는 프라이팬에 바로 하나 하나 꺼내 까야겠네요. 홋홋홋~
일본 여행 마지막 글을 포함해 지금 비공개로 돌려진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이 20개 가까이 됩니다. 그러니 그 중에서 어느 글을 먼저 쓸까라고 고민하는 것도 큰 문제(?)지요. 이럴 때는 빨리 써야 하는 글을 먼저 쓰게 됩니다.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면야, 그 중에서 가장 쓰고 싶은 글을 고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빨리 써야 하는 글이 있었으니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군밤은 날이 따뜻해지면 들어가니까 그 전에 빨리 올려야 하거든요.




혜화동 로터리, 롯데리아 앞에는 군밤장수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몇 년째 보고 있는데 가끔 생각나면 사다 먹습니다. 그 쪽 앞을 지나는 일이 그리 많진 않거든요. 엊그제도 그 앞을 지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군밤 한 봉지를 샀습니다. 3천원. 봉지를 건네주시면서 할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밤이 쫄깃쫄깃 찹쌀떡 같다고 말입니다. 웃으시며 하시는 말에-솔직히 말하면 그 할아버지는 조금 무뚝뚝하십니다;- 반신 반의하며 받아 들었습니다.

...

어. 정말 그래요.; 정말 포실포실하고 겉은 쫄깃한 것이 떡먹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줍니다.;ㅂ; 가끔 사먹긴 했지만 이런 군밤은 이 때 처음 만났지요.
그래도 대체적으로 여기 군밤은 맛있습니다. 장작불을 때서 굽는 거라, 군고구마도 먹어보진 않았지만 맛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고구마야 집에 잔뜩 있으니 밖에서 사먹는 일이 없거든요. 하여간 맛있게 먹은 며칠 뒤에 날잡고 닐기리와 궁합을 맞췄습니다. 왜냐하면 이전에 맛있게 마셨던 닐기리에서 살짝 군밤향이 나는 것이, 군밤과 같이 마시면 맛있겠다 싶었던 겁니다.



그 군밤향 때문에 이번 여행 때도 닐기리를 사왔습니다. 이번 여행 때는 홍차를 150g만 사왔으니 지름신의 공격을 잘 막았지요. 그래도 지금 집에 있는 홍차는 1kg에 근접할겁니다. 이미 유통기한은 무시하고 있고요. 핫핫핫. 저만 마시니까 제 입에 맞으면 됩니다. 뭐, 얼그레이로 로열밀크티 끓여마시는 입맛인걸요.
(보통 얼그레이는 향이 강해서 로열 밀크티로는 잘 안 마시는 걸로 압니다.; 아마도.. 말입니다.)



다얀컵은 용량이 120ml 정도 됩니다. 종이컵보다 조금 큰 정도인데 홍차나 차이를 조금만 담아 마시기에 딱 좋더군요. 그래서 요즘에는 일반 밀크티는 부엉이 컵에, 커피나 홍차는 이 컵에 마십니다. 카페인 조절을 위한 방법인거죠. 컵이 크면 카페인 섭취도 많이 하게 될테니까요.

군밤 한 봉지를 털어 담았더니 옷칠 그릇에 알맞게 들어갑니다. 닐기리는 그냥 저냥 마실만하게 내려졌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꽤 괜찮습니다. 다음에는 우유를 조금 넣어볼까요. 하기야 지금 차이는 로열블렌드를 넣어 끓이는 만행-찻잎을 보고 있자면 차이로 끓이는 것이 참 미안합니다;-을 저지르고 있으니 어찌 먹든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겁니다.
홍차를 홀짝이며 군밤을 먹고 있자니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간식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밤이기도 해서 아주 행복한 티타임이 됩니다. 이러면서 올레이드 숲에서 열심히 장작을 패고 있었다는 뒷 이야기가...(먼산)


한 번 군밤에 반해 놓으니 이틀 걸러 사흘 걸러 꼬박꼬박 사다 먹습니다. 오늘 봄비에 가까운 비도 내리고 하니 군밤할아버지가 통을 치울날도 머지 않았다 싶습니다. 이번주에도 한 두 번은 더 사다먹겠지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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