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카페라고 적었지만 짐작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발행은 하지 않고 공개만 해두죠.

보통 카페에 놀러 나갈 때는 맛보다는 분위기를 중시합니다. 가서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가, 키보드를 붙들고 작업해도 괜찮을, 눈치 안 보일 환경인가, 조용한가, 창밖을 바라보며 노닥거릴 수 있는가. 등등을 이리저리 따져서 가고 싶은 카페를 고릅니다.
이날은 팥빙수가 먹고 싶다와 창밖의 풍경이 보고 싶다가 동시에 작용해 창이 크게 나 있는 카페에 갔습니다. 시간은 점심시간 직전이었지요. 잊고 있었는데 이 카페, 점심 식사 메뉴도 있긴 합니다. 브런치에 가까운 메뉴나 파스타도 있는 것 같더군요.

팥빙수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문서 작업을 하는데 직원이 말을 걸어옵니다. 여기는 예약석이라네요. 어쩐지, 자리잡고 앉을 때 세팅이 되어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습니다. 보니 예약석이라는 작은 안내판도 있군요. 탁자가 검정인데 예약석 안내판도 검정이라 미처 못봤나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들고는 다른 자리를 보니, 세팅이 되어 있지 않은-예약석이 아닌 창가 자리가 있습니다. 거기 가서 앉으니 아까 그 직원이 다가와서 재차 말합니다.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많아서 여기 말고 안쪽 자리에 앉으랍니다. 창가자리는 전부 4인석, 저는 혼자 왔고, 안쪽 자리는 2인석입니다. 하지만 좌석간 자리가 좁아 조금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그 사실을 떠올리며 '창가에 앉고 싶어서 왔다'고 하자 재차 안쪽 자리에 앉아 달랍니다.
(음, 이 부분은 기억이 헷갈리는군요.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많다는 고지를 안쪽 자리에 앉아 달라는 말을 할 때 했는지, 아니면 창가 자리에 앉고 싶다고 말했을 때 했는지 말입니다.)

빈정상했습니다.
혼자 오는 손님은 창가에 앉을 권리도 없군요. 아, 물론 전제가 붙습니다. 점심시간 직전에는 말입니다.
팥빙수고 뭐고, 주문한 돈 날린 셈 치고 나갈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와서 팥빙수 맛 보는 것보다는 나가더라도 지금 먹어보는 것이 낫겠더군요.


직원이 가져다 준 팥빙수의 모양새를 보고 한 번 더 빈정상합니다. 얼음을 갈아 놓고 그 위에 팥을 얹고 다시 얼음을 올리고 다시 팥을 얹고 인절미를 얹었습니다. 그런데 저 나온 모양새가 뭐래요. 게다가 놓고 가면서 인절미의 콩가루를 여기저기 뿌리고 갑니다. 탁자에도 뿌리고, 놓고 간 숟가락에도 뿌리고.

그래도 한 숟갈 먹어봅니다.
흠.
먹고 나서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달달하거든요. 우유 얼음인 것 같은데 연유를 듬뿍 넣은 것을 얼려 갈았는지, 얼음은 굉장히 곱고 입에서 사르르 녹습니다. 얼음이 뭉쳐 있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대신 빨리 녹지만 그래도 달달한 것이 괜찮습니다.
그리고 다섯 숟가락 째.
더위도 가시고 갈증도 가시고 배고픔도 조금 가셨습니다. 그 순간부터 고역일정도로 달게 느껴집니다.; 평소 입맛이었다면 달다, 달다, 달다, 너무 달다라고 외쳤을텐데 피곤한 상태에서 먹어 그런가봅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먹어보았던 그 어떤 팥빙수보다 달군요. 얼음도 달고, 팥도 달고. 팥은 아마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통조림을 쓰되, 더 익혀 으깨썼거나 졸여 썼거나 한 모양입니다. 으깬 단팥 비슷하게 팥알이 60%정도만 남아 있네요.

그래도 팥은 다 건져 먹었건만 속이 달아서 그 뒤 한 두 시간 정도는 부대꼈습니다.-ㅁ-;



+ 교보문고와 KB에게 빈정상한 이야기도 덧붙이지요.

오늘 아침에 KB카드(국민카드)에서 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KB교보카드의 혜택 축소 안내 메일이더군요. 메일에 따르면 9월 1일부터 국민교보카드의 5% 할인 혜택은 월간 20만원, 연 100만원으로 축소됩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제한이 없었지요. 제휴사 계약 변경 때문에 그렇답니다. 아마 국민카드의 혜택 축소와 관련하여 그리 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읽고서는 교보문고 카드를 잘라버리고 응24로 돌아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_-; 연 1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다른 카드를 사용하는 쪽이 낫겠다 싶습니다. 이렇게 되면 약 20% 가량 국민교보카드의 사용이 줄어들겁니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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