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온갖 짤방 거리가'로 적으려다가 얌전히 접었습니다. 음, 올바른 국어생활은 소중합니다. 그러므로 온갖 사진 거리가 넘쳐 난다고 적어둡니다.




나만 고양이 없어, 그렇지만 나도 고양이 인형은 있어!를 외치기 위해 이집트전에 다녀왔습니다.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약속 잡고 다녀왔습니다. 근데 또 이날 점심에 일이 있어서, 9시에 만나 후다닥 보고 돌아오는 걸로 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13000원.

이전에 보았던 V&AM전시회나 터키기획전에 비하면 규모가 아주 작습니다. 하지만 이집트 초심자라면 상당히 재미있게 볼 겁니다. 가기 전에 이집트 문화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져가면 더 재미있을 거고요. 저나 B님이나 둘 다 기본 지식은 있었으니 여러 헛소리들을 날리며 유쾌하게 감상했습니다.


전시회는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단, 플래시는 터뜨리면 안됩니다.




이 앞에,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문구를 붙여야 할 것 같군요. 근데 저 옷 자락이 전부 히에로글리프. 이, 이야아아... 하기야 한국도 화강암에 새기잖아요. 묘비.(...)




포토존. 그림이 상당히 멋있습니다. 저 가운데 서면 양 날개를 펼친 모양이 되더군요. 가운데는 따오기니까 토트인가요. 라의눈도 보이고 아누비스도 보입니다.




이건 나만 리볼버 없어.(...)

다녀온 감상 중에 '이집트 돌피규어 전시회'랑 '이집트 돌침대전'이 있다던데 이해가 갑니다. 미라는 돌침대, 이런 건 돌피규어..




이 단지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세크메트의 눈」이란게 슬픔.ㅠ_ㅠ 뭐, 마트료시카라고 해도 틀리진 않...(아냐!)





아, 이것도 멋집니다. LED로 만들었는데, 전시회 조도가 낮은데다가 벽이 검은색이라 눈에 환하게 잘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이집트 신의 가계도.

전시물 중에 호루스의 아들들이 나오던데, 이집트 신화 읽은 내용 중에는 호루스의 반려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그에 앞서는 이런 이야기도 오갔는데...


-오시리스는 맏아들이라 왕이 되었지만 결국 차남인 세트에게 한 번 죽었지요. 그러고 보니 차남이 맏이에게 대드는 건 여러 신화에서 나왔던 듯.

-오시리스의 아들 호루스도 정상적인 출산은 아니지 않았나요? 아닌가?

-그거 아마 가운데가 없었을 거예요. 세트가 오시리스를 죽여서 토막내 나일강에 뿌렸는데 다른 건 다 주웠지만 가운데는 물고기가 먹고 없었던가, 그래서 나무인가로 조각해 넣었던가...

-헐. 아누비스랑 호루스는 이복형제로군요. 형제덮... 그런데 호루스가 결혼했다는 이야기는 신화에서 본 기억이 없는데 있었나요?

-뭐, 결혼하지 않아도 어디 한 곳이 잘려서 자연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팔이라든지 손가락이라든지.

-가운데에서 자연 발생한 건 ... 아, 이집트 신화가 아니군요.

(크로노스에게 거세당한 우라누스 생식기가 바다를 떠 다니다가 키프로스에서 아프로디테로 변신함)


하여간 즐겁게 온갖 잡다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혼자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맞장구칠 사람이 있다는 것도 즐겁군요. 여기에 C님이 있었다면 이야기가 어디로 튀었을까..=ㅁ=;



그리고 바스테트도 구입해왔습니다. 나중에 릴리가 갖고 싶다고 하면 주겠지만 받아갈지 모르겠네요.'ㅂ'


9월 4일까지 하며 입장료가 5천원입니다. 기획전인걸 모르고 갔다가 5천원 내야한다는 걸 나중에 알고는 그래도 보자고 들어갔는데, 나오면서는 5천원 밖에 안 받냐며 화냈습니다. 이런 전시회는 더 받아도 된다고요!


국립중앙박물관이라 전시회 동선 구성이나 배치는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보기도 편하고 사람하고 많이 부딪히지 않아요. 같은 날 본 아프가니스탄 황금전은 공간이 좁은데다 사람이 많아 정신 없었는데 기획전실은 공간이 넓으니 다니기 편하더군요. 사람 수는 아마 비슷했을 겁니다.


보는 내내 감탄하고 또 감탄했습니다. 물론 여기 공개된 도자기는 중국에서 하카타로 직행하던 상선에 실린 것이라 전부 중국제입니다. 지금의 중국제가 아니라 당나라 때의 중국제니까요. 고급품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여간 그런 도자기들은 지금 밥상에 올려도 어디 하나 빠질 것 없는 그런 디자인입니다. 만듦새도 두말할 나위 없고요. 생활 도자기와 장식 도자기가 적절히 섞였습니다.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찍었습니다.






물고기도 그렇지만 안쪽의 무늬도 멋집니다 여기에 연어 회 몇 점 담으면...







이 소는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떠오릅니다. 이거 그대로 팔면서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의 그 소!'라고 광고하면 공부 부적으로 불티나게 팔릴 겁니다.





흔들렸지만 색은 보입니다. 지금 당장 찻잔으로 써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그런 잔. 손에 착 감길 것 같은 그런 질감에, 그런 디자인입니다.






첫 번째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이런데 왼편의 생활 도자기들 보면서 우와 소리밖에 안나오더군요.






막자사발이 떠오릅니다. 실험실에서 쓸 것 같은데...






얼핏 반찬 그릇이나 소스 그릇 같아 보이지만 연적입니다.






이건 카페오레 볼처럼 보입니다. 손에 착 감길 것 같은. 일상적으로 쓰고 싶은 물건이 많았습니다.






해저선 발굴 당시 이런 식으로 모래에 파묻혀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런 하얀 모래는 아니었을걸요. 뻘에 묻혀 있었을 것이니.






집에 있는 그릇 중에는 저렇게 각이 지거나 굴곡져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눈에 들어오는 그릇은 죄다 그런 겁니다. 하지만 쓰임이 마땅치 않아 정작 구입하진 않더군요.





여기에 모란 한 송이 꽂으면 정말 잘 어울릴 겁니다. 아니, 백합이나 나리도 잘 어울릴거예요. 꽃병의 그림은 모란이겠지만.







반대편은 파도. 저 무늬는 쇠라의 점묘법입니다.(...)






저런 그라데이션도 멋지더군요.






나오면서 보니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랑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중국의 여러 박물관과 일본의 도쿄국립박물관 등이 참여했습니다. 전시회에 도자기만 있는 것은 아니라 초반에는 무역선이 오가던 당시의 중국 생활상과 일본 생활상을 보여주거든요. 기획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 전시회 들어가기 전후의 대화 주제가 딱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교체 사건이라.(하략)




나와서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고는 그대로 카드 긁을뻔 했습니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에스프레소 잔 세트와 상당히 마음에 드는 물품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와도 안 쓸 걸 제가 압니다. 터키전의 티코스터도 고이 모셔두고 쓰질 않으니까요. 안 쓰면 버리게 되지만 왜 매번 모셔만 두는 건지.


하여간 눈호강 실컷 하고 왔습니다. 전시회는 9월 4일까지인데 그 사이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

한줄요약. 초대권으로 갔더니 볼만하더군요.

다시 말해 1만 5천원을 주고 보았다면 조금 미묘했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그림은 많은데 취향의 그림이 없었다는 것이 큰 문제였지요. 게다가 매번 미술전 보고 깨닫지만 전 취향이 확고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건 질색하는데 오르세전은 아무래도 한국인에게 널리 인지된 작가들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이 많더랍니다. 미술교과서에 많이 실린 화가들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하하하. 지금 교과서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제 취향은 단호합니다. 인상파는 아니거든요. 지난번의 미쓰코시 미술관에서 보았던 전시회는 홀딱 반했으니 절대적으로 영국파, 그것도 V&A파입니다.-ㅁ-; 현대미술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흐나 고갱의 그림은 무겁다고 느낍니다. 그러니 오르세미술관전을 보러 가서 마음에 들었다고 하면 그게 또 희한한 거죠.;
이 부분은 확실히 저나 G나 취향이 비슷합니다. 둘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으로 찍은 것이 에펠탑 36경, 그리고 앞부분에 나온 파리 만국박람회 스케치입니다. 하하하하하.;



그림출처는 오르세미술관전 홈페이지.(링크) 이것이 첫 그림입니다. 입장하면 맨 처음 보이는 그림이 앙리 제르베의 「발테스 드 라 빈뉴 부인」입니다.




이것이 제일 마지막 그림. 이것도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에서 들고 왔습니다. 이걸 주력으로 밀던데 그런 것치고는 맨 뒤에 등장하고, 음. 하도 많이 봐서 의외로 마지막에 실물을 보았을 때는 조금 시큰둥 했습니다. 게다가 G가 나중에 지적해서 알았지만; 전시실 내에서는 이 그림을 「뱀을 부리는 여인」으로 부르지만 밖에 나와서 상품들을 보면 다 「뱀을 부리는 주술사」라고 적었다는군요. ...(먼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림은 앞부분에 나온 스케치들입니다. 빅터 발타르, 크레피네, 마뉴, 소리유, 브랑동. 특히 브랑동의 위스망스가 1번지는 같은 제목의 서로 다른 그림 둘이 나왔는데 그림이 예뻤다고 기억합니다. 어디까지나 기억만.. 으흑; 어떤 그림인지는 홀랑 잊었다는 것이 단점이죠.-_-; 검색해도 안 나오는 것이 도록을 사올 걸 그랬나 싶긴 한데, 이건 뒤에서 다시 이야기 하겠습니다.


아, 전체 구조를 이야기해야겠네요. 홈페이지에도 설명은 나오지만 대강 이런 순서입니다.
-파리만국박람회와 관련된 여러 스케치,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고갱,
-세잔, 고흐
-파리의 일상
-벨 에포크
-상징주의와 나비파

전시회 부제가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인데 인상주의보다는 그 뒤의 이야기나 파리 시민들의 일상에 대한 전시 성격이 강합니다. 마지막에 전시실을 나오면 이건 일반적으로 오르세미술관하면 떠오르는 인상주의 전시가 아니라 파리 시민들의 삶을 다루는 일상 전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후반부에는 그림 외의 박물도 함께 전시가 되어 있어 그런가봅니다.


가서 감상을 줄줄줄 적었는데, 보면서도 왜 그림이 생각 안나는 겁니까.ㄱ-; 하여간 대체적으로 그림들이 큽니다. 게다가 인상주의나 그 영향을 받은 그림들은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는 멀리서 전체적인 색과 모습을 보는 것이 맞더군요.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는 그쪽이. 아, 점묘파도 그렇습니다.'ㅂ'

"뜯어보면 물감을 꾹꾹 누르거나 찍은 듯함. 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림이 떠오름. 이 방의 그림이 다 그럼."

모네의 그림을 보고서 감상을 그렇게 적었네요. 참, 르누아르 그림도 있었습니다. 바나나나무. 헐. 바나나 농장을 그리다니.=ㅁ= 어디서 본거지?;
바나나농장 그림은 그래도 그림 크기가 100평방미터를 조금 넘는 집이라면 거실 벽에 (TV 없이) 걸어둘만 한데 다른 그림들은 크기가 대체적으로 커서 걸어둘 곳이 마땅치 않더군요.(...)

드가의 발레리나 시리즈도 몇 점 와 있습니다. 그림도 있었지만 청동조소도 있더군요. 근데 조소의 자세가 평소 보던 것과는 달라서, 19세기 후반의 발레 자세는 조금 다른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알몸.../ㅁ/


대체적으로 신인상주의를 넘어가면서는 그래도 취향의 그림이 조금 있었습니다. 특히 조르주 쇠라. 시낙의 안개 낀 에르볼레.



... 아무래도 조명 때문인지 실제 그림은 이것보다는 더 아련했습니다. 하여간 상당히 취향이었지요. 점묘법을 쓴 그림들부터가 취향인 걸 보니 참.;;
하지만 크로스는 점이 더 굵고 색도 강렬한 것이, 점묘법이라기보다는 모자이크에 가까운 색감이더랍니다.


고갱은 패스.

세잔과 고흐.
세잔의 정물화는 실물로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 아니 애초에 인상파가 처음 아니었나.ㄱ-; 하여간 그 그림들이 거의가 색이 강하고 어둡다는 느낌이 많더군요. 고흐의 그림은 딱 한 점. 시인 외젠. 이것도 초기인지 그래도 색이 밝습니다?


그 뒤에 나온 파리 에펠탑 건설 관련한 사진은 보고 홀딱 반했으니 이런 게 내 취향이야 싶었습니다.-_- 다들 기록물이죠. 에펠탑 공사 현장에 대한 오래된 사진들. 그리고 거기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 으으으. 책으로 있나 찾아봐야겠습니다. 중요한 건 에펠탑이 여러 예술가들에게 자극을 주었다는데, 그 중 에도 백경 .. 이었나, 십경이었나에 대한 오마쥬로 앙리 리비에르가 만든 판화가 취향이더군요.



이런 시리즈입니다. 하하하하.;ㅂ; 구글링으로 찾은 그림이고요. 눈 내리는 파리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 모습도 재미있던데. 슬프게도 에펠탑 36경은 엽서로 없었습니다.


그 다음 방에서 파리의 일상을 다룬 것은 그야말로 일상 생활을 그린 그림이던데, 이상하게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어 화가를 확인하니 르누아르.; 그림이 다른 것보다 조금 커서 그런 걸까요. 하하;


벨 에포크 전시방부터는 박물도 나옵니다. 외젠 페이야트르(Eugene Feuillatre)의 나비무늬 꽃병은 해바라기 한 송이를 꽂아 놓으면 좋겠다 싶던걸요. 근데 구글에서는 안나옵니다.;


화법은 취향이 아닌데 보고서 홀딱 반한 그림이 하나 있었으니, 로제 주르댕 부인입니다. 세밀화가 아님에도 살아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더군요. Madame Roger Jourdain라고 구글 이미지에서 검색하시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데, 참 색이 제각각이네요.


아르망 푸앙의 보석함은 윌리엄 모리스의 크래프트 운동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뱀보양 보석함인데 이게 다리가 뱀 모양이지, 보석함의 부조는 독수리거든요. 눈이 참 귀엽습니다. 근데 찾을 수가 없네요. 하하하.;ㅂ;


르네 랄리크는 검색해보니 자료가 많이 나옵니다. 보고서 지금 써도 상당히 멋지겠다 생각한 머리핀 사진을 올려봅니다. 출처는 역시 전시회 홈페이지입니다.-ㅁ-



의외로 저 꽃이 꽤 큽니다. 직경 10cm..? 입체인데 굉장히 멋지더군요. 검은 머리 위에 꽂으면 꽃 한 송이가 화사하게 피어나는 모양이겠더군요.


샤를 빅토르 기유의 석양도 꽤 기억에 남습니다. 석양이라고 하면 보통 주황색으로 온통 칠하기 마련인데, 그보다는 훨씬 뒤의 어스름이 다가오는 때를 잡아 그렸더군요. 분홍과 회색, 하늘색이 묘하게 어우러진 그림이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에 나온 앙리 루소. 사실 그림은 큰데 취향은 아닙니다. 그래도 여자 왼쪽의 새는 예쁩니다.-ㅂ- 참 귀여웠어요.



전시회를 꼭 봐야 하냐 하면 그건 아니고. 볼만 하냐고 하면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그림도 몇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공예나 박물류를 더 선호하는 제게는 딱 이거다 싶은 작품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에펠탑 36경은 관련 상품이 하나도 없어서 실망했고요. 게다가 도록은 예상했지만 색이 다릅니다. 안에서 보고 나온 그림과 색이 다르니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더군요. 그거야 지금까지 보았던 대부분의 미술작품 도록이 그렇긴 했지요. 박물류는 그래도 색 잡기가 쉬운데 그림류는 조명 차이도 있어서 색차이가 상당합니다. 게다가 도록 순서가 전시 순서랑은 또 다르고, 도록의 그림 크기와 실제 그림 크기가 다르기도 하니 또...(먼산)


그래도 그림만 온 것은 아니고 사진도 있는데다 유명하지는 않으나 독특한 그림이 있으니 보러갈만은 하지 않을까 합니다.'ㅂ' 그리고 네이버의 블로그에 대체적인 그림이 올라와 있습니다.(http://fluffyclouds.co.kr/220011223268) 이쪽을 참고하시면 나온 주요 그림은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ㅠ_ㅠ 이런 멋진 분이...; 차마 정리할 엄두도 안 났구만..;



마지막으로 덧붙여서.
국립중앙박물관이 미술전을 기획했을 때 반대가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 상관 없고, 무엇보다 천장이 높고 그림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만든 국중박 기획관이 더 마음에 들어서 말입니다. 공간이 좁게 느껴졌던 뮈샤전하고 비교하면 더 그렇고요. 생각해보면 뮈샤전 때도 박물이 여럿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미술품이니 관계 없는 건가요?

어떤 면에서는 뼈아픈 이야기지만... 좋은 전시회를 기획하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시회가 7월 2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해마다 하나씩은 꼬박꼬박 챙겨보나봅니다. V&A 박물관 전시회도 그렇고, 터키문명전도 그렇고. 이번의 이슬람 보물 전시회도 그렇고 말입니다.



다만, 보시러 가시는 분들께 살짝 말씀드리자면 기대는 많이 하지 마세요.; 터키문명전에 비해 이쪽이 아래인가 싶었습니다. 지난번에 아주 강렬하게 남았던 자개박힌 코란함 같은 건 없습니다. 보석이 조금 나와 있긴 하지만 보석은 제 취향의 것들은 아니라 시큰둥하게 보고 말았네요.




작업실 들러서 책 내려놓고 책 들고 가느라 시간이 아슬아슬했습니다. 9시 정각에 맞춰 가려고 서둘렀는데, 버스 연결이 놓아서 다행히 2분전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입장권 구입하고 들어갔습니다. 아마도 제가 첫 입장객이었나봅니다. 제가 나올 때 쯤에는 애들이 늘어서 시끌시끌했으니까요.
아, V&A나 터키문명전은 15000원이었는데 이번에는 12000원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사진촬영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과연. 물어보니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으면 찍을 수 있답니다. 마음에 드는 것만 몇 가지 찍었습니다.




유물들은 연대순, 지역별로 모아 전시했습니다. 사진은 지역별 이슬람 왕조 연표입니다.



초기 이슬람 유적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 몇 가지.


숟가락 포크. 굉장히 실용적입니다. 모양도 예쁘고요. 중기 쯤에 전시된 숟가락은 상당히 크기도 큰데, 손잡이에 온갖 장식을 해놓아서 부담스럽습니다. 물론 공예 수준은 숟가락포크가 훨씬 뛰어납니다. 금속을 두드려 만든데다, 그 금속이 아마도 금이거든요.-ㅂ-;


아라비아 문자는 그림에 가까운 필기체 문자라 그런지 옷자락 등에 수놓기도 하더군요.

이전에 웅진에서 나온 세계전래동화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잠행을 하던 어느 왕이 도둑떼에 잡힙니다. 그러자 돈 벌게 해주겠다며 숨겨둔 비기(...)를 발휘해서 양탄자를 짜는데, 그 가장자리에다가 요약하자면 help me!가 되는 문구를 구구절절하게 짜넣습니다. 까막눈인 도둑들에게 주고는 이걸 왕비님께 바쳐서 팔면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하지요. 워낙 섬세하게 만들어진 양탄자라, 도둑들은 그대로 들고 갑니다. 그리고 왕비님은 남편이 써놓은 글을 보고는 도둑들을 치하하고 돈을 건네줍니다. 돌아가는 도둑들 뒤에 군사들이 따라붙은 건 당연하고, 그리하여 폐하는 슬기롭게 목숨을 구했습니다.

아니, 그 이야기가 절로 떠오르더라고요. 옷깃이나 소매에 신의 축복을 기리는 문구를 수놓거나 이름을 수놓는다는데 그게 흐르는 문자이다보니 정말로 장식 같아 보입니다.+ㅆ+ 전시물 중에 숄에다가 시를 수놓은 것도 있는데, 손수건에 사랑의 문구를 놓아 건네는 것과 비슷해 보이네요.





어떤 것은 문양같아 보이는데 글씨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야아... 이렇다보니 러시아어보다 아라비아어가 더 배우기 힘들겠구나란 생각도....

위의 총암(맞나;)을 보면 좌우에 나란히 ωι 비슷하게 생긴 문자가 있을 겁니다. 그게 알라를 뜻하는 문자라네요. 문자인지 문양인지 헷갈리는 글자들 중에서 그나마 문자로 보이는 것들입니다.-ㅂ-



이슬람 문구 중에 마음에 들었던 것.


학자의 잉크는 순교자의 피보다 신성하다.

코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랍니다. 멋지군요.



정원 카펫 같은 것도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그도 그런게, 비 안와서 정원이 말라 죽어가는 시기에는 정원을 짜 놓은 카펫을 펼쳐 놓고 그 위에서 놀았답니다. 소꿉놀이가 떠오르는군요.;


코란 필사본은 필사본 성경보다 화려합니다. 금칠을 했으니까요. 아니, 성경이라고 해봐야 필사본 몇 가지 본 정도지만 코란 필사본은 정말 돈을 들이 부었습니다. 정성도 정성이지만 돈이 장난 아니게 들었을 겁니다. 서구의 문화재와 비교해볼때, 이슬람의 유물들은 장인과 기술과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갈아 넣었다니까요. 물론 해인사 팔만대장경도 장인과 기술과 시간은 넣었지만, 거기에 돈도 들어갔을테지만 이렇게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기술과 실력은 넘치는데 눈을 화사하게 하는 그런 금전적인 부분은 약하더군요. 한국에서 비슷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을 들라 하면 백제 금동대향로나 신라 보관정도?





보석들은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장난감으로 보입니다. 이건 잔. 유리 혹은 수정에다가 밖에 보석을 줄줄이 박아 넣었지요. 입이 닿는 부분이 두꺼워지면 쓰기 불편하지 않은가요. 하기야 저 정도 두께면 백자 밥그릇 정도의 두께인가. 요즘은 백자도 꽤 얇아지지 않았을까 생각은 합니다. 찾아보질 않아서 그렇지요.;





그 외에는 궁수용반지 정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활을 쏠 때 엄지손가락이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끼우는 엄지손가락용 반지라더군요. 장식 있는 것, 없는 것 해서 총 네 개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목에 꼭 맞는 목걸이도 있었는데 너무 꼭 맞아서 살찌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_-;


물품들 중 상당수는 베네치아가 함께 언급됩니다. 오스만 제국이 커질 때 한창 베네치아랑 교역을 했잖아요. 그 때문에 『바다의 도시 이야기』가 읽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집에 있으니 언제 한 번 들여다 보아야겠네요.




튤립 직물이나 여름 카펫은 지금 써도 될 만큼 멋집니다. 솔직히 하나 짜보고 싶..-_-;;;
이쪽은 튤립 카펫입니다.




염소털 카펫은 적당히 도톰한 것이 예쁘네요. 역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타구는 ... 분명 침뱉는 그릇을 말하는 것인데 어째 보통 술잔보다 예쁜겁니까.;


식물의 역사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약물지 필사본 삽화가 전시된 것도 재미있습니다.





전체 전시물 중에서 세 번째 쯤으로 마음에 들었던 비둘기 향로, 목덜미 부분을 돌리면 분리된답니다. 세공이 상당히 섬세하더군요.





스라소니 향로도 좋습니다.-ㅂ- 모양만 따지면 이쪽이 더 취향이네요. 비둘기나 스라소니나 눈 부분은 모두 터키석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것. 스투코 타일입니다.




실제로 보면 조각이 참 예쁩니다. 왼쪽의 코끼리 보다는 오른쪽의 그리폰 비슷한 것이 마음에 들었지요.





당연히 그리폰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름을 leogryph라고 적어두었습니다. 다른 생물인가 싶더군요. 어쨌건 닭벼슬 달린 앵무새에 탱탱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가진 4족보행 동물(아마도 사자)를 달아 놓으면 비슷할까요. 참 귀엽습니다.



이번에도 여러 상품들이 함께 들어와 있더군요. 근데 출처가 British Museum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유물 자체가 영국에서 온겁니까.


이번 판매 상품 중에는 그릇도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그릇보다 비싼 2단 케이크 접시를 만났습니다. 1780000. 0이 하나 더 들어간 것이 아니라 178만원 맞습니다. 접시 테두리에 크리스탈을 나란히 박아 넣어서 가격이 확 뛰었나보네요

8천원이었던 이슬람 문양컵도 조금은 땡겼는데 결국은 가장 저렴한 것으로 세 개 샀습니다. 제가 쓰거나, 집에 보관했다나 나중에 다른 분들 선물용으로 드리거나 하려고요. 그렇게 서랍장에 모셔 놓은 물건이 꽤 있지만...




컵받침입니다. 실리콘인데, 투명해 보이는 위의 두 개는 안에 은박을 넣어서 반짝거립니다. 거기에 금색과 흰색으로 문양을 넣었고요. 아래 것은 하늘색-흰색의 조합입니다. 이쪽은 색을 직접 보면 웨지우드가 떠오르는 조합이라.

개당 4500원입니다. 그래서 세 개 홀라당 집어 들고 왔지요.

지난 터키문명전 때는 은제 티스푼을 집어 왔으니, 이제 저 컵받침에 웨지우드 찻잔을 올리고, 보름달 뜬 밤에 은제 티스푼으로 홍차를 휘저으면...........



잠이 안 오겠지요.

한밤의 홍차는 숙면에 좋지 않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월 2일까지 하는 기획전, 「터키문명전 - 이스탄불의 황제들」(홈페이지)을 보고 왔습니다. 전시 시작을 알면서부터 간다 간다 생각은 했는데 계속 미루다가, 마침 다른 일이 생겨 국박을 가야했기에 겸사겸사 다녀왔습니다. 7월 21일까지 인터파크에서 예매하면 10% 할인을 해주는데, 발급 수수료가 500원 붙기 때문에 어른의 경우에는 실상 700원 할인에 그칩니다. 입장료가 12000원이고 땅파서 700원 나오는 것은 아니니 그냥 미리 예약하고 다녀오는 것도 괜찮습니다. 핸드폰으로 예약문자가 날아오니 그걸 보여주면 바로 발급해줍니다.

기획전이 그렇듯 한 번 퇴장하면 재입장이 안됩니다. 그리고 우산은 내부에 들고 들어갈 수 없으며 입구에 있는 우산 보관소에 맡기고 가야합니다. 9시 딱 맞춰 도착했더니 제 우산이 1번 자리에 들어가더군요. 하하;

원래는 ① 방학 전 토요일이니 가족 관람객은 없겠지, ② 토요일 아침 일찍 문 열자 마자 가니 사람은 적겠지, ③ 비온다고 했으니 사람이 많지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토요일 아침에 다녀온 것이었는데, 그래도 사람 많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방학 전 토요일이라 가족 관람객은 없을지 몰라도 제가 나올 때인 10시쯤에는 가족단위 관람객도 상당했습니다. 게다가 문 열자마자 간다 한들, 단체 관람객-특히 토요 체험활동으로 팀짜서 들어온 팀들이 많아 애들이 번잡하고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갸들이 본격적으로 입장하기 전에 다 둘러보고 뛰쳐나왔으니 망정이죠.
그래서 다음에 가면 아예 수요일이나 토요일 밤을 공략할까도 고심중입니다. 하지만 이 때도 사람 많으면 낭패.ㄱ-;


전시회 자체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획전은 이번이 두 번째라, 이전에 보았던 V&A랑 비교해서 적어보면..
- 전시장 곳곳에 인력이 배치되었습니다. V&A 때보다 많았던 것 같군요. 덕분에 사진 촬영 같은 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라 안심했습니다.
- 이전 전시회보다 조도가 낮은 것 같던데, 몇몇 전시품의 경우 형광등(LED?) 조명을 환하게 받더군요. 작품 손상이 없나 걱정됩니다.(전시 메모를 살펴보니 눈이 나쁜 사람은 눈이 피로할 정도로 조도가 낮다고 적어놓았군요.)
- 작품 설명이 액자 같은 류 옆에 붙어 있는데, 이런 환한 조명을 받는 전시물을 보다가 설명을 보면 조도 차이로 눈이 아픕니다.OTL 조도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하고 조금 아쉬웠습니다.
- 입구에는 전시 관람 진행 화살표가 붙어 있는데, 뒤로 가면 안보이더군요. 아마 인원이 증가하면 관람 동선이 지체될까 그런가봅니다. 그래도 순서를 붙여주면 연대별로 유물 보기 편했을 거라 생각합니다.-ㅁ-;


홈페이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고대문명-아나톨리아, 그리스-로마, 비잔틴 문명, 오스만 제국 순으로 전시 공간이 구성되었습니다.

1. 고대문명- 아나톨리아


- 홈페이지에서 들고 왔는데 이 사슴모양 깃대 장식 참으로 귀엽습니다. 집에 하나 가져다 놓고 싶을 정도예요.
- 이 옆에는 양손잡이 술잔이 있는데, 양쪽 손잡이를 하트모양으로 만든 것은 요즘 제작해서 판매해도 충분히 상품 가치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잡고 먹기에는 무겁겠지만 모양이 귀여우니 말이죠.
- 그 옆에 전시되어 있던 도자기에는 물새 모양을 그려 놓았는데, 선사시대의 물새 모양처럼 단순하면서도 예쁩니다. 일견 카페 알파의 그 문양이 떠오르던걸요.
- 쐐기문자판은 언뜻 보면 도장이나 인장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거기 빽빽하게 찍힌 쐐기 문자는 문자고, 글이고, 그게 중요 문서랍니다. 문서로 안 보이는 문서라니 재미있습니다. 히타이트와 이집트 사이의 평화조약이었나. 하여간  이집트랑 교환한 평화조약은 세계 최초의 성문 평화조약이라는군요.
- 바라캅 왕의 부조에 대한 설명 중에 연꽃이 왕권을 상징한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은근 연꽃 파워가 세다니까요. 이집트에서는 부활 쪽과 관련한 상징이었던가.

2. 그리스-로마
- 그리스-로마 쪽은 기억에 남는 것이 드물었...;

3. 비잔틴 제국
- 그리스-로마 유물보다 다른 것이 워낙 강렬해서 2번이 제 기억에서는 묻혔습니다.-ㅁ-;
- 순간 신화세계에서 기독교 세계로 도약(워프)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 모 황제들이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에게 건물을 가져다 주는 봉헌 그림은 꼭 누구를 떠올리게..(생략)

4. 오스만 제국


- 보석 장식 투구. 이게 확실히 강렬하더군요. 보석은 덜 박혀 있지만 세공이 장난 아냐! 그 앞에서 한참 빙글빙글 돌며 쳐다봤습니다. 후후후.

- 무라드 1세가 상당히 강한 왕이었나봅니다. 저는 이 사람을 모 로맨스 역사소설(『아도라』)의 주인공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감개 무량했습니다.(...)
- 중간에 바다쪽에서 본 이스탄불의 모습을 서양쪽의 화가가 에칭으로 만든 것이 있었는데 그 집약도에 두 손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만화에서 스크린톤을 쓰지 않고 손으로만 그려내면 이런 느낌..?
- 칼 자체는 옛날 것이라 별볼일 없을지(...) 몰라도 칼집의 공예는 생생합니다. 이런 손재주집약적인물품에는 홀딱 반한다니까요.;ㅂ;
- 카펫, 벽걸이도 여러 종류 있는데 그 문양에 홀딱홀딱 반했습니다. 한 번 더 갈테니 그 전에 벨리니의 카펫이 어떤 문양인지 확인하고 가야겠네요. 게다가 카펫을 보고 있자니 손이 근질근질합니다.
- 등잔도 오스만 타입. 굵은 초를 9개인가 넣게 되어 있더군요. 우와.; 다 밝히면 꽤 환하겠습니다.
- 사이프러스 향로는 굉장히 섬세한 세공인데, 그 모양 때문인지 크리스마스 트리나 옛날 옛적 코코블럭에서 가지고 놀았던 나무 모양이 절로 떠오릅니다.(...) 공예가 정말 멋져요.
- 이슬람도 묵주를 쓰는 모양인데, 형태가 카톨릭과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호와.
- 코란함의 자개 장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개장은 가끔 보았지만 규모가 이정도면 ... 이야. V&A의 장식도 굉장히 멋지다 생각했는데 돈과 권력이 모이면 이런 작품도 나오는군요. 메모에는 '같은 왕정이라도 이쪽이 노동 세공 장인 집약적'이라 적었네요.
- 코란의 제책방식은 어떤지 조금 궁금합니다. 음, 펼쳐 놓으면 책이 상할텐데라며 걱정은 했는데 헤드밴드가 일반적으로 아는 타입과 달라 신기하더군요. 이거 어떻게 만들려나?
- 보석도 꽤 많았는데 다른 보석보다 수정 체스말 같은게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석 체스말보다 이쪽이 더 좋아요.(...) 게다가 수정 국자도.; 이거 유리가 아니라 수정이라는데 기암했습니다. 역시 돈과 권력이...-_-
- 반지 비슷한 것이 보이길래 뭔가 했더니 활을 쏠 때 쓰는 깍지랍니다. 근데 여기도 보석장식. 역시 돈과 권력이...

- 오스만 제국의 그림은 묘하게 불교 탱화와 분위기가 닮았습니다. 원근법이나 세부 묘사 없이 화사한 색을 사용해 그런가봅니다.;;
- 커피잔이라고 나온 백자청화잔이 있었는데 조금 큰 술잔 같아 보이는 것이.. 동동주 담아 마셔도 좋겠군요.(...) 그러기엔 조금 잔이 작은가.


전체를 둘러보는데는 대략 1시간 걸렸습니다. 물론 저니까 한시간이지, 꼼꼼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그걸로는 부족할겁니다. 가능한 빨리 둘러보고 아이들이 들어오기 전에 몸을 빼려고 했기 때문에 빨리 보기도 했고요. 제가 나갈 때 학생들이 마구마구 들어오더랍니다. 가슴을 쓸어 내렸지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념품. 으으으으으. V&A보다 더 무섭습니다. 아마 첫비행님과 제이님이 직격당하실텐데, 터키식 홍차 세트 은제품이 40만원, 커피 세트는 크림기와 설탕그릇인가가 따로 있는 것이 가격이 조금 더 비쌌고, 잔과 잔받침, 뚜껑이 있는 것은 그보다 저렴했습니다. 10-20만원 정도였다고 기억합니다.
가장 구입하고 싶었던 것은 유리컵인데, 아랫부분에 이슬람문화 특유의 기하학적 문양이 불투명으로 새겨졌습니다. 거기에 홍차 담아 마시면 딱이겠다 싶었는데, 3만원.
도자기 쪽은 손으로 그린 것이 확연히 드러나 보여 호불호가 조금 갈릴겁니다. 그래도 에스프레소 잔은 괜찮더군요.

(덧붙임) 판매품 중 최고가는 톱카프 단검 복제품입니다. 40개 한정 복제품이라는데 딱 하나 들어왔다네요. 가격은 420만원입니다.-ㅁ-


이번에도 그릇에 여지없이 격침 당했는데, 도록은 27000원입니다. 이것도 살까 말까 하다가 내려 놓았지요. 집에 둘 곳이 없어요.(먼산)

그릇 구입 여부를 두고도 고민중이지만 조만간 한 번 더 가서 더 보고 올까 합니다. 이번엔 적는 건 내려놓고 눈으로 휘휘 둘러 새겨놓고 와야지요.+ㅅ+


0. 정확히는, 감자는 탄수화물 덩어리라서 맛있긔~ (...)
다른 것 안 뿌려도, 소금 조금 넣고 사카린(...) 조금 넣어 찐 감자는 맛있습니다.-ㅠ- 옥수수도 그렇게 찐(삶은?) 것이 맛있고요.

1.꽃기린
사무실에서 기르고 있던 꽃기린 화분 네 개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화분이 쓰러진 것이 아니라 대가 휘어지더군요. 선인장인데 이게 왠 사단인가 싶어 만져보니 밑둥이 썩었습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어 그랬던지, 아니면 화분갈이를 안해서 그랬나 봅니다.
분갈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일단 이미 썩은 것은 베어내고, 남은 것만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밑둥이 썩어서 살리지 못할 것 같은 것은 썩지 않은 부분을 베어보니 속이 연녹색이더군요.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남아 돌던 테이크아웃용 컵에 꽂아 물을 부어 놓고 놔뒀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팔팔하네요? 오히려 화분에 심은 쪽보다 잎사귀가 커졌습니다. 신기하다 했더니만 삼 주째에 들여다보니 줄기 아래쪽에 잔뿌리가 나와 있습니다. 으헉; 그래서 지금은 화분에 심은 쪽보다 더 생생합니다.
물을 너무 자주 주면 꽃기린은 웃자라거나 밑둥이 썩는 것 같은데, 그래서 화분은 이주에 한 번 정도만 물을 줍니다. 지금 보니 물을 너무 적게 주나 싶기도 하고. 열흘에 한 번으로 바꿀까요.


2. 소설거리, 100(가지 소)재, 100제?
그러고 보니 소설 100제를 올 여름에 써보겠다며 100개의 단어는 만들어 놓았는데 아직 손을 못댔습니다. 게다가 떠올렸던 장면 하나도 요즘 정신없이 지내다가 홀랑 날렸네요. 언젠가 다시 떠오르리..;ㅂ;
보통 소설 100제라고 많이 쓰는데, 그게 주제라기보다는 소재인 경우가 많으니 100재라고 쓰는 것이 맞나 싶습니다. 어느 쪽이건 간에 도전은 해보아야지요. 그렇지 않아도 글솜씨가 부족한데, 이런 걸로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

...
솔직히 말하면 부족한 글솜씨는 소설 글솜씨가 아닙니다. 하하하하하하......


3. 여름 동안 해야하는 것, 터키문명전, 책 박물관
여름 휴가 기간에 하려고 생각중인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짧고, 다녀온다고 말하기엔 조금 겁나는 것이라...; 하나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인 투르크 전시회입니다. 터키가 아니라 투르크인 것은 이스탄불의 황제들-오스만 투르크의 유물 전시라서 그렇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텐데 『장국의 알타이르』에 홀랑 반해 있는 터라 한 번 다녀오려고요. 기획전이라 비용이 더 들지만 뭐, 이스탄불에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니 이 기회에 보러 다녀와야지요. 조금 일찍 갔더라면 이런 저런 기념품에 홀렸을테지만 지금이라면 웬만한 것은 다 품절이겠지..^-T
다른 하나는 파주 헤이리에 있는 책 박물관입니다. 지난주에 관련 기사가 나왔더군요. (조선일보 기사) 이 책들을 볼 수 있다면 입장료가 얼마가 되었든 일단 갈 생각입니다.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일테니 눈으로 실컷 감상하고 와야지요. 다만 이전에 한길사 북카페에서 전시되어 있던 모습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지 걱정될 따름이고....;... 태피스트리도 있다니 겸사겸사 가봐야겠습니다.


사노님 이글루에서 정보를 얻자마자, 바로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어제 오후에 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이런 전시회가 있다니, 마침 기회도 좋다 싶어서 잽싸게 조퇴를 했습니다.(전날의 야유회랑 오늘 때문에 어제는 거의 오후에 조퇴하는 분위기..)


전시회 시작은 5월 3일-화요일부터. 월요일은 박물관이 쉽니다. 8월 28일까지 하니 시간은 넉넉하다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아무리 오전이라 해도 사람이 많을 것이 뻔하고, 사이의 쉬는 날은 월요일 정도? 가능하면 빨리 보고 오고 싶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전시회는 경험상 미루면 안가게 되더군요.(먼산) 예외적인 것이 있다면 이전의 고려불경 전. 그건 전공과도 깊이 관련된 거라 호기심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다녀온 경우였지요.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개방, 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 다른 날은 오후 7시까지입니다.(관련 링크)

위에 값어치라고 쓰긴 했는데 원래 쓰고 싶던 단어는 가격 대 성능비였습니다. 기획전이라 입장료가 1만원이나 하는 고로 가격 대 성능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지요. 저야 재미있게 보았지만 '배경'이 없는 사람이라면 재미없을 수도 있는 그런 전시회였습니다. 저 배경이 뭐냐면...


(출처는 위의 링크에 나온 작품 소개. 원본은 Victoria and Albert Museum(이하 VAM)에서 가져온거랍니다.)

이 그림 하나만으로도 다녀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이 당시의 프랑스 그림을 상당히 좋아하거든요. 비슷한 시대의 그림으로 「그네」도 있었지만 저는 이쪽에 더 홀렸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그림임에도,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저 옷감의 질감이라든지 정원의 배경, 손에 들고 있는 책. 으아아아.;ㅂ; 그림에 홀딱 반해서 1만원 입장료가 절대 아깝지 않다고 외쳤으니까요. 이 그림은 비교적 앞에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한 번 둘러보고, 다시 메모를 하기 위해 마음에 드는 전시품 앞을 얼쩡거리는데 이 그림 앞에서 전시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설마 이 블로그에 들어오는 분 중에 있을...까요?;..)

"루이 15세가 누구지? 마리 앙투아네트 남편인가?"
"어, 헷갈리네."

'ㅂ';
옆에서 참견하며 답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여튼 이 것도 포함해서 아는 만큼 보인달까... 그러니까 이런 것도 있었거든요.
 

(출처는 VAM.(링크) Bust - Queen Elizabeth of Bohemia; The winter queen)

보헤미아의 엘리자베스. 이름도 몰랐던 이 흉상이 왜 눈에 들어왔냐면-게다가 좀 나이들어 보이기도 하는데-이 사람의 남편 때문입니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보신 분이라면 조금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독일의 30년 전쟁의 시발점은 선제후 프리드리히가 보헤미아의 왕이 되면서였습니다. 이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고, 오로지 소설에 묘사된 부분만 남아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찾아보시면 되고, 아주 간발의 차이로 역적(?)이 된 프리드리히는 결국 신교와 구교의 지난한 전쟁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찰스 1세의 여동생이자 그 프리드리히의 아내입니다. 이 부부는 나중에 네덜란드로 망명하게 되고 그 자손이 하노버 왕가를 시작하게 된다는 겁니다.-ㅁ-
전혀 몰랐습니다.;
보헤미아의 엘리자베스라고 하길래 그런가 싶었는데 이 사람이 그 프리드리히의 아내로 나중에 후손이 하노버 왕가의 시작이 된다는 걸 읽자 아~ 싶더군요. 만약 『베니스의 개성상인』 을 읽지 않았다면, 떠올리지 않았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이야기입니다. 그런 소소한 재미가 참 좋더란 말입니다.'ㅂ'



(출처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 전시 안내 페이지. 원 출처는 위와 동일)

머스킷(화승) 권총입니다. 음하하하하하하하. 이게 왜 눈에 들어왔는지는 다들 아실겁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이번 전시회에서 그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전시물의 주목도가 관심도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더군요.;


아래는 이하 간단 감상입니다.

- 사진 촬영 금지 그림이 안에 없길래 찍을까 하다가 분위기가 찍을 분위기가 아니라 도로 집어 넣었는데, 나중에 보니 입구에 '사진 촬영 전면 금지' 안내가 있더군요. 하하하; 찍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 오프닝은 찰스 2세의 흉상. 대리석... 오오오오오! 석고와는 달라요, 석고와는! 조명을 받으니 매끈매끈한 것이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고로 미대 입시를 하신 분은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겠다 싶습니다.-ㅁ-;

- 태피스트리도 여럿 있는데 설명에 "17세기 쯤 가장 비싼 회화 방식"이라는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실물을 보고 그 크기를 보고 있자면 질립니다. 게다가 이런 태피스트리를 걸어둘 방을 가지려면 웬만한 재력으로는 안되죠.; 태피스트리는 일단 십자수 완성 후에 같은 그림으로 도전할까 하고 있는 만큼... (...)

- 메디치가의 문장이 그려진 그릇도 있는데, 노랑바탕이라 그런지 저기에 파스타를 산처럼 쌓아 놓으면 맛있겠다 싶더랍니다.(...) 메디치가의 문장에 대한 이미지도 『베니스의 개성상인』 에서 강화된 고로..
그 옆에는 역시 메디치 가의 상아세공잔이 있었는데 만든 사람이 메디치가의 주인(..)이었답니다. 그 당시 귀족들은 소일거리로 이런 걸 만들기도 했다나요. 세공 수준을 보니 잉여력 폭발ㅋ이란 생각이 들던데, 그런 잉여력이 그런 문화를, 그런 문화가 역사적 유물을 만들어 낸 것이겠지요. 돈만 있으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나오고 시간만 있으면 미켈란젤로나 베토벤이 나오는 줄 아는 윗 사람들은 자성합시다.-_-+

-  마리 앙투아네트 책상 상판도 있는데 아... .... .... 이건 직접 보셔야 합니다.; 2D인데 3D로 보여요.

-  실크 물레는...(먼산)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지만, 이것도 반했습니다. 허허허. 교양을 나타내는 물건이라고 하긴 하는데 실제 사용했을거라니까요.

- 그 당시의 포크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이런 류의 커트러리에 반하지 않아 다행이네요. 포크 느낌이 '해골 손가락' 같은 느낌이라..; 하지만 그 옆의 분홍색 티세트는 요즘 나오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더군요. 우왕! 분홍색이 이렇게 예쁘게 나올 수 있다니! (프랑스제) 그 근처에 있던 일본풍 그릇은 일본에서 나올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인데, 그림도 요상합니다. 쥐가 몬스터처럼(마치 오늘 아침에 코일에서 잡은 뭐시기라는..) 보입니다. 하지만 그 커다란 그릇에 음식을 잔뜩 담아 먹는다면..-ㅠ- 상당히 실용적인 그릇이더랍니다.

- 붉은 천을 댄 의자도 있었는데 정말 앉아보고 싶었습니다. 그건 벽장식 패널이 있던 곳에 전시된 작은 의자도 그랬는데, 드레스를 가능한 덜 구기려고 엉덩이 닿는 부분을 작게 만들었나 싶기도 하던데요. 여튼 이쪽도 무늬가 좋았습니다.

- 여기까지 보고 나면 중간에 앉아 쉬는 곳이 있고 사진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벽이 있습니다. 사진은 꼭 보고 가세요. 그냥 지나치려다가 사진과 제가 직접 본 전시물의 색 차이가 너무 커서 안되겠다 싶어 주저앉아 다 들여다 보았는데, 조명의 영향이 상당히 크군요. 허허. 거기에 렌즈를 가까이 들이대고 찍은 사진들도 나오니 제가 눈으로 직접 본 것보다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들을 보고 다시 전시물을 보러 가도 좋겠더군요.
디스플레이는 다섯 개인데, 다 다른 전시물을 소개합니다. 그러니 옮겨가며 보면 됩니다.

- 그 뒤에 있는 토마스 베이커 흉상은 레이스가 대단합니다.-_-;

- 그리고 휴대용 면도세트는 그 방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허허허. 이런 느낌으로 휴대용 티세트 만들어도 좋겠다능~.




한 줄 결론. 만족합니다.+ㅅ+

그리고 혹시 C님(F님)이나 Z님, 보러 가실 때는 지갑 단속 잘 하세요. VAM에서 온 상품들이 출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도 하마터면 머그 세트를 사올 뻔했으나 아무리 예쁘고 아무리 물 건너왔다 해도 머그 두 개에 14만원이라 하면 지갑 사정에 무리잖습니까.;ㅁ; 하지만 88000원짜리 breakfast 세트는 조금 땡겼습니다. 이것도 간신히 반사. 크고 두툼한 찻잔, 찻잔받침, 그 아래 접시의 3점 세트인데 그 정도 가격이면 납득할 수 있지요. 하지만 구입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고요.;
심지어는 3천원짜리 안경닦는 손수건마저도 사람을 홀리더랍니다. 허허허.; 무사히 걸어나온 제가 기특합니다.; 
간송미술관은 지난 금요일에, 국립중앙박물관은 토요일에 다녀왔습니다.

간송미술관에서 10월 31일까지하는 것은 화훼영모대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고 것은 고려불화대전입니다.

간송미술관쪽은 주로 블로그에서의 리뷰가 많아 따로 정보 리뷰를 걸지 않고,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불화대전만 전시개요 정보를 걸어두겠습니다.(링크)



마음에 든 쪽은 고려불화대전입니다. 화훼영모대전도 보았지만 걸리는 부분이 좀 있어서 말입니다.



그림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던가요. 간송미술관의 소장작품을 빼놓고는 한국미술사를 말할 수 없다는데, 이번에 소개된 것 중에도 제 눈(귀)에 익은 화가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밀려서 보는데다가 사전 정보가 적었던 것도 아쉽습니다. 미리 공부를 하고 갔더라면 더 보였을텐데 말입니다.

애초에 간송미술관이 집에서 멀지 않은데도 전시회를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이런 전시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가게 된 것은 '고양이 그림이 많다'는 정보 때문이었지요. 마음에 드는 그림들이 있어서 뇌리에 깊게 남았지만 이번 전시회의 별도 도록 같은 것이 없어서 그 그림들을 되새길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아니, 도록이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장정이..OTL 별로 사고 싶지 않은 수준이더군요.

거기에 전시장이나 전시작품의 보관 및 관리 상태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더 많았습니다. 유리장 안에 넣어두긴 했지만 햇살이 그대로 들어오는 전시장인데다가, 전시작품의 상당수가 보존상태가 걱정되었습니다. 표구를 다시하는 것이 좋지 않나, 아니, 원래의 족자 표구 상태를 남겨 두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까, 보는 내내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조금이긴 하지만 표구에도 손을 대보았기 때문에 이런 문화재를 다시 표구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알지만, 조금 더 본격적(?)으로 관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고려불화대전의 경우엔 일본에서도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그림들이 나온다길래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아침, 9시 오픈시간에 맞춰 갔지요. 여기는 공간이 넓어서 간송미술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람에 밀려 다니는-그래도 제가 간 때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었습니다-일은 덜했습니다. 느긋하게 감상할 수도 있었고요.
전시 작품의 수 차이도 있긴 했지만 간송미술관은 스슥 둘러보고 나왔고 고려불화대전은 감상을 끄적이며 진지하게, 80분 정도 관람을 했습니다.

관심의 차이도 있긴 했을 겁니다. 고려시대의 불화는 정말로 보기 어렵지요. 거기에 불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금 더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 세심한 그림에 홀랑 반했다는 점도 이쪽에 점수를 더 주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도한 전시이니만큼 전체적인 전시수준이 높습니다. 사립미술관과 국립, 그것도 메인 박물관의 차이는 크겠지요. 전시물에 대한 관리수준, 내용 소개 등도 확실히 수준이 다릅니다.-ㅁ-;

- 전시물을 위해 조도를 낮춰놓았다는 것. 그리고 전시품 옆에는 습도조절을 위한 제습제(로 추정되는 것)이 보입니다. 조명도 간접조명이 전부이고요.

- 전시물의 내용에 대한 세세한 설명, 배경 안내가 재미있습니다.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등 불화의 내용에 따라 공간을 배치하고 각각의 그림이 어떤 내용인지,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 소개합니다. 지장보살이나 관세음보살의 옆에 배치된 사물들이 무엇인지도 설명했더군요. 공부를 하고 가진 않았지만 자세히 알려 주어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일일이 적어가며 본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 하지만 정작 제 마음을 가져간 것은 불화가 아니라 불경이었으니.; 처음으로 감지금니경을 보았습니다. 그것도 보존상태가 극상이더군요. 감지금니-쪽으로 물들이고 거기에 금으로 그림이나 글을 쓴 고려 불경은 희귀합니다. 사진으로만 보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실물을 보았습니다. 전시된 고려 불경은 국중에서 관리하고 있던 것도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도쿠가와 미술관에서 온 것입니다. 기억이 맞다면 묘법연화경이었을 겁니다. 그림 수준도 같아 보이고 제목판도 글자가 같아 보이는 것이 국중것과 시리즈가 아닌가 싶었는데 국중 것이 제 43권, 도쿠가와 미술관은 제 4권입니다.

와아.-ㅁ- 절첩장(병풍첩)인 주제(...)에 접힌 부분이 이렇게까지 보존되었다니, 한 번도 안 들여다보았나봅니다. 그러고 보니 국중 것은 표지에다가 1961년에 소장확인했다는 딱지도 붙어 있었지요. 하하하하하하하. 감히 그런 (고귀한) 문화재 표지에다가 딱지를 붙이다니! 흥!

- 여튼 내내 흥분하면서 틀어주는 영상까지도 재미있게 보았더니 전시에 대한 점수가 팍팍 올라갑니다.

- 그리고 도록.ㅠ_ㅠ 비싼 것으로 사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품절이라 주중에나 들어온다고 해서 한 번 더 다녀오려고 생각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수요일에, 안되면 토요일에 다녀와야지요. 그 김에 불경 앞에서 또 한참 붙어 있을테고요.

- 3천원이라는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만 5천원이라는 도록도 덥석 집어 올 생각을 할 정도였고요. 스탬프도 살까 말까 망설이긴 했는데 어떨지는 가서 다시 봐야겠습니다.




고려불화전은 위의 전시개요에도 나와 있지만 몇몇 작품의 전시기간이 10월 말까지입니다. 전시는 11월 21일까지이지만 중간에 이가 빠진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일부러 지난 주말에 시간 내서 다녀온 건데 그러길 잘했습니다.


불화쪽에 관심이 있고 불경이나 불교의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면 괜찮지만, 아니라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절에서 내내 보관하고 있던 문화재를 한 자리에서 비교하며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지만 관심이 없다면야..-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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