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쓰지 유키토의 책입니다.'ㅂ'
(나중에 국립국어원에서 아야쓰지 유기도라고 쓰라고 하면 정말로 화낼 거임....OTL)


도서관에 가서 서가 서핑을 하다가 집어온 책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신간이 들어왔더군요. 요 몇 달 사이 신간 확인을 소홀히했다는게 티가 팍팍 납니다. 예전 같았으면 작가 이름으로 술술 검색해서 찾았을 터인데 말예요.
하여간 부제가 '기형의 존재들'인데다가, 배경이 정신 병원입니다. 총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읽다보면 정말로 정신이 붕괴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아야쓰지가 이런 종류의 글도 잘 쓰지요.ㄱ-;

관시리즈는 피가 난무한다는 것뿐이지, 대체적으로는 무난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많이 죽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잔혹하게 죽지만 그 이유가 나름 붙어 있습니다. 가끔 이상한 이유가 붙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괴기환상계 소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진홍의 속삭임』 같은 건 정말로 이유를 알 수 없어요. 게다가 그 음산한 분위기가 참...ㅠ_ㅠ 괜히 누구씨랑 부부 관계겠냐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부창부수. 어느 부가 먼저 오든 간에 둘의 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참 닮았습니다.


『프릭스』는 그런 의미에서 사람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단편 하나 하나가 다 구멍입니다. 하기야 배경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참으로 정신 없게 만듭니다. 특히 두 번째 단편인 『409호실 환자』는 읽다가 넋이 나갔습니다. 이 중 어느 것인가 골라 잡으세요~★라고 해놓고는 해결은 제 3이었습니다. 하기야 안심하면 안되지요. 이 소설은 모두 주인공인 나, 즉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방심하는 순간 함정에 빠집니다.

읽고 나서 이 책은 도저히 G에게 안 맞겠다 싶어서 고이 집어 들고 왔습니다. 저만 읽어도 충분합니다.


아마 읽고 나면 여기서 언급되었던 『외딴섬 악마』를 다시 읽고 싶어질 겁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닮았긴 닮았지요. 결말은 전혀 다르지만.;


아야쓰지 유키토. 『프릭스Freaks: 이형의 존재들』, 정경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3, 1만 2천원.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이즈미 교카의 단편집이 보이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이즈미 교카는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한국에 소개된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작가의 이름을 들은 것은 하쓰 아키코의 단편집에서였습니다. 옛날 대원에서 냈던 하쓰 아키코-그 때는 하츠 아키코라 표기했습니다-의 단편집 중에 이즈미 교카의 단편을 소재로 한 것이 몇 편 있었습니다. 모란 등롱 같은 건 아마 전설을 차용했을 테지만, 산속 호수의 주인과 제물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즈미 교카의 단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예 하쓰 아키코 원화 전시회 때는 이즈미 교카의 단편과 관련된 것을 같이 모아 두었더군요.(링크)

이 책은 두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제목에 표기한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라는 이야기인데, 「고야산 스님」은 이즈미 교카라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 그대로입니다. 괴기, 기이한 이야기, 설화. 그런 느낌의 이야기더군요.
「초롱불 노래」는 그와는 다릅니다. 어, 이전에 『외과실』에 실린 표제작 「외과실」이랑 조금 닮았어요. 하지만 그보다는 더 극劇적입니다. 이런 느낌의 이야기는 종종 일제시대의 변사풍(!) 소설에서 보는 것 같습니다.

「고야산 스님」은 사카구치 안고나, 일본 괴기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취향에 맞을 겁니다. 이것도 극중 극, 다시 말해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동행자에게 말하는 구조입니다. 스님이 산길을 잘못 들었다가 하마터면 홀릴뻔한 이야기지요.
「초롱불 노래」는 조금 이상한 할아버지 두 사람에서 시작해서 같은 시간, 비슷한 장소에 있는 어떤 떠돌이 악공의 시선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그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고백으로 넘어갑니다. 거기서 고백과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할아버지들의 진짜 모습과 거기서 과거를 고백하는 어느 유녀遊女의 술회로 바뀌지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하나로 겹칩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의 철 없는 것 같은 모습에 투덜대며 보았는데, 읽어갈 수록 절묘하게 배치해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걸 보고 감탄했습니다. 역시 이즈미 교카예요.;;;


이즈미 교카. 『고야산 스님/초롱불 노래』, 임태균 옮김. 문학동네, 2010, 10500원.

번역은 나쁘지 않았는데 가끔 지나치게 친절한 주석이 눈에 걸렸습니다.-ㅁ-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