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오뎅おでん은 어묵으로 바꿔 쓰는 편이지만, 최근에 채다인씨 이글루에서 글(링크)을 하나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묵은 오뎅이나 오뎅전골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이며, 오뎅이는 곤약이나 가래떡, 삶은 달걀, 유부주머니, 무 등등의 다양한 재료가 들어갑니다. 이런 재료가 들어가서 함께 끓인 것을 오뎅이라 일컬으니, 어묵과 오뎅은 바꿔 쓸 수 있는 동의어가 아닌 셈이지요. 그래서 이번 글의 제목은 오뎅을 끓였다입니다.

주중에 G랑 같이 수다를 떨다가, G가 어떤 사이트를 하나 알려주더랍니다. 원래는 G가 인터넷 옷 쇼핑을 하러 들어가는 집이었는데, 그 집 주인장이 부모님들이 파는 어묵 외 오뎅 부재료를 파는 쇼핑몰을 또 연 모양입니다. 다음쪽 검색에서는 잡히지 않던데, 가게이름인 보돌보돌을 영문으로 쳐서 bodolbodol.com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저랑 G랑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주문했는데, 배송비 3천원 포함해서 1만 7천원 어치를 두 번 정도에 나누어 먹은 셈입니다. 한 번 끓여 먹고는 치즈어묵이 남아서 이건 두고두고 먹고 있으니까요.-ㅠ- 마트에서 파는 어묵에 비하면 비싸지만 그래도 사다 먹을만 합니다.

오전 10시 전까지 주문들어온 것은 그 날 주문이 들어가서 그 다음날 배송이 된다던가요? 배송 시스템은 홈페이지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고,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흰색 스티로폴 박스에 냉장포장되어 도착한 게 저겁니다. 아래의 파란색이 냉매, 스티커가 붙은 비닐 봉투는 낱개 주문한 어묵입니다. 맨 위로 보이는 길죽한 것은 달걀 어묵이었을 겁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 아마도 양파 어묵?




주문했더니 이렇게 오더군요. 과립수프형의 어묵스프가 두 개, 그 외에 양파어묵, 순살어묵(아마도), 달걀어묵, 채소어묵이었나. 이것저것 오고 치즈어묵은 대량으로만 팔길래 한 봉지 통째로 구입했습니다.


도착한 것은 냉장고에 넣어놓고 주말이 되기를 기다려, 다시마랑 가츠오부시로 국물을 내서는 어묵을 끓입니다. 이날 잠깐 나갔다 오던 G는 들어오는 길에 아예 곤약을 사오더군요. 곤약은 썰어서 꼬아 데치고, 어묵도 데치고. 거기에 냉동실에 있던 가래떡도 준비하고 국물이 다 되기만을 기다립니다.




G가 사온 고추냉이 마요네즈(큐피)랑, 다마리 간장. 다마리 간장은 예전에 모종의 경로로 구입한 것인데, 더 구입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양파니 과일이니 뭐니를 간장이링 함께 푹 고아서 만든 간장이라는데 그리 짜지 않고 달달한 것이 쓰유 대신 써도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얼음 넣고 저 다마리 간장을 부어서 메밀국수나 소면 찍어 먹어도 맛있다는 이야기이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요리』라는 일본 소설을 보고서야 다마리 간장이 일본 어느 지방에서 내려오는 간장이라는 걸 알았지요. 한국에서야 맛간장에 가까운 느낌으로 쓰는 것 같더군요. 집에서 만들 생각은 차마 못합니다. 만들고 나면 집에 간장 짠내가 엄청 밴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잠시 뒤. G는 OB 라거를, 저는 신세계에서 사온 모 맥주를 따릅니다. 거기에 오뎅 한 냄비 가득!




마튼스 필스너. 신세계에서 2천원하는 맥주입니다. 그러니 다른 곳에서는 더 쌀지도 몰라요. G가 같은 크기의 오비 라거를 1980원인가, 그정도에 샀다고 하니 가격차이도 별로 안 납니다. 맛도 괜찮고요.

홀짝홀짝 맥주를 마시면서 어묵을 먹습니다. 곤약보다는 어묵이랑 가래떡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가래떡 두 개 넣은 것도 제가 홀라당 다 먹었고, 어묵은 종류별로 하나 이상씩 먹었습니다. 먹어보니 양파어묵은 말랑말랑 부드럽고, 달걀 어묵은 이보다는 단단하더군요. 치즈어묵은 시판 어묵과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싶었고요.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저 국물에 우동 삶아 먹어도 맛있었을 텐데, 배가 불러서 거기까지는 못했습니다. 조금 아쉽네요.


오뎅을 자주 해먹는 건 아니니까 생각날 때 이렇게 멀~리서 부산오뎅 주문해다가 해먹는 것도 괜찮습니다. 거기에 TV 틀어 놓고 노닥노닥 하며 먹는 거라면 더더욱. 이럴 때는 점심 시간을 길게 잡으셔도 좋습니다.-ㅠ-


조림이라기엔 색이 하얗지요. 하지만 제 입맛엔 이정도가 딱이었습니다. 당근 큰 것으로 하나, 감자 두 개, 곤약 작은 것으로 한 팩, 몇 그램인지는 잊었지만 닭가슴살 3500원어치. 거기에 교토에서 사온 엷은 간장 2큰술, 양조간장(진간장) 한 큰술. 근데 G는 이걸로는 간이 안된다며 간장을 찍어 먹더랍니다. 이미 솔솔히 간이 배었는데도 말이죠.

밖에 나가서 먹는 음식은 덜한데, 집에서 먹는 음식은 저랑 G랑 간이 굉장히 안 맞습니다. 저는 간을 한 듯 안 한 듯 슴슴한 맛을 좋아하고 G는 간간한 맛을 좋아합니다. 아, 정정합니다. 집에서 '제가 만드는'(...) 음식을 기준으로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것은 슴슴과 간간중에서 간간에 가까운데 저나 G나 별불만 없이 먹거든요. 제가 만드는 음식은 묘~하게 제 입에 맞춰 간이 안된단 말입니다.'ㅂ'; 달걀프라이도 제가 만들 때는 소금 안 칩니다. 치지 않아도 달걀 노른자가 짭짤하니 맛있지요.-ㅠ-

여튼 집에서 이런 조림음식이나 전골을 할 때는 그런 특징이 더 합니다. G는 소스를 듬뿍쳐서 먹고 저는 살짝 먹거나 희석해서 먹고.



그렇지만 이번 주말에 만들 음식은 간이 제대로 들어가는 거라.-ㅠ- 닭고기 듬뿍 들어간 카레를 만들까, 아니면 칠리를 만들까, 아니면 미트소스를 만들까 고민중입니다. 어느 쪽이건 고기고기고기! (...) 체력 보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ㅠ-


반찬이 아니라 본식이었습니다. 왠지 충격과 공포...?;


애초에 만들려고 했던 것은 카레 칼국수였습니다. 그런데 슈퍼마켓에 갔더니 칼국수는 2인분 이상만 파네요. 혼자 먹을 건데 칼국수 많이 사봐야 뭐합니까. 다른 국수를 쓸까 고민하던 와중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으니 실곤약. 그렇지 않아도 카레에 곤약을 넣을까 고민했는데 이걸 넣으면 한 방에 해결되네요. 그래서 국수 대신 실곤약을 사옵니다.

먼저 어묵을 끓는 물에 데칩니다. 왜 어묵이 들어갔냐면 제가 먹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어묵전골과 카레의 절충점이 이런 음식을 낳은 것이죠.-ㅁ-;
어묵을 다 데치고 나서는 그 물에 실곤약도 넣어 데쳤다가 건집니다. 이 둘은 따로 그릇에 담아 둡니다.
양파 하나를 썰어 볶습니다. 달달달달 볶아서 어느 정도 익었다 싶었을 때, 그 전주에 만들었던 실패작 하야시소스에서 건더기만 건집니다. 소스는 너무 짜거든요. 건더기만 대강 건져-특히 콩을 중심으로 한 것은 다 건져 프라이팬에 넣습니다. 그리고는 딸려온 하야시 소스가 잘 섞이도록 뒤적뒤적 저어주고 여기에 어묵과 실곤약을 넣어 한데 섞습니다. 다 섞였을 때 카레가루 한 큰술을 물에 개어 뿌립니다. 물에 개어주는 건 카레가루가 뭉치지 않고 고루고루 퍼지라고 그런겁니다.'ㅂ'

그리고 완성된 것이 저것. 의외로 맛있었습니다. 밥반찬으로도 괜찮겠지만 그냥 먹어도 맛있네요.-ㅠ- 그래서 만든걸 혼자 홀랑 다 먹었습니다. 하하하.;

그리하여 이번주에도 어묵곤약 카레를 만들어 먹을 생각에 들떠 있지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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