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같은 음식이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그러니까 엊그제, 조나단님 이글루에서 고기를 듬뿍 써서 고기 파티(신심깊은 저녁식사)를 벌인 걸 보고는 홀딱 넘어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칠리를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였지요. 이거다 싶어서 G를 꼬셔 코스트코에 가서 이것 저것 살 때 고기를 들고 왔습니다. 다진 고기 1.2kg에 17000원 정도였습니다. 팩마다 조금씩 가격이 달라서 제일 가격 낮은 걸로 골랐지요.-ㅁ-; 근데 사고 보니 분량이 꽤 많아서, 돼지고기를 섞지 않고 쇠고기만으로도 충분히 만들겠더군요. 하지만 결론은 ...(먼산)

금요일 저녁 때부터 칠리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 사진은 안 찍었고 최종 완성물도 저만 먹을 수 있는 것이 나왔습니다. 참조한 요리책은 『차유진의 테스트키친』. 문제는 뭐였냐면, 미리 재료를 다 계량하라는 것을 밀가루 계량해두는 걸 잊어서 밀가루를 안 넣었고, 칠리 대신 고춧가루를 조금 넣는다는 걸 빼먹었다는 거죠. 끄응. 제멋대로 요리하기의 함정이 발동한겁니다.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니 결과물이 제대로 나올리가 없지요. 그래도 저는 먹을 수 있으니 상관없습니다. G는 먹으면서 고기냄새가 심하다고 투덜대더군요. 게다가 고기가 뻑뻑하다고요.




고기가 뻑뻑하고 퍽퍽한 것은 재료의 문제도 있습니다. 쇠고기만 넣어 만들었더니 양파가 아삭하게 씹히는 맛도 없고 돼지고기가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촉촉한 맛도 없고. 뭐, 저야 고기를 좋아하니 이런 단단한 고기맛도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맛있다고 대접할 맛은 아닙니다.(...)

토요일 아침에는 칠리 만들고 남은 고기를 몽창 써서 미트볼이랑 고기완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릇에 고기를 담고 그냥 주물럭 거리다가 끈적해지면 동그랗게 빚습니다. 만드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더군요. TV를 보면서 대강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이걸 프라이팬에 굽고, 갈색이 났을 때 꺼내서, 프라이팬에 토마토 통조림 한 캔을 넣고 끓입니다. 토마토가 적당히 졸아들면 고기를 넣고 끓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어제 만들었던 칠리를 통째로 쏟아붓고 또 끓입니다.




고기 만세! (...)



주말 동안 감기랑 마법으로 인한 체력 저하는 고기 덕분에 그냥 저냥 버틸 수 있었나봅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운동하면서 역시 체력인지 기력인지가 떨어진 것 같다고 투덜댔지...ㄱ- 남은 고기로 열심히 보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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