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말이었던가, 부모님이 시골에 내려가셔서 감 6박스(였다고 기억합니다;)를 따오셨습니다. 시골 숙부 댁에 감나무가 세 그루 있는데, 백부랑 아버지랑 같이 내려가서 감 따기를 한 모양입니다. 부모님이 감을 좋아하시니 백부가 잔뜩 챙겨주시기도 해서 여섯 박스나 챙겨온 것인데 물렁감이 아닌 땡감입니다. 당연히 그냥 먹을 수는 없고 처리를 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지요.
집에서 감을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이번에는 감식초도 도전해보시겠다며 한 병 담으셨습니다. 다른 두 가지는 곶감과 감 익히기고요. 감 익히기는 단감으로 약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번엔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당장 먹을 것만 몇 개 대야에 담아 이불로 둘둘 말고 전기장판으로 보온했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그냥 상자에 담아 베란다에 내놨고요. 이게 대략 한 박스일겁니다. 나머지 다섯 박스는 모두 깎아서 곶감을 만들었습니다. .. 그렇습니다. 다 깎았다니까요.;ㅂ; 저야 몇 십 개 깎는 정도였지만 어머니는 룰루랄라 신나게 감을 깎아서 곶감으로 만드셨습니다. 나중에 대강 세어보니 3접. 깎은 것만 270개가 넘었습니다. 단감 한 박스도 안 세었고 감식초 만든 것도 안 세었고, 그 전주에 한 박스 받은 감도 안 세었습니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에 놔두면 금방 곰팡이가 피니 햇살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둡니다. 집에서는 베란다라고 해도 해가 내내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니니 걱정했는데 생각외로 잘 말랐습니다. 감을 까서 말리는 동안 비가 오지 않았던 것도 크게 도움이 되었지요.
그랬는데, 지난 일요일에는 잠깐 날이 흐렸습니다. 비 예보도 있어 어머니는 집안에 감을 들여 놓았습니다. 빨래방이라 부르는 뒤쪽 베란다-세탁기가 설치되어 있고 저녁 햇살이 쨍쨍하게 잘 들어옵니다-에는 이미 다른 감들이 걸려 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시려나 했더니...............


사진 분위기가 어수선하지만, 일단 이렇게 말렸습니다. 감 꼭지를 다 줄로 묶어 둔 상태라 저렇게 걸어 두셨더라고요.



그 며칠 사이에 표면이 이렇게 잘 말랐습니다. 이쯤이면 반건시가 될까 말까한 상황입니다. 먹어보면 아직 떫은 맛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말리면 속이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반건시가 됩니다. 더 말리면 쫀득쫀득한 곶감이 되고요. 잘 만든 곶감은 표면에 하얀 분이 묻어 있습니다. 속에서 올라온 단맛일겁니다. 감꼭지를 누르고 조물조물 만져서 납작하게 모양이 잡히면 봉지에 몇 개씩 담아 냉동실에 넣어둡니다. 그럼 겨우내의 유용한 간식이 되는 것이죠.

말은 그리하지만 겨울철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아이스크림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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