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앵초라던데...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앵초하면 항상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세가지 수수께끼』가 떠오릅니다. 앵초를 처음 알았던게 그 소설이니까요.)

 
결혼 못하는 이유. 이 모든 것은 G 때문이야!(...)



부모님이 안 계시는 동안에는 G랑만 있다보니 충돌도 잦습니다. 물론 서로 속으로만 꾹꾹 눌러 삼키고 있을테지만, 저는 제가 결혼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G와의 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로요.

그러니까 이런 것.
결혼생활도 독립해서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도 모두 공동생활입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동안 G와 지내는 것도 공동생활입니다. 형제니까 이런 경우는 비교적 집안일을 같이 나누게 되지요. 아직 고등학생일 때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그 때부터 일은 반씩 나눴습니다. 설거지와 빨래는 제가, 청소와 밥하기는 G가. 이렇게 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보니 G는 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네요. 혼자 먹으면 설거지는 본인이 해야하는데 싱크대에 올려놓은 채 미뤄두고, 빨래는 여전히 제가 하며 청소도 종종 제가 합니다. 물론 제가 없을 때 빨래를 넌다든지 갠다든지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는 불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

G는 2박 3일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아침도 대강 해결하고 점심 때가 되어 집에 들어왔습니다. 어제 만들었던 카레를 주고 밥을 꺼내 데우고 해서 간단히 점심상을 차렸습니다. 점심을 다 먹고 나니 배가 부른지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뭐하나 했더니 플래시 게임을 하네요. 게임에 열중해서 설거지 거리를 싱크대에 담가둘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후식을 먹으며(G는 안 먹겠다고 했음) 기다렸는데 안 움직입니다. 별 수 없이 다 들고 가서 설거지를 합니다.
출장을 다녀왔으니 빨랫감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더웠기 때문에 모두 다 빨아야 한다고 아까 그러더군요. 빨래를 내놓으라 했습니다. 외출중이신 부모님도 저녁 때 돌아오시면 세탁기를 돌릴테니 그 전에 빨래를 해서 널어 두어야 일이 쉽습니다.(하지만 G의 머릿속엔 이런 내용이 없나봅니다) 빨랫감을 내놓으라 했더니 알았다면서 여전히 컴퓨터 앞. 마음이 급한 제가 G의 캐리어를 열자 마음대로 자기 가방을 뒤진다며 불평합니다.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것을 꾹꾹 눌러참고 챙겨서 세탁기를 돌립니다. 다 돌아가기 전에 널어 놓은 빨래를 걷어 개고, 서랍에 넣어야죠.
청소기는 아까 오전에 다돌렸습니다.

평일에 부모님이 안 계신 경우엔 불만도가 더 올라갑니다. G보다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니, 퇴근한 뒤의 집안일은 제 차지입니다. G가 야근 빈도가 높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청소기도 제가 돌리고 빨래도 제가 하고 빨래 개는 것도, 집 정리하는 것도 제가 하고 나면 뿔이 솟습니다. 
G는 일주일에 세 번 도시락을 싸갑니다. 전날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주시고 그 다음날 집을 비우실 경우, 내놓은 도시락을 출근하기 전에 설거지하는 것도 접니다. 설거지 하지 않으면요? 그야, 그대로 내버려 두겠지요.-_- 어차피 어머니 안 계시면 도시락도 안 싸가니 말입니다.
(몇 번인가는 제가 싸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걸로 화가 나서 투덜거리면 내버려 두라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집안일 할 것 놔두면 자기가 하겠다나요. 음, 50%만 믿습니다. 기억나면 하겠지만 안 나면 안 하겠지요. 물론 시켜두면 하겠지만..-_- 아침에 출근하기 전 집안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잖아요?


이게 만약 배우자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까지 생각하고 났더니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더랍니다. 어머니는 이걸 모르시지요. 저 혼자만을 위해서 집안일을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른 사람의 집안일까지 해줘야 한다는 건 싫습니다. G와의 경험상, 그리고 제 성격상 일 시키기보다 직접 하는 쪽이 마음 편하니까 일이 줄어들 것 같진 않더군요.





덧붙임.
... 토요일 낮부터 화가 치솟아서 가라앉힐 겸 썼는데 쓰다보니 열이 배로 나네요. 하하하.;ㅂ; 

덧붙임2.
살짝 도끼병이 있는지라..-ㅁ-; 하지만 최근 직장동료 셋에게서 결혼 관련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서로 연계가 없다면 없는 사람들인데. 미혼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아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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