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을 넘어서 이게 몇 번째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가끔 이 책이 확 땡기는데, 이 번에는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을 읽다가 비슷한 거리를 다루고 있는 『신참자』가 떠올라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습니다. 이 책도 구입하고 싶은데 집에 보관할 자리가 없어서 미루고 있지요. 이건 구입하면 집에 보관해야 하는 책이라 더 망설이는 겁니다.

그나저나 책을 읽다가 번역이 툭 걸리는 경우는 처음 읽을 때보다는 두 번, 세 번째 읽었을 때 더 잘 보입니다. 첫 번째는 빠른 속도로 휙 읽어나가서 신경 못쓰는 부분도, 그 다음에 읽을 때는 조금 찬찬히 읽다보니 보이나봅니다. 이번에 걸린 부분은 사거리.

보통 광화문사거리, 보신각사거리라고 부르지 네거리라고는 안하잖아요? 큰 길뿐만 아니라 골목길도 보통 사거리라고 부르지 않나요. 물론 이게 한자 숫자에 익숙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사거리가 아니라 네거리라고 적었더군요. 틀린 표기는 아닌데 문득 헷갈리더랍니다.;



그나저나 가가 형사 참 멋있긔...;ㅂ;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형사도 멋지지만 이 아저씨는 최근에 나온 책에서 너무 굴렀습니다. 고생을 많이 한데다가 그게 참 .. 삐 ... 해서 가가 형사에 대한 호감도가 더 상승했어요. 그것도 참 신기하지요.-_-;


히가시노 게이고. 『신참자』, 김난주 옮김. 재인, 2012, 14800원.


그나저나 가가 형사 시리즈도 읽다보면 가해자에게 묘한 연민을 품게 된단 말입니다......
첫비행님께 말씀드렸지만, 이번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는 읽고 나면 도쿄 여행이 땡깁니다. 그것도 서편이 아니라 동편, 정확히는 시타마치라 불리는 에도의 옛 서민 거주구역 쪽 말입니다.  그래서 일본여행 유혹에 대한 역치값이 낮은 분들은 이 책을 보다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도쿄랭 항공권을 끊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합니다.
일본 동쪽, 아직 전통적인 일본 분위기가 살아 있다는 마을 닌교쵸(人形町)의 어느 가게에 형사들이 찾아옵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조사를 나왔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당시 어떤 사람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러 왔다더니, 찾아온 '형사 같지않은 형사'는 소소한 일상 미스테리를 해결하고 갑니다.

자아 . 여기부터는 상당한 내용 폭로가 있으니 접어둡니다. 이 책은 단편 모음, 혹은 연작 단편집 같아보이지만 그리 단순하진 않습니다.



유명 탐정들이 독신이라는 설에 대해 잠시.-ㅁ-;
엊그제 운동 나갔다가 문득 떠올렸는데 말입니다. 셜록 홈즈도 독신, 마플 여사도 독신, 에르큘 포와로도 독신. 파일로 밴스도 독신, 엘러리 퀸은 결혼했지만 은퇴한 뒤의 결혼이었습니다. 조르주 경감도 독신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대체적으로 탐정이나 형사들은 가정을 이룬 경우가 많지 않은 걸로 기억합니다. 아니면 최근 나오는 소설들에서처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거나 말입니다. 그것도 나름 신기하군요...;;
그러고 보면 제가 집에 두고 있는 추리소설 시리즈는 엘러리 퀸, 캐드펠 수사님, 파일로 밴스이니 다 독신입니다. 물론 캐드펠 수사님은...(이하생략)
아주 오랜만의 책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도서관도 자주 안 갔을 뿐더러 입맛에 맞는 새 책도 별로 없었지요.
.... 이것은 새빨갛지는 않지만 붉은 색의 거짓말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에 갔고, 그 와중에 가가형사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부터 일곱 번째 이야기까지도 다 읽었으니까요. 핫핫핫.
2월 중에 올렸어야 하는 감상이 이제야 올라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습니다. 집에 대한 이야기인데다 도서관 서가에서 훑어보니 재미있는 관점에서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요약하면 서양의 아파트와 한국의 아파트는 이미지가 다르다. 서양은 산업혁명 이후, 시내 중심부는 빈민촌이나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으며 부유한 사람들은 거의가 외곽으로 빠져 살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하여 아파트는 돈 없는 사람들의 거주 시설로 자리를 잡았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바라보는 아파트와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고층아파트는 부유층을 위한 거주공간의 느낌이지요. 대표적인 것이 타워팰리스.

이 책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앞으로 고층 아파트보다는 고급 맨션 같은 것이 더 인기를 끌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옛 단국대학교 자리에 드러서는 초 고가 맨션이지요. 제가 어렸을 적부터 그런 류의 맨션에 약간의 환상을 품고 있었던 것도 맨션을 옹호(?)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독신세대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이들은 적은 평수의 아파트를 선호할테고요.(저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적은 평수의 집을 좋아합니다.-ㅁ-)

이 외에도 혼수를 장만할 때, 남편을 위해서는 대형 TV나 서재를 만들고 여성을 위해서는 집안일을 돕는 가전제품을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내를 위한 책상이라. 여성을 위한 책상을 혼수로 들고 간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딱 한 번 들어보았습니다. 대개 혼수를 장만한다 하면 TV, 냉장고, 청소기, 세탁기 등을 들지 책상을 장만했다는 것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 딱 한 번은 제 주변 사람 이야기고요. 혼수 장만할 때 자기는 다른 건 다 필요 없으니 뷰로만 있으면 된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가구 장만하면서 뷰로를 같이 사셨다던가요. 뷰로가 뭐냐면 뚜껑달린 책상입니다. 뚜껑을 닫아두면 그냥 서랍장 같지만 뚜껑을 열어 고정시키면 책상이 됩니다. 골동품 가구로 종종 등장하는데 저는 광활한 책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뷰로는 고등학교 때 이후로 그저 아련한 로망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이야기가 엉뚱하게 튀었는데, 혼수 장만이나 집안의 부엌 배치 등에 따른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단, 재미있는 부분은 딱 거기까지였고 그 뒤는 그냥 훌훌 넘겼습니다.;;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은 읽고 나서 보니 작년에 개봉한 「줄리 & 줄리아」의 그 줄리아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프랑스 요리의 대모로 불리는 줄리아의 자서전이고요. 공저자는 조카 손자(여동생의 딸의 아들)로, 줄리아의 구술에 따라 조카 손자가 썼습니다. 폴리아(폴(남편) + 줄리아) 사이에서는 아이가 없었고요. 읽다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르 코르동 블루의 초창기 모습도 있는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저 학교가 지금은 어떤가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현지에서의 지명도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네요. 도쿄 르 코르동 블루는 책이 취향이라 예외고요. 베스트홈에서 낸 사브리나 시리즈는 도쿄 르 코르동 블루에서 쓴 겁니다.'ㅂ'

보다보면 자기 중심적인 시선이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자서전이라 그런 부분도 있겠지요. 줄리아 본인이 아흔 넘어서 사망했고 그녀랑 사이가 좋았다 나빴다 했던 여러 인물들도 그 전에 죽었을터이니 괜찮지만 만약 죽기 전에 이 책을 봤다면 대판 싸움이 났을겁니다. 핫핫핫.
그냥 가볍게 볼만한 이야기.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의 모습, 그리고 매카시즘에 휘둘리는 미국 외교계의 모습도 보입니다.


「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은 이전에 읽다 던져버린 「다즐링 살인사건」의 후속작입니다. 레이크 에덴처럼 코지 미스터리로, 세간에서는 노처녀로 불리는 30대 중반의 미혼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아직까지는 초반이라 연애 라인 약합니다. 하기야 레이크 에덴은 로맨스 미스터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정도로 연애가 중심이죠.

이 책은 앞 부분만 조금 보아도 누가 죽을 것인지, 누가 범인인지, 범인으로 몰릴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살인사건이 나기 전에 이미 알아버린다니까요. 그래서 지난번에 그런 글을 썼던 것인데, 막상 보다보니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범인을 몰아서 자폭(?)하게 만드는가가 이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T모씨와의 관계 개선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가 촛점이기도 하지요. 그 T모씨처럼 성깔 있는 분이 참으로 좋습니다. 후후후후후후후.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로 자주 등장하셨으면 합니다. 담당 분야(?) 때문에라도 그럴 것 같지만 말입니다.

「다즐링」에서는 못 느꼈지만 각 등장인물의 그림이 선명합니다. 가끔은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고요. 레이크 에덴보다도 가볍게 볼만한 추리소설이고, 차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들여다 보셔도 ..... .... 아니,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차를 좋아하셔서 기본 지식이 있으시다면 붙어 있는 이런 저런 설명 및 안내 및 주석에 닭살이 돋을지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네 권은 일주일만에 다 보았습니다. 네 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붉은 손가락」. 장편이지만 내용은 길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부분을 보다보면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치고 싶을 정도로 열 받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뒷부분의 해결이 맛깔납니다. 오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어! 하지만 저런 자식을 둔 죄로 끝까지 마음 고생을 하는 부모님께는 고개 숙일 수 밖에 없군요. 참으로 안되셨습니다.
이 책의 반전은 뒷 부분의 마지막 몇 장이고, 그 반전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어쩐지, 앞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왜 그러나 했더니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군요.'ㅂ'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내가 그를 죽였다」는 엘러리 퀸보다 더 합니다. 범인이 누군지 답을 주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직접 맞춰야 합니다. 뒤에 해설편이 실려 있어서 그것을 보면 대강 알 수는 있지만 그래도 범인이 누구라고 속 시원히 가르쳐주진 않습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해설편을 보고 확실히 알았습니다. 본편을 볼 때도 대강 짐작은 했지만 그게 힌트가 된 시점에서 범인은 그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왜 그 사람이 죽였는가에 대한 당위는 되지 않는걸요. 뭐랄까, 살의가 일었다는 것은 알지만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건 좀. 차라리 다른 쪽이 범인이라면 죽일만한 사유가 있지만, 다른 사람이 범인이라면...? 혹시 암초를 폭파시켜 버린 것일까요. 자신의 위치가, 그런 것이 폭로되었을 때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 그런가요. 범인의 동기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를 죽였다」의 범인은 쉽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범인이 아님이 최종적으로 밝혀진 누구도 미수로는 잡힐 수 있겠네요. 그렇게 되려나아..?
이 책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코드가 있기 때문에 보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단편집입니다. 그리고 「잠자는 숲」에서도 등장한 발레가 소재인 단편이 들어 있습니다. 맛보기 수준이고 이전 이야기와는 거의 연계가 없기 때문에(가가 형사가 왜 발레에 관심을 두었는지 정도만 연계라고...;) 기대는 하지 마세요. 이 책에서는 가가 형사의 무서움을 직접적으로 맛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경계를 하든 말든 자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잘 잡고 있다가 확 빼면 상대방이 발라당 넘어진다. 그런 느낌으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가가를 상대해야하는 범인들은 대개 나름의 사정이 있지만, 그래도 안 됐다는 말은 못합니다.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짓은 하면 안되죠.

가가 형사도 지금 돌이켜 보면 볼만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맨 마지막 책인 「붉은 손가락」덕분입니다. 마지막 권의 결말이 마음에 들어서 시리즈 전체에 대한 호감도가 확 올라갔지만 다른 책은 두 번 읽기도 버겁습니다. 특히 「악의」는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확 돋습니다. 그 책에서는 가가형사도 아직 경험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니 「붉은 손가락」에서 등장하는 누군가와 살짝 겹쳐지기도 하고요. 흠. 자네는 아직 따라갈려면 멀었지만 말일세.


... 다 썼다고 만세를 부르려고 했더니 「인질 카논」을 빼먹었군요.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가장 최근 두 책 모두 구입했습니다. 「인질 카논과」「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 「오늘밤~」을 먼저 구입했지만 손이 가질 않아서 「인질 카논」을 먼저 봤습니다. 교보에서 책 소개한 것을 보고는 이거 괜찮겠다 싶었거든요.

「인질 카논」은 「이름없는 독」이나 「쓸쓸한 사냥꾼」과 비슷한 일상 생활에서의 사건에 대한 기록입니다. 단편 소설이고 연작은 아닙니다. 첫 번째 단편이 마음에 들어서 죽 읽어 내려갔는데 몇몇은 어떻게 보면 시시하고 허무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몇 있더랍니다. 그 중 가장 취향에 맞았던 것은 '팔월의 눈'. 단편 중 그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군요. 「쓸쓸한 사냥꾼」이나 「마술은 속삭인다」에서도 등장했지만 학교폭력 및 집단 따돌림 이야기가 소재입니다. 하지만 그 소재 때문에 기억에 남은 것이 아닙니다. ㄱ모 소설이 오버랩되어 그랬던 거지요.
보다보면 「대답은 필요없어」도 떠오르는게, 1996년도에 나와서 그 즈음이나 이후의 책들과 겹쳐보이는 것이겠지요. 가볍게 볼만합니다.



서윤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궁리, 2003, 12000원
줄리아 차일드,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이룸, 2009, 13700원
로라 차일즈, 「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 파피에, 2010, 11000원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붉은 손가락」,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09, 1만원-12000원
미야베 미유키, 「인질 카논」, 최고은, 북스피어, 2010,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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