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여행 다녀오기 전에도 그랬지만 다녀온 뒤에도 푹 가라앉아 있네요. 그런 고로 아래는 지독한 헛소리 넋두리입니다.



요 며칠 머릿 속을 맴도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조금은 종교적인 것인지도 모르지만. 지금 읽고 있는 「지의 정원」에서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 될 것이라고 알고 있으면서) 남에게 탐심, 욕심, 질투를 불러 일으키는 일은 죄야."

'자랑을 해서 남에게 질투나 선망 같은 부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일은 죄'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 주 전에 있던 대화 때문에 제 마음 속에 자리잡은 말인데, 아마 우울의 원인 중 하나는 이걸 겁니다. 남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과, 저 경구가 충돌해서 생기는 정신적인 괴리랄까요.(먼산)
그래서 그런지 블로그를 때려 치울까란 생각도 조금..-_-;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제가 블로그에서 이야기를 풀지 않으면 어디 담아 둘 곳이 있겠습니까. 일기장도 한계가 있고 말입니다.

자신을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끌고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잠시 한 눈을 팔고 있다보면 흐느적 거리며 축 늘어져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우울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성격 나쁜 것도, 주변 사람들(특히 상사)와 종종 충돌하는 것도 자괴감의 한 원인이 되고 말입니다.

그저 가라앉아 있어서 써보았습니다. 프로젝트 막판에, 다 뒤집어 엎고 쉬운 길을 가서 여기 서 있지만, 그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겁니다. 그 사실을 옆에서 지적당해서 등 뒤에 칼이 박힌 느낌이기도 하고요. 케세라.



다음 프로젝트 나가는 것을 할 수 있을까요.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것은 제 개인적인 욕심이 강합니다. 지적허영이 강하기 때문에, 자존감을 세우고 싶기 때문에, 갖고 싶기 때문에 발을 들여 놓으려 합니다. 하지만 거꾸로 제가 빈털털이라는 것을 보여주게 될까 두렵습니다.

선택이란 항상 힘들지만 이번에도 참 힘드네요.




불혹이 될 때까지의 목표를 어른이 되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종심소욕불유구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아니, 그건 공자도 한참 뒤에야 성공했던 것을요. 아직 그 나이의 반도 가지 못한 제가 감히 입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후회를 조금 덜 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침착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진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려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될 수 있겠지요.



덧붙여, 제목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 정한 것은 정말로 잊고 싶지 않은 것을 적기 위해서였는데, 글 쓰다가 까맣게 잊었습니다.


잊지 말 것.

너는 인류 중 선택받은 1% 안에 들어간다는 것을 말야. 그러니 지나치게 욕심 부리지 말아. 지금의 너로도 만족하는 법을 배우도록 해. 물론 불만은 네가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뿌리가 썩어버려. 그러니 너에 대한 불만은 적당히 남기고 나머지는 버려. 그리고 그 99%에 대한 것을 잊지마.


글을 쓰려고 임시저장 글을 꺼내놓고 보니 마침 어제 빌린 책이 초콜릿과 관련있는 책입니다. 초콜릿 학교와 린다 콜리스터의 베이킹 바이블. 린다 콜리스터의 베이킹 바이블은 유럽 브런치 스타일과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빌려봤고, 초콜릿 학교는 책을 찾으러 가던 길에 서가에서 눈에 들어와 홀랑 집어 들었습니다.
(지금 더 찾아보니 이끼북스에서 올 한 해 동안 낸 책 중에 찾아보고 싶은 것이 몇 더 있습니다. 도서관에 홀랑 신청해야죠.-ㅠ-)


그날은 왜 그랬는지 몰라도 갑자기 초콜릿이 마구 땡기더랍니다. 아니, 지금은 그 이유를 대강 알지요.
하여간 슈퍼에 들어가 어떤 것을 집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가격표가 안 붙어 있던 초콜릿을 발견하고는 집어 들었습니다.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야 저는 브랜드 선호도-정확히는 호불호가 아주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입니다. 롯데과자는 가능한 집어 들지 않으며, 농심도 그렇습니다. 기왕 있다면 다른 회사의 제품을 집지요. 하지만 초콜릿을 선택할 때는 그게 힘듭니다. 가나초콜릿 쪽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집는다면 만만한게 허쉬인데, 허쉬는 뒤집어 보면 수입원이 롯데입니다.(먼산) 허쉬 초콜릿을 다 빼고 나면 남는 것은 킷캣(키커)정도인데 이날은 마침 킷캣도 안 보이더군요. 슬퍼하며 고른 것이 저 수입 초콜릿과 스니커즈, 트윅스였습니다. 저게 아마 4천원 가까이 나왔을겁니다.

11월의 憂鬱海는 올해 얕은 편이었지만 12-1월, 그리고 내년 초가 더 무서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한밤중에 초콜릿 폭주를 한다 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먹는 것으로 폭주하기보다는 보는 것으로 폭주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앞서 이야기한 책들이라든지, 말입니다. 요즘 가장 많이 읽는 책이 요리책, 혹은 음식을 주제로 한 책이라는 것으로도 반증됩니다.

트윅스는 지나치게 달았고 스니커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처음 먹어보는 저 아몬드 초콜릿은 오독오독 아몬드가 씹히는 것이 좋았지만 역시 밀크초콜릿이라 달았습니다. 하지만 그 달달함을 통해 삶의 위안을 얻는 것이 아닐까요.

조앤 해리스의 초콜릿을 더 볼지, 아니면 블랙베리 와인을 빌려올지 조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언젠가의 트와이닝 얼그레이. 홍차를 홀짝임 <양의 눈물>을 보고 있었습니다. 간만에 보니 상당히 산만한 만화로군요.-ㅂ-;


봄은 봄인가봅니다. 어머니는 오늘 입춘이라며 나가셨고 아버지는 봄맞이 건축박람회에 다녀오신다며 훌쩍 나가셨습니다. 그러고는 두 분은 지금까지 연락 두절. 간만의 데이트를 즐기고 계시려나요?
그 와중에 딸래미는 이유를 알 수 없는 - 이 아니라 이유가 너무 많아 해결이 힘든 기분저하로 우울해에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일단은 시간이 지나서 마법이 끝나야 하고, 식이 조절을 하든 운동을 하든 해서 몸 부피를 목표 수준으로 돌려야 하며(35까지 53이란 목표;), 밀려올 업무와 밀려올 과제와 보고서를 무사히 헤쳐나가야 합니다.

이런 때 느긋한 티타임이라도 즐기면 좋으련만 그것도 힘듭니다. 지금 밀가루 금식중이거든요. 그러니 떡이나 튀밥(쌀뻥튀기)으로 티푸드를 해야겠지요. 슬프게도 집 주변에 튀밥을 파는 곳은 없으니 떡을 먹어야 하나 싶지만 시판 떡은 제겐 조금 많이 답니다. 거기에 머릿속을 왔다갔다 하는 것은 THE 라멘에서 본 일몬 라면.;

누구 말마따나 요리를 하면 머리가 맑아질테니 내일은 재료를 사다가 채소수프를 만들어야겠습니다. 간식이 먹고 싶고 입이 심심할 때는 채소수프를 먹어야지요. 100% 채소만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든든할테니까요. 기분 저하는 제발 오늘만으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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