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요약. 초대권으로 갔더니 볼만하더군요.

다시 말해 1만 5천원을 주고 보았다면 조금 미묘했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그림은 많은데 취향의 그림이 없었다는 것이 큰 문제였지요. 게다가 매번 미술전 보고 깨닫지만 전 취향이 확고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건 질색하는데 오르세전은 아무래도 한국인에게 널리 인지된 작가들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이 많더랍니다. 미술교과서에 많이 실린 화가들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하하하. 지금 교과서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제 취향은 단호합니다. 인상파는 아니거든요. 지난번의 미쓰코시 미술관에서 보았던 전시회는 홀딱 반했으니 절대적으로 영국파, 그것도 V&A파입니다.-ㅁ-; 현대미술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흐나 고갱의 그림은 무겁다고 느낍니다. 그러니 오르세미술관전을 보러 가서 마음에 들었다고 하면 그게 또 희한한 거죠.;
이 부분은 확실히 저나 G나 취향이 비슷합니다. 둘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으로 찍은 것이 에펠탑 36경, 그리고 앞부분에 나온 파리 만국박람회 스케치입니다. 하하하하하.;



그림출처는 오르세미술관전 홈페이지.(링크) 이것이 첫 그림입니다. 입장하면 맨 처음 보이는 그림이 앙리 제르베의 「발테스 드 라 빈뉴 부인」입니다.




이것이 제일 마지막 그림. 이것도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에서 들고 왔습니다. 이걸 주력으로 밀던데 그런 것치고는 맨 뒤에 등장하고, 음. 하도 많이 봐서 의외로 마지막에 실물을 보았을 때는 조금 시큰둥 했습니다. 게다가 G가 나중에 지적해서 알았지만; 전시실 내에서는 이 그림을 「뱀을 부리는 여인」으로 부르지만 밖에 나와서 상품들을 보면 다 「뱀을 부리는 주술사」라고 적었다는군요. ...(먼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림은 앞부분에 나온 스케치들입니다. 빅터 발타르, 크레피네, 마뉴, 소리유, 브랑동. 특히 브랑동의 위스망스가 1번지는 같은 제목의 서로 다른 그림 둘이 나왔는데 그림이 예뻤다고 기억합니다. 어디까지나 기억만.. 으흑; 어떤 그림인지는 홀랑 잊었다는 것이 단점이죠.-_-; 검색해도 안 나오는 것이 도록을 사올 걸 그랬나 싶긴 한데, 이건 뒤에서 다시 이야기 하겠습니다.


아, 전체 구조를 이야기해야겠네요. 홈페이지에도 설명은 나오지만 대강 이런 순서입니다.
-파리만국박람회와 관련된 여러 스케치,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고갱,
-세잔, 고흐
-파리의 일상
-벨 에포크
-상징주의와 나비파

전시회 부제가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인데 인상주의보다는 그 뒤의 이야기나 파리 시민들의 일상에 대한 전시 성격이 강합니다. 마지막에 전시실을 나오면 이건 일반적으로 오르세미술관하면 떠오르는 인상주의 전시가 아니라 파리 시민들의 삶을 다루는 일상 전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후반부에는 그림 외의 박물도 함께 전시가 되어 있어 그런가봅니다.


가서 감상을 줄줄줄 적었는데, 보면서도 왜 그림이 생각 안나는 겁니까.ㄱ-; 하여간 대체적으로 그림들이 큽니다. 게다가 인상주의나 그 영향을 받은 그림들은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는 멀리서 전체적인 색과 모습을 보는 것이 맞더군요.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는 그쪽이. 아, 점묘파도 그렇습니다.'ㅂ'

"뜯어보면 물감을 꾹꾹 누르거나 찍은 듯함. 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림이 떠오름. 이 방의 그림이 다 그럼."

모네의 그림을 보고서 감상을 그렇게 적었네요. 참, 르누아르 그림도 있었습니다. 바나나나무. 헐. 바나나 농장을 그리다니.=ㅁ= 어디서 본거지?;
바나나농장 그림은 그래도 그림 크기가 100평방미터를 조금 넘는 집이라면 거실 벽에 (TV 없이) 걸어둘만 한데 다른 그림들은 크기가 대체적으로 커서 걸어둘 곳이 마땅치 않더군요.(...)

드가의 발레리나 시리즈도 몇 점 와 있습니다. 그림도 있었지만 청동조소도 있더군요. 근데 조소의 자세가 평소 보던 것과는 달라서, 19세기 후반의 발레 자세는 조금 다른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알몸.../ㅁ/


대체적으로 신인상주의를 넘어가면서는 그래도 취향의 그림이 조금 있었습니다. 특히 조르주 쇠라. 시낙의 안개 낀 에르볼레.



... 아무래도 조명 때문인지 실제 그림은 이것보다는 더 아련했습니다. 하여간 상당히 취향이었지요. 점묘법을 쓴 그림들부터가 취향인 걸 보니 참.;;
하지만 크로스는 점이 더 굵고 색도 강렬한 것이, 점묘법이라기보다는 모자이크에 가까운 색감이더랍니다.


고갱은 패스.

세잔과 고흐.
세잔의 정물화는 실물로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 아니 애초에 인상파가 처음 아니었나.ㄱ-; 하여간 그 그림들이 거의가 색이 강하고 어둡다는 느낌이 많더군요. 고흐의 그림은 딱 한 점. 시인 외젠. 이것도 초기인지 그래도 색이 밝습니다?


그 뒤에 나온 파리 에펠탑 건설 관련한 사진은 보고 홀딱 반했으니 이런 게 내 취향이야 싶었습니다.-_- 다들 기록물이죠. 에펠탑 공사 현장에 대한 오래된 사진들. 그리고 거기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 으으으. 책으로 있나 찾아봐야겠습니다. 중요한 건 에펠탑이 여러 예술가들에게 자극을 주었다는데, 그 중 에도 백경 .. 이었나, 십경이었나에 대한 오마쥬로 앙리 리비에르가 만든 판화가 취향이더군요.



이런 시리즈입니다. 하하하하.;ㅂ; 구글링으로 찾은 그림이고요. 눈 내리는 파리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 모습도 재미있던데. 슬프게도 에펠탑 36경은 엽서로 없었습니다.


그 다음 방에서 파리의 일상을 다룬 것은 그야말로 일상 생활을 그린 그림이던데, 이상하게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어 화가를 확인하니 르누아르.; 그림이 다른 것보다 조금 커서 그런 걸까요. 하하;


벨 에포크 전시방부터는 박물도 나옵니다. 외젠 페이야트르(Eugene Feuillatre)의 나비무늬 꽃병은 해바라기 한 송이를 꽂아 놓으면 좋겠다 싶던걸요. 근데 구글에서는 안나옵니다.;


화법은 취향이 아닌데 보고서 홀딱 반한 그림이 하나 있었으니, 로제 주르댕 부인입니다. 세밀화가 아님에도 살아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더군요. Madame Roger Jourdain라고 구글 이미지에서 검색하시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데, 참 색이 제각각이네요.


아르망 푸앙의 보석함은 윌리엄 모리스의 크래프트 운동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뱀보양 보석함인데 이게 다리가 뱀 모양이지, 보석함의 부조는 독수리거든요. 눈이 참 귀엽습니다. 근데 찾을 수가 없네요. 하하하.;ㅂ;


르네 랄리크는 검색해보니 자료가 많이 나옵니다. 보고서 지금 써도 상당히 멋지겠다 생각한 머리핀 사진을 올려봅니다. 출처는 역시 전시회 홈페이지입니다.-ㅁ-



의외로 저 꽃이 꽤 큽니다. 직경 10cm..? 입체인데 굉장히 멋지더군요. 검은 머리 위에 꽂으면 꽃 한 송이가 화사하게 피어나는 모양이겠더군요.


샤를 빅토르 기유의 석양도 꽤 기억에 남습니다. 석양이라고 하면 보통 주황색으로 온통 칠하기 마련인데, 그보다는 훨씬 뒤의 어스름이 다가오는 때를 잡아 그렸더군요. 분홍과 회색, 하늘색이 묘하게 어우러진 그림이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에 나온 앙리 루소. 사실 그림은 큰데 취향은 아닙니다. 그래도 여자 왼쪽의 새는 예쁩니다.-ㅂ- 참 귀여웠어요.



전시회를 꼭 봐야 하냐 하면 그건 아니고. 볼만 하냐고 하면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그림도 몇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공예나 박물류를 더 선호하는 제게는 딱 이거다 싶은 작품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에펠탑 36경은 관련 상품이 하나도 없어서 실망했고요. 게다가 도록은 예상했지만 색이 다릅니다. 안에서 보고 나온 그림과 색이 다르니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더군요. 그거야 지금까지 보았던 대부분의 미술작품 도록이 그렇긴 했지요. 박물류는 그래도 색 잡기가 쉬운데 그림류는 조명 차이도 있어서 색차이가 상당합니다. 게다가 도록 순서가 전시 순서랑은 또 다르고, 도록의 그림 크기와 실제 그림 크기가 다르기도 하니 또...(먼산)


그래도 그림만 온 것은 아니고 사진도 있는데다 유명하지는 않으나 독특한 그림이 있으니 보러갈만은 하지 않을까 합니다.'ㅂ' 그리고 네이버의 블로그에 대체적인 그림이 올라와 있습니다.(http://fluffyclouds.co.kr/220011223268) 이쪽을 참고하시면 나온 주요 그림은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ㅠ_ㅠ 이런 멋진 분이...; 차마 정리할 엄두도 안 났구만..;



마지막으로 덧붙여서.
국립중앙박물관이 미술전을 기획했을 때 반대가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 상관 없고, 무엇보다 천장이 높고 그림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만든 국중박 기획관이 더 마음에 들어서 말입니다. 공간이 좁게 느껴졌던 뮈샤전하고 비교하면 더 그렇고요. 생각해보면 뮈샤전 때도 박물이 여럿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미술품이니 관계 없는 건가요?

어떤 면에서는 뼈아픈 이야기지만... 좋은 전시회를 기획하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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