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
아래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실 분은 제 블로그 방문객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 밖에 없습니다. 음, G는 긴가민가하고, Ki님은 아실 것이며, M님도 아실 겁니다. C님은 아실려나? 하지만 다른 분들은 아마 이해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이 모든 것은 시신덴 때문입니다.(먼산)

그리고 아래에서는 격하게 스타트렉 다크니스 속의 짐 커크를 비난하고 있으니 .... 커크를 좋아하시는 분은 고이 뒤로를 눌러주시어요.



옛날 옛적에 시신덴(紫宸殿)이라는 동인이 있었습니다. 한쪽(다치바나 미즈키橘水樹)이 스토리를 짜고 한쪽(사쿠라 린코櫻林子)이 그림을 그립니다. 그 옛적 동인 시절에는 가장 유명했던 것이 마동왕 그란조토의 패러디입니다. C님 언급에 의하면, 마동왕 그란조토 본편에서 다루지 못한 미싱링크들을 동인지로 모두 채워 넣은 대단한 동인이라더군요.
하지만 저는 마동왕 그란조토보다 JANE을 먼저 알았습니다.
『JANE』.
정확히는 항우함, 스타플라이트 JANET 5th를 의미하는 겁니다. 최첨단 기기를 갖춰 놓은 상어 모양의 항우함. 아, 참, 예뻐요....////

.. 근데 검색하다보니 저만 이 작가들을 떠올린 것은 아니로군요.(웃음)

90년대 후반에 해적판으로 『JANE』이라는 만화가 나왔습니다. 해적판으로 구입하고 있다가, 나중에 다른 출판사(서울기획)에서 라이센스가 나왔습니다. 해적판은 치우고 라이센스 전 권을 다 구입했지요.

자아. 스타트랙을 먼저 알았는가, 『JANE』을 먼저 알았는가 그러면 당연히 스타트랙입니다. 이건 TV 시리즈로 나온 것을 몇 번 보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때의 기억은 어렴풋합니다. 대신 집에 두었는 줄 알았는데 처분한 것 같은 스타트렉 물리학 관련 책 한 권(링크)은 그 이후에 보았지만, JANE하고 본 시기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별 감정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말입니다.
오늘 아침 코엑스에서 조조로 스타트랙을 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그리고 위화감과 깊은 빡침을 느꼈습니다. 아, 나도 관료제에 물들었구나 싶었지요. 아무리 감이 좋고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해도, JANE의 어느 높으신 분이 말한 것처럼 "언제나 시말서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짐 커크. 스타트랙 본편을 홀랑 잊어버린 입장에서는 히로인 엔터프라이즈호의 젊은 함장으로 능력을 그렇게 인정 받았다고 할지라도 지독한 애송이입니다. 그게 매력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지독히도 싫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내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저거 조금만 잘못하면 시말서, 아니면 승무원들을 통째로 무덤에 끌고 들어가는 짓일 수 있습니다. 중간에 지적받지요. 엔터프라이즈호는 탐험이 목적입니다. 이름 그대로 개척이나 탐험이 목적인 함을, 명령이고 자신이 하고 싶었다 하더라도 분쟁지역에 끌고 들어가서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이상합니다. 그렇게 명령 싫어하고 지시받는 것 질색하는 놈이 왜..? 그렇게 중요한 과학 주임(이었나;)을 해고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왠지 커크의 행동이 앞 뒤 안 맞는 것 같군요.

아니 실은.-_-
커크가 제게 미움 받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앞에서 JANE 이야기를 꺼냈지요. 거기 주인공들은 당연히 초 미형입니다. 스팍은 미형이니 뭐니를 논할 시점을 벗어나서 관계가 없습니다. 한데, 아무리 봐도 커크는 미형이 아니예요. 그렇다고 매력이 있는 인물도 아니고 사고뭉치, 천둥 벌거숭이입니다. 왜 그렇게 승무원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모르겠다니까요. 모든 위험을 무릎쓰고 방사능실에 들어가 승무원들을 살리는 인물이라? 애초에 그런 사고 안 쳤으면 그런 일도 없었어, 임마! -_-+


아니 뭐, JANE의 함장인 마히루 란에 비하자면 턱도 없는 외모잖아요. 만약 크리스토퍼 파이크 함장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비교는 안 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파이크 함장은 JANE의 데이빗 제독하고 오버랩 됩니다. 란의 외숙이자 대단한 인물인 데이빗 제독. 란도 어떤 면에서는 데이빗 제독의 후광(그늘) 아래 있지요. 그걸 질색하는 것이 또 귀엽지만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이크 함장이 사망한 시점에서 이미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고, 결말은 손에 잡힐 듯 뻔히 알지만 그러면서 손발에 땀을 쥐게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래도 그게 어떤 면에서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미드"로 밖에 안 보이더라고요,=ㅅ=;

게다가 영상 보는 내내, 쟤는 JANE에선 누구, 쟤는 JANE의 누구 등등으로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어서 몰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건 일단 접어 놓지요.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이렇게 짝 짓기를 하고 있다보니,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은 파이크 함장, 칸, 스팍, 우훌라, 술루.
...
어, 커크는 어디갔지?



덧붙임.
덕분에 어제 JANE을 정주행하고 있었습니다. 허허허허; 오랜만에 보니 참 좋은데, 이거 원서로 안 샀더군요. 다음 여행 때 북오프를 뒤져 원서를 찾아야겠습니다. 왜 안 샀지..ㄱ-;
이번 행복이 가득한 집 표지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몇 년 되었다고 기억하는데 행복~에서는 표지를 여러 작가들의 그림을 가져다 쓰면서 작가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거든요. 마음에 드는 그림이 여럿 있었지만 이번 그림은 특히 취향이었습니다. 표지를 보는 순간 연꽃이 한 눈에 들어왔거든요.

하지만 기사를 보고서는 다시 깨달았습니다. 김민주씨 그림의 주제는 연이 아니라 물고기입니다. 뿌리가 보이지 않는 하늘하늘한 연꽃도 등장하지만 그보다는 저 아래에 있는 "인면어"나  "인어"가 주 주제입니다. 사진이 작아 물고기의 얼굴이 제대로 안보이지만 얼굴을 본 순간의 느낌이 아따맘마의 그 어머니였습니다. 그러니까 아줌마랄까요? 물고기 입술 답게 두터운 입술, 그리고 커다란 입. 뚱한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얼굴을 보고 있자면 고고해보이는 연꽃과 환상의 매치를 이룹니다. 웃지 않을 수 없었씁니다.

유리컵에 대한 기사도 보았는데 8번 잔. 생협에도 올렸던 그 잔입니다. 모에&샹동에서 낸 샴페인잔. 키릴님이 언급한 대로 제인에 등장하는 유리잔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지만 말입니다. 이쪽은 그냥 샴페인 잔의 받침 부분만 뎅강 잘라낸 느낌이고 함장님과 부함장님이 들고 계셨던 그 잔은 좀더 날렵하고 날씬하고 우아했지요. 어차피 그림과 현실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은 합니다.
가격이 안나와 있는 것을 미뤄보면 정상 경로로 구하기는 조금 난감한 물건인가봅니다. 좀더 예쁜 잔이 나오기를 기다리는게 낫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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