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꼬막정식, 그 후엔 순천만 구경,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 티파티가 있었으니, 이번 글은 저녁식사와 그 다음날 아침식사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것이 첫 세팅입니다. 황갈색의 국물은 양파수프. 양파를 달달달달달 볶아서 스톡을 넣어 끓인 겁니다. 거기에 상당히 드라이한 와인도 조금씩 따랐지요. 뜨끈한 것이 순천만에서 바람에 시달린 몸을 손끝까지 싹 풀어주더군요. 집에서 꼭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 이 양파수프인데, 지금까지 내내 미뤄오다가 이렇게 먹어보니 다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완전히 마스터하고 싶은 음식 중 하나죠.+ㅅ+




이것이 메인.
상당히 큰데 사진상으로는 크기 어림잡기가 쉽지 않네요. 베샤멜소스와 감자뇨끼 위에 뮌스터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운 겁니다. 분명 4인분치고는 상당히 많다고 했지요. 수프도 먹었는데 이걸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야금야금 홀랑홀랑 담아서 후루룩 입에 넣다보니 어느 새 다 사라지고 없더랍니다. 양파와 버섯(아마도 느타리)이 들어간 베샤멜 소스, 거기에 데친 뇨끼를 넣어 한소끔 끓이고 오븐용 그릇에 담아 위에 치즈를 듬뿍 얹어 구운 것인데, 짭짤하면서도 독특한 향의 치즈랑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뇨끼, 그리고 부드러운 소스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더랍니다. 와인도 홀짝 홀짝 잘 넘어갑니다.-ㅠ- 꼬막 정식 먹을 때도 그랬지만 이 때도 아무말 없이 그저 먹기만 했습니다. 대화가 끊겨도, 끊겼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니 맛있냐는 질문은 우문입니다. 후후후.
(이 역시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로, 집에 이미 치즈를 사다 놓았습니다. 하지만 언제 만들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른다능...)


깨끗하게 다 비우고,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사이 한 켠에서는 티파티 세팅이 이루어집니다. 그리하여 새벽 4시까지 먹고 수다떨고를 반복하다가 잠이 들었고, 8시에 일어난 뒤에 다시 또 수다 떨기와 책보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맞이한 아침식사. 통밀 팬케이크와 메이플 시럽과 바나나입니다.




한 장씩 들고 와 슥슥 썰어서 메이플 시럽을 듬뿍 찍어 먹으면! >ㅠ<




이 때문에 엊그제 코스트코에 가서 메이플 시럽을 사올까 고민했지만, 환율과 원자재의 상승으로 인해 메이플 시럽이 무시무시한 가격이 되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메이플 시럽은 코스트코에서 파는 6개 들이 세트인데, 이것도 3만원을 훌쩍 넘고요, 한 통에 1.8L인 커클랜드 메이플 시럽도 3만 7천원인가 하더랍니다. 가격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데, 여튼 살까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 그게 있으면 메이플 비스코티도 만들 수 있겠지만 식이조절을 위해서는 참아야지요.ㅠ_ㅠ



이것으로 파자마 파티 관련글은 모두 다 올렸습니다. 신나게 노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되새기면서 지름목록을 하나 둘 추가하는 것도 재미로군요. 역시 여럿이 모여 수다를 떨다보니 느는 것은 지름목록이요, 주는 것은 통장 잔고라. 하지만 즐거우니 그걸로 만사형통인겁니다.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주인장뿐만 아니라 (찾아간) 손님도 즐거웠습니다.>ㅅ<

코타츠의 로망은 귤.+ㅅ+




그리고 새초롬한 고양이.




다음번엔 태공말고 다른 인형으로 하나 가져다 줄게.+ㅅ+





...지금 사진 보면서는 코타츠보다 온돌이 더 땡깁니다. 허리를 지져야하거든요.-_-;


1. 몸은 쓰면 닳습니다. 격하게 쓰면 격하게 닳습니다. 알긴 아는데,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거죠. 방금 전 약 1시간 동안 테트리스를 빙자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왔습니다. 박스가 100개인건 알고 있는데 정말 100개 맞는지는 감이 안오네요. 수량으로는 많긴 하지만 그냥 봐서는 그게 그렇게 많은가 싶거든요. 오늘 오후에 출장이 있는데 추가로 70박스가 더 들어온다 해서 공간을 만드느라 테트리스 좀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허리가 아플뿐이고, 오늘 오후 출장 나갈 것은 아득할뿐이고.


2. 담당 업무가 하나면 좋으련만, 옮긴 뒤에 두 종류로 늘어나서 부담이 큽니다. 다양한 업무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좋지만 이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동반한 업무라는 것이 문제지요. 그리고 업무가 한 번에 해일처럼 밀려옵니다. 정확한 시즌에 몰아친다는 점에서는 허리케인일지도 모르지요.
퇴근하고는 가볍게 집 근처 한 바퀴 돌고(조깅이 아니라 걷기) 집에 들어와서는 허리 부여잡고 스트레칭하게 생겼습니다.;


3. 권교정씨의 홈에서 이런 저런 팬시를 판매하고 있는데... 혹시 첫비행님은 챙기셨는지요? 디오티마 라인의 술잔 세트도 있습니다.(지름을 부추기는중) 일단 매지션 구입은 확정인데, 다른 팬시는 어떻게 할지 고민입니다.'ㅅ'


4. 주중에 비오는 날 있으면 코스트코 다녀와야지요. ...라고 쓰고 보니 26일만 비입니다.-_-; 기왕이면 24일이나 25일에 오지! 아, 25일에 오면 저도 코믹가는데 애로사항이 많겠네요. 그건 안되고, 24일! 그러면 금요일과 크리스마스 이브의 여파로 굉장한 교통체증이....(탕!)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G는 퇴근하기 어렵다며 버럭 화를 내더랍니다. G네 회사가 상습 정체구역 근처에 있어서...)


5. 왜 비오는 날 코스트코에 가냐 물으신다면, 그날은 저녁 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전에 닭고기를 사다가 뭔가 만들어 보려 했는데 갈 날이 마땅치 않네요. 버스를 포기하고 그냥 지하철로 가면 편하려나..; (밀리지 않으니까)
시작은 오후 6시 반쯤? 종료된 것은 새벽 4시였습니다. 식사시간도 들어 있으니 10시간은 채 안되지만 그냥 과대 포장해서 10시간이라고 해두지요. 잤다가 다시 깨서 아침 먹은 것까지 포함하면 12시간까지도 늘릴 수 있지만 식사부분은 따로 쓰겠습니다.

하여간 용두사미가 아니라 초지일관형 티파티였다는 것만 언급하고 시작합니다.

처음에 모임을 계획했을 때는 포틀럭파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각자 간식을 챙겨오게 되어 본식보다 간식이 더 많아지는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식사는 이 다음에 올리겠지만 양으로 봐도 그렇고 시간으로 봐도 그렇고 티타임이 주였습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식사는 1시간 남짓 만에 끝났고, 뒤이어 차려진 티타임 테이블은 오전 4시에 끝났으니 말입니다.




이것이 티타임 테이블. 그렇습니다. 아래는 코타츠, 위는 간식이라는 극락이 펼쳐집니다.




언뜻 보기엔 벌집핏자(...)같아 보이지만 채칼로 썬 사과를 올린 사과 타르트입니다. 만드신 I님은 맛이 없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아닙니다! 새콤하니 사과도 맛있었고 마치 사브레처럼 부드럽게 부서지는 타르트 부분도 맛있었어요. 홍차와 함께하면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는 타르트였습니다.




빙산의 일각인 디저트들.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은 시판 쇼트브레드이고 타르트들은 위의 사과타르트랑 같이 I님이 구워오신겁니다. 호두 타르트 정말 맛있었어요.-ㅠ- 호두 타르트를 각별히 좋아하는 터라 전 사과타르트보다 이쪽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푸딩.
그것도 큰 그릇에 만든 푸딩.
아아아.;ㅂ; 푸딩! C님이야말로 푸딩의 요정이십니다!

그것도 그냥 푸딩이 아니라 단호박 푸딩이라, 떠 먹으면 아래쪽은 단호박 퓨레가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이, 글 쓰는 지금도 군침이 꼴딱꼴딱 넘어갑니다. 집에서 꼭 만들어 보고 싶은 푸딩입니다.




C님이 만드신 홍차 푸딩. 이것 말고도 세 개가 더 있다 하셨는데, 진~하게 차이를 우려서 만든 푸딩이었습니다. 이것도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더군요. 르쿠르제의 작은 램킨(으로 추측;..)에 만드셨는데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진한 것은 코코아사브레, 그 오른쪽은 시나몬사브레, 메이플쿠키. 역시 C님의 수제 쿠키입니다.-ㅠ- 이것도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더군요. 쿠키 이야기는 이후에 별도로 다루겠습니다. 으흑흑.




그리고 잠시 뒤의 모습. 세팅한 물건이 조금 더늘어 났습니다. 저 위의 흰 비누 덩어리(...) 같은 것의 정체는 아래 나옵니다.




앞에 놓인 잔은 노리다케 블루 소렌티노. 사진으로만 봤는데 실제 보니 상당히 예쁩니다. 흰색에 푸른색 조합이지만 역시 같은 색 조합인 쯔비벨과는 다른 느낌이네요. 거기에 개인 접시도 놓입니다.




홍차를 따르고 개인접시에는 비누덩어리가 아니라 티라미수를 퍼서 얹은 다음 거기에 코코아가루를 올립니다. 티라미수는 제가 만들어 간 것이었는데, 모카포트를 오랜만에 썼더니 그 새 고무패킹이 삭았습니다.-_- 덕분에 커피를 제대로 추출하지 못해 양이 부족해서 솔직히 말하면 맛이 없었...;ㅂ; 그게 제일 아쉽더군요. 그 앞의 노란 것은 단호박 푸딩을 한 조각 잘라 얹은 겁니다. 




이것이 풀세팅. 우오오. 로망이었던 티파티를 이렇게 해보는군요.;ㅁ; 집에서 하지 못한 것은 일단 접시 때문이라고 우겨봅니다. C모님은 자취생이시라지만 티잔도 몇 세트 갖추신데다 넓은 접시들이 많아요. 거기에 육중한 갑옷(!)을 입은 마리아쥬 프레르의 티포트도 있습니다. 보온력이 뛰어나더군요. 6인용 포트라서 네 잔을 따르고도 두 잔 정도는 여분이 남습니다.
단호박 푸딩은 파이 자르듯 잘라 개인 접시에 담고, 티라미수도 담고. 사과타르트와 피칸타르트도 잘라 담고.




이렇게 시작된 티파티는 먹고 채우고 수다떨고 먹고 채우고 수다떨고를 끊임없이 반복했습니다. 사진을 보고 있는 지금도 위가 아파올 정도로 끊임없이 먹었는데, 수다를 떨다보니 또 운동(?)이 되어서 소화는 잘 되더랍니다. 그래서 4시까지 놀 수 있었던 것이지요. 제 평소 취침시각을 아는 분들이라면 오타가 아닌가 하실텐데 새벽 네 시 맞습니다.; 중학교 때, '몇 시까지 안 자고 버틸 수 있나 보자'며 버텼던 때, 대학교 때 과제 때문에 밤 샌다고 하고는 엎어져 잤던 때를 제외하면 거의 처음이로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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