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기타)

210805_전자책과 전자책 사이의 급간

키르난 2021. 8. 5. 19:27

https://twitter.com/pastparticiple3/status/1422045864021819394?s=20

 

과거분사 Pastparticiple on Twitter

“오 도정제를 피하자고 ISBN발급 받지 말자는 이야기도 나왔나보네. 자기 작품 좀 싸게 많이 팔겠다고 시민권 불사르고 다크웹으로 망명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불법복제판에 의한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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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witter.com/pastparticiple3/status/1422110573269946370?s=20

 

과거분사 Pastparticiple on Twitter

“제가 그 바닥을 모를 거라 전제하고 이야기를 한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초반 덤핑과 할인으로 유지되는 시장 자체가 정상적인 환경이라 보기 어렵다 생각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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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 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제 탐라에 흘러 들어왔던 이 트윗에 대한 반론과 반박 외 기타 등등이 엄청나게 흘러 들어왔더랬지요. 그래서 다음에 찾기 편하라고(..) 겸사 겸사 붙여 놓았습니다.

 

 

 

이미 블로그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저는 도서정가제에 찬성합니다. 하지만 최근-이 아니라 벌써 작년 추석 조금 지나서인가요. 그 때 문체부가 내놓은 최종 입장문에 나온 것처럼 플랫폼 기반 전자책에 대한 법령 적용을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실제 문체부도 그런 종류의 연구 용역을 낸 적이 있습니다.

 

..적다보니. 이 이야기 업무 블로그에만 적었는가? 싶군요? 전자책 이야기는 다루기가 매우 쉽지 않다는 이야기로 일단 운을 띄워 봅니다.

 

 

 

 

전자책 이슈가 다시 떠오른 건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음, 원래대로라면 사실 작년에 통과했어야 합니다. 책 할인율을 강제하는, 그래서 할인판매율을 고정하고 정가에 판매하도록 하는 도서정가제는 2년인가 3년마다 업계와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모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에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을 돌파하면서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여기서 말이 갈리거든요.

 

1. 도서정가제를 찬성하는 측, 주로 대한출판협회를 위시한 대형출판사 중심의 단체와 인사들은 2020년 8월에 있었던 정부의 '도서정가제 전면 재검토 지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저거, 청와대 관련자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플랫폼을 만든 사람이 있어 그 사람 편의 봐준다고 띄운거다.

-저거, 그 당시 정치권 이슈(아마도 국민연금인가 건강보험인가쪽)를 덮으려고 일부러 꺼낸거다.

 

(첫 번째 이야기는 매우 이름있는 출판계 중진의 강의에서도 들은 바 있어 어이가 나갔습니다. 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해당 플랫폼이 어디인지는 검색해서 알아냈습니다. 매우 수상한 플랫폼이더군요. 가상화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는 블록체인 기술을 그런데다 결합한다는 주장은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게 거기 왜 들어가요?)

 

 

2.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측, 주로 로맨스를 중심으로 한 소설연재플랫폼 기반 창작자들은 전자책은 수명이 짧기 때문에 18개월 이후에나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아. 심정적으로 이쪽에 쏠려 있으니 '지적'이라고 표현했지요. 아니었다면 '주장'이라고 적었을 겁니다.)

 

-소설연재플랫폼에 들어갔다가 출간된 전자책은 발매 직후에 가장 홍보, 프로모션을 열심히 하며 거기에는 쿠폰이나 페이백 등의 여러 할인 시도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모션들은 출판문화진흥원에 신고가 되어서 상당수 막혔습니다. 전자책을 공급하는 리디북스, 알라딘 등에서 전자책에 사용 가능한 적립금을 뿌리는 행위도 전자책 유통시장을 교한한다며 신고가 들어가서 중지되었습니다. 이게 아마 2019년 중반 쯤의 일일겁니다. 그 뒤에 청와대 국민청원 20만 돌파가 나왔으니까요.

-18개월 뒤에 재정가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이번 개정으로 12개월로 줄었지만, 이 때는 이미 프로모션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뭐, 리디북스 쪽은 간혹 반값 할인 등등의 프로모션으로 예전 출간작들을 소개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종종 트위터에 작가들 홍보 트윗이 올라오거든요.

 

 

 

그랬는데.

음. 사실 지금까지 전자책을 둘러썬 대립은 저 둘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종이책 중심으로 출간하고, 전자책도 같이 내는 출판사들이 내는, 그런 전자책이 첫 번째. 두 번째는 로맨스소설이나 판타지소설 등등으로 문피아, 조아라, 시리즈, 리디북스 등의 플랫폼에 연재되며 무료였다가 편당 결제금액으로 판매되고 이후 출간되는 두 번째. 사실 이 두 번째도 종류가 여럿 입니다. 유료연재가 되는 소설, 유료연재 뒤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소설, 유료연재 뒤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소설.

 

1. 연재만 되고 출간이 되지 않는다면 이걸 전자책으로 보고 도서정가제에 묶어야 하냐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전자책으로 나올지 아닐지는 출간될 때까지도 모를 겁니다.

-플랫폼 독점 기간에 묶여서 전자책 출간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고(BL 소설의 몇은 그러함)

-플랫폼 연재 뒤 종이책 출간되어, 그 경쟁이 되는 전자책은 출간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고(아마도 골든 프린트)

-플랫폼 연재 뒤 전자책이 바로 출간되는 경우도 있고.

-종이책으로 나왔다가 플랫폼 연재되고 전자책이 출간되는 경우도 있고.(룬의 아이들)

-플랫폼 연재 하더니 책은 안나오고 특정 플랫폼 몇 곳에만 연재분이 남고 책은 안나오는 경우도 있고.(전지적 독자 시점)

 

이 경우를 각각 따져서 어떤 건 도서정가제를 적용하고 어떤 건 아니고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법은 간략하게 만드는 쪽이 좋지요. 그렇다면 플랫폼에 연재되는 작품들만 풀어주는 방법도 있긴 할 건데, 그런 경우에도 어차피 전자책은 도서정가제 적용을 시켜 놓으면 프로모션에 애를 먹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저 프로모션이 플랫폼의 횡포 혹은 갑질과 연계된다면 말입니다. 얼핏 듣기로는 모 대형서점이 종이책 출간하는 작은 출판사에 벌이는 횡포와 비슷해 보이고요. 하기야 어느 쪽이건 대형서점/플랫폼이 갑의 위치에 있으니까요.

 

 

2.전자책은 도서정가제 예외로 걸어 놓으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경쟁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니 동시출간보다는 전자책을 뒤늦게 하는 쪽을 선호한다거나. 전자책만 출간한다면요? 책이 안 팔릴걸요. 어떤 종류의 책은 종이책으로 출간되어야 더 잘 팔리고 입소문을 탑니다.

무엇보다 종이책으로 출간되지 않으면 도서관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전자도서관을 구축하지 않는 도서관이 많은데다, 구축하는 도서관도 수가 많지 않고 등등의 문제가 있으니.

음, 그리고 종이책으로 출간한 도서와 전자책으로만 출간한 도서는 전자책의 가격 차이가 상당합니다. 종이책의 편집이 훨씬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공도 많이 들고요.

잠시 다른 이야기지만, 전자책으로 바로 나오는 판타지소설류는 읽을 때도 편집을 과하게 보지 않습니다. 종이책에서 넘어온 책들은 편집이 부드럽고 우아하지만, 어떤 전자책들은 '이 출판사 책 다시는 안산다'라거나 '편집자가 한 일이 뭐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하기도 합니다. 검수나 교열 없이, 연재된 소설 그대로를 긁어 붙여서 낸 것 같은 전자책도 있더군요.(한숨)

 

 

본론으로 돌아가. 이 둘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하. 한숨의 대상.

 

 

알라딘에서 '전자책으로' 라는 키워드로 나온 책 중, 가장 최신 책들입니다. 전자책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라는 질문이 나올법 한데, 가능합니다.

모종의 경로로, 모 벤더에서 공급하는 전자책 목록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자책의 상당수가 더미, 데이터쓰레기더군요. 경험을 전자책으로 만든 것뿐만 아니라, 저작권이 만료된 외국의 소설들을 전자책으로 냅니다. 그걸 누군가가 사면 돈을 법니다. 참 쉽죠? 출판사 등록하고 책을 내는게 어렵지 않은가봅니다.

 

https://twitter.com/pastparticiple3/status/1422122542760824835?s=20

 

과거분사 Pastparticiple on Twitter

“그러고보니 전자책이라는 포맷에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가 전자책 제작업을 등록해두면 정책자금이 그렇게 잘 나온다는 거였던 건데... 이번에 개업 준비하면서 보니까 세상에 연이율 2%에 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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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이걸 보니 한숨만. 그 목록에, 왜 그 수 많은-그리고 희한한 이름의 전자책 출판사가 많았는지 지금 알았습니다. 그리고 출판사와 별개로, 수익을 받는 기업-이라고 해두죠-명은 거의 비슷하던데, 어딘가에서 전자책을 내는 걸 돕는 플랫폼 같은 걸 제공하고, 거기에서 전자책을 등록해 내면 그쪽으로 돈을 받나봅니다> 수수료는 얼마간 떼고, 그러는 건가? 어쨌건 출판사 이름은 다양한데 정산처 이름은 그보다 훨씬 적어서 이게 뭔가 싶었거든요. 위의 전자책으로 돈 벌기라는 책도 그렇고, 위의 트윗을 봐도 그렇고. 이런 책들도 분명 종이책 없이 전자책으로만 출간되는 책일 겁니다.

 

3. 따라서 연재 없이 전자책으로 바로 나오는 책을 분리해서 도서정가제와 따로 내달라도 실현이 어렵습니다.

한국은 뭔가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그걸 회피하는 기술이 매우 발달했지요. 회피하여 내 수익을 관철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그런 이들이 시장을 교란시킨다면, 그리고 그런 근거를 들고 출협과 출판인회의가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주장한다면 정부는 들어줄 겁니다.

 

 

도서정가제에 왜 찬성하냐고요?

저는 도서정가제가 도입되기 전, 덤핑 형태로 나온 책들이 마트에서 팔리는 걸 봤거든요. 도서정가제의 고삐가 풀린다면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3이 시장 교란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저 전자책 목록을 받고 나서야 뒤통수를 후려치듯 들었습니다. 그래요, 좋은 번역자들을 구해, 양질의 편집자들이 검수와 교열을 반복해 퇴고하여 만든 책들은 가격이 비쌉니다. 이 시장이 사라지지 않게, 최소한 유지하려면 필요하다는 거죠. 종이책 출판사들을 위해서는 도서정가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태생이 전혀 다른, 그리고 다른 종이책과는 달리 저작권 중 배타적발행권이 3년마다 바뀌어 개정되는 장르 분야의 전자책들은 그에 맞춰 다른 방법을 적용해야할 겁니다. 이걸,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고민은 학자들의 몫입니다. 그러니, 연구자들이여, 일해라.-ㅁ-

(너말이야, 너.)

 

 

 

덧붙임.

저 글을 쓰신 분은 출판계의 열악함 때문에라도 도서정가제라는 보호장치를 두어야 한다고 보는 듯합니다. 틀리진 않지만, 완벽하게 동의하지도 않습니다. 작가들이나 플랫폼은 논외라고 쓰셨더라고요. 도서정가제의 근본 취지는 출판문화의 융성입니다. 그리고 출판문화의 융성을 위해서는 창작자를 보호할 장치도 필요하지요. 도서정가제를 옹호했던 이들이 만든 그 괴랄한 표준계약서와, 그 뒤에 나온 문체부의 표준계약서를 가처분 신청 냈다가 엉덩이 차인 것도 기억합니다. 이것도 올해 벌어진 일이었다고요.-ㅁ- 보호해야하는 건 출판사가 아니라 출판종사자인 노동자이고, 창작자도 노동자입니다. 노동자 보호는 노동법으로. 그리고 플랫폼은 사업주로 봐야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플랫폼 연재자들은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봅니다.

 

http://aladin.kr/p/ANkzo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김훈 작가 추천도서. 플랫폼의 시대, ‘인간의 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www.aladin.co.kr

 

 

다시 말해, 추가적인 보호장치와 완충장치가 필요합니다.  또 결론의 마지막 문장으로 돌아가는군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