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기타)

석가탄신일의 잡담: 지적허영과 주식투자

키르난 2020. 4. 30. 12:05

또 트위터 플로우입니다. 트위터는 매번 싸움만 나는 공간 같지만, 반반입니다. 인생이랑 같아요. 힐링템과 자괴템이 동시에 흐르는 공간입니다. 그래도 타임라인 구성은 온전히 자신이 할 수 있으니까 좋은 것만 볼 수도 있습니다. 잘못 구성하면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지만요. 언제나 위험은 따릅니다.

 

https://twitter.com/goesfine/status/1255422880646660097

 

개뻑쵸 on Twitter

“책 읽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읽어야 할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데미안 100번 읽는 것보다 주식서적 한 번 읽는 게 삶에는 더 도움이 된다. 책 읽고 느끼고 변하는 게 없으면 그건 죽은 독서이고 여성들이 남성문학에 찌들어서 스스로를 속박하는 것만 죽도록 반복한다면 그 독서는 실패한 독서다.”

twitter.com

 

발단이라면 발단입니다. 어제 갑자기 데미안과 주식투자, 지적허영 이야기가 나오더랍니다. 그게 뭔가 했더니 저 트윗에서 시작되었더군요. 링크된 글은 타래의 중간이고, 회자된 두 트윗은 아래와 같습니다.

 

도서시장 주고객층이 특히 20대 여성인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지적허영" 트위터만 보아도 책 안 읽은 지 꽤 됐는데 습관적으로 책 사모은다는 사람, 활자중독 수준으로 책을 읽는데 내용을 전혀 독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소비 도서 분야가 에세이/자기계발/문학인 것도 그렇다.

 

책 읽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읽어야 할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데미안 100번 읽는 것보다 주식서적 한 번 읽는 게 삶에는 더 도움이 된다. 책 읽고 느끼고 변하는 게 없으면 그건 죽은 독서이고 여성들이 남성문학에 찌들어서 스스로를 속박하는 것만 죽도록 반복한다면 그 독서는 실패한 독서다.

 

첫 번째 트윗의 지적허영부분과, 두 번째 타래의 데미안 vs 주식서적에 많은 사람들이 죽창(...)을 들고 일어났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 분이 수많은 독서가들에게 죽창을 들이댄 셈이지요.

 

 

원래는 이 두 가지 소재에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 놓으려 했으나, 잠시 탐라를 둘러보고는 고이 내려 놓았습니다.

 

 

 

 

 

 

흔히 Do Not Feed That Troll(Animal)이라고도 하지요. 하하하하하하.

 

 

 

다만, 저 트윗에 동의하지 않는지는 차근차근 적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타래의 주장은 저 트윗에서 보이듯,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지적허영은 나쁘며, 그만두어야 한다.

2.문학서는 필요 없으며, 실용서를 읽는 것이 더 유익하다.

 

그 외의 의견은 다 떼고 나면 저 둘만 남습니다.

 

'읽지도 않는 책을 쌓아 두는 것은 지적허영이고, 트위터에서 지적허영으로 검색해보아도 여러 사람이 그 사실을 고백한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만난 여러 출판, 도서관 등의 유사 직종에서 만나나 사람들도 자신의 지적허영에 대해 말해왔다.', '지적허영은 (허영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러니 지적허영을 충족하기 위한 문학서를 보는 것보다는 수험서나 실용서 같이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책을 보아야 한다.'

 

가 저 트윗을 올린 사람의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트위터는 지적허영을 장려하는 SNS입니다. 아니, 적어도 제가 구성한 탐라와, 제가 구성한 탐라를 구성한 또 다른 트위터리안들은 그렇습니다. 이들은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그러모아 정리합니다. 다양한 기억과 지식을 짚고 또 정리하며 재구성합니다. 이들은 지적허영을 지향하며, 지적허영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고 습득하고 다른 사실을 쌓아올리고 또 배웁니다. 이걸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아.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이지만, 호기심 덕분에 수많은 발전과 진보가 있었습니다. 열등감은 자신을 해칠 수도 있지만, 자기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지적허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장려해야합니다.

 

 

문학서와 주식서적을 비교한 부분도 짚어보지요.

주식서적을 읽는 쪽이 문학류 독서보다 훨씬 유익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유익이 어떤 부분의 유익이냐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으니까요. 주식서적이 여러 투자 서적을 의미한다면, 더더욱 동의하지 않습니다. 선물이든 부동산이든 경매든, 사회 초년생 때 1년 동안 꼬박 자기계발서와 경제서적을 읽고는 내린 결론은 간단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재정관리는 수입 100을 두고 80으로 생활하고 10으로 빚을 갚고 10은 저축하는데서 시작합니다. 빚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만, 아니라면 80으로 생활하고 20은 저축합니다. 그리고 보너스 등의 비정기적인 수입은 또 저축합니다.

능력이 된다면 투자를 할 수 있으나, 이 투자도 쉽지는 않습니다. 안동에서 의사생활하다가 물건너간 어떤 '전문가'의 말을 들으면 연 10%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이상적이랍니다. 읽었을 그 당시도 느꼈지만 사실상 매우 어렵습니다.

안정적인 투자에서는 연 10%의 수익을 올릴 수 없습니다. 단호하지요. 투자 위험, 즉 리스크가 높을 수록 보상도 큽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니지요. 하지만 잊지 마세요. 모의주식투자대회를 열면 아무것도 안한 사람이 중간 이상은 갑니다. 주식 사고 팔고 전혀 하지 않고, 그냥 놔두기만 해도 중간 이상은 간다는 겁니다. 즉, 50%는 잃고 50%는 법니다. 그리고 내가 어느 쪽에 들어갈지는, 얼마나 공부하고 얼마나 투자하냐에 따라 다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아니더라도, 투자로 돈을 벌려면 많이 공부하고 많이 벌어야 합니다. 그러니 여기부터는 선택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조 직업으로 투자를 선택해 공부하고, 시간을 들여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얻을 것인가.

저는 아닌 쪽입니다. 직장생활 하면서 두 번째 직업을 갖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하고요. 그리고 저는 그 시간을 자기만족의 취미생활로 채웁니다. 그 취미생활들은 제가 꾸준히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며, 또 자기재생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또한 성격 자체가 보수적이고 방어적이기 때문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그 어떤 투자도 제게는 맞지 않습니다.

 

결국 주식서적과 문학서는 선택의 자유에 해당합니다. 다만, 문학서보다는 자기계발서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당신의 의견도 존중은 합니다. 동의는 하지 않습니다. 그간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말한 이야기는 모두 같았지요. 고통을 참고 인내하라, 그럼 큰 복이 올 것이다. 기회가 올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생하라.

 

개. 소. 리.

 

그거 보고 모두가 따라할 수 있다면 세상은 수능 만점자만 있겠지요. 공부잘하는법을 다룬 책들을 읽고 나한테 적용 가능하다면, 모두 다 장학금을 타고 있겠지요. 나에게 맞는 책도 있고 아닌 책도 있지만, 그게 옳은 책이고 틀린 책이지는 않습니다.

 

 

음. 이야기가 조금 산으로 흘러갔지만, 하여간, 결론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