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30_남은 음식 사진 중 식사사진만 탈탈 털어서
그렇지만 이게 19년 마지막 음식 사진들은 아닙니다. 카메라 메모리에도 조금 남아 있거든요. 요즘은 핸드폰을 꺼내드는 일이 더 많지만, 그래도 메인은 P330이니까요. 이것도 조만간 포기할지 모르지만. 다음 여행은 그냥 D90을 메인으로 할까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 그도 그런게 핸드폰 사진과 DSLR만 해도 손이 부족하거든요. 카메라가 더 늘면 여행이 카메라에 밀립니다. 사진보다는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 좋아요.
하여간. 그간의 음식 사진 몇 가지만 찾아 올려보지요. 커피와 간식은 빼고, 식사류만 모았습니다. 그간의 식생활이 얼마나 비루했는지 확인할 수 있겠네요.
어느 날의 아침. 아마도 옆의 병은 우유 한 팩에 커피믹스 하나를 털어 넣어 전자렌지에 돌린 걸겁니다. 거품이 저렇게 올라오려면 믹스커피를 넣고 돌린 것일 테니까요. 카누만 넣고 돌렸다면 저렇게 거품을 많이 낼리 없습니다.
그 옆에 있는 건 칠리치즈마카로니 냉동팩을 전자렌지에 돌린 겁니다. 맛은 나쁘지 않은데, 제 입에는 향신료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향신료 특유의 매운맛이 돌더라고요.
이 때는 한창 크림소스스파게티 레토르트 제품을 사다먹던 때일겁니다. 한창이라고 해도 두세 번일테지만, 평소 식생활을 생각하면 두 주에 세 번 먹는 것은 충분히 빈도가 높습니다. 날마다 먹는 음식도 있긴 하지만 이건 그보다 더하죠. 하여간 이날은 면 하나에 소스 두 팩을 넣었습니다. 뻑뻑한 쪽보다는 저렇게 소스가 많은 쪽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또 국물이 흥건하면 즐기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라면. 라면은 국물이 자작한 쪽이 좋습니다. 면과 소스 혹은 국물의 비율을 딱 저정도로 즐기는 걸겁니다.
어느 날의 튀김. 양파튀김과 감자튀김을 시켜봤습니다. 갓 튀긴 건 가죽이라도 맛있을 걸요. 그렇지 않아도 내일 감자 튀김 사러 조금 멀리 나갔다 올까 고민중입니다. 번거롭지만, 새해 맞이 자축 음식으로 감자튀김을 고를까 싶어서요. 곁들이는 음료는 와인 혹은 끓인 와인이겠지만, 와인에 감자도 괜찮을 겁니다. 제 입에만 맛있으면 되는거죠.
괴식은 아니지만 괴식이 맞습니다. 이날은 레토르트 육개장을 끓일 때 당면을 듬뿍 넣었습니다. 그것도 납작당면을 불려다 넣었지요. 국수를 말까 하다가 일말의 양심이 남아, 당면을 골랐습니다. 헷. 고기 좋아요, 고기.
이날은 괴식입니다. 어묵의 출처가 가물가물하지만, 하여간 어묵을 듬뿍 넣은 크림소스스파게티입니다. 물론 이것도 스파게티는 한 봉지만 넣고 소스는 두 팩 다 넣었습니다. 이렇게 먹어도 맛있습니다. 물론 제 입맛에만. 다른 사람들 입에는 느끼할지 모릅니다.
가끔 편의점 갔다가 저 돈가스 도시락이 보이면 집어옵니다. 양이 많기도 하고, 고기가 땡길 때 챙겨먹으면 좋습니다. 퇴근 후 청소하고 씻는 사이에 프라이팬을 약불에 올려 돈가스를 데웁니다. 그리고 소스는 프라이팬 뚜껑에 올리면 알아서 잘 데워집니다. 방정리가 다 끝나고 상을 펴서 올리면, 돈가스도 적절히 따뜻하고 소스의 온기도 좋습니다. 기왕 먹는 김에 도시락 자체를 그릇에 옴겨 담아 즐깁니다.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생각나니, 돈가스 먹고 싶을 때는 꽤 좋은 대안입니다.
전자렌지는 꺼내기 번거로워서 쓰지 않습니다. .. 그보다, 자취방의 전자렌지가 망가져서 오븐(!)을 들였는데, 오븐 연결하려면 복잡하게 선을 꺼내야 합니다. 그러니 그냥 프라이팬에 데워 먹는 것이 간편하고요. 그렇다고 전자렌지 다시 쓰자니 그건 또 귀찮고요.
마찬가지로 튀김도 프라이팬에 데웁니다. 프라이팬 약불에 올리고 스테인리스 볼을 뚜껑처럼 덮어두면 오븐과 비슷하게 보온 효과가 생깁니다. 약불에 올리면 웬만해서는 타지도 않고요. 장날에 맞춰 구입한 저 튀김도 그렇게 데웠습니다.
자아아. 이제 슬슬 정리하고 자러갑니다. 오늘은 회의 때 날 세웠더니 도로 피곤하네요. 얌전히 자러가야지. 그래야 내일의 혹한을 견딜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