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들은 묶어서 올리고 이 둘은 따로 떼어 씁니다.
아무래도 쓸 말이 조금 다른터라..^^;


「의뢰인은 죽었다」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입니다. 누구나면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감상 링크)과 「네탓이야」(감상 링크),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감상 링크)의 작가입니다. 적고 보니 나온 책은 다 봤군요.; 취향에 100% 일치하지는 않는데도 이렇게까지 보게 되는 것은 책 읽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읽는 속도가 빠르니 결국에는 입맛에 딱 맞지 않아도 아쉬운대로 찾아보게 되니 말입니다.

출간 순서는 미스터리한 일상> 네탓이야> 사건 수첩> 의뢰인 순입니다.

「의뢰인은 죽었다」는 「네 탓이야」에 이어지는 연작 소설입니다. 단편 모음이라고 해야하나요. 다른 책도 다 연작 소설이긴 한데 이 두 권은 주인공이 히무라 아키라로 같습니다. 직업은 흥신소에서 일하는 탐정. 상당한 트러블 메이커로 일에 잘 휘말리며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오지랍이 넓습니다.-ㅁ- 일에 잘 휘말리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대체적으로 읽고 나면 입맛이 씁니다. '그래, 세상은 이런거지'라는 문구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자네 참 안됐구만'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니, 나이로 치면 히무라 아키라가 저보다 연상이겠지만 그래도 「네 탓이야」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폭폭 나옵니다. 「의뢰인은 죽었다」는 일부 판타지라고 해야하나, 조금 요상한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맨 마지막 부분을 보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무리수를 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이야기가 아무리 이상하게 꼬이고 심령적인 상황으로 흘러도 이 작가는 항상 막판에 뒤집거든요. 그렇다 보니 다음 권에서 알아서 해결하겠지 싶은 생각도 듭니다. ... 그러길 바라고 있습니다.(먼산)

「의뢰인」에서의 패턴은 대개 의뢰가 들어온다, 내키지 않지만 억지로 떠맡는다, 휘말린다, 해결한다 혹은 미스터리가 밝혀진다, 뒤통수를 맞는다의 순서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뒤통수를 맞게 되니 나중에는 통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뒤통수를 맞고 나면 머리가 얼얼해서 기분나쁜 것은 같지만요.
가볍게 보기에는 이야기가 무겁지만 심심풀이로 보기에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조금 삶은 달걀 풍이기도 하지요.



명탐정 홈즈걸의 두 번째 이야기, 사라진 원고지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1권을 워낙 재미있게 봐서 2권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짧은 연휴기간 동안(2박 3일이었나, 3박 4일인가 그렇습니다;)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며 현재의 미스터리와 과거의 미스터리를 동시에 풀어나가는 것이 꽤 괜찮았습니다. 책에 푹 빠져 있었지만 그게 홈즈보다는 왓슨쪽의 시각으로 보고 있어어 힌트를 거의 안 주고 줄창 달려나가는 누구씨에게 불만이 쌓이더군요. 하여간 그렇게 깔끔하게 풀리다니 과연 추리소설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현실세계에서는 풀어나가기 어려울테니 말입니다.

서점에 유령이 나타나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는 구조요청을 받고 주인공 두 사람은 나고야까지 내려갑니다. 구조요청을 한 사람이 이전에 교코(왓슨?)과 함께 세후도에서 근무를 했고, 지금은 고향에 내려가 그 곳의 유서깊은 서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령이 나타난 곳도 그 서점-마루우도입니다. 문제는 그 유령의 정체인데, 시내에서는 그 유령이 옛날 옛적, 자신의 스승을 죽이고 체포되어 징역을 살다가 2년 만에 사망한 어느 청년이라는 소문이 도는 겁니다. 내키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끌려간 꼴이 된 교코는 다에와 함께 옛 사건의 관계자를 만나러 다닙니다.



이야기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나고야의 이곳 저곳을 함께 돌아다니는 느낌이라, 나고야 여행을 다녀오고서 보면 느낌이 더 각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나고야를 돌아다니는 장면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게 아쉽네요.T^T
하지만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뒷 부분입니다. 사건의 이면에 얽혀 있는, 청년의 과거 말입니다. 와아. 그런 이야기를 담다니, 입맛이 씁쓸하더군요. 물론 그정도의 사건을 만들어야 청년의 행동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오지만 그래도 그런 트릭을 써야했나요.T-T 으흐흐흑. 잘생기고 능력도 있고 괜찮은 청년인데 참 아깝지 않습니까.

... 이런, 소설 속에 지나치게 빠져들었군요.

의뢰인을 먼저 보고 홈즈걸 2를 그 다음에 본 것이 다행입니다. 의뢰인을 먼저 보았다면 기분이 가라앉았을텐데 홈즈걸을 아낀다고 나중에 본 것이 오히려 좋았네요. 다음 권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와카타케 나나미. 「의뢰인은 죽었다」, 권영주. 북폴리오, 2009. 1만원
오사키 고즈에.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서혜영. 다산책방, 2009. 1만원


덧붙임.
적다보니 홈즈걸의 역자 이름이 익숙합니다.; 혹시나란 생각에 찾아보니 밤은 짧아의 역자입니다. 아하하하하하; 게다가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도쿄 밴드 왜건도 이 분이 번역했군요. 기억할 번역자 이름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서혜영씨가 번역한 책도 취향에 맞는 책이라고 안심하고 집어들겁니다.
여러 책에 대한 감상을 한 번에 쓸까 하다가 적다보니 이 두 권만으로도 충분히 길어져서 따로 뺍니다. 다른 책들은 또 묶어서, 혹은 한 번에 쓰겠지요.


도서관에 모리미 도미히코(토미히코)의 책이 뭐가 있나 찾아보았더니 최신작을 빼고는 거의 다 있는 모양입니다.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는 서가에 꽂힌 걸 볼 때마다 볼까말까 망설였지만 손 안대고 망설이고 있었지요. 하지만 냐옹냐옹님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와 「유정천 가족」이 닿아 있다는 말을 들으니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마침 「유정천 가족」은 도서관에 있어서 먼저 빌려다 보았고 그 뒤에 「밤은 짧아~」를 빌려왔습니다. 출간 순서는 반대이고, 제가 호기심을 먼저 가진-읽어보고 싶어 했던 것도 「밤은 짧아~」쪽입니다. 「유정천~」은 이 때 처음 제목을 들었습니다. 「여우이야기」는 제대로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다지 취향에 맞지 않았다는 기억은 확실히 납니다. 아마 서가에서 대강 훑어보고 내려놓지 않았나 싶습니다.'ㅂ'

하여간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은 범용적으로, 아무에게나 추천하기는 조금 망설여집니다. 취향을 타는 책이라 그렇고요. 깔끔한 내용이 아닌데다 환상적인 내용이 일상적인 이야기와 뒤섞여 있다보니 더 그렇습니다. 애초에 「유정천」은 교토에 너구리와 텐구와 인간이 공존해 살고 있다고 설정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주인공은 잘난 것과는 거리가 멀고, 대체적으로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나사가 풀려 있거나 독특하거나, 일반인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외도 있지요. 「유정천」에서, 냄비요리를 먹었다는 이유로 제게 죽도록 미움을 받고 있는 어떤 텐구.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니 정말 싫습니다. 뭐, 누구씨도 상당히 싫어하지만 그 쪽은 처음부터 미움받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이니 놔두고 말이지요.
「밤은 짧아~」도 일상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상 속의 판타지라고 하기에는 비일상의 인물들이 많습니다. 「유정천」을 먼저 읽고 보다보니 이쪽도 정체를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 얌전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의외로 마스터님 취향에는 맞을지도...요?;


내용을 두고 보자면 「유정천 가족」이 설명하기 쉽습니다. 교토에는 너구리와 텐구(도깨비의 일종으로 보시면...;)와 인간이 공존합니다. 너구리와 텐구는 변신해서 인간 속에 어울려 살지만 가끔은 장난을 치거나 사고를 칩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몇 년 전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교토에는 1년에 한 번, 너구리 냄비요리를 즐기는 인간들의 모임이 있는데 그 냄비요리의 재료가 된 겁니다.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는지,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주인공인 나(야사부로)의 시점에서 번갈아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참고로 말하면 야사부로는 너구리 네 형제 중 삼남이며, 나머지는 야이치로(첫째), 야지로(둘째), 야시로(막내)입니다. 일본어를 아시는 분이라면 금방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등장하는 여러 키워드가 일상 속의 비일상을 주장하는 「밤은 짧아~」와 닿아 있습니다. 특히 「밤은 짧아~」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이 누군가 골몰하게 되는데요, 「유정천」이 뒤에 나온데다가 최신의 이야기라 치면 「밤은 짧아~」의 등장인물인 누구가 누구인지 좀 고민스럽습니다. 그 누구씨가 결혼하기 전인가 싶기도 하고. 원서를 봐야 그 이름을 두고 추론할 수 있을텐데요.

「밤은 짧아」는 이공계의 솔로탈출 해피엔딩기로도 읽힐 수 있으며 염장도가 조금 있으니 주의하면서 보세요. 하지만 이 아가씨 정말 보통이 아니군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말술인데다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데다 운도 굉장히 좋은데다. 하지만 선배 쪽이 노력형이니 괜찮을거라고 봅니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바퀴.....(거기까지)
하여간 여기 나온 코스대로 한 번 돌아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의 느낌을 서울식으로 비교하자면 이런 정도?

1. 신촌에 있는 모 술집에서 결혼식 피로연이 열립니다. 대학 클럽(동아리) 동기인 두 사람이 결혼한 것인데, 주인공은 거기서 클럽 후배(아가씨)를 보고 한 눈에 반합니다. 신촌에서 신나게 술판이 벌어지는 가운데, 아가씨는 술이 더 마시고 싶어져서 피로연장을 나와 돌아다니다가 한 아저씨를 만나 신나게 술을 푸고, 신촌 여기저기를 같이 돌아다닙니다. 주인공은 쫓아다니다가 신촌 어드메에서 또 이상한 사람을 만나 작은 사건에 휘말리고, 거기서 또 아가씨를 만나고... 결국 아가씨는 신촌 바닥의 알아주는 애주가와 대작을 해서 이겨, 같이 다니던 아저씨의 빚을 탕감해줍니다.

2. 와우북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에 주인공은 갈지 말지 갈등하지만 아가씨가 거기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냅다 달려갑니다. 그리고 아가씨가 찾는다는 작은 동화책을 찾기 위해 지구상에서가장매운음식으로만들어진 훠궈 냄비에 도전합니다. 얼굴 도장은 찍지만....?

비유한겁니다.;
소설은 주인공(나)와 아가씨(나)의 시점에서 번갈아 진행됩니다. 교토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텐데, 저는 최근에 「때때로 교토」를 읽으면서 교토 여행의 유혹에 시달려서 교토 지도를 뽑아 놓고 여행 경로 연구를 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이해가 쉬웠습니다. 교토 지명을 모르면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지겠지요.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놀러다니는 소설을 볼 때, 그 각각의 지역을 알고 있으면 재미가 배가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마 이 두 사람이 다니는 대학은 K대가 아닌가 싶지만 확신은 못하겠네요.


두 책을 같은 번역자가 번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몇 용어들이 따로따로 놉니다. 그게 읽으면서 조금 불편했습니다. 가짜 덴키부로라는 술이 등장하는데 「유정천」에서는 덴키부로라고 나왔지만 「밤은 짧아」에서는 전기부랑이라고 부릅니다. 「밤은 짧아」에서 그 술을 소개하면서 전기 운운하는 말장난이 등장해서 덴키부로가 아닌 전기부랑이라 소개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밤은 짧아」에서는, 교토의 몇몇 지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의 문제도 있지요. 이마데가와 마치를 이마데 강 거리라고 하는 것이 좋은가 아닌가의 문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마데가와는 이마데 강, 가모가와는 가모가와라고 하면 헷갈린다고요.-ㅁ-


모리미 토미히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서혜영. 작가정신, 2008. 12000원
 「유정천 가족」, 권일영. 작가정신, 2009. 12000원

사실 번역제목보다는 원제가 더 마음에 듭니다. 하기야 팔리는 걸 염두에 둔다면 원제보다는 번역 제목이 더 친숙할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지요. 명탐점 홈즈걸이라니까 저는 오히려 반감이 들어서 손을 안 댔거든요.; 원제는 이 책의 세 번째 편 제목을 딴 '배달 빨간두건'입니다.

서가를 배회하다가 눈에 들어와 1-2권을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책을 집어든 이유는 「명탐점 홈즈걸의 책장」이라는 제목 때문이 아니라 그 위의 총서명-세후도 서점 사건 메모 때문이었습니다. 서점 사건이라니, 일상생활을 배경으로 한 소소하고도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실제로 읽으면서도 그랬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실제 있을법한 미스터리들이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사소한 이야기인 것은 아닙니다. 살인은 아니지만 범죄도 등장하고, CSI..가 아니라 FBI 실종수사대가 출동해야할 것 같은 사건도 나옵니다. 하지만 어느 것이든 해결하는 사람은 평범한 서점 직원입니다.

앞서는 작은 서점이라고 했는데 세후도는 그리 작은 서점은 아닙니다. 뒤에 나오는 것을 보니 6층짜리 역 건물에 입점한, 100평330평방미터의 중형 서점입니다. 지역에는 하나쯤 있을법한 서점이지요. 책 뒷부분에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나서 가진 간담회가 정리되어 있는데 그걸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서점에서 있었던 일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교차, 실제의 서점생활까지. 일상생활 밀착형 미스테리라는 걸 그 간담회가 또 제대로 보여줍니다.




여기까지는 설렁설렁 책 소개기.
그리고 지금부터는 책 지름신을 소환합니다.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이 책의 추천 대상은 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대부분의 분들입니다.
일단 티이타님과 아이쭈님. 두 분다 재미있게 보실겁니다. 키릴님과 듀시스님도 가볍게 보실 수 있고요.
첫비행님은 취향에 잘 맞을 거라 생각하고, 가장 이 책이 취향일거라 생각하는 것은 마스터님입니다. 특히 두 번째 편. 제가 봤을 때는 그 편이 마스터님 취향 직격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 이거 너무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긴 하네요.^^; 하지만 이 단편집이 상당히 마스터님 취향이라고 생각하니 아예 다음 모임 때 들고 나가겠습니다. 맛보고 결정하시와요.

이 책에 대한 호감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은 네 번째 이야기인 '여섯 번째 메시지'에서 「다얀의 스케치 교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 마이너한(제멋대로 기준이지만;) 책이 이런 곳에 등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한 권 더 확인해보긴 해야하는데 역시 같은 편에 등장하는 「하늘 여행」은 이전에 고토 세이의 얼그레이씨~이야기에서 잠깐 등장한 그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은 글 쓰고 나서 보충하겠습니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아아. 보면서 가슴에 확 꽂혀서...ㅠ_ㅠ
히카루 겐지가 달리 히카루 겐지겠냐는 결론으로 마무리 짓는데 보면서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마무리가 대박이예요. 정말 부전자전이라면 그 뒷 이야기도 정말 무서울(?) 거란 생각이 듭니다.;

다음 편은 장편이라는데 그래서 지금 손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도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면서 가슴이 벅차 올라(...) 남은 책장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서 한 편 읽고 쉬고, 한 편 읽고 또 잠시 쉬고 하며 보았거든요. 장편은 도중에 중지곧하기 어려우니 조금만 더 아꼈다가 보렵니다. 3편을 서둘러 수배해야겠네요.



마음에 드는 책들이 거의 그랬듯이 이 책도 이후에 리뷰가 조금씩 더 올라갈겁니다.^ㅠ^

호로로로로로록~ (커피 마시는 소리)


참으로 오랜만에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잠시 짬을 내가며 읽고 있는 것이 엊그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 1권입니다. 연작 단편이라고 해야하나요. 소설책은 맞는데 하타케나카 메구미 시리즈나 가토 미아키의 클럽 인디고 시리즈처럼 장편으로 죽 이어지지 않고 단락단락 끊어져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 소설은 이런  식의 책이 많군요. 한 권을 통째로 읽기에는 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담스러울 때 집어들면 딱입니다.

하여간 배경은 세후도(成風堂: 세이후도일지 세후도일지 헷갈리는군요;..)라는 서점입니다. 그리 크지 않은 서점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마술은 속삭인다」에 등장하는 로렐보다는 작아서 일겁니다.; 로렐의 이미지는 기노쿠니야고, 세후도는 점원이 적다는 걸 보면 그보다 훨씬 작은 것 같군요.

하여간 지금 읽어 내려간 두 편이 취향에 딱이라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후후후 ///
2권까지 다 읽고 나면 제대로 된 리뷰 올리겠습니다.
타샤 튜더 할머니.
정원 가꾸는 것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그리고 그렇게 살림하는 것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저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마 K나 S가 봐도 동의할겁니다.


나온건 알고 있었지만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타샤튜더 책은 집에 다섯 권 있습니다-한 번 보고 사자 싶어서 도서관에 신청했습니다. 책을 받아 들고는 휘리릭 넘기다가 좌절했고, 다시 찬찬히 읽어가면서 또 좌절했습니다.

아놔. 할머니.
어째 할머니는 인형놀이도 손 대면 예술이래요? -_-;
전문 사진 작가가 찍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실린 사진 하나하나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듭니다. 그러니까, 실제 살림집과 인형의 집이 헷갈릴 정도의 질입니다. 보고 있으면 '인형 놀이를 하려면 이정도로 해야하나'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자아. 본론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보지요.


타샤 튜더의 인형 새디어스(남)와 엠마(여)는 타샤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책에 실린 사진으로 추정하건데, 키는 30cm 전후로 보입니다. 생각보다 크지요. 사람과 비슷한 정도의 비율을 가지고 있으니 USD나 쁘띠 같은 작은 구체관절 인형과는 비율이 다릅니다.

1996년에, 타샤의 작품과 일상생활에 대한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인형의 집을 만들게 됩니다. 인형의 집 자체는 71년도에, 집에 있는 붙박이 수납장에 방을 꾸미면서 시작되었지만 단독 건물(?)로 만든 것은 96년에 제작된 거지요. 그것도 그냥 지은 것이 아니라 집짓기를 담당하는 장인들이 타샤에게 의견을 물어가며 만들었답니다. 장인들이 재미있게 놀면서 만들었다는데 그래서인지 걸작입니다. 이건 사진을 직접 보면 아실겁니다.
크기도 크거니와, 재현도가 장난 아닙니다. 안에 들어간 소품은 타샤가 만든 것도 있지만 주변의 친구들이 만들어서 선물로 준 것도 있고, 강연의 대가로 받은 것도 있다고 합니다. 부엌 소품 중에서 오븐은 실제로 불을 피워 쓸 수 있다는 군요. 아니, 다른 도기나 유리그릇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들이 만들어줬다 하지만 이 친구들이 보통은 아니니까요. 그 '타샤 튜더'와 함께 만들면서 노는 친구들입니다.(먼산)


인형놀이를 좋아하시는 분, 모형 만들기를 즐겨 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사실 저도 사고 싶긴 한데 사고 나면 인형놀이에 도로 빠질까봐 무서워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인형놀이에 빠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소품을 만들게 될까봐 무서운거지요. 일본 서적에서 본 여러 미니어처 책들도 봤지만 이걸 보면 ...(먼산) 아마도 이런 미니어처 소품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인 목표로 잡는 것은 이렇게 전시해놓고 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간과, 자금과, 손재주가 있어야겠지요. 앞서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70세를 목표로 부단히 움직여보렵니다.-ㅁ-; 하다보면 언젠가는 완성할 수 있을거예요.;




덧붙임. 새디어스와 엠마의 집은 바비의 집이 아니라 미미의 집입니다.

(알아들으시는 분 있겠지요.-ㅁ-)
요시모토 바나나의 새 책이 나온줄도 모르고 있다가 신간 추려보는 와중에 목록을 봤습니다.
서점에서 소개글을 보내 읽어볼만 하겠다 싶어서 홀랑 도서관에서 빌렸지요. 나라 요시토모가 삽화를 그렸는데 분위기가 꽤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번역 문제 때문에 걸리는 것이 있으니, 이번에'도' 주인공의 이름 문제입니다.
번역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짐작할 그 분입니다. 키친도 그 분의 번역으로 보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 생각 없었지만 주변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은데다가, 어떤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을 바꿨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떤 소설이었는지는 잊었지만, 번역자가 이름을 잘못 읽고는 그대로 번역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야 그 남자주인공의 이름을 그렇게 읽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요.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의 이름이 이렇다고 생각하고 번역했고 내 속에서의 이미지도 그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그대로 하기로 했다'라고 결정했더군요. 해당 글을 읽은지 좀 오래되었지만 검색하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번역은 거의 이 분이 했고 분위기도 잘 어울린다 생각하니 집어 들어 읽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처음 넘겨, 저작권 표시에 나온 원제의 영어명을 보고는 뜨악했습니다. HINAGIKU NO JINSEI랍니다. 제목 위에도 ひな菊の人生이라 나와 있군요. 히나기쿠의 인생. 원제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번역 제목은 데이지고요. 이게 어찌 된건가 싶었는데 일러두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일러두기
주인공의 원래 이름은 '데이지'를 뜻하는 일본 꽃 이름 '히나기쿠(ひな菊)'이다. 소설 속에서 깊은 우정을 나누는 두 친구의 이름을 꽃 이름으로 설정한 작가의 의도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달하기에 '히나기쿠'보다 '데이지'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데이지'로 표기하였다.

끄응......................;
원작 우선주의랄까, 하여간 번역할 때 번역자가 손대는 것은 가능하면 적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제게는 미묘합니다. 다른 한 친구의 이름은 달리아. 원작에도 이름은 달리아(ダリア)로 나와 있습니다. 뭐,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냥 히나기쿠로 하는 쪽이 분위기는 더 잘맞지 않았을까 합니다.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는 친구 이름은 달리아, 일본에 남아 있는 친구 이름은 히나기쿠. 일부러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차라리 처음에 이름 나올 때 역주로 살짝 소개해도 되지 않을까 싶고요.


그러고 보니 그 비슷한 이유로 번역이 걸렸던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다카페 일기. 그 집 아이들 이름이 우미, 소라입니다. 딸이 우미, 아들이 소라. 하지만 번역서에는 바다, 하늘로 나와 있습니다. 끄으으응.................;



그 문제를 빼놓고 보면 책은 상당히 취향이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 책 답게 얇지만 재미있더군요. 예전에 읽었던 「허니문」과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취향에 잘 안 맞았던 최근 책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그래봐야 「아르헨티나 할머니」, 「불륜과 남미」정도가 입맛에 안 맞았지요.-ㅂ-; 나머지는 그냥 저냥이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키친」입니다. 이 책은 일본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을 꼽으라면 항상 튀어나오지요. 완성도고 뭐고 제 일상의 오아시스 같은 책이니까요.

요시모토 바나나 답게 엔딩도 열린 엔딩에 가깝습니다. 밝고 온화한 느낌으로 마무리를 지으니 부담없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뒤에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허니문」을 빌려왔는데 기억보다는 무거운 이야기였습니다. 그 쪽도 간만에 다시 보니 꽤 재미있던데, 그 때문인지 「키친」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후후후.
원래 감상 쓰고 싶었던 책은 따로 있지만 그건 따로 쓰겠습니다. 여기에도 잠깐 언급되긴 하겠지요.'ㅂ'


그런 고로 간단 감상부터.
「접시에 뉴욕을 담다」. 2003년에서 2006년까지 뉴욕에 머물면서 CIA(요리학교)를 다니고, 여러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각각의 레스토랑 리뷰를 모아 놓은 글입니다. 중간중간 요리학교 다니는 동안의 짤막한 이야기도 담겨 있고요.
하지만 대체적으로 개인적인 경험담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전문가가 맛본 것은 맞지만 경험이 개인적이라는 느낌입니다. 본인도 각각의 레스토랑 체험담에 그렇게 적었고요. 이전에 몇 번 읽었던 '블로그에 올린 글 출판집'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스페인에서 날아온 맛있는 편지」는 스페인을 다녀온 뒤 스페인 요리집도 잠깐 열었던 사람이 쓴 스페인 짤막 체류기 + 요리책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얇고, 엽서집을 보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거 추천하기에는 조금 난감..; 스페인 요리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정확한 분량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한식 만들 때도 그렇지만 정량화 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손맛이랄까, 그런 쪽을 강조한 셈이지요. 스페인 짤막 체류기라고 적긴 했는데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활담에 가깝기 때문에 여행기라고 하기 보다는 수필에 가깝습니다. 그냥 가볍게 볼만은 한데 크게 기대는 하지 마세요.'ㅂ'
요리법은 한국에서도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대강대강요리를 잘하시는 분이라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오선 여행」은 책 다 챙겨서 나가다가 눈에 스쳐 지나가던 책이 걸려서 집어 들었습니다. 영국 여행기? 아니면 과학사? 어느 쪽으로 분류할지 고민되지만 도서관에서는 과학사, 혹은 과학수필로 집어 넣었군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그리니치 천문대는 경도의 기준입니다. 그리고 그 자오선을 중심으로 해서 영국에서 일어난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일어난 장소들이 여럿 있답니다. 그래서 그 자오선을 따라 영국 남부에서부터 죽 올라가 여러 과학적인 발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읽은지가 좀 되어서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그리고 사실 읽다가 졸았습니다-그 발견들은 과학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지질학, 물리학, 화학, 그리고 기타 등등.; 기억에 남는 인물 중에는 화석 발견의 대가(?)인 메리도 있습니다. 성은 지금 잊었는데 이전에 동서문화사의 에이브 시리즈에 관련 책이 있어 꽤 재미있게 보았던 이야기입니다. 정규교육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하고 해안가에서 주변 관광객들에게 작은 화석을 파는 것으로 생활을 이어나가던 한 소녀가, 악어의 선조인가 하는 그 대단한 화석을 발견하여 굉장히 유명해졌다는 내용입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고 그 당시로서는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학자들에게는 큰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야 여자이기도 했고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까요.'ㅅ' 그래도 그 이야기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그 부분은 기억에 꽤 남습니다.


「아임 어 스튜던트」는 신간 소개를 보고 홀랑 반해서 도서관에 신청해 보았습니다. 암에 걸렸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한 남자가, 다시 신입생이 되어 공부를 해보겠다고 하여 대학에 입학하고 잠시간 신입생들과 함께 학창생활을 만끽합니다. 내용만 보면 별것 아니지만 여기에 그 남자의 신상을 밝히면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니까 로저 마틴씨는 대학 총장입니다. 폐암으로 죽다 살아난 뒤 안식년을 내고는 그 시간을 오롯이 신입생 생활에 투자한 것이지요. 재입학한 학교가 조금 독특한 곳이라, 고전에 대한 강독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거기에 조정(배젓기 운동;)을 포함한 예체능 활동이 필수인 곳입니다. 모 대학교의 재단으로 들어간 어느 기업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지요. 하하하. (그 기업이 어떤 비난=뒷말을 듣고 있는지 알고는 음...; 싶었습니다;;)
 하여간 오랜만에 고전을 다시 읽고 예순의 나이에 조정경기에 참여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며 즐겁게 보내는데, 말은 그렇지만 그 내용은 좌충우돌, 이런 저런 실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걸 감안하면서 보셔야 합니다. 신입생들과 진한 우정을 쌓는다고 책 소개에는 나와 있지만 글쎄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아폴로의 눈」은 서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G. K. 체스터튼의 G. K.가 길버트 키스라는 것은 이 때 처음 인식했습니다. 핫핫핫.; 집에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전집이 있지만 몇 년 전에 예술제본으로 만들고 나서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도 아마 G. K.가 어떤 이름의 이니셜인지 나와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읽은 기억이 없군요.
 표제작인 아폴로의 눈은 브라운 신부 전집에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맨 앞에 실린 '벼랑 위의 세 기병'은 본 적이 없습니다. 실려 있는 다섯 개의 단편 중에 그 하나만 브라운 신부 전집에 없고 나머지는 다 실려 있습니다. '벼랑 위의 세 기병'은 아마 한국에 소개되는 것이 처음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절판이라, 보실 분들은 도서관에서 빌리는 수 밖에 없겠네요. 교보에서 검색하다보니 「목요일이었던 남자」라는 책도 나와 있는데 볼까 말까 고민됩니다. 브라운 신부도 그렇지만 체스터튼의 추리소설은 조금 무거워서 손대기 망설여지는군요.



김은희. 「접시에 뉴욕을 담다」, 그루비주얼, 2007. 14000원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 「아폴로의 눈」, 바벨의도서관. 2009. 9500원 (그러나 절판;)
정세영. 「스페인에서 날아온 맛있는 편지」, 이숲. 2009. 9500원
쳇 레이모. 「자오선 여행」, 사이언스북스. 2008. 13000원
로저 마틴. 「아임 어 스튜던트」, 웅진지식하우스, 2010. 12000원


여기까지가 4월 16일에 썼던 글이라 먼저 올립니다. 그 뒤에도 읽은 책이 더 읽지만 그건 다음 글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도서관을 둘러보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블루 캐슬이란 책이 있는 걸 봤습니다. 무슨 책인가 싶어 대강 넘겨 보았더니 동서문화사에서 ANNE'S BOOKS라는 이름아래 묶어 낸 시리즈 아홉 번째, 「밸런시 로망스」와 같은 책입니다. ANNE'S BOOKS 중에서 가장 자주 읽은 것이 「밸런시 로망스」라, 책도 작은 편이고 해서 빌려다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상당히 후회했습니다. 제목에 적었듯이 번역의 문제이지요.

애니메이션이나 외국 드라마를 볼 때도 그렇지만 번역도 가끔은 그럽니다. 먼저 눈에,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이 익숙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더빙판을 먼저 보면 원판 목소리가 귀에 익지 않아 낯설게, 이상하게 들리고 같은 더빙판도 먼저 들은 성우가 누구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번역도 조금은 그런 경향이 있을겁니다. 먼저 읽은 번역이 더 익숙해서 주인공의 말투가 바뀐다거나 하면 이건 좀 아니다라고 투덜대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번역은 그런 문제를 초월합니다.
읽으면서, 이 책은 영어판을 가지고 번역한게 아니라 일본어판을 가지고 번역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 중간 이상한 장면이 들어 있어 그렇습니다. 말투는 둘째치고 사람들간의 대화가 문제라는 겁니다.

자기를 돌봐주러 왔다는 말에 밸런시에게 감사를 표하는 시시의 말입니다.


<동서문화사판>
"정말로 있어 줄 거야? 나, 너무 외로웠어. 내 한 몸은 어떻게 할 수 있지만, 너무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아!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아.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주다니……. 너 같은 사람이! 넌 언제나 날 친절하게 대해주었어.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베텔스만판>
"진담이세요? 저, 정말…… 외로웠어요. 내 한 몸은 스스로 간수할 수 있지만…… 하지만 너무 외로웠어요. 언니 가은 분하고 같이 있을 수 있다니 마치…… 마치 천국 같아요. 예전에 언니는…… 제게 잘 해주셨죠."


같은 책인지 의문이 들만한 부분이 바로 그 다음에 이어집니다.

<동서문화사판>
밸런시는 시시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갑자기 가슴이 행복으로 벅차올랐다. 이곳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나는 이제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다. 과거는 모두 사라졌다.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베텔스만판>
밸런시는 시시를 힘주어 안았다. 그녀는 문뜩 행복해졌다. 여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녀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쓸모없는 노처녀가 아니다. 책으로 치자면 항상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던 장은 드디어 끝났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장의 시작이다.



베텔스만판의 '문뜩'은 제 오타가 아닙니다. 베텔스만에서 나온 책에는 몇 군데 오타가 있습니다.
오타는 넘기더라도 의역과 직역이 눈에 보인다 싶은 정도입니다. 원서를 봐야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 있겠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원서에서 시시가 밸런시를 '언니'라고 부르지 않았을 거란 점은 확신합니다.-ㅅ-  베텔스만판이 일어판을 번역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그래서 드는 겁니다. 동서문화사판에 따르면 조지애나는 사촌인데, 베텔스만판에서는 조지애나 할머니라고 부릅니다. 뭔가 이상하지요. 게다가 제임스 숙부의 농담들도 베텔스만 판은 번역을 한 것이 아니라 바꿔놓았습니다. 베텔스만판 48쪽, 동서문화사판 42쪽에 실려 있는 농담을 보면 확연히 차이납니다.

그리고 시시의 아버지인 아벨을 동서문화사판에서는 '욕쟁이 아벨', 베텔스만판에서는 '울부짖는 아벨'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이것도 차이가 있고요.

베텔스만판에 불만을 가진 것은 대체적인 말투가 현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밸런시가 집에서 나가는 장면에, 자신의 사촌인 스티클스에게 퍼부은 악담도 차이가 납니다. 동서문화사에서는 '거지 같은 할망구!', 베텔스만 판에서는 '쳇, 진짜 욕나오게 만드네'.
음...;



동서문화사 번역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베텔스만판은 다음부터는 손대지 않을겁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 「밸런시 로망스」, 동서문화사, 2004
루시 모드 몽고메리, 「블루 캐슬」, 베텔스만, 2006

세노 갓파는 다치바나 다카시와 함께 제가 특별히, 각별하게 생각하는 작가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를 알게 된 것도 세노 갓파를 통해서 였습니다. 의외지요. 셰 다치바나라는 이름의 고양이 빌딩도, 세노 갓파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세노 갓파의 본 직업은 무대미술가이지만 책도 여럿 써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것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검색해서 아는 한도 내에서는 「펜 끝으로 보는 세상」, 「인도 기행」, 그리고 이게 세 번째입니다. 한참 전에 교보에 들렀다가 「펜 끝으로 보는 세상」을 보고 홀딱 반해 집어 들고는 그 뒤로는 종종 이 작가 책이 번역이 되질 않나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만.. 이제는 성이 차지 않아 원서로 사다 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작업실 탐닉」은 세노 갓파의 '엿보기'시리즈 중 「갓파가 엿본 작업실」을 번역한 겁니다. 다만, 작업실의 원 단어가 仕事場(しごとば)랍니다. 영어로 적힌 원제를 보고 한자를 때려맞춘거라, 한자가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e-hon으로 검색해보니 맞습니다. 교보문고에는 작업실 탐닉의 원서가 잘못 들어가 있군요. 「河童が覗いた仕事師12人」은 갓파가 엿본 작업실 그 다음 편입니다.)


이 책은 아사히 주간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칼럼을 모아 책으로 만든 겁니다. 출간된 것이 84년. 97년도에 개정판인지, 문고판인지가 나온 모양입니다. 97년도 개정판이라지만 그래봐야 작업실 주인의 근황에 대한 것들 정도만 수정되지 않았을까 싶고, 대부분은 그대로 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노 갓파는 주변 사람들을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작업실을 엿보고 싶어집니다. 그리하여 주변 사람들부터 차근차근 포섭해 작업실을 공개해줄 수 있는가를 묻고 보통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을 들여 작업실을 측량하고 인터뷰를 합니다. 마감이 일주일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그에대한 고충도 상당하겠지만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자면 헛웃음이 나옵니다. 게다가 작업실 주인에게 원고 내용도 일일이 교정을 받았다고 하니까요. 그 당시는 이메일은 커녕 팩스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을 때니, 유선전화를 걸어 읽어주고는 잘못된 부분이 있나 없나 확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 때문에 글이 알차고 또 매끄럽습니다. 거기에 그 그림을 보고 있자면 연재분을 보고 기겁했을 '주인장'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_-;

뭐, 그 사람들의 소회야 각 편 뒤에 실려 있는 '갓파 엿보기'를 읽어보면 아실 수 있겠지요. 읽고 있다가 몇 번이고 웃음을 터뜨릴 뻔한 것도 그 '갓파 엿보기' 때문이었습니다. 와아. 이 사람들, 갓파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 대단해!

 

저는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작업실이란게 딱히 평범한 공간만 말하는 것도 아니더군요. 그러니까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썼던 료칸이라든지, 기상청의 지진예보 시스템이라든지, 항공우주기술 정보의 시뮬레이터라든지, 레이건 대통령의 집무실이라든지 말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집무실과 나카소네 총리의 집무실 관련해서는 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집무실을 그리겠다 하면 들고 일어나서 '삐~에게 정보를 전해줄셈이구나! 너, red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요.-_-; 몇 년 전이라면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안될겁니다.


번역은 조금 걸리는 부분이 몇 있었는데, 그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문득 궁금한게 생겼습니다.

 

호접란과 나비란, 어느 쪽을 더 많이 씁니까? 저는 호접란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거든요.'ㅂ'

그게 말이죠, 저도 그렇게 헐벗은 표지는 손대기가 참 민망하거든요.-_-; 저야 그 쪽은 아예 손 안대고 있었지만 그런 표지가 나오는 것에는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에 공감₁을 했더라는 겁니다. 라이트 노벨의 표지나 일러스트가-아니 일부는 내용도, 이런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만들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제 속에서는 그런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도 있었을지 모릅니다.(먼산) 그건 아마 동인지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과도 닮아 있겠지요. 아, 이런 소설을 보다니 그런 타입의 사람이로구나.(...)

그리고 반대글로 나온 라이트 노벨은 원래 버리는 소설이다라는데는 심한 반감을 가졌습니다. 저는 그 소설을 소장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전부 소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구입한 책 중 상당수는 소장할만한 책이 아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분했지만, 반대로 소장할만하다고 생각하는 책은 구입해서 두고두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책을 신성하게 여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일회용으로 생각하여 한 번 보고 나서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것은 제 생리에 맞지 않습니다. 기왕 버릴 것이면 분리수거를 할 것이지.(...) 아니면 북오프에 팔든지요.
이야기가 튀었는데, 하여간 저는 라이트 노벨도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 원래 목적(태생)이 가볍게 읽고 버리기 위해 나온 책이라고 해도 그게 용납이 안되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소장하고 있는 라이트 노벨을 생각한다면 제가 손대지 않는 표지의 책들은 낮은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겁니다.'ㅅ'


상당수는 처분했지만 「델피니아 전기」나, 「상냥한 용의 살해법」, 「문학소녀」, 「인류는 멸망했습니다」, 「키노의 전쟁」 같은 책은 서가가 왕창 줄어든다 해도 계속 끌어 안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집에 더 있는것 같은데 무슨 책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단 말입니다...)




4월 신간에 「키노의 여행 13」이 있네요.-ㅁ- 잊지 말고 사야지. 이 책이랑 「책의 공주는 노래한다 4」를 같이 챙겨야지요. 4권이 완결인데 과연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궁금합니다.



₁야한 표지라고 하더라도 싸우는 사서처럼 20대 이상의 쭉빵 누님(...)이 나온다면 괜찮습니다. 거부감을 가지는 대상은 10대 초반의 아이들에게 초 미니 교복 스커트를 입힌다든지, 아니면 그런 상태에서 특정 자세를 취해서 속이 보일락 말락, 혹은 속옷을 노출한다든지의 표지 그림입니다.

그리고 공감은 딱 거기까지. 그러니까 '야한 옷차림과 자세의 소녀를 그린 일러스트가 표지가 되는 것은 라이트 노벨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강화시킨다. 그러니 라이트 노벨의 질을 떨어뜨리는 그런 표지나 삽화는 자제하라'는 것까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라이트 노벨은 애초에 가볍게 읽고 버릴 수 있는 수준의 소설을 내는 것이다. 그러니 잘 팔릴만한 그런 소설을 내는 것은 문제 없다'라고 하면 아넵; 그러고는 뒤돌아서서 우는거죠. 하하하.; 나에게 재미있는 라이트 노벨을 달라!

거기까지는 공감했는데 그 다음에 댓글에서 말싸움 붙은 걸 보니까 이건 영...;
거기에 글쓴이에 대한 다른 도서밸리 상주민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누구씨가 국외 포럼에 나가 '강 정비는 환경정비고, 나는 자연친화적인 것을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ㅁ-;
처음 이 책을 읽고 나서 분노 수치가 점점 상승했을 때는 관련 글을 쓸 때 처음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해야겠다 생각했지만, 글을 쓰는 지금은 그냥 틀린 부분만 지적하고 넘어갈겁니다. 앞의 이야기가 길어지면 본론이 재미 없으니까요. 그러니 바로 본론 나갑니다.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는 1997년에 나온 책입니다. 십 여년 만에 한국에서도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이글루스의 어느 분이 번역하셨다고 하셔서 기대하고 도서관에 신청해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소설책을 주로 봤다고 기억하지만-책 감상문을 별로 안 올리긴 했지만-그래도 그 전에 읽은 책을 포함해서 이렇게 오타와 번역이 걸리는 책은 오랜만입니다. 책 읽으면서 잘못된 곳을 찾아냈는데 그 중 한 군데는 다시 찾아내려다가 못 찾았습니다. 그냥 마음 편히 포기하고 다른 곳만이라도 소개합니다.


1. 6쪽. 옮긴이의 글입니다.
가장 처음 나오는 오타. 처음에는 몰랐는데 오타 검증을 위해 책을 처음부터 훑다가 발견했습니다. 아래서 9번째 줄 '와규(禾牛)'.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쌀국이 되었네요. 禾가 아니라 和입니다.


2. 36쪽. '태초의 빵'입니다.
밑에서 세 번째 줄에 '이사야는 선지자로서는 일류였지만 영약학자로는 별 볼일 없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영약이 아니라 영양이 아닐까 합니다.


3. 48쪽의 4번째 줄을 포함하여 작은 따옴표가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다시 찾아내지 못한 것이 48쪽과 236쪽 사이 어딘가에 있는데, 한 글자가 빠져 있습니다. '**습니다'인지 그 유사한 서술어에서 어근과 '니다'만들어갔고 사이에 한 글자가 없어졌더군요. 오른쪽 페이지 상단에서 본 것 같은데 다시 뒤지기가 힘들어 넘어갑니다.


4. 218쪽. '와규(禾牛)와의 첫 만남'입니다.
이후 등장하는 와규의 '화'를 벼 화(禾)로 썼습니다. 그리고 218쪽 밑에서 두 번째 줄에 '일본말로 와(禾)는 "일본", 규(牛)는 "소"를 의미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
和입니다. 가장 분노한 부분이 이 부분이었고 이후로는 기대를 버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노는 덜했습니다.


5. 236쪽. '해산물의 보고'입니다.
첫 번째 줄의 '다음 음식 수업은 다음날 '바르비카니Barbicani'라는 음식에서 벌어졌는데'라는 문장에서 한 글자가 빠진 것 같습니다. 241쪽 상단에 '바르바카니는 주인이 바뀌었는데 빅터와 마르셀라는 더 이상 갈 가치가 없어졌다고 알려주었다'는 문장이 있는 것을 보아 음식이 아니라 음식'점' 같습니다.


6. 297쪽. '아이스크림의 어머니' 중 초콜릿 그라니타 만드는 법입니다.
네덜란드 식으로 가공된 코코아라고 나와 있는데 그냥 '더치 프로세스 코코아'라고 적어도 되지 않았을까요.


7. 325쪽. 과일케이크 만드는 법이 실려 있습니다.

- '세워서 쓰는 믹서'보다는 '스탠드 믹서'라고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 재료에 버터가 빠져 있습니다. 체리, 파인애플, 건포도, 호두, 설탕, 계란, 다목적 밀가루, 레몬 추출액이 등장하는데 만드는 법 두 번째 문단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버터를 세워서 쓰는 믹서에 넣고 돌리거나 손 반죽기로 가벼운 느낌이 날 때까지 섞거나(중략)'.
버터는 얼마나 넣습니까?
(추측컨대, 다른 재료와 같은 무게가 아닐까 합니다. 다른 재료의 그램수를 보면 '파운드' 케이크 같거든요.)

- 그러고 보니 손 반죽기. 핸드믹서인가요? 저는 손 반죽기라는 부분을 읽고 거품기라고 생각해서 집에 믹서가 없지만 도전해볼까 했는데 핸드믹서라면 고이 마음을 접는 쪽이 팔 건강을 위해 좋겠습니다.

- 버터를 크림화한 다음에 달걀과 밀가루를 넣는다고 합니다만, '계란 세 개와 밀가루 절반을 넣고 나머지 계란을 넣고 섞는다.'고 합니다. 그럼 나머지 밀가루는 언제 넣습니까?
(추측컨대, 달걀 세 개와 밀가루 절반을 먼저 넣고 섞은 다음, 웬만큼 섞이면 그 다음 달걀과 나머지 밀가루를 넣고 섞을 겁니다. 다시 말해 밀가루 넣는 것이 빠졌습니다. 이건 원서 문제인지 번역 문제인지 알 수 없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책 내용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음식에 대한 깊이있는(?), 혹은 장난스런(?), 만용같은(?) 실험들이 등장하니 말입니다. 가끔은 아내가 참 안됐다 싶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가끔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직접 만든 최고의 빵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말에 뺑드빱바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ㅁ-;
사람의 식욕을 자극하거나, 혹은 지나친 실험정신으로 인해 입맛을 잃게 하거나의 양쪽 작용을 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지던걸요. 특히 그라니타는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아몬드 그라니타는 쓴 맛이 나는 아몬드를 구하기가 어렵고 살구씨나 복숭아씨를 쓰기는 귀찮고 하니 아마 에스프레소 그라니타를 만들겠지요.


1권에서 재미있게 본 이야기는 빵, 아이스크림, 과일케이크, 프렌치프라이입니다. 하지만 프렌치프라이는 만들 생각이 없고, 빵은 만드는 방법이 어려우며, 과일케이크는 믹서 문제로 도전이 힘들며, 아이스크림(그라니타)만 집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겠더랍니다. 그나마도 레몬과 귤과 아몬드는 재료 수급의 문제로 에스프레소와 코코아만 만들 수 있겠지요.


2권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이쪽을 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해 분노하고 실망한 것은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고로 2권에 대한 기대도 조금 줄이고 쉽지만 감자와 설탕과 교토가 저를 홀리는군요. 2권에도 오타가 많다면 이후에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제프리 스타인가튼,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북캐슬, 2010,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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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추가.-_-;

279 쪽 위에서 세 번째 줄. 그라니타를 그라티나라고 썼습니다.

288쪽 위에서 두 번째 줄. 살짝 녹이려면 냉동실이 아니라 냉장실로 옮겨야겠지요.

291-292쪽. 291쪽의 재료소개에는 뜨거운 물 4작은술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지만, 만들 때는 4큰술이 들어갑니다.





S에게 보내는 글입니다.'ㅂ'

지난 주말에 S가 빌려간 책들인데 이 중 몇 권은 읽었다 하여 집에 남았습니다. 총 대출 권 수는 열 여덟 권. 어떤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좋은지 따져보다보니 커피 맛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재미있겠더라고요. 그리하여 한 번 적어봅니다.

순서는 처음에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그리고 S에게 건네는 말이므로 존대는 하지 않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중,하」.
최근 이벤트에 당첨되어 얻은 책인데 리뷰 올리기도 전에 먼저 대출되어 사진이 찍혔네. 마쓰모토 세이초가 원래 사회파라던가, 하여간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소재로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이고, 여기에 실린 것 중에는 소설이 아닌 것도 있어. 논픽션도 같이 있으니 읽을 때 헷갈리지 말 것. 하기야 미미여사가 대표 편집을 맡았기 때문에 그 설명만 봐도 대강 알 수 있겠지만.

커피 맛으로 따지자면 꽤 스모키해. 연기맛, 훈연맛이 강하고 어떤 것은 목을 강하게 자극하는데다 끝맛도 안 좋아. 책이 어렵기 때문에 한 번에 다 보는(마시는) 것은 힘들테고 중간중간 다른 책들과 섞어보되, 가능한 빨리 보는 것이 좋아. 스모키 하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맨 마지막으로 보면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거든. 거기에 커피 맛이 세서..-_-;

참고로 미미여사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는 평가를 받는 다는 듯. 그래서인지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쓰는 방식이 조금 닮았다는 생각. 하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는 정말로 '현실적'이야.


미야베 미유키, 「화차」, 「인질카논」,「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
「화차」는 위의 시리즈 영향을 상당히 받지 않았나 싶긴 하네. 소재 쓰는 법으로 보면 「이유」가 더 닮았을지도. 이쪽은 글 쓰는 방식 때문에 다르긴 하지만. 하여간 화차는 끝 맛이 '향이 나려다 만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전체적으로 스모키 하면서도 나름 맛이 둥글둥글하다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마시기 편하다고 해야겠지.
「인질카논」는 설탕과 크림을 듬뿍 넣은 커피. 하지만 교토의 이노다 커피처럼 고급 분위기는 아니고, 만든 사람은 장인인데 왠지 기대에 못 미치는 커피맛이라는 느낌. 그래도 무난하게 마시기는 좋아. 내용이 달달하거나 부드럽진 않지만. 참, 단편집이야.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는 첫비행님이 추천해주셔서 기대하고 봤는데 솔직히 기대에 못 미쳤...;
만든 사람은 장인인데 뭔가 지나치게 평범해. 하지만 그냥 무난무난하니까 기대는 너무 하지 말고 청소년 대상 가벼운 추리소설 본다고 생각하면 될 듯.


츠지무라 미즈키, 「밤과 노는 아이들 상-하」, 「얼음고래」
츠지무라 미즈키는 추천하기가 굉장히 난감함.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였나. 이걸 포함해서 위의 두 권까지 다 손안의책에서 냈어. 작년인가에 재고 처분할 때 구입한 책인데, 「얼음고래」는 자주 들여다보지만 「밤과 노는 아이들」은 결국 구입한 뒤에 다시 못봤음. 이 작가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맛(소재) 자체가 호불호가 갈릴만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야. 살인사건이 소재고 분위기가 암울...; 상대적으로 읽기 편한 것이 「얼음고래」. 이쪽은 은근 내 취향이라 맛이 깔끔하게 딱 떨어진다는 느낌이야. 추리를 해야할 부분이 있기도 하고 카드의 패를 하나씩 뽑아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얼음고래」는 진하고 쓰지만 앞 뒤가 달달한 맛이라 나는 좋았지. 그래서 책 읽을 때는  「밤과 노는 아이들」 먼저, 「얼음고래」는 나중에.


오노 나츠메, 「GENTE 1-3」
이건 만화니까 언제 봐도 상관없어.(웃음)


아리스가와 아리스, 「46번째 밀실」
이건 중간중간 번갈아 볼 때 보거나, 아니면 맨 뒤에 보거나.
개인적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가벼운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이고, 단편쪽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46번째 밀실」과 「절규성 살인사건」도 그랬음. 「절규성 살인사건」쪽이 더 볼만해.


온다 리쿠, 「목요조곡」, 「코끼리와 귀울음」
온다 리쿠는 온다 리쿠. 「코끼리와 귀울음」은 이미 본 것 같은데, 「목요조곡」은 내가 좋아하는 온다 리쿠 책 중 하나임. 어, 딱히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그런 것은 아니...... ㄴ게 아니라 맞고.; 둘다 편하게 마실 수 있긴 한데 온다 리쿠 책은 잡미가 많다고 해야하나. 뒷맛이 깔끔하지 않아. 「목요조곡」은 상대적으로 뒷맛도 나쁘지 않지만 그게 사족으로 읽힐 수도 있지.


「너를 위한 이야기」
이건 그냥 가볍게 보면 돼. 커피믹스.-ㅠ-


교고쿠 나쓰히코, 「항설백물어」
커피우유쯤? (웃음)
커피우유라고 하면 작가에게 미안하긴 한데 정말 그런 느낌이야. 편하고 무난하게 볼만한. 아, 대신 소재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니 커피보다는 말차에 가까울지도 모르지만 뒷맛도 나쁘지 않아.'ㅂ' 「광골의 꿈」 쪽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


밴 다인, 「파일로 밴스의 정의」
정통 추리소설이니 정통 커피맛.-ㅠ- 이 책만 분위기가 확 다르니까 다른 책들과 섞어보는데는 무리가 없을거야. 엘러리 퀸보다 더 현학적(어려운 말 하기 좋아하는;)이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파일로 밴스가 주인공임. 두 편이 실려 있는데 앞쪽이 훨씬 이야기가 길어. 그리고 내 입맛에는 뒤쪽보다는 앞쪽 이야기가 더 입에 맞았지.



대강 이렇습니다. 내용이 무거운 책부터 먼저 보는 게 낫지 않을까.'ㅂ'
다음에는 음양사랑 샤바케가 대기중. 그 사이에 다른 책을 더 사지는 않을것같네. 최근에는 소설보다 여행, 제과제빵 쪽 관련 일본 책을 더 많이 사니까.; 거기에 추리소설은 여름이 제철이라 그 때 주로 나오니 말야.
추리소설은 미리 내용을 알면 재미가 떨어지겠지요. 사전에 힌트라든지, 그런 걸 받아도 책 읽는 맛이 떨어진다 생각하시면 이 글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전미궁을 다 읽고 나서 감상문을 썼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몇 가지 이야기를 짤막하게 다룹니다. 그러니 책을 다 보고 보시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겁니다.


감상문을 다 쓰고 집안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떠오르는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들.



















바이올렛과 릴리는 일란성 쌍둥이라고 읽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다시 이야기를 찾아보기가 번거롭군요. 릴리는 일란성이든 아니든 관계없다고 버럭 화를 내던가요. 하여간 둘이 일란성이라면 마지막에 DNA 검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할거라고 봅니다. 이란성이라면 확인이 어렵겠지만 일란성이라면 남은 시신의 DNA를 판별하여 DNA가 동일하면 그렇고, 다르면 아니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란성이었다는 이야기인가요.

잠깐 여기서 다른 이야기 하나더. 이전에 읽었던 모 만화(마술사)에서는 일란성 남녀 쌍둥이가 나오는데 말입니다. 이건 아니지 않나요.; 아, 하기야 난자가 수정전에 충격을 받아 분할을 해서 각각에 X, Y 염색체 정자가 수정을 한다면 일란성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흐음. 이렇게 하면 유전자가 상당히 일치하니 닮은 꼴이 나올 것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ㅅ'
(유전학을 은근 좋아해서..)


그리고 설거지하다가 막판에 떠오른 이야기. 앵미궁의 저주를 내리고 사라진 은사자. 하지만 왜 다들 XX에만 집착하냔 말입니까.


맏이는 어디갔나요?



으아아아아악. -_-;
저걸 떠올리고나서는 경악했습니다. 정말 맏이는 어디있어요?
이 책보다 더 읽었지만 그에 대한 리뷰는 따로 쓰겠습니다. 그쪽은 요리책이랑 여행가이드북이거든요.'ㅂ'


「지도는 지구보다 크다」는 책상머리 앞에서 할 수 있는 세계여행=지도에 낙서하기에서 태어난 책입니다. 중간중간 글쓴이들의 실제 체험담이 섞여 있지만 상식과 여행담과 후기와 상상이 뒤섞이니 재미있는 글이 나오는군요. 요즘 제가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책상 머리 앞에서 도쿄여행 짜기'이다보니 더 공감이 되었나봅니다. 지도 한 장 가져다 놓고 여기는 이래서 유명해, 저기는 저래서 유명해라며 여행 이야기를 풀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말솜씨에 상대방이 넘어간다면 성공! 그래서 저도 이 책에 같이 낚였습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여행가고 싶다기 보다는 여행기에 등장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그건 이 여행짜기의 중심이 책의 작가나 주인공이나 영화 속 주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인디아나 존스, 쥘 베른,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소룡 등. 구구절절 설명해도 사실 맛을 잘 못 느낄터이니 아예 가장 깊게 인상에 남은 챕터를 들어보지요.

'빅토리아 시대 괴물들의 서식지'.
오프닝은 바이런입니다. 빅토리아 시대 괴물들의 서식지라는 이야기에 바이런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 짝꿍 셸리와 함께 메리 고드윈(메리 셸리*)이 나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엄마'지요. 사실 메리 고드윈에게 얽힌 비화에 대해서는 작년인가 재작년쯤에 나온 만화 「메리 고드윈」을 참고하시길. 아니면 살림지식총서의 프랑켄슈타인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하여간 스위스의 별장에서 놀고 있던 바이런이 같이 놀고 있던 친구들(퍼시 셸리, 셸리의 애인인 고드윈 포함)에게 무서운 괴물 이야기를 써보자고 했더랍니다. 유명한 시인이 둘이나 있음에도 거기에서 탄생한 걸작 '괴물'은 주변인에 의해 만들어졌지요. 메리 고드윈이 쓴 프랑켄슈타인, 바이런의 주치의인 존 폴리도리가 쓴 뱀파이어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뱀파이어가 여기서 등장했다는 건 처음 알았답니다.-ㅁ-; 그러고 보니 책세상에서 나온 「뱀파이어 걸작선」에 이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루드벤 경 이야기가 그건가요?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하여간 보고 있자니 괴물들이 등장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째로 다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일 먼저 찾아보고 싶은 것은 「판타스마고리아나」. 모 소설에 등장하는 이 단어가 원래 있는 단어인 줄은 몰랐습니다. 독일 전승 모음집이라는데 한국에 출간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역시 찾아봐야죠.


다른 한 편은 '오리엔트 특급으로 유럽을 꿰뚫다'.
이건 애거서 크리스티 헌정편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어흑. 간만에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거기에 오마쥬인 「나폴리 특급 살인」도 말입니다. 「오리엔트~」는 집에 없지만 「나폴리~」는 집에 있으니 간만에 꺼내봐야겠네요.

사실 손이 안가서 미뤄두고 있던 책인데 말입니다, 두고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이 두 사람이 같이 쓴 책인  「여행자의 로망백서」때문에 여행의 로망을 키워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책과 영화와 여행에 대한 로망을 쌓고 있습니다. 여행가고 싶은 분들보다는 책 사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분들에게 쥐약이니 조심하세요.



나전미궁.
구입하기는 한참 전에 해놓고, 들어 있는 봉투를 침대 머리맡의 쇼핑백에 던져 넣고 까맣게 잊고 있던 덕에 뒤늦게야 꺼내보았습니다. 하하하. 그리고는 좀더 두고 읽을까 하다가 마스터님의 리뷰에 옆구리를 퍽퍽 찔려 내키지 않는 마음 가짐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흠. 명불허전.
처음에는 억지로 읽어 넣는 느낌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문어씨가 있어서 말입니다. 저는 문어씨같은 타입의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문어에게 '자네 고생이 많았네'라고 어깨를 두들겨 주고 싶군요. 뽑기 옆에서 지낼려면 어쩔 수 없이 저래야겠다 싶더군요. 허허허.
다른 작품에 비해 여자가 많이 등장하나 싶었는데 의외로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이 없었습니다. 할머니 3인조 정도가 마음에 들었달까. 젊은 여자들은 상대하기 버겁습니다. 특히 문어라든지, 꽃밭이라든지. 거기에 추위까지 휘몰아치면 와아아아.; 여성진을 두고 보면 차라리 나이팅게일과 루주가 나아요.


좀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은 내용 정리가 되지 않아 그런 것이고, 바티스타 후 1년 반에 나이팅게일이 떨어졌다고 하니 아마 장군님은 북쪽에 계실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 누구씨랑 조우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싶고요. 근데 그 장면 상상만 해도 무서운걸요. 거기서 둘이 맞붙으면 그야말로 용호상박. 하지만 호랑이한테는 하야부사(송골매)가 달려 있잖아요? 거기에 백년묵은 너구리에 화식조가 합세한다면, 그리고 드디어 제대로 학교 다니겠다고 설파한-어떻게 보면 은 사자의 정신적 아들래미가 되는 뽑기가 합류하면 쉽지 않겠지요. 게다가 누구씨는 반동인물인 관계로 절대 이 스토리에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음하하하.;;;;;;

자세한 줄거리는 쓰지 않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보면서 파악하시는게 좋지만 앞부분이 안 읽힌다고 도중에 던지지는 마세요. 이 책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르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힘들게 힘들게 올라가지만 어느 순간 페달이 쉽게 밟히고 그 다음에는 어어어어 하는 사이에 엄청난 속도로 언덕을 내려옵니다. 이런. 언덕을 다 내려와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누가 뒤통수를 때리고 달아납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말입니다.


뒷권이 훨씬 더 기대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제너럴 루주의 전설은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손에 넣어야겠네요. 교보에 들어와 있을지, 아니면 주문 가능할지 확인해야겠습니다. 후후후.



박사, 이명석,「지도는 지구보다 크다」, 궁리, 2009
가이도 다케루, 「나전미궁」, 권일영, 예담, 2010


* 책에서는 메리 셸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당시는 처녀적 성인 메리 고드윈이 맞습니다. 아직 결혼전이었거든요. 이에 대해서는 「메리 고드윈」이라는 한국만화를 보시면 아실겁니다. 퍼시 셸리는 그 당시 유부남으로 아내와 이혼하려 했지만 아내가 거부했지요. 그래서 둘이서 스위스로 갔다고 알고 있습니다.-ㅁ-;
메리 고드윈의 삶은 참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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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24.
덧붙임.
「바티스타」의 오프닝은 2월 4일. 「제너럴」의 오프닝은 12월 14일입니다. 「나이팅게일」과 「제너럴」은 병행구조이므로 같이 간다고 봐도 되고, 「나이팅게일」은 크리스마스 공연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됩니다. 이것 역시 같다고 보면 되지요. 그러므로 「바티스타」후 1년 반에 이어지는 「나전미궁」은, 위의 사건들이 일어난 이듬해 6월이 배경입니다. '제너럴'과 '매'는 둘이 손잡고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자시고 계실듯...-ㅁ-;
「망고가 있던 자리」는 청소년 소설쯤 됩니다. 주인공은 중학교에 다니는 미아. 망고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여자아이입니다. 부모님과 언니,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으며 집안 분위기는 자유롭습니다. 언니가 하는 몇몇 행동만 봐도 대강 집 분위기가 짐작이 가는군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어 들어온 오렌지 털빛(한국식으로는 노랑태비)의 고양이가 망고란 이름을 얻은 것은 그 털색 때문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은 비밀이 있습니다. 미아는 평범하지 않거든요. 공감각(synensthesia)인 이거든요. 단어가 어렵지만 간단합니다. 미아는 시각과 청각이 연결되어 있어서 청각적 자극을 받으면 그걸 시각과 동시에 받아들입니다. 그 자세한 설명은 책을 읽다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하실겁니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틀리다고 생각한 소녀가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이고, 자신이 고립되어 있지도 않음을 깨닫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소중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제목에서 느껴지겠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넘어가지요. 작가 본인은 공감각인이 아니라는데 읽다보면 미아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책을 보고 있는 동안에는 세상이 화려해보이는 느낌이더군요. 미아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눈 앞은 한 폭의 움직이는 그림이 될 것 같으니, 미아의 시점에서는 로빈 윌리엄스가 등장한 모 영화가 진짜 천국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묘사는 고양이 망고의 움직임에 대한 겁니다. 노란색의 잔상이 남는다고 하니 달팽이도 아니고 말이죠. 하지만 실제 보고 싶습니다. ... 나중에 뇌를 어떻게 자극하면 간접적으로 나마 체험할 수 있을까요.;




「라블레의 아이들」은 먹는 것이 주제입니다. 표지에 보면 왜 제목이 「라블레의 아이들」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 속에는 먹을 것들이 풍성하다.(중략) 역사를 뒤돌아보면 수 많은 예술가들이 음식을 탐하는 먹보들이었다. 그건 단순히 식욕의 차원을 넘어 그들이 선천적으로 품고 있던 세상에 대한 탐욕스러운 호기심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중략)그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라블레의 아이들인 것이다. 이 책은 과거에 쓰여진 책을 읽는 것과 미지의 요리가 눈앞에 있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기쁨이라고 여기는 한 평론가에 의해 쓰여진 실험보고서이다.

그래서 제목을 그리 붙인 것이지요. 먹을 것을 좋아하는 저이니만큼 책 소개를 보고는 덥석 집어 들었더랍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먹을 것 이야기가 맛있게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책이 본격적인 보고 + 분석서에 가까웠거든요.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오스 야스지로의 카레 전골',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돼지고기 요리', '이사도라 던컨의 캐비아 포식' 같은 제목을 보시면 내용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감이 오려나요.

몇 가지 음식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메이지 천황 무쓰히토의 대 오찬회에 나오는 아이스크림 말입니다. 아래는 말차 아이스크림, 위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려 후지산 모양으로 대강 다듬은 디저트입니다. 이 디저트 이름을 후지야마라고 적었는데 그냥 후지산이라고 하는 쪽이 더 알아보기 쉬웠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몇몇 번역에서 걸리긴 했는데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안 들더군요. 게다가 맛차라고 쓰고는 괄호 안에다가 대강 설명을 적었는데 이것도 그냥 말차라고 한자어 독음을 쓰는 쪽이 낫지 않을까요. 어쨌건 말차 아이스크림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조합이라 맛있어 보이지만 이 오찬회에 참석한 인물 중 이토 히로부미가 있습니다. 왠지 먹다가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 외에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반대로 된 일장기 식빵. 이건 일장기 식빵을 떠올리면 됩니다. 식빵 한 가운데 동그랗게 딸기잼을 올리면 일장기 식빵이지요. 반대로 된 일장기 식빵은 가운데를 동그랗게 비우고 나머지는 다 딸기잼을 바르면 됩니다. 그리고 가운데는 흰색을 더하기 위해 연유를 붓습니다.(...) 음, 쓰고 있는데도 혈당치가 올라가는 느낌이 듭니다. 무진장 달겠지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그늘에 대하여」(원제 음예예찬. 눌와)를 읽고 다니자키 준이치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이 책을 통해 홀랑 날아갔습니다. 이런 사람이었군요.(먼산)




웬디 매스, 「망고가 있던 자리」, 궁리, 2007, 9800원
요모타 이누히코, 「라블레의 아이들: 천재들의 식탁」, 양경미, 빨간머리, 2009, 14500원

아주 오랜만의 책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도서관도 자주 안 갔을 뿐더러 입맛에 맞는 새 책도 별로 없었지요.
.... 이것은 새빨갛지는 않지만 붉은 색의 거짓말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에 갔고, 그 와중에 가가형사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부터 일곱 번째 이야기까지도 다 읽었으니까요. 핫핫핫.
2월 중에 올렸어야 하는 감상이 이제야 올라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습니다. 집에 대한 이야기인데다 도서관 서가에서 훑어보니 재미있는 관점에서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요약하면 서양의 아파트와 한국의 아파트는 이미지가 다르다. 서양은 산업혁명 이후, 시내 중심부는 빈민촌이나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으며 부유한 사람들은 거의가 외곽으로 빠져 살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하여 아파트는 돈 없는 사람들의 거주 시설로 자리를 잡았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바라보는 아파트와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고층아파트는 부유층을 위한 거주공간의 느낌이지요. 대표적인 것이 타워팰리스.

이 책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앞으로 고층 아파트보다는 고급 맨션 같은 것이 더 인기를 끌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옛 단국대학교 자리에 드러서는 초 고가 맨션이지요. 제가 어렸을 적부터 그런 류의 맨션에 약간의 환상을 품고 있었던 것도 맨션을 옹호(?)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독신세대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이들은 적은 평수의 아파트를 선호할테고요.(저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적은 평수의 집을 좋아합니다.-ㅁ-)

이 외에도 혼수를 장만할 때, 남편을 위해서는 대형 TV나 서재를 만들고 여성을 위해서는 집안일을 돕는 가전제품을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내를 위한 책상이라. 여성을 위한 책상을 혼수로 들고 간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딱 한 번 들어보았습니다. 대개 혼수를 장만한다 하면 TV, 냉장고, 청소기, 세탁기 등을 들지 책상을 장만했다는 것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 딱 한 번은 제 주변 사람 이야기고요. 혼수 장만할 때 자기는 다른 건 다 필요 없으니 뷰로만 있으면 된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가구 장만하면서 뷰로를 같이 사셨다던가요. 뷰로가 뭐냐면 뚜껑달린 책상입니다. 뚜껑을 닫아두면 그냥 서랍장 같지만 뚜껑을 열어 고정시키면 책상이 됩니다. 골동품 가구로 종종 등장하는데 저는 광활한 책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뷰로는 고등학교 때 이후로 그저 아련한 로망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이야기가 엉뚱하게 튀었는데, 혼수 장만이나 집안의 부엌 배치 등에 따른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단, 재미있는 부분은 딱 거기까지였고 그 뒤는 그냥 훌훌 넘겼습니다.;;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은 읽고 나서 보니 작년에 개봉한 「줄리 & 줄리아」의 그 줄리아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프랑스 요리의 대모로 불리는 줄리아의 자서전이고요. 공저자는 조카 손자(여동생의 딸의 아들)로, 줄리아의 구술에 따라 조카 손자가 썼습니다. 폴리아(폴(남편) + 줄리아) 사이에서는 아이가 없었고요. 읽다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르 코르동 블루의 초창기 모습도 있는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저 학교가 지금은 어떤가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현지에서의 지명도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네요. 도쿄 르 코르동 블루는 책이 취향이라 예외고요. 베스트홈에서 낸 사브리나 시리즈는 도쿄 르 코르동 블루에서 쓴 겁니다.'ㅂ'

보다보면 자기 중심적인 시선이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자서전이라 그런 부분도 있겠지요. 줄리아 본인이 아흔 넘어서 사망했고 그녀랑 사이가 좋았다 나빴다 했던 여러 인물들도 그 전에 죽었을터이니 괜찮지만 만약 죽기 전에 이 책을 봤다면 대판 싸움이 났을겁니다. 핫핫핫.
그냥 가볍게 볼만한 이야기.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의 모습, 그리고 매카시즘에 휘둘리는 미국 외교계의 모습도 보입니다.


「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은 이전에 읽다 던져버린 「다즐링 살인사건」의 후속작입니다. 레이크 에덴처럼 코지 미스터리로, 세간에서는 노처녀로 불리는 30대 중반의 미혼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아직까지는 초반이라 연애 라인 약합니다. 하기야 레이크 에덴은 로맨스 미스터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정도로 연애가 중심이죠.

이 책은 앞 부분만 조금 보아도 누가 죽을 것인지, 누가 범인인지, 범인으로 몰릴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살인사건이 나기 전에 이미 알아버린다니까요. 그래서 지난번에 그런 글을 썼던 것인데, 막상 보다보니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범인을 몰아서 자폭(?)하게 만드는가가 이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T모씨와의 관계 개선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가 촛점이기도 하지요. 그 T모씨처럼 성깔 있는 분이 참으로 좋습니다. 후후후후후후후.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로 자주 등장하셨으면 합니다. 담당 분야(?) 때문에라도 그럴 것 같지만 말입니다.

「다즐링」에서는 못 느꼈지만 각 등장인물의 그림이 선명합니다. 가끔은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고요. 레이크 에덴보다도 가볍게 볼만한 추리소설이고, 차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들여다 보셔도 ..... .... 아니,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차를 좋아하셔서 기본 지식이 있으시다면 붙어 있는 이런 저런 설명 및 안내 및 주석에 닭살이 돋을지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네 권은 일주일만에 다 보았습니다. 네 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붉은 손가락」. 장편이지만 내용은 길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부분을 보다보면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치고 싶을 정도로 열 받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뒷부분의 해결이 맛깔납니다. 오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어! 하지만 저런 자식을 둔 죄로 끝까지 마음 고생을 하는 부모님께는 고개 숙일 수 밖에 없군요. 참으로 안되셨습니다.
이 책의 반전은 뒷 부분의 마지막 몇 장이고, 그 반전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어쩐지, 앞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왜 그러나 했더니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군요.'ㅂ'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내가 그를 죽였다」는 엘러리 퀸보다 더 합니다. 범인이 누군지 답을 주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직접 맞춰야 합니다. 뒤에 해설편이 실려 있어서 그것을 보면 대강 알 수는 있지만 그래도 범인이 누구라고 속 시원히 가르쳐주진 않습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해설편을 보고 확실히 알았습니다. 본편을 볼 때도 대강 짐작은 했지만 그게 힌트가 된 시점에서 범인은 그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왜 그 사람이 죽였는가에 대한 당위는 되지 않는걸요. 뭐랄까, 살의가 일었다는 것은 알지만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건 좀. 차라리 다른 쪽이 범인이라면 죽일만한 사유가 있지만, 다른 사람이 범인이라면...? 혹시 암초를 폭파시켜 버린 것일까요. 자신의 위치가, 그런 것이 폭로되었을 때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 그런가요. 범인의 동기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를 죽였다」의 범인은 쉽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범인이 아님이 최종적으로 밝혀진 누구도 미수로는 잡힐 수 있겠네요. 그렇게 되려나아..?
이 책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코드가 있기 때문에 보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단편집입니다. 그리고 「잠자는 숲」에서도 등장한 발레가 소재인 단편이 들어 있습니다. 맛보기 수준이고 이전 이야기와는 거의 연계가 없기 때문에(가가 형사가 왜 발레에 관심을 두었는지 정도만 연계라고...;) 기대는 하지 마세요. 이 책에서는 가가 형사의 무서움을 직접적으로 맛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경계를 하든 말든 자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잘 잡고 있다가 확 빼면 상대방이 발라당 넘어진다. 그런 느낌으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가가를 상대해야하는 범인들은 대개 나름의 사정이 있지만, 그래도 안 됐다는 말은 못합니다.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짓은 하면 안되죠.

가가 형사도 지금 돌이켜 보면 볼만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맨 마지막 책인 「붉은 손가락」덕분입니다. 마지막 권의 결말이 마음에 들어서 시리즈 전체에 대한 호감도가 확 올라갔지만 다른 책은 두 번 읽기도 버겁습니다. 특히 「악의」는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확 돋습니다. 그 책에서는 가가형사도 아직 경험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니 「붉은 손가락」에서 등장하는 누군가와 살짝 겹쳐지기도 하고요. 흠. 자네는 아직 따라갈려면 멀었지만 말일세.


... 다 썼다고 만세를 부르려고 했더니 「인질 카논」을 빼먹었군요.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가장 최근 두 책 모두 구입했습니다. 「인질 카논과」「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 「오늘밤~」을 먼저 구입했지만 손이 가질 않아서 「인질 카논」을 먼저 봤습니다. 교보에서 책 소개한 것을 보고는 이거 괜찮겠다 싶었거든요.

「인질 카논」은 「이름없는 독」이나 「쓸쓸한 사냥꾼」과 비슷한 일상 생활에서의 사건에 대한 기록입니다. 단편 소설이고 연작은 아닙니다. 첫 번째 단편이 마음에 들어서 죽 읽어 내려갔는데 몇몇은 어떻게 보면 시시하고 허무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몇 있더랍니다. 그 중 가장 취향에 맞았던 것은 '팔월의 눈'. 단편 중 그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군요. 「쓸쓸한 사냥꾼」이나 「마술은 속삭인다」에서도 등장했지만 학교폭력 및 집단 따돌림 이야기가 소재입니다. 하지만 그 소재 때문에 기억에 남은 것이 아닙니다. ㄱ모 소설이 오버랩되어 그랬던 거지요.
보다보면 「대답은 필요없어」도 떠오르는게, 1996년도에 나와서 그 즈음이나 이후의 책들과 겹쳐보이는 것이겠지요. 가볍게 볼만합니다.



서윤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궁리, 2003, 12000원
줄리아 차일드,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이룸, 2009, 13700원
로라 차일즈, 「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 파피에, 2010, 11000원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붉은 손가락」,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09, 1만원-12000원
미야베 미유키, 「인질 카논」, 최고은, 북스피어, 2010, 1만원


(다방커피 + 브라우니. 다방커피보다는 블랙이 낫군요.)



추리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시리즈 두 번째 권인데, 첫 번째 권은 다 읽지 않고 앞만 읽다가 범인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반납했습니다. 이번에는 부탁을 받아 구해온 거라 호기심이 생겨 다시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도입부까지 보고는 엔딩을 확인했는데 어머나.-ㅁ-; 피해자, 가해자, 피의자를 다 맞췄군요. 어허허. 이야기가 어찌 흘러갈지도 뻔히 보입니다.



그래도 일단은 봐야...-ㅅ-
출처: 『天然生活』 2010.3 P.28, 「中川ちえ(나카가와 치에)씨의 7개조」3.

내용은 상당히 의역을 했습니다. 제가 받아들인 느낌이 이렇다는 정도로만 이해하시면 됩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을 찾아보시거나...;

"작은 공간 속에서 본인이 살기 편한 물건의 양이나 깨끗함 정도라는게 있습니다."라는 치에씨.
집에 있는 물건은 전부 파악해두고 싶다고 말합니다. 확실히 집에는 물건이 적고 깔끔한 것이 기분이 좋습니다. 일 관계로 그릇을 잔뜩 가지고 있다지만, 식기장에 놓여 있는 것은 생각 외로 적습니다. 물어보니, 이사할 때 '내가 갖고 있지 않아도 될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그릇은 주변에 준다든지 했답니다. 그 외에는 본가에 대기중이고요.
"수납공간이 있으면 '아직 들어가'라며 점점 늘어나 머립니다. 그래서 이 식기장에 들어가는 정도로 넣고 있습니다. 그건 옷도 책도 그렇습니다."
소수정예이기 때문에 하나 하나에 추억이 깊고 사귐도 짙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역시 날림 번역.


이전에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작은 수납장에 다 가질 수 있는 정도의 그릇이면 족하다고 말입니다. 그 때도 그 말에 마음이 움직여서 대규모로 정리했는데 여기서도 그와 비슷한 글을 만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릇도 컵도 쓰는 것만 쓰지, 쓰겠다고 사놓은 것들 모두를 쓰지는 않습니다. 1년 넘게 못 본 그릇도 있군요. 그리하여 또 정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단, 이번엔 지난번의 벼룩시장처럼 할 여력이 없으니 그냥 적당히 처리하려고 합니다.; 그런 고로 벼룩시장은 기대하지 마세요. 원래 올 겨울에 제대로 한 번 더하려고 했지만 결국 못하고 넘어가는군요. 몸에 근육이 줄고 살이 붙으면서 점점 힘들어져서 그런 겁니다. 흑. 피로가 쌓여 그런 것도 있고....(먼산)

어쨌건 올 구정에 할 일은 그거랍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를 키릴님께 받아 한 권 한 권 보고 있습니다. 지금 네 권을 받아서 G 먼저 보라 하고 저는 G가 다 읽으면 그 뒤에 받아 보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G가 소화하는 속도가 빠르군요. 권이 그리 얇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 읽기 쉬운 책이라는 겁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졸업 - 설월화 살인 게임」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를 읽고 난 뒤에 그렇듯이 입맛이 씁니다. 뭐, 제가 읽은 히가시노의 책은 몇 권 안됩니다. 그 유명한 「용의자 X의 살인」도 읽지 않았고 「예지몽」, 「탐정 갈릴레이」가 다인가 ... 싶군요.; 블로그 검색하면 되겠지만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으니 이정도로 봐도 무난할 듯합니다.-_-;
「졸업」은 맛보기로, 그냥 가가가 형사가 되기 훨씬 전, 대학 때 어땠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했던 친구들 사이가 어그러지고 무너지고 결국엔 가루가 되어버리는 것이 낱낱이 보여지기 때문에, 그리고 굉장히 추한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에 읽고 나서는 다시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다음권을 기다리긴 했습니다만..;

「잠자는 숲」은 제목이 왜 그런가 지금 생각하니 대강 알겠군요. 싹둑 잘랐습니다. 하하하.
하여간 이번 권은 굉장히 달달하다고 G가 슬쩍 알려줘서 읽었는데 이게 뭐가 답니까. 안 달아요. 이정도는 보통의 무난한 추리소설이라고요. ... 하지만 이것은 제가 졸업과 잠자는 숲을 읽기 전에 모 로맨스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설탕을 듬뿍 넣은 쿠키를 먹은 뒤에 가능한 단맛을 줄이려고 애쓴 떡을 한 조각 집어 먹으면 전혀 달다는 생각이 안 들겠지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하여간 이 책도 다 읽고 나서 지금 돌아보니 마음에 안드는 장면이 여럿 있었지만 무난하게 볼만한 소설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세 번째의 「악의」. 이건 제가 읽은 올해 최악의 소설의 끝자리 정도는 차지할만 합니다. 이전에 가위남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정도로,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가위남은 분노의 대상이 살인자이지만 악의는 제 자신입니다. 읽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이것은 반전 내용을 밝히지 않으면 쓸 수 없기 때문에 살짝 가려둡니다.-_-;


하여간 그 때문에 이 책은 한 번 더, 다시 읽어야 한다는 건 압니다. 다른 시선에서 책을 바라봐야하는데 읽을 생각이 손톱만큼도 안납니다. 그래도 가가형사의 말대로 쾌유를 빕니다. 당신은 꼭 그래야 하니까요.



그나저나 다음권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아직 G에겐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저는 앞서 읽은 듀시스님께 결말부분을 살짝 얻어들었습니다. 읽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다음권을 보려면 읽어야겠지요? ;ㅅ;


히가시노 게이고, 「졸업」, 「잠자는 숲」,「악의」, 양윤옥 옮김, 2009, 현대문학


덧붙임.
첫비행님이 저 「잠자는 숲」을 읽어보셨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안 읽어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발레리나가 사람을 죽이면서 시작되는, 발레가 소재가 되는 이야기라 괜찮습니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요즘 「스바루」의 2부가 책으로 나오는 모양이더라고요.-ㅂ-
모종의 이유*로 조금 복잡한 감정에 잠기다가 안되겠다 싶어 방금 읽은 따끈따끈한 책 감상을 올립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신간이 나온줄도 모르고 있다가, 도서관에 반납된 책을 보고는 잽싸게 채왔습니다. 저 아래 있는 매처럼 눈을 번뜩이며 있다가 먹이를 낚아 채온 기분이군요.
그 글에는 안 적었다고 기억하는데, 에노시마 거주조인 매입니다. 하야부사가 매 맞지요?;;
(그러고 보면 「Sky High」에선 멸종위기 운운하던데 거기는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ㄱ- 갸들이 사는 곳이 쇼난이었다면 쉽게 봤을겁니다.)

감상을 쓰고는 싶은데 쓰기가 모호합니다. 다른 추리소설도 내용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이게 혹시 내용을 폭로하는 것이라든지 아니면 트릭을 발설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고민하게 되는데 이 책은 더욱 그렇습니다. 구조가 닮은 소설이 하나 있는데 그걸 여기서 소개하면 바로 트릭이 드러납니다. 그냥, 제가 찍었던 어떤 인물이 범인이 아니었다라는 것 정도만 밝히고 넘어가지요.
이번에는 그래도 긴다이치가 제대로 활동합니다. 죽은 사람은 여럿 있지만 지금까지 봤던 것중에서 이렇게 속 시원히 사건을 해결한 것이 거의 없었지요. 역시 하지메는 할아버지의 손자 맞습니다. 공놀이 하는 악마든 피리부는 악마든 제대로 방어한 적이 드물지 않습니까. 실수를 해서 흔적을 남긴다거나 그 때까지 안 나오던 실마리가 나와야지만 사건을 해결해주는걸요. 그러고 보니 이번 편에서도 어떤 의미로는 실패했군요.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세요. 책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 「밤 산책」, 정명원 옮김, 시공사, 2009, 11000원



* 그러니까 심정상으로는, 제가 터뜨리기 망설였던 폭탄을 다른 분에게 넘겨서 대신 터뜨렸다가 집중사격 받는 듯한 느낌...;;;; 크흑, 죄송합니다.;ㅂ;
이끼북스의 책은 「유럽 브런치 스타일」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유럽 브런치 스타일」은 또 서점에서 판매대에 올라 있는 것을 보았고요. 이전에 「오늘의 행복 레시피」를 알았을 때도 그랬지만 마음에 드는 요리책이 있으면 출판사를 검색해봅니다. 요리책은 비슷한 취향의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는 것이 많으니까요. 덕분에 건진 것이 「나의 핫드링크 노트」, 그리고 최근에 보게 된 이끼북스 책들입니다. 로베르 아저씨 책은 나비장책에서 나온 책들, 그리고 이끼북스에서 나온 다른 책들도 말입니다.
「린다 콜리스터의 베이킹 바이블」도 마음에 들지만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이야기가 있는 프랑스 과자」입니다. 하드커버에 정사각에 가까운 판형이었던 「유럽 브런치 스타일」과는 달리, 이 책은 A4 크기에 책도 얇습니다. 꽤 가볍더군요. 처음 도서관에서 빌려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막상 펼쳐보고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겠다고 생각했더랍니다.
책 내용은 제목이 그대로 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과자와 후식들 중에서 뒷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을 골라 소개하면서, 만드는 방법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담고 있습니다. 교보에 올라온 상세이미지는 설명부분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는 만드는 법이 더 많습니다. 각 과자별로 유래와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 만드는 법이 나와 있으니 재미있더군요. 프랑스 과자 말고 다른 나라의 과자들도 시리즈가 있다면 재미있겠다 싶습니다.
(나중에 찾아봐야겠네요.)

몇 가지 만들어보고 싶은 과자들도 있어서 집에 사놓고 두고두고 보려 합니다. 편집 방식이나 보여주는 방식은 베스트홈에서 나온 사브리나 시리즈-르꼬르동블루의 과자책과 닮아 있습니다. 판형은 조금 다르긴 하네요. 하여간 보고 있자면 손이 근질거리는 괜찮은 요리책입니다.-ㅠ-

해가 끝나고 해가 시작된지도 어언 열흘. 그간 읽은 책들의 목록은 엄청났지만 블로그에 글을 올릴 심적 여유가 없었더랍니다. 모종의 이유 때문인데 ... 그런 것인데... (생략)

어쨌건 더이상 미뤄두었다가는 도저히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분량이 늘어나겠다 싶어서 날잡고 신나게 써봅니다. 다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위주로 쓰는 것이라 전부는 아니겠지요. 다른 곳에서 빌린 책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하니 말입니다.


라고 까지 쓰고 이전에 읽은 책들을 모아 쓴 것이 언제적 일인지 살펴보니 12월 5일. 웃음도 안나옵니다. 도대체 몇 권에 대한 리뷰를 몰아 써야 하는 겁니까! ;ㅁ;


근데 생각해보니 그 때가 한창 바빴을 때고, 그 즈음으로 열흘 가량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으니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네요. 하여간 정리해봅니다. 언제나처럼 책 목록은 맨 아래에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만 정리하는데도 왜 이리 많은지 말입니다. 이러다가 서계는 일기가 아니라 월지가 되겠습니다. 그래도 써야지 덜 잊을 것이고, 재미없는 책에 대한 기록도 남길 수 있으니 꾸준히 써야지요.

목록중에는 안 보고 넘긴 책도 몇 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별 문제 없어보이는 「드라마 인 도쿄」. G에게 먼저 보라고 넘겼는데, 보다 말고 재미없다고 제게 넘기더군요. 그래서 저도 안 봤습니다. 간단히 내용을 들으니 글 쓴 사람이 프로젝트를 짜서 출판사를 섭외해 비용협찬을 받아 쓴 책인가봅니다. 하기야 황소자리에서는 「카페 도쿄」 등 지역별 간단한 여행안내서를 쓰고 있으니 그 일환이라고 봐도 되지만, 그런 식으로 쓴 책 치고 마음에 드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유럽 치즈 기행은 제가 구입한 여행 관련 책 중 최악으로 꼽히며-이쪽은 무작정 가서 쓴 기록이고 출판사 지원은 없다고 기억합니다-UGUF의 도쿄생활도 출판사 믿고 책 샀다가 분노했던 책 중 하나입니다. 「도쿄 만담」은 그보다는 조금 낫지만 저는 재미 없어서 도중에 손을 놨습니다. 꽃보다 남자 드라마판과 관련해 에비스 시계탑을 찾았다든지, 홍차왕자의 분위기에 맞춰 지유가오카의 이야기를 쓴다든지 하는데, 저는 별 재미가 없더라고요. 하도 여행 관련 책을 많이 봐서 식상해진건지도 모릅니다. 다녀온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지만 확신은 안 섭니다. 그러니 일본여행을 자주 다녀오셨다면 위의 두 책은 가볍게 보고 넘기거나 아니면 손대지 않는 쪽을 추천합니다.

반대로 제목만 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분위기의 책도 있습니다. 「일본의 작은 마을」. 책을 대강 넘겼을 때는 그저 그런 책이 아닌가 싶었지만 내용을 직접보면 확 다릅니다. 이전에 올린 적 있는 「47빛깔의 일본」과 닮은 책입니다. 도쿄나 규슈 등은 이미 가보아서 다른 지역을 가보고 싶다거나, 조금 독특한 작은 마을을 가보고 싶다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냥 넘겨보아도 꽤 좋고요. 사실 대강 훑어봤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가마쿠라에 대한 소개가 있어 집어 들었던 겁니다. 하지만 가마쿠라보다 다른 지역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일본 각지의 작은 마을에 다녀온 이야기가 있고, 마을의 특징적인 부분이라든지 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간략히 나와 있습니다. 이런 책은 오히려 여행 초심자보다는 자주 다닌 사람들에게 괜찮겠지요. 가보고 싶은 마을이 여럿 생겨서 곤란할 수 있으니, 스트레스로 인해 여행 지름신이 강림한 상태에서는 가능한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게든 항공권 끊어서 달려갈지도 모르니까요.

「핀란드 디자인 산책」은 꽤 오래 기다린 책입니다. 예약이 꽉 차 있어서 한참을 기다려 받아본 책인데 그렇게 기다려서 받아본 보람이 있습니다. 핀란드 교육이 뜨기 시작할 때쯤 나왔던가요. 하여간 핀란드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많고 디자인 교육, 건축 디자인, 소품 및 인테리어 디자인등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핀란드 문화, 사회생활, 사회구조 등에 대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역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핀란드의 여러 그릇제품이 눈에 들어와 지름신이 강림할 가능성이 높으며, 핀란드를 포함한 북구 유럽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항공권을 결제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역시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살짝 덧붙이자면, 이딸라 타이카에 대한 지름신이 살짝 가신 시점에서 저 책을 보았더니 이딸라 컵에 대한 지름신이 다시 오셔서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이딸라 타이카는 한국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요.T-T 구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라, 환율이 수직상승한 뒤에는 아예 가격을 보지도 못했습니다. 부엉이 데미타스잔 세트.;ㅂ;

하지만 무엇보다 여행 관련해서 무서운 책이 한 권 있으니, 김영모씨의 「스위트 로드」입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40일간 오키나와를 제외하고 규슈부터 훗카이도까지 올라가며 빵집을 순례한 기록인데, 일본 현지 사람들도 하기 어려운 것을 이렇게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각 지역 제과협회장을 만나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입니다. 이모저모 살펴보니 아마 일본어는 하시지 않나 싶네요. 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기념식 등에 참석했다거나, 다른 제과장들과 대화할 때도 언어적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 걸 보면 일본어가 능숙하거나 통역이 뛰어났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하여간 유명하거나 특이한 빵집이나 과자집에 대해 모아 놓은 여행 안내서로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 책을 여행가기 전에 보면 한 곳이라도 방문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니 문제죠. 도쿄 주변지역보다는 다른 지역의 빵집이 더 근사해보이거든요. 다른 곳은 몰라도 훗카이도의 빵집은 꼭 가고 싶더랍니다.
빵집 안내서라 앞으로 어떻게 변동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구입을 조금 망설이고 있지만 구입해도 돈이 아깝지 않을거란 생각입니다. 거기에 각 빵집을 안내하면서 홈페이지를 같이 넣은 것도 좋았고요. 정보 접근하기가 좋더라고요.

「런던 미각」은 런던을 주변으로 한 지역에 대한 맛집 순례기 정도로 보면 됩니다. 호수지방도 다루고 있으니 그냥 가볍게, 런던 여행 가기 전에 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현재 가장 로망도(?)가 높은 여행 지역이 런던이라, 가볍게 읽었습니다. 글 전체적인 분위기나 사진 분위기나 나쁘지 않더군요.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확실하진 않은데, 클로티드 크림에 대해서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이야기가 있어 고개를 갸웃했더랍니다.-ㅂ-;


그럼 이번엔 먹는 쪽 이야기.
이동진의 「아이러브 커피 앤 카페」는 가볍게 볼만한 책이지만 걸리는 부분이 여럿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커피지식과 맞지 않는 곳이 있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더군요. 한 권으로 읽는 카페 운영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카페 운영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텐데요. 그냥 커피 + 카페 입문서로 가볍게 보고 다른 책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것이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커피나 홍차나, 제과도 그렇고 제빵도 그렇고 가능한 많은 책을 보고 비교하는 쪽이 좋더군요. 한 권에서 얻은 지식으로는 정확한 앎을 얻기가 어렵더랍니다. 그러는 저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은 못합니다.; 봐도 봐도 모르겠더라고요,

「더치오븐 퍼펙트북」은 지름신 소환책입니다. 보실 때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마도 아이쭈님이나 첫비행님이 보시면 십중팔구 지름신이 오실테니 꼭 카드와 지갑과 통장잔고에 대한 단속을 하고 보세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더치오븐을 써서 여러 음식을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더치오븐은 간단히 말하면 실외용 무쇠솥입니다. 실외 캠핑할 때 쉽게 쓸 수 있는 뚜껑달린 무쇠 냄비지요. 이걸 더치오븐이라 부르는 것은 뚜껑도 굉장히 무거운데다 불 속에 넣을 수 있어서 오븐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랍니다. 실외에서 쓰는 것에는 냄비 아랫부분에 작은 다리가 달려 있고, 실내에서는 그런 것 없이 냄비처럼 맨들한 것도 있습니다. 슬로우쿠킹이라 부르는 푹 끓이기 + 굽기가 가능해서 쓰기 좋지만, 무쇠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방심하면 녹슬거든요.
더치오븐 외에 스킬렛(무쇠로 된 작은 프라이팬) 등도 안내하고 있고, 관리법이나 기타 등등에 대해서도 잘 나와 있습니다. 스테인리스 팬으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르크루제 같은 법랑 무쇠냄비를 쓰다가 이것도 성에 안차면 그 다음이 그냥 무쇠팬이라던데. 그러니 아이쭈님과 첫비행님은 꼭 주의하면서 보세요. 보고 지르시면 글로 써주시길 부탁드립...(퍽!)

「유럽 그린푸드 스타일」은 채식을 중심으로 한 음식과 채소가 듬뿍 들어간 음식을 안내합니다. 그런고로 첫비행님이 좋아하실만한 책이라고 봅니다.  「Easy Breakfast & brunch」의 번역서인 「유럽 브런치 스타일」을 보고 나서, 이 책을 낸 출판사에서 어떤 책을 냈나 검색하다가 걸린 책입니다. 수프를 포함해서 굉장히 다양한 채식 식단이 나오더군요. 저야 콩이 들어간 수프가 가장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네스트로네라든지는 완전 채식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지요. 책 편집은 앞서 소개한 「유럽 브런치 스타일」과 유사합니다.
「Easy Breakfast & brunch」는 「유럽 브런치 스타일」의 원서입니다. 원서는 어떨까 싶어서 빌렸는데 번역서를 본지 오래되어 홀랑 잊었습니다. 다시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생각보다 쉽게 읽히네요. 후후후~.


그럼 이제 소설만 남았네요. 「인형, 탐정이 되다」는 인형사 사콘을 떠올리게 하는 얼개입니다. '나'는 유치원 교사이고 우연한 기회에 어느 인형사를 알게됩니다. 그리고 같이 사건에 얽혀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거죠. 가볍게 보는 일본추리소설입니다. 4편의 연작 단편이 있는데 주인공인 인형사 본인에게도 조금 문제가 있어서 그거도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됩니다. 그러니까 사콘처럼 둘이 어떻게 만났는가, 어떻게 그런 관계가 형성되었는가는 이번 권에는 아직 없습니다. 뒷권이 나왔으니 조금씩 이야기가 진행되겠지요.

당근케이크는 두말하면 잔소리죠. 지난번에 원서 읽으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음훗훗. 하지만 당근케이크보다는 그 다음에 나올 크림퍼프가 더 기대가 되네요. 이게 크림퍼프로 나올지, 슈크림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플럼푸딩은 최신간입니다. 역시 검색하다가 잡히길래 잽싸게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았습니다. 지금 검색해도 이보다 최신간은 없네요. 이번 배경은 크리스마스인데, 사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폭탄을 장치하고 맨 마지막에 불이 붙는 것을 보았다는 느낌이예요.OTL 그러니까 다른 권들과는 달리, 뒤에 여운을 남겨두었더랍니다. 이런 이야기는 질색인데! 그 폭탄이 어떻게 폭발할지 걱정되는걸요. 이에 따라 N과 M과 ...(이하 생략)
적다보니 이전에 만났던 로드인가 하는 녀석은 이니셜이 설마 L?
플럼푸딩은 원래 영국푸딩이고, 플럼이 들어가지도 않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푸딩과도 거리가 멀지만 한나가 만든 플럼푸딩은 이름만 같은 전혀 다른 푸딩입니다. 하지만 제 취향은 아닐 것 같네요. 푸딩은 뭐니뭐니해도 캐러멜 소스의 커스터드 푸딩이 제일 좋습니다.-ㅠ- 거기에 플럼푸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유키 카오리의 영향이 큽니다. 


대강 적긴 했는데 책의 공주는 노래한다나 제가 개인적으로 구입한 책에 대한 리뷰, 만화책 리뷰는 다 빠져 있습니다. 집에 가서 다시 검토하고는 맞춰 써야겠지요.
그래도 간신히 다 쓰긴 했습니다.;

조앤 플루크, 「당근케이크 살인사건」.해문출판사, 2009, 11000원
「Plum Pudding Murder」. 2009
아비코 타케마루, 「인형, 탐정이 되다」.최고은, 북홀릭, 2009, 10000원
조수현, 「드라마 인 도쿄」. 황소자리, 2009, 14000원
정숙영, 「도쿄만담」. 중앙북스, 2009, 13000원
서순정, 「일본의 작은 마을」. 살림, 2009, 12000원
장미성, 「런던 미각」.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13800원
안애경, 「핀란드 디자인 산책」. 나무수, 2009, 15000원
김영모, 「스위트 로드」. 기린출판사, 2009, 17000원
이동진, 「I love coffee & cafe 아이러브커피 앤 카페」. 동아일보사, 2008, 12000원
헤르만 헤르츠버거, 「건축수업」. 효형출판, 2009, 18000원
나카야마 지카코, 「더치오븐 퍼펙트북」. 진선북스, 2009, 15000원
테사 브렘리, 「유럽 그린푸드 스타일」. 이끼북스, 2008, 16000원
Blake, Susannah, 「Easy Breakfast & brunch」. 2007
모에하다라는 것은 일본어 萌える를 말합니다. 싹트다라는 의미의 모에루를 썩둑 잘라서 모에하다라고 쓴겁니다. 싹트다, 자라다라는 평범한 의미도 있지만 대개는 독특한 나름의 의미로 많이 받아 들여집니다. 사실 모에가 정상적인 단어라고 인지한 것은 하쿠센샤(백천사)에서 출간하는 일러스트 잡지의 제목이 MOE이기 때문입니다. 설마하니 잡지 제목에 이상한 단어를 달았을까요. 게다가 이 잡지는 굉장히 오래된 잡지인데 말입니다. 모에라는 단어가 뜨기 전부터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모에하다라는 단어를 왜 꺼냈냐면...

(출처: 교보문고 - 링크)

이 책 때문에 그렇습니다. 링크를 눌러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책 제목이 新·萌えるヘッドホン讀本.
新이 붙은 걸 보면 아시겠지만 이전편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글루스에서 헤드폰을 쓴 소녀 모음집이라는 낚시성 글로 올라와서 궁금해하다가 질렀습니다. 실은 표지의 소녀에게 홀라당 반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헤드폰이잖습니까.ㅠ_ㅠb (...)

몇 주전에, '주말에 올리겠다'고 했던 신기한 원서가 이겁니다. 구입한지는 조금 되었지만-11월 중순쯤-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올리게 되었지요.
사실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아니, 다양한 종류의 이어폰, 헤드폰을 쓴 여인네들이 등장하고, 그것도 한 사람이 전부다 그린 것이 아니라 회지 형식으로 여러 사람이 돌려 그렸는데,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그냥 헤드폰 부분을 정밀하게 묘사한 보통의 화집이 아닐까 했는데 아주 본격적인 헤드폰 분석서입니다. 그러니 삽화를 생각하고 구입한 분들은 오히려 실망하실지도 모릅니다.

책을 펼치면 앞부분에는 헤드폰의 비교 분석을 위해 쓴 여러 오디오 기기-나노도 있어서 더 만족했지요-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실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소개하고 특성, 정확한 가격 등을 제시한 다음, 팝, 클래식, 락 등 다양한 음악분야를 두고 어느 쪽에 더 잘 맞는지 도표로 표시했습니다. 종종 성격분석 등에 쓰이는, 원 안에 다각형이 그려진 형태의 그래프 말입니다. 뭐라 부르는지는 잊었습니다.

하여간 이 책 때문에 헤드폰에 대한 열망이 10배쯤 불어났습니다. 그러니 책의 부작용에 주의하시고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역시 마음을 정화할 때는 요리책이 최고입니다.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돌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단, 뒤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폭식이라든지, 지름이라든지, 베이킹신의 강림이라든지 말입니다.

적은 돈으로 한 그릇 요리, 혹은 간단한 반찬을 만드는 것으로 1천원으로 뭐하기~ 2천원으로 뭐하기~ 등등의 시리즈가 있는데요, 브런치와 관련해서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것이 『카페 브런치 만들기』입니다. 이전에 『유럽 브런치 스타일』도 참 책이 맛있었지만 이것도 괜찮습니다.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긴 한데 몇몇 부분이 거슬리던걸요. 까르보나라 때문에 걸렸나, 아니면 다른 것이었나... G는 앞서 본 『유럽 브런치 스타일』보다 이게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취향은 『유럽 브런치 스타일』이고요.

유럽 브런치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같은 출판사 책을 검색했더니 마음에 드는 책이 몇 권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일단 도서관에 있는 것부터 집어다 보았지요. 『린다 콜리스터의 베이킹 바이블』. 교보에서 검색해보고는 초콜릿에 홀딱 반해서 빌렸다는 말은 사족이지요. 으허허. 아마 초콜릿을 좋아하고, 초콜릿이 들어가는 과자나 케이크를 좋아하신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진 못하실겁니다.
내용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은 과자와 케이크 종류, 뒤는 빵이 나옵니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은 앞쪽에 한정되어 있으니(집에 오븐이 없어서) 앞만 열심히 들여다 보았는데요, 제가 아는 레시피와는 조금씩 다릅니다. 뭐, 베이킹의 묘미도 그런 것 아닙니까. 가장 유혹적으로 보인 것은 역시 초콜릿 디저트고, 초콜릿 테린이나 브라우니, 블론디는 언젠가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부제에서 말하듯 유럽쪽의 디저트를 다양하게 다루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 점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실은 영국의 쇼트브레드나 스콘이 나왔을까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그 비슷한 것은 없더랍니다. 그게 아쉬워 처음 읽었을 때는 실망했지만 몇 번 들여다볼 때마다 그 군침도는 사진에 홀딱 반해 몇 번이고 다시 보았지요.

만약 그것만으로도 초콜릿 지수가 부족하다 느끼신다면 아예 초콜릿이 제목에 들어간 책을 보시면 됩니다. 『초콜릿 학교』 . 초콜라티에 고영주씨의 책입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잘 모르시는 분도, 홍대를 많이 다니신다면 홍대의 첫 초콜릿 공방-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카카오봄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카카오봄을 여신 분이 이 분이지요.'ㅅ' 이전에 초콜릿 만드는 법에 대한 책이 나온 적 있는데 본격적인 책이라 저는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 제목에 홀리고 내용에 반해 들고 왔지요.
초콜릿과 관련된 여러 부재료, 역사, 행사 등에 대해 길지 않게 풀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간단한 조리법이 실려 있습니다. 초콜릿과 그 친구들(?)을 소재로 한 수필과 조리법이 번갈아 실린 셈입니다. 집에서도 편하게 해볼 수 있는 조리법이 많으니 해볼만 합니다. 저도 몇몇 조리법은 눈독 들이고 있고요. 마시멜로 만드는 법도 있던데, 블루마스님 이글루에서 봤던 것은 이보다 간단하지 않았나 싶지만 .... 이건 만드니 온도계와 믹서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허허허. 이걸로 스모어 만들어 먹으면 맛있을텐데 말입니다.

『이기적 식탁』. 읽는 내내 으흐흐흐흐흐흐 웃고 있었습니다. 이글루의 catail님이 내신 책이지요. 포스팅으로도 많이 읽었으니 그걸 책으로 읽는 느낌이겠다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상당수가 새로운 이야기더군요. 링크 추가해 놓고 보고 있기 때문에 알지만 실리지 않은 것들-브라우니라든지-도 있고 새로 들어온 것도 있습니다. 사진만 올라오고 만드는 법은 올라오지 않았던 것들도 여럿 실렸더군요. 꽤 상세하게 실려 있어서 만드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처음 책 표지를 보았을 때부터 생겼던 앞 뒤 동일한 표지의 의미도 책날개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그 재미는 직접 찾아보시라고 남겨둡니다.
친절한 요리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보자에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찾아보세요라고 사근사근 말을 걸어온다기보다는 집에서 간단히, 편하게, 친구에게 알려주는 그런 요리들입니다. 뭐, 효자동 레시피도 그랬지요. 그건 아예 레스토랑에서 내놓은 음식들에 대한 레시피이니, 손님을 초대해놓고 대접하는 느낌이고 이쪽은 좀더 격의 없는 친구, 혹은 애인이나 자신을 위해 준비하는 음식입니다. 양쪽의 요리가 겹치는 것이 거의 없으니 각각 보셔도 무방합니다. 한 권씩 사다놓고 필요할 때마다 한 장씩 넘겨보는 재미가 있겠지요. 수박소주도 그렇고 초콜릿 쿠키도 그렇고 초콜릿 케이크도 그렇고. 아, 프렌치 토스트랑 팬케이크는 꼭 만들어 볼 겁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 읽다가 폭소를 터뜨릴뻔한 부분은 푸드 포르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도 음식 다큐멘터리 굉장히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더 라멘을 열심히 보고 있으니... 일종의 자학같기도 하고 자기 위안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여간 거기서 소개한 큐피트 같은 어리고 통통한 셰프나 여신님 같은 섹시한 아주머니(..)에 대한 묘사를 듣고는 뒤집어졌다니까요. 읽는 순간 누구라는 것을 바로 알았으니 말입니다. 으허허허. 이런데서 같이 공감할 수 있다니 재미가 배가 되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다만 읽다가 어느 부분에선가 오타를 찾았는데 다시 찾으려니 못찾겠습니다.; 기억하기론 딱 한군데 였고요.
그리고 미트볼 만드는 재료 중에 용량 표기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은 곳이 있습니다. 허브는 조금만 넣으라고 만드는 법에는 나와 있지만 재료 소개에는 1 테이블스푼(1큰술)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1 티스푼이 아닐까 살짝 생각을..^^;


적다보니 오늘 소개한 책들은 차근 차근 집에 모아두어야 할만한 책이네요. 집에 두고 있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 휙 날리기 위해 넘기면 딱이겠습니다.+ㅅ+


곽새롬, 『모카향기의 3천원으로 카페 브런치 만들기』, 영진닷컴, 2009, 9800원
고영주, 『초콜릿 학교』, 달, 2009, 13000원
이주희, 『이기적 식탁』,  디자인하우스, 2009, 13800원
린다 콜리스터, 『린다 콜리스터의 베이킹 바이블』, 이끼북스, 2009, 16000원
첫비행님의 이글루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마을 나고에서 트랙백합니다.'ㅂ'

모종의 이유로 잡담을 써보려고 임시저장글을 살폈는데 꽤 오래 묵힌 글이 하나 보여서 이것부터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속이 있어 글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쓸 수 있겠지요.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마을 나고>에 대한 글을 첫비행님 이글루에서 보고는 그 즉시 책 구입을 신청했더랍니다. 신간 구입을 그렇게 서둘렀던 것은 교보에서 주문하면 선착순으로 핸드폰 줄을 준다는 글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야 핸드폰 줄을 좋아하지 않지만-게다가 핸드폰에 줄을 달 수 있는 곳이 없지만 그래도 G가 있으니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구입하고 봅니다.


앞표지는 새초롬한 노랑둥이 한 마리. 노랑태비(줄무늬) 고양이입니다.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해서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지만 저 자태가 참으로 귀엽습니다.




하지만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선착순 상품이었던 고양이 핸드폰 줄입니다. 보니 시판 제품이고 중국산이네요. 하지만 눈이 댕그라니 나름 귀엽습니다. 눈이 큰 고양이라면 전 역시 다얀을 지지하지만 이쪽도 몇 번 보다보면 익숙해지겠지요. 그러고 보니 지탄은 생각보다 눈이 작다...?; 그래서 지탄이 카리스마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소년만화에서 활발하고 피가 끓는 타입의 성격을 가진 주인공은 눈이 댕그라니 크고, 그 옆에서 조력하는 분위기 있고 알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조연은 눈이 작고 키 크고 못 하는 것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다얀과 지탄은 역시 한 쌍의 바퀴벌레입니다. 어. 게다가 조연의 여동생이랑 사귀...(거기까지만)

링크한 글에도 나오지만 이 책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 나고 고양이 시리즈 피규어입니다. 이전에 보크스 하비샵에서 보았는데 그 때는 피규어에 본격적으로 손대기 전이라 구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본격적으로 피규어에 손 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해서는 더 잘 구입하는 편이지요.




사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이 사진입니다.
옛날 옛적, 보크스 하비샵에 놀러갔던 G가 제게 선물로 사다준 겁니다. 가끔 그럴 때 있지요. 어디 놀러 갔을 때 선물로 뭔가 작은 것을 사다주는 경우. 저는 주로 먹을 것을 사다주는데 이 때 G는 피규어를 사왔습니다. 아마 친구들이랑 같이 가서는 귀엽다를 연발하다가 덥석 집어 들고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책 전체를 다 읽지 않아서 제가 가지고 있는 피규어가 어느 고양이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회색 태비는 우편물 뭉치가 같이 들어 있으니 우체국 고양이 같네요. 다른 한 마리는 또 누굴까...


어쩌다보니 집에 피규어가 여럿 있게 되었는데 전시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결국 방치중입니다. 게다가 가려져 있긴 하지만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곳이라, 온도 조절이 제대로 안되지요. 베란다거든요. 기왕이면 전시를 하고 싶지만 경험상 피규어 같은 것은 전시하면 먼지 관리하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독립하면 신나게 꺼내 장식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역으로 피규어의 지름신이 강림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듭니다. 하지만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벅찹니다.


어, 솔직히 말하면 지금 Fate-세이버 릴리를 지를까 말까 고민을 조금 하고 있습니다. 으하하.;ㅂ;

※ 대대적인 수정 들어갑니다. 제대로 한자를 찾아보지 않고 제가 아는 대로만 읽었다가 크게 낭패를 보았습니다. 비공개님,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ㅠ_ㅠ
수정하는 부분은 奏를 진으로 잘못 읽은 것, 功과 巧를 헷갈린 것, 라크슌을 라크준이라 한 것, 공국 여왕 슈쇼우를 슈코우라고 잘못 적은 것입니다. 잘못 적은 부분은 줄을 그어두었습니다. 그부분은 빼고 읽으시면 됩니다.

잊지 않기 위해 적어두는 간단 정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세글자로 줄이면 비망록. 뭔가 단어의 뜻이 미묘하다 생각하셔도..-ㅁ-;

십이국기가 연재에 들어갔다는 정보(링크)를 입수하고 나니 이전 내용이 어땠는지 홀랑 까먹었습니다.
무엇보다 십이국의 명칭과 한국 번역본의 명칭 차이가 미묘하잖아요. 원서에서는 일부러 한자 독음이 같은 서로 다른 한자를 골라 써서 국가 이름과 왕 명칭으로 했습니다. 예를 들면 안. 두 번째로 긴 국가인 연왕은 안국의 국왕입니다. 한국 한자 독음으로는 연 / 안이지만 일어로는 둘다 엔이었다고 기억합니다.-ㅂ-; 이런 문제가 있다보니 사실 십이국의 한자 명칭은 한국어로 중복되는 것이 있어요. 功과 恭. 둘다 공이지만 한국에서는 앞쪽을 교라고 번역했습니다. 실제 일어 발음이 그럴거예요.

慶(경) 奏(진) 範(범) 柳(류) 雁(안) 恭(공) 才(재) 巧(교(실제 발음은 공)) 戴(대) 舜(순) 芳(방) 漣(연)

이게 12국입니다. 대, 순, 방, 연은 사각형 지도 바깥 쪽에 있는 섬나라이고, 나머지는 봉산을 둘러싼 꽃 모양입니다. 자세한 것은 링크의 지도를 참고하세요.

비망록이니 간단하게 잊지 않을-기억을 되살릴만한 내용으로 적어보겠습니다.

경: 1-2권의 주인공인 요코(요우시)의 나라입니다. 3대 연속 여왕(女王)으로, 이전의 두 여왕이 나라를 홀랑 말아먹었기에 여왕에 대한 불신이 큽니다. 아직 신왕등극 10년도 안된 시점이지만 주변에서는 괜찮게 갈거라고 보는 듯합니다.

주: 여기가 아마 종 같네요. 한자 발음 가지고 찾다가 헷갈렸습니다.; 치세 600년을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600년을 무너지지 않고 잘 지탱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참 신기하지요. 여관식 운영을 국가 운영에 도입하고 있고요. 이 집 둘째아들은 역마살이 끼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그게 역으로 다른 나라의 사정을 확인한다거나, 소식을 전한다거나 하는 일에 쓰기도 합니다. 둘째 아들과 연왕과는 서로를 염탐하는 사이고, 공왕이 봉산에 오를 때는 도와주기도 했지요.

범: 9-10권인가에 등장한 타이키 구출작전 때 힘을 빌려준 국가입니다. 한왕이라 읽는 것 같더군요. 麟에 남왕이지만 굉장히 화려한 외모였다고..-ㅁ-;

류: 11권의 외전에 등장합니다. 맨 마지막 이야기에서 리코우와 풍한이 만나는 나라입니다. 100년은 넘겼지만 슬슬 실도의 조짐이 보인다던가요.

안: 두말하면 잔소리. 태과의 기린(麒)과 태과의 왕이 만나 신나게 놀고 있는 나라입니다. 2권부터 등장하더니 5권은 아예 외전까지..-ㅁ-; 십이국 중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나라입니다.

공: 도남의 날개. 이미 요코가 등장했을 시점에는 90년을 넘긴 오래된 나라입니다. 열 두 살의 당찬 아가씨가 올라가 있지만 90년이 지난 지금은 몇 살?; 나이로 따지자면 종왕 쪽이 무섭지만 뭐... 하여간 슈쇼우는 당차기도 하거니와 현재 재위 중인 왕 중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여왕이라 생각합니다.;

재: 11권에 등장합니다. 기묘한 미스터리가 등장했던 이야기. 결국 왕은 일종의 자살을 하고 기린(麟)만은 남깁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 이야기라고 할 수 밖에 없네요.

교: 왕이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나라. 라크슌의 고국입니다. 태과가 잘되는 꼴을 못본다며 요코를 공격하더니 결국 왕과 기린 모두 죽습니다. 가장 황폐한 나라 중 하나이지만 대국과 비교해서 어디가 더 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대: 두말하면 잔소리. 타이키의 나라입니다. 북방에 위치한 나라로 현재 왕은 행방불명, 타이키는 뿔이 잘려 기린의 역할을 해내지 못합니다. 아마 오노 도노가 뒷 권을 쓰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ㄱ-

순: 여기는 정보가 없는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방: 6-7권인가, 요코의 반란진압 때 잠깐 등장합니다. 11권의 다른 외전에서도 잠시 등장하지만 왕이 60만의 백성을 죽이는 바람에 결국 아래에서 반란을 일으켜 왕과 기린을 죽입니다. 그리고 그 딸(쇼우케이)은 추방하나, 추방된 곳에서 사고치고 도망쳤다가 요코와 만나는 바람에 같이 있게 되었지요.

연: 11권의 외전에서 타이키가 잠깐 방문했던 나라입니다. 농부가 왕이라니 신기하다 싶었습니다. 여기도 麟이었지요.



대강 이 정도만 적습니다. 다시 읽기에는 분량이 많기도 하고 제책이나 편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끝까지 다 읽을 생각은 없습니다. 뭐, 다시 읽는다면 도남의 날개 정도만..?

독서기록이 빈약한 이유는 신간을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읽은 책들도 거의 요리책이고요. 아니면 레이크 에덴.(...) 아놔. 저도 지겹습니다. 이제 그만 읽고 싶지만 과자에 대한 금단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레이크 에덴은 제게 구세주와 같이 내려와 초콜릿을 지르라고 옆구리를 찌릅니다. 하지만 구입하기엔 방산시장이 너무 멀(...) 따름이고, 근처에서 맛있는 쿠키를 사먹기엔 지역이 허허벌판일 따름입니다. 애초에 레이크 에덴 레시피는 지나치게 달지만 그만큼 다양한 쿠키를 싸게 파는 곳도 없다구요. 게다가 제 입맛에는 대부분의 쿠키가 떫습니다. 베이킹 소다에 대한 반응인지 뭔지, 쿠키 혹은 스콘을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해지거든요. 공장 출하 쿠키는 그렇지 않다는게 또 이상하지만 말입니다.

이야기는 그정도로 하고, 그나마 최근에 읽은 책들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추려봅니다.

런던 하늘 맑음은 환경건축을 주제로 하여 런던을 중심으로 여러 친환경 건축, 친환경 도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내용도 그렇지만 글쓴이들이 독특합니다. 교보에서는 조양희가 주 저자로 나오는데 조양희보다는 박진호 쪽이 주로 글을 썼습니다. 조양희는 박진호의 어머니. 그리고 이전에 <도시락 편지>의 저자였던 인형작가였습니다. 오오.+ㅅ+ 그 책을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기대했는데, 기대에는 못 미쳤습니다. 글이 전체적으로 거칠다고 해야할까요. 그런 느낌에 사진이 적기도 하고. 하지만 혹시 런던에 친환경 건축물을 보러 가신다면 꽤 도움이 될겁니다. 

당근 케이크 살인사건은 번역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서관에 주문해서 받아다 보았는데 그 사이에 번역본이 나온 경우였습니다. 다시 읽으면 더 자세히 이해가 되겠지만 이미 범인이 누구고 왜, 어떻게 죽였는지도 다 알아버린 뒤라 말입니다. 크림 퍼프 살인사건(Cream Puff Murder)이 이보다 뒤에 나왔는데 거기에 나온 몇몇 상황에 대해서도 당근 케이크 살인사건에 자세한 이야기가 있더군요. 당근 케이크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잘 보았습니다. 하지만 전 역시 크림 퍼프 쪽이 좋습니다.-ㅠ- 따, 딱히 M이 물먹어서 그런 것은 아니예요!
(실은 그렇습니다.)

유럽 브런치 스타일은 뒤에 예약자만 없었다면 집에 두고두고 볼텐데 굉장히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가격 대 성능비도 뛰어나고요. 아침에 해먹을 만한 간단한 음식들이 많고 팬케이크라든지 머핀 같은 것도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진도 좋고요. 원서로도 보고 싶은데 도서관에 신청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하는 이유는 원서를 살까 번역서를 살까 망설이고 있거든요.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네 번째 장소는 프로방스입니다. 역시나 프로방스. 피터 메일의 이야기도 곁들였지만 이번 여행의 메인 이야기는 그림, 화가입니다. 프로방스에서 살았던 여러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머무른 장소, 그리고 미술관 방문 등에 대한 이야기가 한가득 들어 있습니다. 추천은 하지만 언제나 제가 이야기 하듯이 주의하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프랑스 행 항공 티켓을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가장 가보고 싶었던 것은 어느 노 화가가 지인의 부탁을 받고 디자인을 해주었다는 어느 성당입니다. 마티스.. 였던가요. 리뷰를 바로바로 쓰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흑흑흑. 하여간 세잔이나 고흐, 마티스, 샤갈 등 아주 귀에 익숙한 화가들이 총출동하다보니 루브르 박물관 같은 건(!) 제쳐두고 여기부터 달려가고 싶어집니다. 특히 샤갈은 이전에도 K에게 잠깐 이야기 들었는데 실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뭐, 아버지가 지난 서유럽 여행 때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진 찍어오신 걸 보고 프랑스 여행에 옆구리가 찔린 것만은 아니예요. 이 책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니 말입니다.

프로방스를 읽다보니 여행 막바지, 니스에 머무르면서 조깅하는 이야기를 쓰면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언급이 나왔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건 바로 옆에 이 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예약자가 가득차서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도서관 서가를 거닐다가 문득 발견해서 집어 왔으니 말입니다. 우연히 집에 들어온 책이었는데 또 우연히 다른 책에서 그 책을 언급했으니 우연이라도 재미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보다 수필이 훨씬 입에 잘 맞는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특히 슬슬 자신의 한계를 체득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최근의 제 모습도 같이 겹쳐져 보입니다. 만사 의욕상실. 축 늘어져 있고 몸은 불어만 가고, 더불어 자기 혐오도 증식합니다. 잠시라도 좋으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쉬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쉬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휴가가 끝나는 날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먼산) 그저 하루 빨리 이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발랄한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마당의 순례자>에서도 앞서 말한 것처럼 '아는 사람'을 책 속에서 만났습니다. 정확히는 제가 읽은 다른 책의 작가지요. 박사라고,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여행책인 <여행자의 로망백서>의 공동 저자입니다. 으허허허허. 이 책 속에서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다면서 웃었더랍니다.
마당의 순례자는 마당일이 주제입니다. 흔히 말하는 가드닝, 원예지요. 마당을 어떻게 가꾸고 어떻게 식물을 키우고 살리고 죽였는가에 대한 짤막한 기록입니다. 효자동에 대한 예찬도 함께 있고 집에서 보이는 근사한 풍경도 마음껏 뽐내고 있습니다. 정원에 대한 책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신문기자와 동화작가라는 직업을 가졌다 하는데 그래서인지 글맛이 다릅니다. 술술 잘 읽히지만 가끔은 이렇게까지 속내를 드러내도 되는가, 너무 가시돋히지 않았는가 싶을 정도의 말도 튀어 나옵니다. 하지만 그게 또 맛이지요.

효자동 레시피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그 작가가 이런 책도 썼나 했는데 동명 이인입니다. 이 쪽은 잠시 방학에 들어간 전업 요리사고요.
효자동 어드메에 레서피(recipe)라는 이름의 작은 음식점이 있었더랍니다. 2008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잠시 방학에 들어갔다네요. 책을 읽고 나니 진작에 가볼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사근사근한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은 레서피의 여러 레시피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만들기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고 하나하나 다 도전해 보고 싶은 그런 요리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집어 들어 대강 훑어 보고 나서는 catail님의 <이기적 식탁>과 같이 비교하며 읽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서는 너무 닮은 것이 아닌가, 또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단순한 재료로 간단히 만들어 맛있게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양쪽이 닮아 있지요. 그리고 토마토나 가지 같은 채소가 많이 보인다는 점, 차려내는 모습도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catail님의 음식은 블로그 설명만 들어도 군침이 돌고 맛있게 느껴졌으니 이쪽도 그렇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니 진작 가볼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게으름뱅이인 제가 알았다 한들 찾아갔을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브라우니 레시피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초콜릿 케이크는 꼭! 거기에 금귤정과도 꼭! 그리고 딸기 티라미수도 꼭! 내년에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만들어 보렵니다.
그 전에 유자부터 먼저 챙겨야겠네요. 이번에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할텐데?

대망의 마무리는 <지어도 돼?>입니다.
인터넷 서점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는 홀랑 반해서 도서관에 신청해 보았는데 보는 내내 절절히 공감이 되었더랍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마당의 순례자>를 봤더니만 집에 대한 지름신이 덜컥 붙어서 대지만이라도 빚 얻어 사놓을까란 헛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혜화동이나 효자동이나 부암동이나 그 어드메, 적당한 곳을 찾아 사두었다가 나중에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집을 지어달라하면...(친척중에 건축설계사가 있습니다;..)
그런 망상이 들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끼친 책입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마리는 올해 서른 다섯의 직장인입니다. 독립해서 작은 빌라에 혼자 살고 있는데 어느 날 2층계단에서 굴러 왼쪽 팔에 금이 갑니다.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져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회사 사장님인 사촌여동생에게 남자를 소개시켜 달라 부탁합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어느 건축 설계사. 거기에 이모가 준 맨션과 부모님이 몇 십 년 째 놀리고 있는 땅이 결합하여 혼자 살 집을 짓겠다고 결심합니다. 그 때까지의 이야기가 책 절반이고, 어떻게 집을 지을지 고민하고 짓기 시작하는 것이 나머지 반입니다. 집의 완성까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짧으면서도 재미있고 또 마음에 절절히 와닿는 이야기 였습니다. 저 역시 집에 대한 욕심-정착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강해서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채널 J에서 Before and After라는 리모델링 관련 프로그램을 해주는데, 그걸 보다보니 마리가 짓기로 한 집이 어떤 형태인지도 대략적으로 머리에 그려지더군요. 건축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고로 이 책은 티이타님께 추천합니다. (물론 아이쭈님이나 첫비행님도 재미있게 보실겁니다.)
뒤에 실린 단편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 강력한 반전이란.....;;;;;

짧게 쓰려 했는데 쓰다보니 또 길어졌군요. 오늘 퇴근하면서는 <이기적 식탁>을 읽을 겁니다. 효자동 레시피와 비교해보면서 올 연말에 해먹을 음식들을 꼽아보아야겠네요.>ㅅ<


Fluke, Joanne, <Carrot Cake Murder>, Kenshington, 2008
루이즈 픽포드, 윌리엄 링우드, <유럽 브런치 스타일>, 이끼북스, 2009, 16000원
김영주, <프로방스>, 안그라픽스, 2009, 12000원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임홍빈, 문학사상, 2009, 12000원
조양희, <런던 하늘 맑음>, 시공사, 2009, 9800원
나카지마 타이코, <지어도 돼?>, 신유희, 소담출판사, 2009, 1000원
서화숙, <마당의 순례자>, 웅진지식하우스, 2009, 13000원
신경숙, <효자동 레시피>, SOMO, 2009, 13000원

토요일에 가뿐하게 구입한 책 세권.
G가 구입한 원피스도 몇 권 더 있지만 그건 찍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원피스에 홀딱 반한 G가 지난주부터 시작해 원피스를 두 권씩 사고 있는데 전권 구입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감이 안오네요. 주마다 그렇게 사면 정확하게 몇 주 걸린다는 답이 나오지만 매주 그렇게 살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게다가 비용과 보관장소의 문제도 있고요.
비용 때문에, 엊그제 원어데이의 만화책 세트 판매글을 보고는 잠시 G와 상의했지만 한 번에 그렇게 목돈 나가는 것도 내키지 않고, 보관할 장도소 없으니 그냥 조금씩 사모으자고 합의했습니다. 무엇보다 G방에 책장을 하나 더 구입해야 조금이라도 정리가 되거든요.

솔직히 제 책상부터 먼저 정리를 해야하긴 합니다만.......; 오늘가면 해야지요.

3월의 라이온은 다시 밝은 분위기로 돌아왔습니다. 2권에서 내면으로 침잠하다 못해 누에고치가 되어버리는 것 같던 상황이 조금은 풀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책 분위기는 저랑 안 맞습니다. 조금 밝아졌다 한들 주인공에게 사자후를 내지르고 싶은 생각은 바뀌질 않거든요. 대신 누군가 야단치기는 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해요.

디오티마.
4권 나온다는 말에 충격받으신 분들이 많은 듯한데, 이번 권 진행은 꽤 빠릅니다. 누구씨가 반한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닐까 생각은 하지만 그걸 확인하려면 5권을 기다려야겠지요. 5권이 내년에 나오는 것은 힘들테고, 후년에나...?


명영사는 시리즈 전 권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쉽지 않겠습니다. 지난번에 문학소녀 구입할 때도 교보에서 주문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좌절한 적이 있거든요. 일단 주문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차근 차근 구입해야겠습니다. 번역본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원서로 읽는 것이 빠르기도 하고 삽화의 인쇄질에 실망해서 원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습니다. 권당 609엔 남짓이고 몇 권은 조금 넘는데 14배로 계산하면 대략
.... 여기까지 쓰고 혹시라는 생각에 교보에서 검색하니 나옵니다. 그런데 왜 가격이 이모냥입니까. 672엔인 10권이 해외주문으로 정가 10900원에 10% 할인해서 9810원. 14배하면 9408원입니다. 적립은 0%. 으허허허. 일본서적은 신간이라도 쿠폰 적용가능하다지만 가격이 어중간해서 1천원 쿠폰을 쓰려면 2권 주문, 2천원 더블쿠폰을 쓰려면 3권 주문입니다. 윽. 타격이 너무 커요.-_-;
참고로 응24는 10% 가량 더 비쌉니다. 그런고로 논외. 실제 검색해보니 10권 모두 1만원이 넘습니다.

그나저나 용돈 잔고는 몇 권까지를 허용할까요. 통잔 잔고와 용돈 잔고를 생각하면 단 번에 지를 수 있는 분량이 아닐텐데.;

으하하;ㅂ; 예찬론입니다. 취향에 아주 제대로 직격 당했거든요.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 이글루스 밸리에서 한 번 들었습니다. 제목만 봐도 끌리는데 시선을 빼앗긴 것은 삽화입니다. 타케오카 미호-문학소녀 시리즈의 삽화가가 일러스트를 맡았거든요. 한국에 정식 발매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제 홍대 갔다가 나온 것을 보고는 앞뒤 가리지 않고 구입했습니다. 표지를 본 순간 이미 제 손은 책을 집어 들고 있었지요. 아하하.

한 줄로 내용을 요약하면 Boy meets girl. 아니, Boys meet girls가 더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면 집어들어도 크게 후회하진 않으실겁니다. 일단 18회 판타지아 대상 가작 수상작이라는데, 이야기는 굉장히 무난합니다. 다만 소재로 쓴 것이 명영사라고, 색을 촉매로 하고 영창을 하여 소환하는 술사들입니다. 가장 비슷한 것을 들자면 소환술사겠군요. 이런 명영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주인공이고요.
다만, 남자주인공이 아직 열 셋이고 여주인공이 그보다 세 살 위라는 것-다시 말해 연상 연하 커플이라는 것이 재미를 더합니다. 벌써부터 탄탄하게 노선이 다져져 있으니 둘이 커플이 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입니다. 게다가 옆에서 도와줄 것으로 보이는 조연들도 꽤 괜찮고요.
첫 작품인지 초기 작품인지 잘 모르지만 조연을 많이 썼다는 것은 조금 감점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말입니다, e-hon에서 검색했더니 시리즈가 열 권입니다.OTL 그것도 가장 마지막 권이 나온 것이 2009년 8월. 출간 텀을 보니 아직 다음 권이 나올 때가 안되었고요.; 아마 다음권 나올 때까지는 10권 모두 다 구입하기도 어려워 보이지만 말입니다. 흑.; 10권의 줄거리를 대강 훑어보니 작품의 클라이막스랍니다. 다음 권이 완결이기를 간절히 빌고 있지만-열 권만 해도 충분히 많아요!-어찌될지는 봐야 압니다. 그리고 이 책을 원서로 구입할지도 고민중이라..

원서 구입 여부를 고민하는 것은 일러스트의 인쇄질 때문에 그렇습니다. 삽화를 확대한 것인지, 선이 굵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가늘가늘한 그 특유의 선이 아니네요. 첫 번째 그림 보고는 열 받아서 당장에 원서를 사겠다고, 그래서 일웹에 들어가서 검색한거였는데 열 권-아니 열 한 권이나 그 이상이 되면 사는 것도 만만치 않지요. 엔화가 떨어질 기미도 안 보이고 말입니다.


가벼운 분위기의 판타지 소설이지만 10권의 줄거리를 볼 때 앞으로 사건은 점점 더 커질 모양입니다. 하지만 바탕인 '소녀, 소년을 만나다(소년, 소녀를 만나다)'는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라이트 노벨을 읽으면 영상이 지나가듯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데 이 책은 색채가 풍부해서 상상하는 맛도 좋군요. 설정상 약간 무리가 아닐까 하는 부분도 있지만 학원물이기도 하니 그정도는 짚고만 넘어갑니다. 후후후.

문학소녀가 완결되어 이젠 살 라이트 노벨이 없다 생각했는데 마침 딱 나와주네요. 앞으로는 명영사만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번역자, 나랑 싸우자. 막말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정말 이렇게 번역해야되겠니? 내가 카즈하 언니에 뒷목 잡고 쓰러졌다. 그 번역 문제만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고이 들고 가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더라. 번역 문제도 한 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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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B로즈. 완결권인 14권을 사와서 보고는 앞권을 일찌감치 처분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6권인지 8권까지 사다가 말고는 1권만 두고 나머지는 처분했거든요.
그 앞서 나온 양의 눈물도 다시 보면 한숨 나오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이번은 상태가 더 심합니다. 스토리는 둘째치고 눈이 점점 커지면서 컬러도 이상해지는 것을 보니 14권 구입한 돈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아마 이대로 가지고 있다가 북오프에 팔아버릴 것 같군요.

게다가 앞에서도 적었지만 번역이 참 문제입니다. 번역만 보면 책을 던져버리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더라니까요. 그림과 스토리에서 크리티컬 히트를 맞았는데 거기에 그 페이지의 번역이 그 모양이니 집에 두고 싶지 않은 책이 되었습니다. 아놔.......
1권 시작하면서는 분위기 괜찮았는데 왜 이렇게 끝낸걸까요. 하여간 이번 편에서 건질 것은 결혼식 외엔 없었고, 그나마 결혼식도 뭔가 이상한 분위기였지만 모 장면 때문에 그냥 넘어간..... 하지만 아무리 결혼식 이벤트라 하더라도 실제로 그런건 있어서는 안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작위적, 만화적이예요. 아키요시가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아니다 싶은 시리즈로 낙찰되었습니다. 훗.-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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