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그릇된 그릇질이라 이야기한 적 있는데, 공감합니다. 바른 그릇질이 뭐고 그릇된 것이 무어냐 물으신다면, 나름의 기준이 있어 거기에 맞으면 바른 것이고 아니면 그릇된 것이라 답할 겁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한다면 그러려니 하지만 제가 하는 그릇질에 대해서는 자를 들이댈 여지가 있는 거죠. 판단 기준은 저니까요.


그리하여 제가 보는 저의 그릇된 그릇질과 바른 그릇질의 경계는 필요와 쓸모입니다. 필요는 애매모호한 단어인데, 본인이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 나중에 필요할지 모르는 것이고, 그 필요라는 것이 물리적인 의미의 쓸모가 아니라 마음의 위안이라 하더라도 허용된다고 볼 때가 있단 말입니다. 쓸모도 비슷하지만 필요보다는 '지금 당장의 쓰임새'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일반적 정의가 아니라 제 나름의 조작적 정의인 셈입니다.


아래 그릇들은 그리하여 쓸모는 없지만 필요는 할지 모르는 그 경계에 있는 그릇들입니다. 그러니 아마도 그릇된 그릇질의 대상들.-ㅁ-a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캡쳐했습니다.(먼산) http://www.starbucks.co.jp/goods/mug/4524785339910/


자세한 상품 정보는 위의 링크를 보시면 되고, 스타벅스의 JIMOTO 시리즈입니다. 아마도 地本이 아닐까 추측하는데, 한국어로 옮기면 지역특산품을 새롭게 만든 것이라 보면 됩니다. 스타벅스의 설명을 보면 그 지역의 흙(재료)으로 만들어 그 지역의 점포에서만 판매하는 겁니다. 스벅의 지역 한정 텀블러와 머그보다도 더 한정된 제품입니다. 하지만 저건 좀 홀릴만 하더군요.


저건 지모토 시리즈 중 사세보입니다. 판매 매장도 딱 사세보의 두 점포 뿐. 佐世保四ヶ町店과 させぼ五番街店이랍니다. 어찌되었든 구입하려면 사세보에 가야한다는 건데, ... ... 마음 먹고 가지 않으면 구입할 수 없는 물건입니다.


일본 최초로 만들었던 커피잔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데, 라인 자체도 귀엽고 예쁘지만 저 닻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용량은 177ml입니다. 작죠. 쓰임새는 거의 없으니 그야말로 장식용이나 가끔 꺼내 쓰는 정도일 겁니다. 하하하.






이쪽도 화면 캡쳐입니다. 웨지우드 재스퍼 라인 미니어처 할인 판매 사진을 엊그제 트위터에서 보고 격하게 끌렸지만, 물리적 제약 때문에 포기했다가 오늘 보고 생각난 김에 검색을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야후옥션에서 찾은 제품입니다. https://page.auctions.yahoo.co.jp/jp/auction/t578295641



가격이 12만 8천엔. 트위터에서 본 것은 작은 세트였고 이쪽이 풀세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쪽은 아마도 2인용 세트였을 건데, 이건 6인용이고, 받침 쟁반-플레이트도 있으니까요. 찻잔 6개에 비하면 포트가 작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거야 뭐.(먼산)




검색하다보니 일본에는 다른 종류의 웨지우드 티세트도 있는 모양입니다. 와일드 스트로베리의 미니어처 티세트는 54000엔.(라쿠텐 링크) 이것도 플레이트가 있어 가격이 높습니다. 플레이트가 없고 아동용으로 따로 나온 피터 래빗 티세트는 더 저렴합니다. 라쿠텐 기준 세금 포함 가격으로 16200엔.(링크)




뭐, 크게 사고쳐서 이미 미니 티세트에 대한 로망은 사라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현대 배경의 BL로 아이돌과 배우의 연애담입니다. 오프 더 레코드, 뒤쪽에서 오가는 여러 소문들에 대한 소설이라 제목도 그렇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오프 더 레코드로 이야기한다 한 들, 정말로 오프가 되지는 않지요.증권가의 찌라시라든지 소문으로라든지 어떻게든 퍼지게 됩니다. 그리고 일부는 오프 더 레코드란 이름의 가짜 뉴스가 됩니다.


윤희권은 얼굴 매우 잘생기고 연기 잘하는 배우입니다. 이강진은 아이돌 출신의 배우로, 소문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아이돌 출신 치고는 그럭저럭 연기를 합니다. 이 둘은 '이면'이라는 제목의 영화에서 마주합니다. 주연과 반동인물로 말입니다. 현역 아이돌은 아이돌이지만 7년차인 지금은 각자 활동을 하고 있는데다 외모 말고는 특출난 재능이 없다보니 연기쪽으로 발을 들인 강진은 희권과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대본리딩할 때의 분위기도 그랬지만 그 뒤의 영화 홍보 인터뷰도 참으로 망했습니다. 강진의 팬이라고 하는 희권, 희권의 연기력으로 간신히 살렸다는 평을 듣는 어느 영화를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꼽는 강진. 인터뷰이를 당황시킬 정도의 충돌이었지요.

하여간 이 둘은 그 뒤에도 내내 티격태격하지만 강진이 얽힌 사건들에 희권이 발을 들이면서 상황은 조금 달라집니다. 강진은 같이 영화를 찍는 다른 배우에게 은근한 협박을 받고, 마찬가지로 몇 년간 지속적인 협박을 당하며 강제적 관계를 맺는 이가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희권에게 술주정을 부리고, 몸이 먼저 가는 관계가 되고, 희권의 여러 도움을 받고 하는 과정은 영화 촬영 내내 이어집니다. 그리고 영화는 강진과 얽힌 여러 사건들이 복잡하게 흘러가면서 또 좌충우돌합니다.



소설을 아주 단촐하게 줄이면 희권과 강진이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들 둘의 연애는 「이면」이라는 영화를 통해 진행되며, 촬영을 시작하고 연기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관계가 조금씩 나아가고, 같은 영화의 배우와 얽힌 사건 때문에 희권이 강진을 보호하고 또 다른 이들을 견제하는 상황이됩니다. 나이차이가 상당하다 보니 희권은 조금 느긋하고 천천히 가려 하지만, 강진은 또 그 나잇대처럼 상당히 격하게(?) 다가갑니다. 게다가 강진을 둘러싼 수수께끼들이 그리 쉽게 풀리는 건 아닙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것은 상당히 뒷부분이라서요.


국민배우로 강진에게 '내가 네 선배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라는 소리까지 할 정도였던 희권은 점차 강진에게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뒷감당할 수 있다며 온갖 일을 다 벌이는데, 복잡하게 돌아갈 일을 간단히 해결해 준 것은 또 강진이었지요. 자신이 나이가 많아 걱정된다는 희권에게 괜찮다며 들이대는 것도 강진입니다. 그러나 또 불안해하는 것도 강진이로군요. 여러 사건과 사람들을 물리치고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이들 둘이 깨쏟아지는 신혼생활(....)을 이루는 것까지가 전체 이야기입니다.



즐겁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주인공들의 대비가 선명해서 더 좋더군요. 나이차(열넷)도 그렇고, 얼굴도 잘생겼지만 연기도 매우 잘하는 국민배우와 아이돌 출신으로 얼굴은 매우 예쁜 신인 배우, 침착한 성격으로 사고치는 장년과 버럭버럭 저돌적인 성격의 청년. 그 간격을 넘어 연애하니 또 좋습니다.///



자카비. 『오프 더 레코드 1-3』. 비욘드, 2018, 각 3천원.



소재 때문에 강제적 성관계와 마약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스폰서 이야기도. 이런 쪽을 싫어하신다면 피하시는 것이 낫습니다.=ㅁ=

발단은 식생활이었습니다. 채소나 과일 섭취를 게을리 했더니 몸 상태가 무너지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피로 때문인지 방광 혹은 신장쪽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병원에도 다녀왔고, 검사결과 이상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럼 원인은 식생활 아니면 스트레스지요. 그래서 충동구매로 컬리에서 판매하는 샐러드를 구입했습니다. 그것도 여느 때라면 구입할 생각도 안할 푸성귀 들어간 샐러드를 말입니다.


제 평소 취향의 샐러드는 고구마, 감자, 달걀 등의 식사 대용 샐러드입니다. 푸성귀 샐러드는 사양하는 쪽이지요. 그럼에도 그런 샐러드가 맛있어 보일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는 반증도 되긴 합니다.




... 마음이 급했던 건지, 그날의 물건 전체를 찍은 사진은 없네요. 통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래 사진을 참고하세요.





아마 두 번째인가 세 번째로 먹은 파스타 샐러드입니다.'ㅠ' 보시면 아시겠지만 검은 뚜껑의 플라스틱병이고, 옆에는 조립형 포크가 붙어 있습니다.





이건 맨 처음으로 꺼내든 버섯샐러드입니다. 정식 이름은 '판다는 버섯을 좋아해'. 샐러드의 구체적인 설명은 컬리의 상품판매 페이지(링크)를 참고하세요. 1번부터 3번까지의 샐러드를 구입했는데, 채소모듬이 들어간 건 같지만 거기에 방울토마토,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적양파, 파프리카, 청피망 등이 이것저것 섞여 들어갑니다. 채소 기본은 그렇고, 거기에 토핑이 뭐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집니다. 훈제닭가슴살과 블랙올리브, 버섯 네 종류, 푸실리 면 등등이고요. 푸실리는 검은깨드레싱이지만 닭가슴살과 버섯은 레몬드레싱입니다.


드레싱이 안 보이길래 어디 있나 했더니,




뚜껑 안쪽에 소스통이 들어 있습니다. 이쪽은 레몬드레싱. 레몬과 기름과 소금입니다.





드레싱을 홀랑 붓고는 뚜껑을 닫고 마구 흔들어 섞어줍니다. 물론 아래위로 흔들기만 하는 건 아니고 이리저리 돌려주면서 고루 섞이도록 합니다. 하지만 먹다보면 윗부분은 드레싱이 덜하고, 아래로 갈 수록 많네요.







푸실리의 파스타 샐러드는 아까 사진 올렸으니 넘어가고. 이 검은깨드레싱이 참 맛있더랍니다. 쓰읍.






이쪽도 채소 위에 드레싱을 붓고는 잘 섞어줍니다. 특히 아래에 있는 파스타면까지 샐러드가 안 묻을 수 있으니 거기까지 꼼꼼히 섞도록 노력합니다.(...)






훈제닭가슴살 샐러드도 얼핏 보기에는 버섯과 비슷합니다.







이번엔 흔들기 전, 드레싱 붓고 난 후의 사진입니다.







방울토마토가 위로 올라왔군요. 음. 왜 닭고기 찍은 사진은 없을까..?




채소사진만 찍어 올린 것 같지만, 맛은 괜찮습니다. 통당 가격이 6천원인데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괜찮더군요. 다만, 최근 양이 줄었다고는 하나 원래부터 육식파인 제게는 뭔가 미진합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아무리 이런 저런 부재료를 넣었다고 해도 샐러드만으로는 끼니가 안됩니다. 역시 옆에 뭘 곁들여야 그나마 포만감이....;


그러니 식생활 개선은 아직 요원합니다.



이게 아마도 델피니움..? 정확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식물 잘 가꾸는 것도 이모저모 부러워하는 능력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심 갖고 꾸준하게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게 안되면 안되더라고요.(먼산) 저도 많이 죽여봤지만 잘 가꾸는 사람들은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애정만 줍니다. 너무 관심을 과하게 가지면 식물이 죽어요. 정말로 그래요. 그리고 그 적당함과 과함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비결 아닌가 합니다.



스트레스 쌓인 것을 무시하고 괜찮을거라 생각했다가 큰 사고가 일어나서 허둥지둥 대는 중입니다. 주변에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이야기 하고 있고 집에도 아직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 굉장히 심각한 상태입니다. 사건 자체가 아니라 제가요. 사건을 대하는 제 모습이나 거기에 반응하는 모습이 과합니다. 몸 상태도 여러 모로 걸려있던 지라 한 번에 터진 느낌입니다. 운동은 했지만 그간 체중조절을 핑계로 식생활에 소홀했던 것이나, 트위터에 과하게 빠져서 안 좋은 기사들을 자주 접하여 정신적으로 몰려 있던 것, 모든 것에 분노하는 상황이라 생각했던 것이 올 하반기부터였는데, 거기에 계절성 우울증과 호르몬 조절 난조가 겹치니 극단적으로 흘러가네요. 하하하하하. 병원 예약은 잡아 놓았습니다.(먼산)



11월 중순만 무사히 넘기면 괜찮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보통 계절성 우울증의 기점은 12월 초라 그 때까지 가지만, 업무 폭발이 가라앉는 것은 11월 중순 경이라 그렇습니다. 오늘 새벽의 꿈을 생각하면 아마도 어딘가 따뜻한 남쪽을 가고 싶은가봅니다. 그럴려면 멀었고, 그럴 가능성도 낮지요. 여행은 더위보다 추위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마 마음이 그런가보다 생각하렵니다.'ㅅ'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미니멀라이프는 불가능한 삶이라는 생각을 매번 합니다. 어디서 주워듣기로, 미니멀 라이프는 도호쿠대지진의 여파로 나타난 삶이랍니다. 그러니까 가능한 짐을 줄이고 간소하게 살자는 운동의 계기가 대지진.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지요. 그런 마음가짐에서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전자책으로 소장하거나 하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

근데 지진으로 전기가 끊기면 전자책도 못 보잖아요. 종이책은 그래도 햇빛 있을 때는 볼 수 있지만 전자책은 전기 없으면 볼 수가 없어...! 최소한의 전기 사용만 가능하다면 더더욱 사용 못하겠지요.



도서관에 갔다가 호기심에 집어 든 책인데, 지금까지 봤던 책 중에서는 제일 괜찮았습니다. 저와는 안 맞는 부분도 많았지만 아이가 있는 부부가 집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 매우 현실적으로 소개하더군요. 집도 매우 작고 나중에 아이 방으로 내줄 공간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이가 어린 지금은 관리하기가 용이합니다. 거기에 가정관리를 위한 여러 팁들이 많이 나옵니다.


배우자와 라이프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면 아예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공간을 나눠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집안일도 손이 덜가게, 가능한의 품을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더라고요. 특히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일 하면서 아침밥 준비하는 것을 보고는 감탄을 넘어서 경탄의 눈으로 보게 되더랍니다. 식사 준비시간을 15분 단위로 끊어 사용하면서 가능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있군요. 이건 업무 방식을 집안일에 적용한 수준입니다. 거기에 배우자가 집안일을 상당히 많이 나눠 지고 있다는 것도 보이고요. 앞부분에 남편과 반씩 나눠하기로 했다고 하더니, 시간표를 봐서는 책 저자의 집안일이 더 많지 않나 싶었지만 뜯어보면 비슷해 보입니다. 자신의 옷과 물품 관리는 자신이 하고, 아이의 끼니를 챙기고 등하원을 맡기도 하니까요. 특히 저자가 아침 일찍 일어나 먼저 출근하면 그 뒷정리 담당은 남편입니다. 유치원 보내는 것도 남편 담당이고요.

뭐, 주중 식사 준비는 저자가 맡는 것 같지만서도. 식자재 관리, 메뉴 결정 및 조리 등의 일도 상당히 많으니까요.



음식 만들 때 아침에는 가능한 손 안가는 요리를 한다거나, 집에 돌아와서 가방과 옷 정리 등을 효율적인 동선으로 차례로 해치운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집안의 수납 관리도 위탁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또 눈에 들어왔고요. 의상도 간단히 관리하고, 속온 등은 철마다 새로 구입하는 방식이랍니다.


따져보면 효율적인 생활이지만 비용은 상당히 많이 들지 않나 싶네요. 어느 쪽이 나을지는 실제 겪어보고 해봐야겠지요. 일단 옷관리 쪽부터 참고하고 시도해보렵니다.


아키. 『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 허영은 옮김. 웅진리빙하우스, 2018, 13800원.



정식 공개는 맨 위에 나오는 것처럼 11월 1일입니다. 한국과 약 1주일 차이가 나네요. 한국은 할로윈 관련 상품이 올해 조금 줄어드나 싶었는데, 그나마도 할로윈이 채 끝나기도 전에 크리스마스 준비에 돌입합니다. 하기야 그래도 문제는 없고. ..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일본 스타벅스는 할로윈 다음날, 그러니까 만성절에 크리스마스 상품 공개를 하는 군요. 크리스마스와 엮어 생각하면 나름 재미있습니다?



딸기는 시즌이 없고, 대부분 온실재배라 시즌 의미가 없다고는 하지만 11월에 딸기 음료라니 이건 좀.; 하기야 요즘은 딸기 제철이 겨울이었지요.OTL 일본 스벅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는 크리스마스 딸기 케이크랍니다. 어떤 맛일지 대강 상상됩니다.-ㅁ-/



시간 날 때 제 방 좀 뒤져서 옛 크리스마스 상품들을 꺼내봐야겠네요. 몇 개나 쟁여두고 안 썼더라..?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감상을 올릴 당시, 1권의 내용이 대체적으로 취향이 아님에도 묘하게 2권을 끌어 당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뒷 이야기를 안했지요. 그날 일이 있어서 오전에 열심히 읽다가 중간에 끊겼거든요. 그리고 그 뒤에 5권까지 달렸습니다.


분량이 적지 않지만 읽고 나니 이건 로맨스보다는 판타지의 비중이 높은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장애를 갖고 그에 따라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당해왔지만 히어로가 되기를 원했던 주인공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동료를 만나 세계를 개혁하는 이야기입니다. 요약하자면 그렇군요. 로맨스는 그에 따라오는 것이고, 주인공인 이연의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겁니다. 그리고 남주인공은 초반부터 나오지만 모종의 사유로 굉장히 독특한 위치에 자리잡습니다. 클리셰적인 상황이 많이 작용함에도 그게 갈등이나 사건 극복의 카타르시스-그 쾌감이 상당합니다. 개인적으로는 2권의 그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습니다.



이연 단유는 여동생인 이주의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마법고시 합격자로서 이하츠를 떠납니다. 시간의 여신이 만들었다는 얼음 장벽 아래의 그 땅은 마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척박한 땅이지만 이연과 이주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얼굴에 큰 흉터가 있어 가면을 쓰고 있는 이연과는 달리, 이주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또 애교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이연은 자신의 첫사랑이자 소꿉친구인 다우가 이주와 결혼하는 것을 지켜만 보았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연은 사랑스럽지 않고 애교가 없다는 것인데, 보시면 아실 겁니다.)

마법고시, 줄여서 마시라 부르는 그 시험의 통과자는 수가 정해져 있으며 수많은 응시자는 탈락자가 됩니다. 12년 만의 여성 합격자로서 이연은 매우 주목 받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연 단유의 아버지인 진하 단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황제는 신의 힘을 이어받아 사람들과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그의 가장 소중한 것과 게약을 양쪽에 놓고 저울질 하면,  당사자는 계약을 하거나 소중한 것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만 택할 수 있습니다. 황실은 그 계약의 힘을 통해 황권을 강화해왔고, 그 때문에 고통받는 계약자들은 매우 많습니다. 마법사들 역시 그런 계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남자주인공인 유호 카진 공작 역시 어릴 적부터 계약자였습니다.



1권 초반에서 공개된 이야기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유호와 이연은 마법학교에서 교수와 학생으로 만나며, 그 와중에 일어난 어떤 사건 때문에 이연은 성장하지 않을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입니다. 어떻게 보면 파리대왕이나 15소년표류기에 가까운 그 사건은 이연의 성장과 함께 마무리됩니다. 아니,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건 종료의 카타르시스가 대단하더라고요.OTL 오히려 그 뒤의 권력다툼 이야기가 견디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연의 움직임은 이연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그 주변인들마저 감화시킵니다. 결국에 이연이 이뤄낸 것은 상당한 것이고-솔직히 외전이 더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 뒤에 제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그 인물들의 뒷 이야기가 어떠했는지의 이야기도 더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걸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면 그것도 나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감탄한 것이 2권의 그 부분이라 이야기했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두 성별의 충돌을 보여준다는 점도, 어떻게 보면 가장 작위적일 수있으나 또 합당한 이유에 따라 마무리된 예의 '그 장면'도 마음에 듭니다.



2권 이후의 괴리감은 1권부터 내포되어 있던 이연의 아버지 때문이 큽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될 수 있고 메리수도 될 수 있고, 이야기 전체를 망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다시 등장한다면 소설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았거든요. 그러니까 이들은 호랑이와 곶감인 겁니다. 이중적인 의미로도 그렇네요.



밀혜혜. 『은폐된 전부를, 가면을 바친다 1-5』. 제로노블, 각 3600원.



3권부터 5권까지는 2권의 카타르시스를 생각하면 지지부진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한 번쯤 읽어볼만할 소설로, 판타지소설 속의 여성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묻어났다고 봅니다. 이연뿐만 아니라 앞선 마시 여성 합격자들의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고요. 변화는 시작되었으니 이제 점점 움직일 겁니다.

조아라에서 일부 연재되었던 회귀 소재의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주인공은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숙부의 소개로 공작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점차 집 안에 고립되었으며, 급기야는 공작령 내 외딴 곳의 저택에서 반복된 고문을 받으며 죽어갑니다. 그리고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며, 강렬한 소망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회귀했습니다.-라는 줄거리의 소설은 적지 않습니다. 이보다 앞서 출간된 『금빛 키아르네』도 구조 자체는 같습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죽음을 맞이한 여주인공이 과거로 돌아와 다른 길을 걸어간다는 이야기는 로맨스판타지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시그리드』도 그렇군요. 이쪽은 로맨스보다는 판타지에 방점이 찍힌 쪽이고요.

또 죽음을 맞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한 고통을 겪은 주인공이 회귀하여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은 『검을 든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조는 비슷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다 다른 말을 합니다. 주인공은 비슷한 이유로 회귀하지만 그 뒤에 걸어가는 길은 다릅니다. 대체적으로 이전에 겪었던 사건을 겪지 않기 위해 노력하거나, 겪었던 일 중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들을 수정해 나갑니다. 후자는 수정주의자라고 하면 .. 역사학도들이 들고 일어나겠지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이올리나의 회귀 시점은 부모님의 사망 직후입니다. 서둘러 달려갔지만 부모님은 이미 사망했고, 부모님이 사망한 곳에 있던 그 대공가는 뭔가 미심쩍은 반응을 보입니다. 도와줄 이 하나 없지만 그래도 의연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그 와중에 대공가의 기사의 도움을 받아 다른 일들을 처리 합니다. 조아라에서 확인한 것은 대공가에 있는 특별한 손님을 만났다는 이야기까지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1권 중반쯤입니다. 갑작스런 약혼과 대공가의 귀한 손님까지는 읽었던 기억이 있고요. 그 뒤에는 약혼 이후의 이야기, 콴 가문에 숨겨진 이야기, 아이올리나에게 계속 접근하는 회귀 전의 남편-그 공작의 문제와 황제와 얽힌 이야기까지 차례로 등장합니다.



아이올리나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거의 끝까지 가서 이뤄지지 않나 싶지만, 아무래도 배우자의 존재보다도 그 뒤에 얻은 기연-이라고 해두죠-이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활동하는 여성들은 많지만 그런 여성들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 남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거기에 예상할 수 있는 절대악과, 그 절대악에 속아 넘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그다지 취향에는 안 맞았습니다.

역시 제 취향에 가장 잘 맞는 건 잘 싸우는 주인공 쪽이라, 『시그리드』나 『검을 든 꽃』 쪽이군요. 지금 생각하니 둘 다 검사인데, 마법사 주인공의 소설 중에서는 『5월의 눈』. ... 주인공 혼자 어딘가 내두어도 내내 잘 먹고 잘 살 것 같고, 남주는 그 옆에서 내조하는 타입이라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취향이 그런 겁니다.



이루리. 『꽃은 두 번 핀다 1-4』. 마담드디키, 2018, 각 3천원.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그 부분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등등이 붙는 것은 알라딘 지름이 아닌 것이 섞여 있어 그렇습니다. 오늘도 B님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알라딘은 사은품 장사를 매우 잘한다. 사은품을 사면 책이 따라온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진짜로 그렇습니다. 사은품을 사니 책이 따라왔습니다. 읽지도 않을 책, 왜 사는지 모르겠다며 호구는 그저 호구호구하고 웁니다.



만. 위의 사진은 알라딘이 아니라 위타드입니다. 배 못지 않게 배꼽이 큰 지름이었지요. 지름은 총 7만 정도, 배송비는 약 6만이었습니다. 이것저것 할인을 받아 저렴한게 6만이었는데, 종종 더빠른배송으로 사는 것이 저렴한지, 아니면 그냥 재포장으로 사는 것이 저렴한지 모르겠습니다. 위타드나 덴비나 박스가 지나치게 큰 경우가 많거든요.





충동구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한 건, 베리베리 크러시 중 한 통은 T님께 답례품으로 보내드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좋아하실지 모르겠지만 일단은...-ㅁ-a

그리고 이 때 슬쩍 우울모드에 잠길락말락했던 G를 에게 선물을 안겼고요. 차는 안 마시겠다고 하여 커피약간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쿠키 한 통을 넘겼습니다. 저건 아마 스트로베리 쿠키였을 겁니다. 그 옆의 덩굴무늬는 베리베리 크러시 쿠키였는데, 다양한 베리가 들어간 쿠키입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버터가 덜 들어갔고, 덜 느끼하며 시판품의 느낌이 듭니다.(...) 간단히 말하면 재구입 의사 없습니다.(먼산)


그래도 겨울용 삼베리는 들였으니 다행입니다.






오로지 도라에몽 칠판과 도라에몽 장바구니를 위해 구입한 책 모듬.(먼산) 다시 말해 사진 속의 책은 지금까지 단 한 권도 손 안댔습니다. ..라고 적고 다시 보니, 『마우리와 용』 2권은 읽었네요. 1권도 좋았지만 2권도 매우 귀엽습니다. 『도쿄의 부엌』을 그 다음으로 읽지 않을까 생각하고, 나머지는 '사야한다'고 생각해서 일단 쟁인 책들입니다. ... 가능한 빨리 읽겠습니다.OTL







이쪽은 알라딘. 에, 이 때는 뭘 사려 그랬던 건가 사진을 들여다보는데, 정 가운데에 그 원인이 있군요. 와인텀블러를 위해 샀습니다. 아래는 『모스크바의 신사』이고 『미스테리아』20호와 『위대한 침묵』입니다. 따라온 메모지는 점착식이 아니라 그냥 메모지입니다. 하지만 이게 또 괜찮더라고요. 잡다하게 메모하기에는 포스트잇보다 편합니다. 어차피 바로 옆에 마스킹테이프도 있으니 업무수첩에 대강 붙여 놓으면 되니까요.






G의 요청으로 구입한 도라에몽 담요입니다. 나머지는 덤....은 아니고. 비슷한 시기에 도착한 물건입니다. 편의점 배송을 신청해뒀더니 한 번에 왕창 도착했더라고요. 솔직히 다른 것도 거의가 "컵을 구입했더니 책이 사은품으로 딸려 왔습니다."의 상황입니다.







가장 왼쪽은 나중에 따로 소개할 일이 있을 겁니다. 태공과 비교해서도 아시겠지만 매우 큰 컵입니다. 태공 옆에 있는 것이 보물섬 200 머그입니다. 같이 주문했던 달과 6펜스(밤) 200 머그는 품절로 환불처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두 유리컵은, 정말로 유리컵에 홀려서 책을 구입했습니다. 이걸 주객전도라고 하지요. 하하하하. 그 작가 책은 지금까지 딱 한 건 읽었는데(연재본으로) 다른 책은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손이 안 가더랍니다. 그리하여 이번에도 살 생각은 없었는데 사은품이 너무 예뻤습니다.




다음 보고는 아마도 11월 첫 주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는 알라딘 다이어리 주문 후겠군요.

현대를 배경으로 한 BL입니다. 그리고, 읽고 나면 와인이 매우 마시고 싶으니 요즘 같은 날씨에는 글뤼바인이든 뱅쇼든 핫와인이든 뭐든 갖다 놓고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ㅠ-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지만 딱 내용 배치 자체가 상당히 빡빡하니 읽는데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게다가 배경이 배경인지라, 읽는 도중에 술이 당겨서 곤란했습니다. 업무 중 시간 있을 때마다 조금씩 읽어나갔거든요. 다행히 집에 들어가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었던 덕분에 집에서 술판 벌이는 일은 없었습니다. .. 물론 집에 술이 맥주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했군요. 이 책은 맥주가 아니라 와인, 또는 도수 더 높은 술을 마구 불러대는 무서운 소설입니다.



『보르도』는 화자인 민태윤의 1인칭 주인공 시점입니다. 그렇다보니 태윤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초반부터 매우 혈압이 오를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급하게 해야하는 상황이나 그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고 면접을 가면 곤란하다는 소리만 듣고 오다보니 심정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그러다가 길가다 만난 어느 레스토랑의 구인공고를 보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들어갔다가 면접을 보게 되었고, 거기서 레스토랑 사장이며 사람의 복장을 뒤집는데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이규형을 만납니다. 면접을 보면서 이상한 질문 받은 것은 둘째치고, 입에서 나오는 그 어떤 말도 사람의 속을 뒤집기 위한 말들이다보니 대화 자체가 매우 고역입니다. 그럼에도 돈은 절실하게 필요했고, 돈이 필요한 이유를 들은 레스토랑 사장님이 단번에 승락을 한 덕에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뒤에도 나오지만 두고두고 후회는 합니다. 면접 때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 나왔어야 했다고 말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이 둘이 소설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이 둘의 연애가 소설의 메인이기는 하나, 사장님은 들이대고 아르바이트는 도망가는 상황이라 쫓고 쫓기는 배틀호모라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어차피 이뤄질 사람들이니 이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 독자가 복장 뒤집어 지는 것은 둘째치고.....

중요한 건 술입니다. 레스토랑 이름이 보르도인 것부터 시작해, 왜 보르도가 되었고, 저 젊은 사장은 어쩌다가 레스토랑 사장이 되었는가라는 것, 그리고 그 뒷 이야기까지 모두 가 다 술로 통합니다. 규형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태윤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술을 매우 좋아하다보니 술만 나오면 쫓고 쫓기다가도 덥석 미끼를 무니까 이건 규형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미끼를 무는 태윤이 문제예요.


하지만 음식 잘하고 술에 잘 어울리는 음식 제공하고, 입맛에 맞춰 술과 그 음식을 제공하고, 맛있는 음식과 술이 있다며 꼬여낸다면 웬만한 사람은 다 넘어갑니다. 철벽을 치려 해도 저기서 미끼를 흔드는데 어떻게 도망가나요.

그러니 이 소설은 반드시 옆에 음주가무-가 아니라 음주반주를 장만하고 보아야합니다. 기왕이면 글뤼바인 1리터 정도는 마련해놓고 '알콜이 날아갔으니 이건 알콜이 아니야!'라는 정신 승리를 시전하면서 보아줘야 합니다.


제목부터가 그렇지요. 보르도는 포도주의 산지니까요.




라그돌. 『보르도 Bordeaus』. 블루코드, 2018, 2400원.



라그돌님의 전작을 지금까지 죽 읽어와서 그런지-아직 사두고 안 읽은 『캐슬링』은 제외하고;-익숙한 구도와 익숙한 인물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배경이 그래서, 가능하면 크리스마스 전에 보시길 추천합니다. 크리스마스는 뭔가 음주가무의 시즌 같으니 그 전에 보시는 것이 이 책의 소재나 주제(..)와도 잘 어울리니까요.



주여. 저 머저리를 구원하소서. 최소한 저 머저리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 속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능력을 주소서. ... 그래봤자 능력을 쓰지 않으면 도로묵이지만.




부처님, 저런 머저리를 상대할 수 있는 인내를 기르고 싶습니다. 크흑.;ㅂ;





어쨌건 9월에 판 함정은 제 발목을 잡아, 지금도 대롱대롱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그 비용으로 기꺼이 치킨을 지불할 겁니다. 물론 먹다 말겠지만.

단권의 BL입니다. 만, 분량이 적지는 않습니다. 쫓아가기 쉽지 않은 이야기더군요. 제목인 카르마는 한국에서는 보통 업이라 번역됩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업보다는 운명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쫓아가기 쉽지 않은 건 배경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요.



마테오 벨리니는 여행 중 지친 몸을 끌고 카페에서 쉬려할 때, 카페 주인의 배려로 작은 방에서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정신이 들어보니 이곳은 이탈리아가 맞지만 시간이 다릅니다. 로마네요. 이탈리아의 수도인 로마가 아니라 고대 제국 로마입니다. 그나마도 자루에 담겨 바다에 빠졌다가 누군가의 충동으로 건져져 목숨만 간신히 부지한 노예랍니다.

자신의 본래 몸이 어찌 되었는지, 지금의 몸이 죽으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이 몸의 주인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끌려가, 자신을 주운 아일리우스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죽이려 버린 노예를 주워왔다는 이야기는 이미 파다했고, 그 정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알게 됩니다. 모 귀족가에서 귀부인의 총애를 받던 젊은 노예 하나를 자루에 넣어 던져버렸다는 이야기가 돌았거든요. 그 정체가 지금 마테오의 몸 주인이랍니다.


이야기는 크게 보자면 현대의 지식과 상식을 가진 노예 마테오와, 그를 주운 로마 귀족 아일리우스의 연애담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고, 뒷 이야기가 더 있으니 그 부분은 슬쩍 뺍니다. 중요한 것은 노예로서의 삶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마테오나, 노예답지 못한 마테오를 두고 계속 손이 간다며 신기해하는 아일리우스의 관계입니다. 귀족가 차남으로 형에게 열등감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으며 그걸 못 견뎌 로마가 아닌 먼 휴양지에서 한량의 삶을 보내는 아일리우스 입장에서는 마테오는 장난감과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주워온 장난감이었지만, 자세히 보고 있노라니 좀 귀여워 보이고, 더 보고 있노라니 재미있어서 계속 옆에 두고 쿡쿡 찌르는 겁니다. 마테오는 자신이 노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대인으로서의 자아가 워낙 크다보니 그걸 희롱으로 받아 들이지요. 거기에 다른 이들과 쉽게 섞이지 못하다보니 아일리우스의 집에서도 붕 뜬 존재나 다름없습니다.



로마시대의 삶이 세세하게 드러나는데다, 어쩌면 그 자체도 함정입니다. 소설의 1차 결말과 2차 결말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 흘러갈지 알고 있음에도 속이 끓습니다. 아니, 이 작가님은 절대로 해피엔딩이니까 소설이 행복한 결말로 갈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과연...! 싶은 부분이 몇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은...(생략)

그래도 꽉 닫힌 해피엔딩이니 그 점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읽고 나니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들이 도로 읽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차원이동이 아니라 시대이동이 맞겠지만 여튼 역사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아일리우스가 매우 귀엽습니다.(....)



김모래. 『카르마』. 연필, 개정판, 2018, 4천원.



출판사와의 계약 종료 후 재발매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정판이고요.+ㅅ+

BL소설로,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근대배경 판타지입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아마도 영국쯤? 차가 있는 세계관이지만 귀족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조아라 연재 당시에 열심히 내용 소개를 했지요. 해밀턴 가의 장남으로 알파형질을 가진 노아는 밀리언 후작의 여동생인 사라 밀리언과 약혼을 합니다. 밀리언 후작이 주관한 약혼은, 사실 왜 그리 유명하거나 부유하지도 않은 집안인 해밀턴가의 노아를 동생의 배우자로 선택했는가 말이 많았지요. 노아는 사라에게 한눈에 반했지만, 곧 사라의 애정은 다른 사람에게 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약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노아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약혼은 깨졌으니 밀리언 후작과는 엮일 일이 없다 생각했건만, 노아는 갑자기 오메가로 발현했고 우연히 조우한 밀리언 후작과 하룻밤을 보냅니다.



자아. 아마 그 뒷 이야기는 짐작하실 겁니다. 선임신, 후연애라고 신나게 보실지 모르지만 이 소설은 굉장히 어둡습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오메가에게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발정기, 히트사이클을 통해 몸 먼저 마음 다음이라는 전개가 많습니다. 그리고 종종 선임신 후연애도 등장하고요. 이 소설도 선임신이지만, 그 다음이 출산, 그리고 한참 뒤에야 연애를 합니다. 정확히는 연애가 아니라 그 때서야 고백을 한다고 볼 수 있고요. 따라서 소설이 끝날 때까지 주인공인 노아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매우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합니다.


실제로 연재 당시에는 밀리언 후작 클라우스에게 비난 댓글이 쇄도했습니다. 이렇게까지 고생시키면 어떻게 노아가 받아주느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요. 하지만 외전인 '클라우스 밀리언'을 읽으면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애초에 사라의 문제도, 노아에 대한 문제도, 이 모든 것은 소통부재가 원인이었나 싶으니까요.

그나마 소통부재의 본산(...) 클라우스를 용인할 수 있는 것은 노아의 우성 알파 동생이나 그 아버지가 보인 행태 덕분입니다. 이 세계관에서 오메가란 알파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존재이며, 누군가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존재니까요. 그것이 뒤집히는 때는... 내용폭로가 될 수 있으니 이만 줄입니다. 흠흠.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하지만 외전이 더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클라우스의 이야기만 하나 있어서, 달달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나마 달달한 것은 조아라 연재창에 올라왔던 발렌타인 데이의 외전인데, 현재 습작하셨는지 검색되지 않습니다.OTL



레이아드. 『검은 양 1-2』. 시크노블, 2018, 각 3천원.



제목 이야기를 빼먹었군요. 집집마다 검은 양이 한 마리씩 있다지만, 제목에서 나타네는 저 검은 양은 아마도 해밀턴 가에서 노아의 존재를 가리킬 겁니다. 그 집안에서, 노아는 정말로 그 존재 자체로 검은 양일 겁니다. 그가 원하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덧붙임.: 작가님, 외전 주세요, 외전! 외전! ;ㅁ;

텀블벅까지 갈까 하다가, 거기 가면 못 빠져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조용히 물렀습니다.




언제나 만나는 부사말고, 가을에 만나는 부사 드세요.(https://farmingfund.co.kr/products/2910)


11월 20일 발송 예정인 부사입니다. 5kg짜리와 10kg짜리가 있고, 10kg짜리는 또 나뉩니다. 재배지는 포천이고요. 사진의 사과주스는 홍로로 짠 즙이랍니다. 선착순으로 5포 준다고 해서 몇 kg짜리 주문하나 고심중입니다. 아무래도 본가로 주문해야 보관이 좋을 건데 말이죠.






독감주사보다 유자차 한 잔, 유기농 생유자와 유자차(https://farmingfund.co.kr/products/2901)


작년에도 맛있게 잘 먹었던 유자차가 다시 왔습니다. 11월은 유자의 계절이니까요. 올해는 생유자를 사다가 담가볼까 싶다가도 번거로우니 그냥 유자차가 낫나, 망설이는 중입니다. 어느 쪽이건 맛있으니 괜찮아요. 다만 제목대로 하는 것보다는, 독감주사는 주사대로 맞고 유자차 마시는 걸 추천합니다. 주말에 맞을랬더니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안되겠네요. 어흑.ㅠ_ㅠ





퍼올까 하다가, 홈페이지가 따로 있고 공유하기 기능이 있는데 들고 오기가 꺼려져 링크로만 답니다.






하지만 앞서도 올렸던 월인공방 삼인검(펀샵 링크)은 슬쩍 올려봅니다. 홈페이지 소개를 보니 이건 레디메이드 제품에 가까운듯 합니다. 해마다 한 번씩 삼인검을 만드시는 모양이더라고요. 올해 구하지 못하여 한탄 스러웠던 제품으로 이걸 들고 있으니, 내년에는 펀샵에 올라오는 대로 꼭 구입할 겁니다. 오늘 문득 충동적으로 사고 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 이 모든 것은 계절성 우울증이 문제인 겁니다.



본론은 그게 아니라, 오늘 월인공방에서 제작한 블루 워터 목걸이를 보았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니 모양만 봐도 알 그겁니다. 나디아의 그 블루 워터.(홈페이지 링크) 보고서 미친듯이 웃으면서 생각한게, 저도 적금 통장 하나 만들어야겠더랍니다. G4 종료하면 원래 알함브라 하나쯤 마련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 적금은 홀랑 다른데 들어가고 없고, G4는 끝나려면 멀었지요. 그리하여 다시 마음을 다잡고 2년 기한을 두어 움직일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포트폴리오의 오더메이드 항목들을 보다가, 파판14의 언약 반지(링크)를 보고 G에게 주었더니, 라퓨타 목걸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러니까 비행석 말입니다. 마침 유사한 것(링크)이 있어 가능하겠다며 주었더니 아놔라는 답변. 음, 홀렸습니다.

다만 지금은 개인 주문을 안 받으신다니까 열심히 돈을 모아 기다리면 언젠가 다시 주문을 받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그 때까지 충분한 자금을 모아야...!

할로윈이 머지 않았군요. 일본 스벅도 할로윈 상품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게 끝나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돌입하겠지요.


일단 메인 음료는 프라푸치노 두 종류입니다.



제목 자체가, 위치와 프린세스, 어느 쪽?이더라고요. 왠지 묘~하게 걸리는 문구입니다.




올해도 땡기는 물건이 없어 그냥 넘어갑니다. 다만 차이스파이스티와 스팀 사과주스를 섞었다는 애플티나, 더블 캐러멜 애플사이다는 궁금하지만 이게 한정 점포에서만 판매하는 거라서요. 맛볼길이 요원합니다. 그 사이 여행 갈 일도 없으니까요.

그러니 손 사이로 지름신을 흘려보냅니다.(먼산)

지난 주에 벌여 놓은 업무를 수습하기 바쁜 한 주입니다. 그리고 업무 뒷 설거지는 11월 초까지 계속됩니다. 주욱. 제 개인의 업무에다가 협조 업무가 뒤죽박죽되니 제 머리 속도 뒤죽박죽입니다. 어흑. 하지만 통장 잔고는 바닥이고, 이는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니 앞으로도 계속, 계속.... (눈물)


그리하여 쓸데 없는 잡담들을 몇 모아 봅니다.






위타드. 위타드의 올 겨울 신작 핫초코는 모카 핫 초콜릿입니다. 다시 말하면 커피맛 핫초코란 이야기지요. 왜 지금까지 이게 안 나왔을까 싶은 생각이 잠시 드는데, 생각해보면 그냥 핫초코 타다가 거기에 에스프레소 한 샷 부어 넣는 것이 더 간단하잖아요. 그런 연유로 안 나왔던 건가 싶습니다. 제가 도전 못하는 메뉴인 칠리 핫초코 같은 것도 이전에 있었고, 스트로베리 치즈케이크 화이트 핫 초콜릿인가, 그런 이름의 핫초코도 있었으나, 위타드는 배송비 문제로 손을 못댑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최근 위타드 상품을 몇 질렀거든요.



앞서 올렸는지 아닌지 가물가물하지만. 카페뮤제오에 GINA가 들어왔습니다. 다만, 여기 있는 건 블루투스 버전이 아니라 일반 버전입니다. 블루투스 버전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연결되어 드립 정도나 물양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것도 그 자체로 예쁘지만 그쪽이 훨씬 더 재미있.....

원래 커피 도구는 실 사용 반, 재미 반이라고 우겨봅니다.


가끔은 그 때 트럼프로 뭐고 그냥 지를 걸 그랬나 싶지만, 자금 사정도 있었으니까요.(먼산)







마틸다가 출간 30주년을 맞았답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로알드 달이 사망하기 2년 전에 출간되었다는데, 그 당시 삽화가인 퀜틴 블레이크가 30주년 기념으로 서른 살이 된 마틸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건 BL, British Library에 있는 마틸다의 모습입니다. 있다고만 설명되어 있으니 사서인지 이용자인지는 알 수 없지요. BL에 들어갔다고 해도 무척 잘 어울립니다.


제가 본 곳은 트위터(링크) 타래였고, 원 출처는 the Guardian의 2018년 9월 15일 기사입니다.

"Matilda’s new adventures at 30: astrophysicist, explorer or bookworm"(링크)

= 30살이 된 마틸다의 새로운 모험들: 천체물리학자, 탐험가 또는 책벌레.






탐험가가 된 마틸다,




천체물리학자가 된 마틸다도 있습니다.





가디언 기사의 메인 표지였던 이 그림의 확장판도 있고요.


85세의 할아버지는 총 8장의 그림을 그렸다는데, 아마도 ...... (라고 검색 시작)


펭귄 랜덤하우스 UK에 올라온 것이 원본이로군요. Win Matilda at 30 signed by Quentin Blake(링크) 그리고 다른 기사 하나 더. Matilda by Roald Dahl(링크). 지금 보니 맨 앞 버전의 마틸다는 Chief Executive of the British Library니까 이용자도 사서도 아니라 도서관장이군요.(먼산) 그러나 알라딘에는 아직 없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요약: 출간년도가 2000년임을 감안해도, 이 의견 난 반댈세. 그러나, 반대하고 비판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하는 책.




이 책의 부제는 "싸우는 소녀들은 어떻게 등장했나"이며, 의학박사로 사회정신보건학 교수인 사이토 타마키라는 사람이 쓴 서브컬처 분석서입니다. 이 책이 등장할 당시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는데, 책 날개를 보면 전공이 라캉 정신분석이고 히키코모리의 치료와 지원 및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분석도 그쪽 방향입니다. 전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과는 담을 쌓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읽으면서도 무슨 소리인가 한참 헤맸습니다. 이해 안가는 부분은 건너 뛰었지만 대체적으로 이 책의 논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답.정.너. 답은 내가 정해두었으니 오타쿠 너희들은 대답해.


읽으면서 이건 인문학적 연구방법인가, 사회과학적 연구방법론에서는 가설을 세우고 그에 맞춰 이것저것 증거를 끼워 맞춰 그럴싸하게 만드는 것인데, 여기서도 그러하지만 그 증거란게 선택적으로 작용하다보니 그 바닥 사람들로서는 이거 뭐야라고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이야기더랍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장은 '오타쿠'의 정신병리, 2장은 '오타쿠'의 편지, 3장은 해외의 전투미소녀들, 4장은 헨리 다거의 기묘한 왕국, 5장은 전투 미소녀의 계보, 6장은 펠릭 걸즈가 생성되다입니다.


저자는 1장에서 오타쿠의 정신병리에 대해 라캉을 비롯한 여러 정신분석학의 기조를 통해 분석하고, 이를 2장의 오타쿠의 편지를 통해 뒷받침하고 재확인 합니다. 3장은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의 전투미소녀들이 어떠한 계보를 가지는지 기술하며, 그에 앞서 외국의 여러 연구자들이나 외국의 오타쿠들에게 메일로 문의하여 여러 답을 얻어 펼쳐 놓습니다. 4장은 서장에도 언급된 미국인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헨리 다거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전투 미소녀 계보를 펼치고 그걸 13가지의 범주로 나누며, 6장에서는 성도착 분석에서 사용하는 펠릭 머더를 소녀로 치환하여 전투 미소녀를 펠릭 걸로 지칭합니다.


... 만. 아니, 왜 싸우는 미소녀가 펠릭 걸이 되어야 하는 건데-라는 태클부터 걸고 싶어집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나는 미국의 아웃사이더 아티스트인 헨리 다거의 그림에서 굉장한 충격을 받고 이를 오타쿠의 분석에 도입하고자 한다. 오타쿠는 2차원적 인물을 상대로 '뽑아낼 수 있는'이들이며, 이는 허구성에 몰입하고 '모에'하는데서 근거한다. 일본 아니메에서 전투 미소녀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였으며 이는 총 13가지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의 존재는 팰릭 걸즈로 부를 수 있다. 그리고 팰릭 걸즈는 오타쿠들에게 섹슈얼리티를 포함한 모든 환상을 모아 놓은 이콘이다."쯤 됩니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팰릭 걸은 한 장을 할애하여 설명할 정도로 복잡한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1.팰릭 마더는 페니스를 가진 어머니란 단어의 의미 그대로, 슈퍼우먼, 알파우먼적인 어머니를 가리킴. 원래 정신분석의 성도착에서 사용되는 용어. 또한 권위적인 어머니라는 뜻도 있음.


2.고타니 마리는 팰릭 마더에게 어떤 상처-강간과 같은-가 있는 것이 아닌가란 의견을 제시했고, 저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팰릭 걸은 거꾸로 트라우마가 없는 존재라고 말함.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로 빗대면 '오움에게 강간당해' 상처가 있는 크사나와는 달리, 팰릭 걸=전투미소녀에 해당하는 나우시카는 처음부터 완성된 존재였다는 것.(pp.321-322)


3.팰릭 마더는 강간과 같은 외상성을 근거로 싸우지만 팰릭 걸에게는 그런 것이 없음.이는 공허함이라고 볼 수도 있음. 팰릭 마더가 페니스를 가진 여성이라면 팰릭 걸은 페니스와 동일화된 소녀임.(pp.323-324)


...

저는 여기서 더 요약하는 걸 포기했습니다. 저랑은 보는 시선이 너무도 다릅니다. 정신분석학 쪽의 책은 읽어도 기억에서 휘발되었거나 아니면 이번 책이 처음이라 그런 걸까요. 서로 다르고 배경도 그 출신도, 설정도 다른 이들을 한데 묶어서 팰릭 걸로 요약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해를 못하는 건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해 못한다고 보기에는 여기도 이상하고 저기도 이상합니다.



앞서 답정너라고 한 것도 이 책 전체가 이 마지막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증거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증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저, 팰릭 걸에의 공허함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전투미소녀들은 완성되어 있고, 상처가 없다, 그러니 싸우는 이유 자체가 공허하다.

...

이거 전투 미소녀 말고 전투 편대가 등장하는 모든 소설에 들이 대볼까요? 남녀가 뒤섞인 전투청년 전투청소년은 남녀가 유별하게 움직입니까? 아니, 아야나미 레이의 공허함은 외상성 그 자체가 아닌가요. 싸우는 동력 없이 초반에는 그저 명령이니까 움직였지만 점차 소년에게 감화되어 자신의 동력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아야나미 레이의 진가 아닙니까. 애초에 에바에는 이 장치 자체가 작용하지 않습니다. 세일러문을 포함한 여러 전투 미소녀들도 자기 나름의 이유와 근거로 싸우고 있는 거라고요. 그게 팰릭 마더와 구분되는 팰릭 걸을 만들 정도로 강렬한 건 아닙니다.


저자의 논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로 소개되는 저 헨리 다거 때문이기도 합니다. 5~7세 사이의 소녀들이 누군가와 격렬하게 싸우는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이 사람은 죽기 직전에야 그 작품들이 공개됩니다. 책에 실린 그 일부 그림을 보고 맨 처음 떠올린 건 페니스가 있는 소녀가 아니라 오토코노코였습니다.(...) 5~7세의 소녀들이다보니 유아체형이고, 그렇다보니 2차성징 전입니다. 그냥 놓고 보면 말만 여자고 이름만 여자지 요즘의 그 오토코노코가 바로 떠오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양성구유요. 그리고 그 작품 자체가 보고 있노라면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라는 건 근사하게 붙여 놓은 것이고 사실상 저 사람은, "어쩌다보니 죽기 전에 폐기하려고 했던 소아성애형 동인지를, 예술계 교수인 집주인이 "OH IT'S GREAT!"라고 외치며 박제하여 죽을 때까지 이불 속에서 하이킥하고 있었던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헨리 다거를 다룬 4장을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아, 그래. 가장 혈압 올랐던 건 일본 전투 미소녀의 계보입니다. 계보 짚어 나가는 것은 어릴 적 모종의 경로로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 계보를 복습하는 느낌인데, 분석은 다릅니다. 예를 들면,


pp.250-251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의 다카라즈카 계열 문제작 <소녀혁명 우테나>에는 결투의 승자에게 '상품'으로 주어지는 소녀 '히메미야 안시'가 등장한다.


그러니까, 저자는 그보다 앞에서 인공 미소녀 아야나미 레이, 기동전함 나데시코의 호시노 누리와 같은 계열로 '다카라즈카 계열'의 애니메이션인 『소녀혁명 우테나』의 히메미야 안시를 드는 겁니다.

...

PARDON?

저기. 안시가 쿨하고 공허하고 표정없는 타입의 여성이라고요? 우테나가 다카라즈카 계열이라고요? 우테나가 남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한 번 애니메이션 분류표를 잠시 보죠. 전투 미소녀의 계보를 13가지로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1.홍일점 계열

2.마법소녀 계열

3.변신소녀 계열

4.팀 계열

5.스포츠 근성 계열

6.다카라 즈카 계열(복장 도착 계열에 포함)

7.복장 도착 계열

8.헌터 계열

9.동거 계열

10.피그 말리온 계열

11.무녀 계열

12.이세계 계열

13.혼합 계열


참고로. 저 계열의 띄어쓰기는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책에 있는 것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첨언하자면 스포츠 근성 계열에 들어가는 1996년의 OVA는 <대운동>으로 소개되었군요. 이거 TV판은 그 뒤였나?


날이 추우니 저혈압인 분들을 위해 따끈하게 데워드리겠습니다. 각 계열에서,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은 것만 추가로 적어봅니다. 단, 이 책이 2000년 출간이니 그 이전작 기준으로 소개됩니다.



거기에, 만화 일부와 아니메를 중심으로 소개하다보니 전투 미소녀에 게임이 많지 않습니다. 무녀 계에 레이나가 빠진 것도 그렇고, 파판의 여러 주인공과 나코루루를 비롯하여, 작가의 기준대로라면 "뽑아낼만한" 인물들도 다수 빠졌군요. 오타쿠는 대체적으로 혼합형이고, 게임은 하지 않아도 코미케 등의 2차 창작 등을 통해 게임 캐릭터도 다수 인기를 얻으니 그쪽 분석이 적은 것도 걸립니다.

뭐라해도 저런 분류는 임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근거를 갖고 해야하나 그 근거에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등장인물 중 누구를 전투미소녀로 볼 것인지, 전투미소녀가 여럿인 경우에는 누구에 집중을 해야하는지, 저기에서 언급한 범주명이 옳다고 보는지, 지적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이외에도 읽으면서 태깅한 곳이 여럿 남아 있어 확인하니,


1.2차창작이라는 SS(Short story / Side story) 소설이나 시나리오는 진정 오타쿠가 작품을 소유하기 위한 수단이나 다름없으며, 작품에 스스로가 빙의되어 동일한 소재에서 다른 이야기를 지어내고 공동체에 발표하는 것은 오타쿠 공동체에서 이뤄지는 '소유의 의식'이 아닐까라는군요.(p.42)


2.

(p.57) 오타쿠 사정에 밝은 젊은 친구에 따르면 '디즈티 오타쿠'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가끔씩 그러한 것이 아니라 원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 오타쿠 문제의 본질은 섹슈얼리티와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는다.(하략)


하기야 저자는 오타쿠와 매니아를 다르게 보고, 오타쿠를 '뽑아내는' 사람으로 지칭했으니까요. 디즈니는 2차 창작에도 매우 민감하고..? 마블이나 DC계 오타쿠는 어떨까 싶습니다만. 게이가 아님에도 남성캐릭터를 좋아하는 오타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건가요? 아니면 '뽑아내지 않으면 오타쿠가 아니다'? 아니면 마블이나 디즈니나 DC계는 오타쿠가 아니다?



3.

pp.58-59

오타쿠에 대한 소박한 혐오의 시선은 그들의 섹슈얼리티에서 극단에 이를 것이다. 남성 오타쿠라면 '로리콘'의 낙인을 피할 수 없다. 여성 오타쿠의 경우 '야오이', '쇼타콘' 등의 도착증 그룹을 무시할 수 없다.


(먼산)



4.

p.60

(중략) 그리고 오타쿠는 큰 가슴 같은 장르에 관용적이다. 가끔씩은 캐릭터 우상화가 너무 지나친 나머지 이러한 동인지를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치는 팬도 있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이렇게 '흔한' 팬은 그다지 '오타쿠'로 보이지 않는다.(하략)


여기도 그렇고, 다른 곳도 그렇지만, 이 책이 나올 당시는 그랬는가 싶습니다. 지금의 저나 제 주변인을 보아도 각인 각색 각양 각색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큰 가슴보다 작은 가슴을 선호하고 큰 가슴은 좋아하지 않는 걸 넘어 그 다음 단계지만 취향은 존중하는 파입니다.



5. pp.61~63.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말입니다. 아.. 옮겨 적을 분량이 많기도 해서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6. p.112
세일러복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세일러 복 자체가 수병의 작업복을 여성의 제복으로 바꾼 것이고, 그걸 복장도착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전에 트위터 타래로 본적이 있어서 확인해보니.(링크) 여성의 사회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도입했다는군요. 하카마 같은 전통복장보다 훨씬 활동적이니까요. 수병 작업복을 들고 온 이유가 오히려 그쪽인 겁니다.


7. p.315


(중략) 런던 대학 브루나이 갤러리의 타이먼 스크리치에 따르면 에도시대에 대량으로 그려져 유통되었던 춘화는 서민의 자위를 위해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걸 만화, 아니메의 뿌리로 본다는 이야기가 뒤에 나옵니다. 아니메 그림을 춘화랑 같은 맥락으로 놓고 보는 건 좀...? (한숨)


8. p.361

저자 후기에서, 저자는 "오타쿠 비판이 아니라 오타쿠 옹호의 입장에서 썼다."고 합니다. 발상의 시작은 1994년, 최초 출간은 2000년.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반론은 해설에서도 아주 짧게지만 언급됩니다. 아마 그 이후에 신서 분량의 토론이 나온 모양이고요.



사이토 타마키. 『전투미소녀의 정신분석: '싸우는 소녀'들은 어떻게 등장했나』, 이정민, 최다연 옮김. 에디투스, 2018, 17000원.



읽고 나니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사서, 다시 또 읽고 구석구석 씹어가며 이건 아니라고 외칠 겁니다.





왼쪽이 한국판 표지, 오른쪽이 일본판, 정확히는 문고판 표지입니다. 저자후기를 보면 00년에 출간할 때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디자인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른편은 06년에 나온 문고판이니 일반판과 표지가 같은지는 모르겠습니다.



덧붙여. 해설자가 아주 친절하게 이 책에 대한 비판 이야기를 추가합니다.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바로, 오타쿠의 정의에 섹슈얼리티가 들어가야 하느냐라는 부분이라고. 자신은 부정한다고. 저 역시 부정합니다. 매니아와 오타쿠는 현재로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며 양쪽에 걸쳐 있는 이들도 많고, 섹슈얼리티를 완전히 걷어낸 오타쿠들도 존재합니다. 그 당시에도 그랬을 것이고요. 00년에도 신나게 놀던 분들이 제 탐라에 넘쳐나니까.


그럼에도 오타쿠의 정의에서 가상과 현실을 함께 즐기고 허구성에 빠져들 수 있으며, 허구적 세계와 현실의 활동을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건 재미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오타쿠만의 정의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일본 아니메 같은 서브 컬처에서만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소설 분야에도 그런 모습이 매우 많이 등장하며 역사도 유구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성인뿐만이 아닙니다. 2차성징이 지나지 않은 청소년도 가능하니까요.

먹는 것이 남는 것입니다. 살이 되어 남지요. 체중조절이야 몇 년 째 하고 있지만 매번 실패하면서 다시 도전하고를 반복합니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에는 미뤘던 업무들이 폭탄이 되어 쏟아져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고 있습니다. 제 업무만 하면 좋겠지만 협력 업무나 보조 업무가 상당히 많단 말이지요.


관계 없는 이야기는 이만 접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안동국수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얼큰한 안동 쌀국시'. 이름 그대로 얼큰한 맛이었다고 기억합니다. 한 팩에 2인분이 들어 있었고 사진은 1인분입니다. 생각보다 양은 적지만 먹다보면 양이 적은 쪽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거 밥 말아야 하거든요. 거기에 들어 있는 국수 양에, 밥 반 공기가 적량입니다. 얼핏 보기에도 육개장 같아 보이지만 그보다는 덜 기름지고 맑은 국입니다. 국수로는 절대 부족하니 옆에 밥 준비 꼭 하세요.


요즘처럼 날 추운 때 또 잘 어울리는 국수입니다.





이것도 마켓컬리였을 겁니다. 진저스냅, 얇은 생강쿠키에 이탈리안 체크쿠키, 그리고 카페오레를 곁들인 아침의 티타임이 아니라 아침식사입니다. 아마도.






이탈리아 출신의 체크쿠키는 딱 상상하는 그런 맛이지만 뭔가 부족합니다. 시판과자의 느낌이 풍기는 맛이고요. 북유럽에서 온 저 생강쿠키는 뜯어보면 맵습니다. 생강의 알싸한 맛이 확 올라오는 터라, 로투스 급을 생각하다가는 펀치 맞기 쉽습니다. 생강의 알싸함을 즐기시는 분께는 추천.






이전에 올렸던 페이머스램. 재방문은 아직 못했습니다. 담주쯤 하려나요. 이번주도 일이 바빠 패스. 브런치뷔페는 잊지 않고 갈 겁니다.





이건 사직공원 앞 레더라. 다음에는 쿠키 빼고 먹을 생각입니다.'ㅠ'






레더라 모임날의 시선 강탈은 역시 이 앵무새님이 담당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주말에 서티마켓에 다녀왔습니다. 그 날의 사진이 있으니 아마 그쪽에 따로 적겠지만 앵무새님은 구입하지 못하였고. 눈에 딱 이 배색이다 싶은 앵무새님이 오시면 영접할 생각입니다.





요즘의 홀릭은 아마도 바나나우유일 겁니다. 추정인 것은 요 며칠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기 때문입니다. 그 직전에 홀릭이었던 모 과자는 하루에 한 봉지씩 꼬박꼬박 챙겨 먹었지만 날씨 탓도 있어 바나나 우유는 먹고 싶지만 참습니다. 지난 달 군것질 결제 비용 중 그 홀릭했던 과자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면 농반진반쯤 됩니다. 일단 저렴한 과자니까 그정도 먹는다고 다른 군것질보다 비중이 확 늘어날리는 없지만 추석 전후로 해서 진짜 홀린듯이 사다놨으니까요.

(그러나 그 과자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마켓컬리에서 호기심에 주문한 쿠키 두 종. 둘다 견과류가 들어가 G의 취향은 아니었으나 오른쪽은 G에게 넘겼습니다. 브라우니 쿠키형태로 구운 모양이더라고요. 그리하여 괜찮을거라 우기면서 건넸는데, 감상은 아직 못 들었습니다.


군것질 거리가 땡겨서 구입했지만 제 취향은 사브레 계통이라 이런 쿠키는 가끔만 주문합니다.






원래 음흉한(?) 목적으로 구입했다가 만사 귀찮다며 그냥 먹어버린 샌드위치 속 샐러드와 코울슬로. 마찬가지로 마켓컬리 주문품입니다. 위쪽이 코울슬로이고, 아래쪽이 달걀속, 참치속, 감자속. 뭐든 안 맛있을까요.'ㅠ'

원래 목적했던 것은 이 샌드위치 속을 이용해 최근 몇 번 사다먹었던 아이돌샌드위치를 재현해 보는 것이었는데, 게으름이 이겼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샌드위치 식빵 네 장에다가 달걀 샐러드와 코울슬로, 딸기잼을 사이에 발라 녛으면 완성입니다. 그래서 저 두 종을 구입했던 건데, 식빵 굽는 것이 귀찮다며 그냥 퍼먹었지요.(먼산)





어느 날의 커피. 센다이 여행에서 들고 온 이다테나카오리=이다테(다테 마사무네)의 향기를 드디어 뜯었습니다. 맛은 무난하더군요. 특별히 기억에 남진 않았으니 아마도 취향이 아니었나봅니다. 그렇다는 것은 신맛이 돌았다는 것일 텐데.







괴식은 아니고 사진이 어둡게 찍혀서 그렇습니다. 미미네떡볶이 레토르트판에다가 만두를 투하했거든요. 원래 지짐만두로 나온 거라 저렇게 넓적합니다. 거기에 밥을 곁들이니 괴이한 음식은 아니지만 괴이한 식사는 맞을 겁니다.






그리고 어느 날의 점심이었던 배스킨라빈스. 굉장히 오랜만에 사다 먹었습니다. 일전에 SNS 담당자의 광고문구 논란 때문에 분노해서 발길을 끊었더랬지요. 문득 생각나서 딸기와 체리와 오페라를 담아 왔습니다. 오페라는 그 사이 나온 제품인가 본데, 상상한 그대로의 맛이라 재미있더군요.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지만 이제는 날이 추워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추울 때 아이스크림은 좀...?






지난 주말의 프레첼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엇. 그럼 사진을 거의 다 털었다는 이야기잖아?!

왜 이 책을 구매했는지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이 또한 트위터가 원인입니다. 정확히는 이 책이 번역된 것을 제 탐라의 어느 분이 장문의 타래로 다셨더군요. 그 때 호기심이 들어서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다가, 다른 BL 원서와 함께 구입했습니다. 그 쪽은 책이 훨씬 얇지만 일본어라 읽는 속도가 더뎌 내버려 두었습니다. 이 책 다 읽었으니 슬슬 손대봐야지요.


이 책의 부제는 ''보이즈 러브가 사회를 움직인다"입니다. 영문 서명은 Theorizing BL as transformative genre: Boys' Love moves the world forward고요. BL진화론이라는 제목이나 보이즈 러브가 사회를 움직인다는 말은 크게 와닿지 않지만 영어로 바꿔 놓고 보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훨씬 확연하게 다가옵니다. BL은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움직인다는 것이지요.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지만 공감합니다.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 일이 있겠지요.



BL은 많이 읽지만 편식이 심해, 만화는 거의 손을 안댑니다. 이 책은 BL을 소재로 한 소설과 만화를 둘 다 다루기 때문에 모르는 작품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들어본 작품들이 꽤 있고, 해당 작품을 몰라도 그 작품들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상세히 다루기 때문에 읽을 때 문제가 없습니다.


책의 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앞부분은 일본에서 말하는 BL이 무엇이고 그 역사가 어떠한지 개괄적으로 다룹니다. 그리고 90년대부터 현재까지 BL의 모습을 크게 4가지로 나눠, BL이 어떻게 달라졌고 그 방향이 어떠한지를 세부적으로 밝힙니다. 목차를 보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BL은 미소년소설에서 시작하고 발전하여 나름의 정형성을 가졌고, 그 뒤에는 현실을 반영하며 점차 발전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일본 사회에서 더더욱 소외되는 여성들에게 커뮤니티 역할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제일 공감이 안되었던 부분은 맨 마지막입니다.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은 사회생활의 양상이 다르다보니 BL을 둔 커뮤니티도 나름 분위기가 다르군요. 무엇보다 동인시장과 출판상업시장이 최근까지도 완전히 분리되는 분위기라 더욱 그랬을 겁니다. 한국에서 동인작가들이 상업출판에 뛰어든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고 봅니다. 물론 몇몇 작가들은 출판소설을 내기도 했지만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전에 어떤 분이 성인동의 반응 전체를 올린 적이 있으니 그 이야기로 대신합니다.



하여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열심히 태깅을 했습니다. 가장 앞부분에 태깅한 건 역시 이 책이 말하는 BL 사관이로군요. 시대는 크게 셋으로 나누고 각 시대의 대표작 연재 시기를 표시하여 알아보기 쉽게 해뒀습니다. 거기에 게이 영화도 함께 추가. 다만 일본은 좌철이 아니라 우철이라, 자칫하면 표를 잘못 읽을 수 있습니다. 으으. 헷갈릴만 하네요.


이 책에서 보는 BL의 시조는 모리 마리 作 「연인들의 숲」입니다. 단편소설로, 1961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분이 누구시냐면, 모리 오가이의 딸이랍니다. 모리 오가이는 한국에선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문학소녀』시리즈를 보신 분이라면, 부장님의 대학 졸업논문 주제가 모리 오가이였다는 걸로 대답이 될지도요. 쉽게 풀어 설명하면 한국 단편소설전집 등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사람의 딸이 BL 소설의 효시를 썼다고 보면 비슷합니다.(먼산)


모리 마리가 「연인들의 숲」 발표 3년 후에 기고했다는 에세이(p.27)를 읽으면 미친듯이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장 클로드 브리알리와 알랭 들롱이 침대 위에서 서로 기대고 있는 사진을 보고 멋진 남자와 소년의 연애를 썼다는데, 이 글을 보고 그 두 사람이 누군가 싶어 찾아봤다니까요. 아니,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매우 잘 생겼습니다, 둘 다. 다만 알랭 들롱은 일전에 시오노 할망이 이야기한 것이 있어 살짝 선입견을 가지고 보게 되더군요. 여튼 도깨비의 두 주인공의 사진을 보고 좋다고 말하는 제 탐라의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안심(!)했습니다.





구글링으로 찾은 Jean Claud Brialy와 Alain Delon. 1957년 칸 영화제랍니다.




'Les Amours Celebres'의 촬영 도중. Alain DELON, Jean-Claude BRIALY (Photo by Walter Carone/Paris Match via Getty Images).


원래 찾으려던 사진은 못 찾았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충분히 알겠습니다.





JUNE이라는 잡지와 관련된 시대는 잘 모르는 시대라 슬쩍 넘어갔고. 그러고 보면 『아이노쿠사비』나 『절애』 등은 크게 짚지 않고 슬쩍 넘어갔군요.


최근의 일본 BL 상업 시장에 대한 언급도 40쪽~41쪽에 언급됩니다. 최근의 경향은 다품종소량생산이라는데, 쉽게 말해 책 한 권에 대한 초판 부수가 이전보다 줄었답니다. 저자는 '상업 BL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작품마다 어느 정도의 매출 규모가 필요한데, 최근 그것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하는군요. 아무래도 불황의 지속, 주 소비층이라 할 수 있는 젊은 세대의 구매력 감소, 젊은 세대의 수 감소 등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정확한 건 알 수 없지요.




얼마전 탐라에서 말이 많았던 BL의 여성혐오적, 성소수자혐오적 부분도 이 책에서 종종 언급됩니다. 그 중 하나가 정형화(p.56~)입니다. 남색을 하는 것아 아니라 단지 그 사람이 좋아졌을뿐이라는 것 역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라는 것이지요. 그럼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하는가-는 뒤의 칼럼에서 언급됩니다. 여튼 공과 수로 구별되는 남성성-여성성의 정형화 역시 여기서 나오며, 이러한 정형 BL은 '호모포비아를 전제로 하고 이를 재생산하는 이중의 호모포비아 장치'(p.61)로 지적합니다.



이러한 지적들 뒤에 나오는 BL의 진화는 여성성의 재검토와 동성애 묘사의 진화(p.136)로 나뉘어 기술됩니다. 앞서 언급한 대사들도, 정형BL을 지나서 넘어가면 게이정체성이나 남색에 대한 거부나 부정 없이 어떻게 궁극적 커플신화를 이루는지도 언급됩니다. 그 때 나오는 게 『플래쉬 & 블러드』인데, 기억이 맞다면 한국에도 번역 나왔을 겁니다. .. 최근권까지 다 나왔는지는 모르고요.

동성애를 둘러싼 이야기도 단순히 커플만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더 발전적이고 진화된, 어떻게 보면 사회가 나아가야할 모습을 그려낸 걸 보여줍니다. 168쪽의 커밍아웃 후 대사 묘사나, 그 뒤에 나오는 후지미 교향악단에서의 에피소드 소개나, 혐오를 거부하고 화합으로 가는 사회들이 갈 길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기서 되짚어, 한국의 상황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일본BL의 사례이기는 하나, BL의 정의나 발전사, 그리고 현재의 모습 등을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상세히 짚어 보여줍니다. 그래서 추천할만 한데, 거꾸로 한계도 거기에 있습니다. 한국의 사례가 아니니, 한국의 BL만화나 소설들에 적용하기에는 사뭇 다릅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상당히 다르고요. 이건 또 다른 자료들을 수집하고 봐야하는데, 그런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BL 출판은 상업판이 아니라 동인판이라 수집하기도 쉽지 않지요. 쓰려고 하다가는 편향된 자료나 편향된 정보만 얻기 쉽습니다.


읽고 싶사오니 누군가 그런 책을 써주시길 기다려봅니다.(눈물)



미조구치 아키코. 『BL진화론』, 김효진 옮김. 길찾기, 2018, 18000원.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상황도 궁금하다 생각했는데, 역자 정보를 보니 나올 모양입니다. 현재 한국 동인지 아카이빙을 진행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오타쿠 문화, 동인문화에 대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니까요. 2018년 예정이라는데 기다려봅니다. 어느 쪽을 중심으로 나오려나요. 제가 겪은 동인 세계는 매우 협소하고 좁은 쪽이라 얼마나 언급될지도 궁금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도 궁금합니다만, 일본과 엮는다면 아마도 만화 중심이 아닐까 생각은 하는데. 솔직히 궁금한 건 소설 쪽 동인 활동이란 말이죠.'ㅂ'

알라딘 신간목록에 뜬 걸 보고 일단 도서관에 신청했다가, 지난 번에 대강 훑어보고는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가, 내내 미루고는 도로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었습니다. 이래저래 미루다가 읽었지만 다 읽고 난 감상은 딱 하나. 결제해도 좋습니다.-ㅁ-/



아무튼 시리즈는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라는 세 출판사가 합동으로 펼쳐내는 책들입니다. 공동 마케팅인 셈이지요.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흥미가 생겨서 다른 시리즈도 하나씩 집어들 생각입니다. 종이는 가볍고 판형도 작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책마다 저자가 다르고 주제가 다르니 다 제각각이지만 적어도 이 『아무튼, 서재』는 그렇습니다.


김윤관은 직업이 목수입니다. 나이는 아마도 386세대쯤이 아닌가 싶고, 여러 이야기를 보면 굉장히 좌충우돌, 헤매다가 목수의 길을 걸어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그 헤맬 당시에, 여러 도서관에서 신세를 지고 많은 것들을 읽었다고 합니다. 책 속에서도 그런 지식들이 묻어나더군요. 제가 아는 책이 등장하면 괜히 반갑고, 아는 이야기가 나오니 더 흥미를 돋우더랍니다.


제목 그대로, 서재의 가구와 자신의 일부터 시작해, 아직 어릴(?) 적의 방황과 그 때의 도서관 이야기,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종횡무진 오갑니다. 아무튼, 서재입니다. 어느 영화나 어느 사진집에서 본 누군가의 서재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작업실이 나오기도 하고, 여성의 독서와 여성 작가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든 괜히 읽고 나면 내가 틀린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묘한 뿌듯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서치로서, 서재를 원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공감대를 같이 공유하게 되더군요.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름신이 찾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파주에 있다는 저자의 서재에는 적당히 만든 서가와 적당히 구입한 책장, 아주 커다란 책상이 있답니다. 90×240cm면 아주 커다란데, 그런 커달나 책상은 작업하는 사람의 로망이기도 하지요. 책상 뿐만 아니라 침대도 언급됩니다. 의자도 그렇고요. 아주 편한 의자와 임스 라운지 체어, 그리고 거기에 얽힌 사치와 럭셔리의 이야기도 공감하며 보았습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wish list 작성에 들어갔습니다. 읽고 있노라니 나중에 이사할 때, 책장은 어떤 것, 책상은 어떤 것, 데스크의자는 어떤 것-하고 미리 생각하며 작성해두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고요. 나중에 급박하게 닥치기 전에 미리 한 번 생각해두렵니다.



김윤관. 『아무튼, 서재』. 제철소, 2017, 9900원.



그리고 개인적인 상황과 얽혀, 지금 가구 지름신이 내렸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최소한 적금 통장은 만들어 놓고 지름신이 와야하잖니.


올해가 두 달하고 반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은 매우 잔인한 달이라 제 업무 외의 것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협조 업무라든지, 제가 벌여 놓은 외부 일이라든지 말입니다. 다행히 지난 주로 웬만한 것은 본업무가 종료 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 뒤처리뿐입니다. 그 뒤처리를 다음주 중에 마무리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부디 무사히 끝나기를.


외부 행사협조 한 건은 아직도 세부계획이 나오지 않아서 어찌될지 모르지만, 일단 두고 보아야지요.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하여간 지난 주는 화요일 이후애 외부 출장 겸 야근 연속에 개인적인 상황이 겹쳐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생활 주기가 평소와 달라지면 휴식에 더 신경을 쏟는지라 지난 주에는 글 작성도 드물었네요. 이제는 도로 회복해야지. 이제 마음 놓고 제 본연의 업무에 몰두했으면 좋겠습니다.

...

그러기에는 또 일 벌릴 것이 몇 건 있어 문제네요.


주말의 일들은 모두 다 해치웠습니다. 오늘 갈까 말까 하던 서티마켓도 다녀왔고요. 구경은 재미있었지만 딱 거기까지. 음, 자금 경색이 심해지는 관계로 충동적 지름은 열심히 방어하는 중입니다. 실은 충동적 지름 중 몇 가지가 아직 도착 안해서 말입니다.-ㅁ-a


주말에 한 일들.

-남쪽 저편의 모임: 회의, 회의록 작성, 관련 자료 정리 및 업로드

-주변의 시장 탐방 두 건: 먹을 것만 좀 사고 그 외에는 방어 성공

-사채업(!)



아니 뭐, 저걸 그대로 다 믿으시면 안됩니다.'ㅂ'a 여튼 주중에는 열심히 리뷰 올려서 전자책 감상문 방어하고, 또 10월 2차 구입도 들어가야지요. 슬슬 연말 대비 예산 관리도 들어가야하니 정리를 좀..?




그러니 연말까지 딱 두 달 하고 반. 그 시간 동안 업무 털어서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고 안치고 하고 싶지만 그건 무리고, 쳐 놓은 사고들은 부지런히 마무리하고 수습하며, 사고 칠 것도 준비할 겁니다. 12월 31일을 마음 편히 맞이할 수 있기를.-ㅁ-

부제에 이것저것 쓰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일단 눌러 참았습니다.


시간적 배경은 근미래이며 세계관이 독특합니다. 거기에 BL이고요. 알라딘ebook 트위터 계정에서 정보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서 덥석 물었습니다.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엊그제 G의 요청으로 도라에몽 사은품 구입에 맞춰 담다가 추가 구입했지요. 충동구매였지만 다른 책들에 비해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모형정원』을 9월의 도서로 올린다면, 『로스 오호스』는 10월 초에 읽었음에도 당당히 10월의 도서로 올려도 되겠다 싶은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양쪽 다 SF 계열이군요.

 

독특한 세계관은 운명적 만남이라는 데서 비롯합니다. 운명의 반려 이름이 몸에 새겨졌다는 네임버스와 비슷하게, 이쪽은 눈을 보면 바로 안다고 합니다. 운명은 눈이 같다는군요. 그래서 운명적으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우 많이 등장합니다. 라디오 사연 소개 코너의 단골 이야기도 운명적인 만남입니다.

하지만 테렌스 레트, 테리는 좀 다릅니다. 선천적 시각장애로,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운명을  찾을 수도 없습니다. 센트럴이라 불리는 이 지역에서 시각장애는 운명을 비켜간 존재, 운이 없는 존재, 더 나아가 불운을 가져오는 존재로 받아 들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시각장애를 가진 테리는 공공교육을 받는 동안애도 내내 따돌림을 당하고 고생합니다. 그의 악몽 주제도 여기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래도 부모님과 동생 조나단은 테리를 매우 아낍니다. 맞벌이인데다 조나단도 유명 향수회사의 조향사로 일하고 있어 집을 비우는 일이 많지만, 테리가 가족들의 사랑을 아낌없이 받는다는 건 빈번히 나옵니다. 그게 오히려 테리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짐이 되기도 하고요.

 

선천적 시각장애는 안구를 포함한 복합적 문제이긴 하지만 의학과 과학이 발달하면서 기계안구의 이식도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테리도 오랫동안 다녀온 병원에서 이식 제안을 받습니다. 그와 비슷한 시점에, 테리는 낯선 사람을 만납니다. 그레고리. 테리에게 자상하게 대하는 사람으로, 항상 그의 곁에 맴돌면서 다가옵니다. 이상하게 자주 만난다 싶었더니, 이웃이 되어 더 빈번하게 보는군요. 자상하고  친절한 그레고리와는 달리, 안구이식 문제로 새로 담당의가 된 닥터 라파엘은 매우 직설적이며, 독선적입니다. 테리의 주변인물들을 비난하는 모습에 더더욱 반감만 듭니다.


그러던 와중, 검사를 위해 마취를 하던 테리는 발작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발작이 일어난 뒤, 테리의 주변에는 큰 변화가 생깁니다.


 

까지만.

이 이상 언급하면 심각한 내용 폭로가 되니까요.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접어 두겠습니다.

 

알라딘의 책 소개에는 공이 둘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구입하고 읽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이미 책소개 기억이 휘발된 터라, 닥터 라파엘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시작합니다. 등장할 때부터 건방지고 독선적인 인물로 그려져 그렇습니다. 하지만 테리가 검사 도중 발작을 일으킨 이후의 라파엘은 굉장히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기억이 날아간 환자에게 찰싹 달라 붙어, 역전이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의 행동이 이어집니다. 결말까지 가기 전, 날아간 기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테리가 여러 사람을 만나는 와중에서 점점 그 괴리는 커지고, 결국에는 뒤통수를 맞고 뻗습니다.

 

아놔. 나 왜 그랬던 거야! 아무리 실마리가 부족했다지만 그럴 줄은! ;ㅁ; 정말로 생각도 못했단 말이닷!


근미래SF로서의 여러 장치를 충분히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우겨봅니다.

 

 

 

독특한 시점이란 건 그래서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테리고, 따라서 이야기의 흐름도 테리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고, 테리가 묘사하는 것은 시각적인 상태가 아닌 청각적인 모습들입니다. 그 때문에 독자가 갖는 정보는 매우 한정되어 있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아무래도 방심하기 쉽지요. 그 때문에 막판의 함정에 걸리게 됩니다.

그리고 함정은 하나가 아닙니다. 시점에서 발생하는 함정도 그렇지만, 설마하고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함정이 하나 더 등장합니다. 이 두 가지 함정은 또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상세하게 설명이 나옵니다. 결말은 매우 달달하고 포근포근하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애초에 결말이 제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면 10월의 소설이라고 당당하게 외칠 일은 없었을 거니까요.



pamelo. 『로스 오호스(Los ojos) 1-2』. 문라이트북스, 2018, 합권 6200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여러 SF적 장치입니다. 테리의 시각장애는 이 세계에서 상당히 보완됩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자동차는 시각장애를 가진 테리도 무리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우며, 손목의 스마트워치도 테리가 혼자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집에는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로봇이 있고 스마트기기들이 청소뿐만 아니라 조리 등도 모두 돕습니다. 가벼운 대인기피증이 있는 테리가 혼자 집에 있어도 가족들이 덜 걱정하는 것은 이러한 장치 덕분이지요. 현재도 존재하지만 그것이 더 발전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한결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테리의 시점에서 잘 전해줍니다. 그래서 더 좋았고요.:)




덧붙여. 읽은 직후의 트위터 감상에 적은 것처럼, 매우 좋은 소설이지만 두 건의 의료법 위반은 지적하고 넘어갑시다.

1.개인정보 및 개인의 의료정보 무단 유출

2.의료행위 당사자(황자)에게 의료 행위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고 끝까지 감추었음.



1.강박까지는 아니지만 업무 루틴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 톱니바퀴가 어그러지면 불쾌하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 문제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가 그렇다는 것이고, 지난주보다는 이번주가 더 심하다는 것. 덕분에 업무 하나를 놓쳐서 대비를 제대로 못했다. 실책이다.


2.가장 큰 원인은 행사 협조인데, 원래 내 일은 아니고,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어쩌다보니 초반부터 행사 진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만 내가 참여하는 건 핸들링을 내가 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지만 몇몇 협조에서, 담당자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행사 물품 주문이 늦었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혹시 몰라 B안을 마련해 두긴 했다.


3.행사 때문에 내내 시달리며 준비하다보니 사실 초반에 참여하겠다 한 것에 비하면 약소하다. 그래도 재미있게 놀면 그걸로 그만. 행사란 그런 것이라 생각하련다.



4.그리고 두 번째로 큰 원인은 오늘 해소 된다. 젠장.




5.몸 상태가 최적이 아닌 이유는 계절 탓만은 아닐 것. 가장 큰 이유는 뚝 떨어진 기온도, 다가온 겨울도 아닌 관리소홀이다. 비용을 더 들여서 식단을 늘릴까, 아니면 지금을 유지할까 고민된다. 유지할 가능성은 낮지만 식단 개선은 비용뿐만 아니라 비용도, 체력도 필요하다. 심지어는 식단 짜는 것 자체도 지금 매우 귀찮다. 아. 하기 시러!



6.여튼 감기 안 걸리고 무사히 10월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주만 지나면 얼추 사건들은 해결된다. ... 10월 말에 사고 쳐놓은 것 수습하려면 골치 아프지만, 그날의 내가 알아서 할거야.-_-


요즘의 책 구입기는 둘로 나뉩니다. 트위터에서 보았거나, 알라딘 사은품을 위해 구입했거나. 구입기 안 올리고 넘어간 몇몇 책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유리잔을 샀더니 따라온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든지, 머그를 샀더니 따라온 『고양이』라든지, LED램프와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샀다가 받은 『기사단장 죽이기』 같은 책 말입니다.

만약 산 책이 재미있으면 주객이 전도되지만 그게 아니면 고이 방출 수순을 밟습니다. 책장은 한정되어 있고 꽂을 공간은 부족하며, 재미있는 책은 매번 바뀌니까요. 그리고 책은 원래 증식하는 겁니다. 증식하는 책은 자주 솎아서 자리를 만들어야 서재가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이 책도 방출 가능성은 높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고요. 이번 모임에는 짐이 많아서 들고 가지 못했으니 다음 번에 가져가겠습니다.

 

그림책으로, 내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있으려나 서점의 점장님이 무언가 하려 할 때마다 손님들이 찾아와 묻습니다. "혹시 이러저러한 책 있나요?" 점장님은 항상 웃는 얼굴로 반가이 대답합니다. "네,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이어지는 책들은 정말 있을지 아닐지 헷갈리는 독특한 책들입니다. 허구와 진실을 반씩 섞어내면 이렇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러한 이야기가 매번 이어지는데 딱 한 번 어떤 손님이 와서 묻는 질문에는 죄송하다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답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책은 없어요."

 

 

그 구조는 매우 단순하지만 짧은 이야기 책 안에 그림으로 더 많은 걸 설명해냅니다. 서점을 열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그 날 그 날의 업무가, 손님이 들고 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작은 그림으로 표현됩니다. 서점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업무가 무엇인지 등등을 그림으로 읽어낼 수 있더군요. 그러니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이라기보다는 그림을 읽어야 하는 책에 가까울 겁니다. 유머와 상상력을 섞어 내고, 거기에 책에 대한 애정도 듬뿍 뿌렸고, 맨 마지막 에피소드는 화룡점정이고요. 애들보다는 책 좋아하는 어른들에게 더 좋을 책입니다.

 

 

요시타케 신스케. 『있으려나 서점』, 고향옥 옮김. 온다(김영사), 2018, 12800원.

 

 

한줄요약: 귀엽습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알라딘 사은품이었습니다. 금액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사은품을 주는 책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한참 고민하다가 채워 넣은 것이 『수납 공부』입니다. 표지를 봐서는 일본쪽 책 같지만 저자는 미국인입니다.

 

 

제목 그대로 보기 좋게 수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책 날개에 그 열 가지 원칙을 간략하게 소개하는데, 비슷한 것끼리 모으고 플라스틱보다는 다른 소재를 사용한 수납을 하며, 안쪽에 넣어 감추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라는 내용입니다. 다 적으면 재미 없으니 그건 직접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적은 대로, 집의 각 부분별로 수납의 원칙과 수납 방식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소개합니다.

 

 

만.

 

미니멀라이프 계통은 아닙니다. 수납 공간이 넉넉한 곳에서, 많은 물건을 찾기 쉬우며 깔끔하고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입니다. 그것도 대 원칙에 따라서 정리하고 있으니 그런 집이라면 정리하기 좋을 겁니다. 저는 집이 작고, 수납 공간에 비해 물건은 많지 않은 편이라 솔직히 의미가 없습니다. 집 분위기도 굳이 따지자면 북유럽 스타일일까요. 흰색에 나무색이 섞이고, 수납 도구들도 플라스틱보다는 기존의 가구에 나무 바구니 등을 씁니다. 써봐서 알지만 보기에는 참 좋으나 청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게는 맞지 않는 책이었지만 나름 재미는 있었습니다. 새 집으로 이사가서 정리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 예시를 보여주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사고 살기 참 쉽지 않습니다. 잊지말고 화요일에는 방 정리 겸 청소 겸 버리기를 해야겠네요.(먼산)

 

줄리 칼슨, 마고 거럴닉. 『수납 공부』, 박여진 옮김. 윌북, 2018, 13800원.




이렇게 놓으니 참 근사해보이지만, 사실 레더라의 케이크는 아마도 공장제일겁니다. 아, 그러니까 카페에서 직접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받는다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스타벅스의 케이크도 다 그런 '공장제'인 것을요. 상당수의 카페들도 그럴 겁니다.


레더라는 오랜만에 방문했습니다. 얼마만인지도 가물가물한 건, 최근의 모임이 대부분 스벅에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모임은 외부 음식 사올 것이 없어서 간만에 레더라로 잡았습니다. 여행 다녀온 사람이 있으면 여행 선물로 간식이 따라오다보니, 보통 스타벅스에서 모입니다. 스타벅스의 음식물 반입이 white list라는 것도 비교적 최근에 알았습니다.



하여간 오랜만에 갔더니 보이는 케이크가 저 생마르크-였나, 초콜릿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간 케이크 하나라 얌전히 집어 들었습니다. 거기에 쿠키 한 봉지.

어, 솔직히 말해 쿠키는 맛없었습니다. 예전 쿠키가 더 좋은데, 이번 쿠키는 맛이 미묘하더군요. 한 번 경험했으니 아마도 다음에는 안 먹을 듯합니다.






케이크야 두말할 필요 없이 맛있습니다. 오랜만에 먹으니 참 좋군요. 커피와도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이날 모임은 씬스틸러가 있었습니다. 레더라의 초콜릿이건 케이크건 뭐건 다 메인이 아니었던 겁니다.







이날의 씬 스틸러는 앵무새님. 오오오오오! Ki님이 이전에 한 번 언급하셨던 앵무새인데 드디어 실물을 보았습니다. 오오오오오! 알록달록한 것이 정말로 멋지더랍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한 분 모시고 싶사오나 오프라인 구입 선이 띵굴마켓이라는 말에 조용히 물러섰습니다. 띵굴마켓은 이름만 듣고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붐비는 인파 생각하면 가는 것도 문제로군요. 그리하여 언제 기회가 되면 또 만날 수 있으리라 기약하며 물러섭니다.



이렇게 지름목록은 늘어만 가는군요.(먼산)

오랜만의 공방 사진입니다. 그 전에 찍은 것도 몇 있는데, 고민하다가 다른 사진부터 올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토요일에 작품 하나를 오랜만에 완성했지만 전시회 출품작이라 망설이다가 살짝 내려 놓았습니다. 공방 출품작은 실명으로 내니까요. 하하하하.; 찔리는 바가 있어서 일단 블로그에 올리는 건 접어 뒀습니다. 전시회 종료되면 슬쩍 올려볼까 합니다.

 

 

 

 

작품 완성이 늦는 것은 다 게으름 덕분입니다. 하지만 공방 사람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겪는 게으름이니까 괜찮다고 자위해봅니다.

책 만들 때 가장 번거롭고 지난하며 어려운 과정이 이겁니다. 가죽 갈기. 대체적으로 책 완성이 늦는 것은 가죽 작업이 늦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그렇습니다. 가죽 가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다며 뒤로 미루다가 갈아야 하는 가죽이 서너 장씩 쌓이는 겁니다. 지금도 갈아야 하는 가죽이 어언 몇......

 

가죽을 쓰지 않으면 책 완성은 빠릅니다. 이번에 작업한 책은 전시회 제출용이고, 전시회까지 매우 일정이 빠듯해서, 다른 일정까지 빼어 나간 것도 있지만 그렇게 봐도 작업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초반에 책 제목 듣고 책 결정을 한 다음에는 책 제본 방식, 제본의 구체적인 형태, 표지디자인까지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매우 희한하게도 디자인까지 한 번에 뽑히더군요. 완성작이 마음에 드냐 물으신다면, 애초에 작품 자체도 취향은 아니었고, 딱 적당한 만큼의 노력을 들어 적당한 수준만 뽑아 냈기에 아주 좋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완성했고 제출했으며 전시회 제출할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둡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올려보지요.

 

 

 

 

 

하여간 가죽을 쓰지 않으면 책 제작은 훨씬 빨라집니다. 가죽가는데 시간을 들이지 않으니 빠르지만, 현대적인 제본만 거의 가능하고, 고전제본을 가죽 없이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사진의 가죽은 볼펜으로 선을 그어 놓았습니다. 제본할 때, 가죽의 전체 크기는 책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책 크기보다는 가로로 조금 작게 자르고, 사방 1.5cm 남짓의 여백은 책을 감싸고 안쪽으로 들어갈 여유분입니다. 책을 가죽으로 감싸는 제본이다보니, 감싸는 부분은 않게 얇게 갈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종이처럼 너무 얇게 갈아 놓으면 가죽 제본의 톡톡한 질감이 살아나질 않습니다. 거기에 턱이 생기면 모양이 보기 좋지도 않고요. 그러니, 접어 들어가는 시접 부분은 얇게, 접히는 부분과 갈리지 않는 부분은 완만한 턱이 생기도록, 그리고 책등도 나중을 위하여 적절히 갈아야 책의 둔탁한 느낌을 없앨 수 있습니다. 가운데의 선 그은 것은 책등의 너비 만큼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저 가죽은 A4보다 클 겁니다.

 

 

다 갈아 놓은 가죽이 없어 사진은 못 찍었지만 가능하면 이달 안에 한 장은 완성해서 올려보지요. 한창 잘 갈고 있는 것이 두 장이고, 손 더 봐야 하는 것이 한 장이니, 그 중 몇이나 올해 안에 완성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

 

사실 가죽 가는 것도 고비지만, 책 표지 디자인하고 그 위에 금박이나 모자이크 하는 것도 작업 품이 큽니다. 그래도 그건 1차 완성 이후의 작업이니, 가죽 가는 것이 완성까지 가는데 가장 큰 고비인 건 맞습니다. 이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면 그 다음엔, 내년부터는 망상하던 다른 작업도 시작할 수 있는데, 그러한데..=ㅁ=!



생각해보면 스벅에서 마시는 음료는 거의 대부분이 카페라떼입니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 한데,








이날은 카페라떼가 아니라 차이티라떼였습니다. 마셔보고는 나쁘진 않지만 몇 년에 한 번으로 족하다 생각했지요. 대부분의 스타벅스 음료는 한 번 마시는 걸로 족한 상태가 됩니다. 가장 큰 이유가 가격이고요. 카페라떼는 적당히 배를 채울 수 있으면서도 가격이 싼 음료라, 이 두 가지에 기준을 맞추면 대부분의 음료는 가격이 비싼 셈입니다. 거기에 보통은 마실 것이 메인이 아니라 같이 먹는 디저트가 메인이다보니 곁들이는 음료 가격은 저렴한 쪽으로 맞춥니다.


예외적으로 저런 비싼 음료를 시키는 것은 식사 약속이 있지만 어중간하게 시간이 남아서 어딘가 카페에 들어가야 하는 때입니다. 속이 공복이니 오늘의커피나 아메리카노는 무리고,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떼를 시키자니 또 배가 고파서 달달한 음료를 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저날은 차이티라떼였고, 그 날은 제주말차라떼였던 겁니다.



제주말차라떼는 중간 크기-tall 사이즈가 6100원입니다. 가장 작은 사이즈가 5600원이고요. 맛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많이 달진 않고, 진한데다가 떫은 맛은 또 없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마구 들이부을 수 있는 커피와는 달리, 차 종류는 위 상태에 따라 조금 가릴 것 같긴 하더군요.


가장 맛있었던 말차라떼는 교토 요지야 카페의 구치나시온나(....)가 되어버린 그 라떼지만 이번 스벅 라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분명 어딘가에 스벅 말차라떼 파우더가 있을 텐데, 꿩대신 닭이라고 그거라도 꺼내 들어야겠네요. 그렇다고 집에서 말차 라떼 만들어 마시기엔 들어가는 설탕량이 무섭습니다. 그냥 남이 만들어주는 거나, 믹스 꺼내 마시는 것이 마음에는 편하군요.;

홍대의 페이머스램은 예전부터 이름을 들어왔습니다. 빵뷔페가 있다는 건 알았는데, 매번 엇갈리더군요. 나중에 가봐야지하고 미루다가 홍대 갈 일이 드물어지고 홍대카페 들락날락하는 것도 멈추다보니 뇌리 저 편에 미뤄두고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랬는데.

우연찮게 버스타고 지나가다가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생각보다 매우 큰 카페더군요. 그 근방에 다닐 일이 있으니 언제 시간 날 때 가봐야겠다고 벼르다가 뒤늦게 가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첫 방문. 아마도 다음에 한 두 번 더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기 전에는 그냥 작은 카페에서 하는 브런치 뷔페느낌의 빵뷔페가 아닐까 했는데 막상 방문해보니 천장도 매우 높고 공간도 넓고 큽니다. 거기에 최근에는 아예 빵 판매도 시작한 모양이더랍니다. 출입문에 공지가 붙어 있더라고요. 하지만 아쉽게 브런치 뷔페가 끝날 시간에 갔던 터라 얌전히 디저트만 먹고 나왔습니다.






이날은 레몬이 당겼습니다. 요즘은 레몬타르트가 있으면 계속 눈이 가다가 집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실제 통계는 낼 수 없지만 레몬타르트에 눈이 더 가는 것도 맞고, 집어들 확률이 높은 것도 맞습니다. 어떤 때는 또 위가 안 좋다며 레몬을 무조건 제끼는 때도 있으니 입맛은 그 때 그 때 다릅니다.

이날도 카페라떼에 레몬타르트, 그리고 레몬마들렌을 골랐습니다. 레몬타르트는 만날 일이 많지 않은터라 일단 보면 집어 들고 봅니다.







라떼는 조금 뜨거웠지만 맛은 괜찮았습니다. 무엇보다 라떼아트가 예쁘더군요. 잔도 그렇고 대접 받는 느낌이 좋습니다.







레몬마들렌은 무난했지만 레몬타르트는 취향에서 벗어납니다. 타르트와 안의 레몬필링이 따로 놀고, 레몬필링은 매우 찐득거리며 위의 머랭과자와 레몬필링, 아래의 타르트가 분해되더군요. 함께 먹으면 맛은 있는데, 저 찐득한 질감이 취향이 아니더랍니다.

어쩌면 레몬타르트의 기준이 광화문 테라로사의 것이라 그럴지도 모릅니다. 거기는 레몬커드에 가까운 부드러운 레몬크림에, 타르트만 있는, 굉장히 단촐한 형태거든요. 이쪽의 머랭과자는 레몬필링과 함께 먹으면 사각사각 씹히는 질감을 주는데다 단맛도 살짝 얹어서 마음에 들었지만 필링이 저랑 안 맞았습니다.



페이머스램의 디저트는 주문할 때부터 조금 갸우뚱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 부분은 다음에 더 가보고 나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아마 다음에는 빵 뷔페에 도전하지 않을까 싶네요.'ㅠ'

이거, 비슷한 제목을 어딘가에 달았던 기억이 있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모 라노베 감상 적으면서 달았던 제목인지도 모르지요.

BL, 그리고 가이드버스입니다. 센티넬 대신 에스퍼를 씁니다. 현대보다는 근미래 SF에 가까우며, 전체적으로도 SF입니다. 특히 몇몇 코드는 더더욱 그렇고요. 어떤 코드인지 미리 이야기하면 내용폭로가 되니 입 다뭅니다.



『모형정원』의 주인공은 서림과 도연입니다. 2년 전의 사건 이후 만난 적이 없던 두 사람은, 도연이 살고 있는 곳에 서림이 찾아오면서 재회합니다. 나중에 몇 번 등장하지만 만약 그 사건 직후 재회했다면 도연은 서림을 총으로 쐈을 거라는군요.


사람이라고는 만날 수 없는 곳에서, 그나마 태양열 전지판과 물탱크로 그럭저럭 자급자족이 가능한 집에서 홀로 지내는 도연은 마수의 공격으로 망가진 집을 수리하고 혼자서 덤덤하게 살아나갑니다. 이런 걸 제대로 해본 적은 없지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움직이다보니 아주 못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비상식량과 정수한 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집을 수리하고, 또 필요한 물건들을 얻으러 돌아다니는 것은 무인도에 떨어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인류가 멸망한 것은 레벨 10의 에스퍼인 이강우가 게이트 앞에서 폭주하는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수들이 건너오는 문이었던 게이트는, 이강우의 폭주를 통해 이상 반응을 보이며 엄청난 크기로 확장되었고, 곧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마수들이 들어왔습니다. 에스퍼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었던 마수들 때문에 인류는 점점 그 수가 줄어들었지만 그나마 가이드들은 마수의 습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재앙 앞에 가이드건 뭐건 의미가 있나요. 아귀다툼과 에스퍼만이 해치울 수 있는 강력한 마수의 습격 속에서 인류는 절멸에 가까운 길을 걷습니다.



도연이 홀로 지내고 있는 집을 찾아온 윤서림의 방문과 함께 과거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됩니다. 도연이 왜 서림을 총으로 쏘려고 했는지, 도연이 왜 서림을 밀어내는지, 그리고 서림은 왜 도연을 이제야 찾아왔는지에 대한 답은 차례로 풀립니다. 결국 이 소설은 배신 당했던 도연이 서림을 만나서 다시 마음을 열고 손을 잡는 이야기입니다. 서림은 에스퍼로 각성한 이후에 벌어진 여러 일 때문에 누군가의 손을 잡거나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요청하는 일을 하기 어려우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모두 도연이 담당합니다.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려다가 사건 하나로 인생이 곤두박질 쳤고, 그 뒤에도 이 이상 더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던 도연의 삶은 오히려 아포칼립스의 세계에서 더 안온하며, 서림을 만난 뒤에는 에덴동산을 영위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소설은 도연과 서림의 구원담입니다. 『모형정원』이라는 제목 역시 모두가 죽고 이들 둘만 남은 에덴동산과도 같은 평온한 세상을 의미합니다. 테라리움과도 같고, 모형정원 같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그런 세계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외전에 등장하는 세계는 정말로, 기립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부러운 세계였습니다.(먼산)




가이드버스는 대개 SF 성격을 띄지만 이 소설을 더 SF로 보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이야기하면 내용폭로가 되니 살짝 접습니다. 거기에, 새로 추가된 가이드버스 설정이 있습니다. 같은 세계관도 어떻게 조율하냐에 따라 내용이 확 달라지는데, 그런 점에서 매우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더불어, 가이드 차별적이기 쉬운 세계관에 그 설정이 추가되면서 방향이 뒤집혔으니까요.

다만, 그렇다해도 도연이 20대 초반에 겪은 여러 사건들 때문에 경고 표시는 해둡니다. 가스라이팅을 포함한 매우 다양한 형태의 인권유린이 있습니다. 마수가 있다고는 해도, 가이드버스 세계관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해도, 분명 인권침해입니다. 그렇다보니 도연이 선택한 길과 서림이 선택한 길을 보고는 동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애초에 그 둘이 선택한 길이 제가 바라던 길이기도 했으니.(먼산)



세람. 『모형정원』. M블루, 2018, 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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