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이 공항은 센다이 중심가에서 그리 멀지는 않습니다. 1시간까지는 아니고 대략 40분 남짓 걸립니다. 그렇게 보면 하네다공항과 비슷하지 않나 싶은데, 도쿄가 워낙 크다보니 모노레일 타고도 다시 이동해야하고, 그렇다보니 심리적 거리는 이쪽이 훨씬 가깝습니다. 물론 가깝다고 해도 후쿠오카 공항처럼 전철 세 정거장 수준은 아닙니다. 공항까지 가는 열차는 단 하나이니, 이 열차를 타고 가면 됩니다.



그 이후에 B님이 찾아본 정보를 보면 열차 외에 공항에 접근할 방법은 자가용 외엔 없습니다. 버스가 없다더군요. 귀국날의 기상상황에 따라 열차가 멈출 수 있어서 일찌감치 센다이 시내를 벗어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택시로 이동하면 상당한 비용이 들 테니까요.





그러고 보면 출국장 나오는데도 시간이 얼마 안 걸렸습니다. 후쿠오카보다도 당연히 작고요. 나중에 보니 국제선은 타이페이와 서울 정도가 아닌가 싶더군요. 대부분 국내선입니다. 여행 기간 동안 결항된 항공기도 거의 국내선이었고요. 아참, 삿포로까지 가는 항공기도 있더랍니다.

출국장을 나와서 세관을 통과할 때 여행 목적을 물었는데, 목적지가 어디냐 하여 B님이 센다이의 산 이름을 댑니다. 왜 그런 데를..?이란 반응이더니 다테 마사무네 이름이 나오니 바로 웃으며 대꾸하는데 그 반응, 어디서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코믹콘이나 코미케나 그런 방문 목적을 댔을 때의 반응과 유사하군요. 하기야 다테 마사무네를 좋아하는 팬들이 좀 많나요. 전국바사라의 다른 버전인 학원 바사라가 곧 방영 예정이라는데, 시작하면 또 많은 사람들이 센다이를 방문하겠지요. 진짜 그럴 겁니다.


예상보다 세관 통과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행 일정을 묻고 여행 목적을 물은 뒤, 거기에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열어 확인하더군요. 금붙이 들고 온 것이 없냐고 묻기도 하고. 그래도 무사히 잘 통과를 했습니다.






하여간 센다이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편은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스이카를 충전해서 탑니다. 둘째날은 루푸루(rouple) 버스 1일권을 사용했고, 따라서 스이카는 센다이 공항 왕복과 역에서의 코인로커 사용에만 썼습니다. 공항에서 센다이 역까지는 편도로 700엔이 조금 안됩니다.



나리타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들어올 때 느끼는 그런 외곽도시로의 철도 분위기를 풀풀 풍기더니 센다이역은 꽤 번화합니다. 그리고 개찰구를 나오자마자 미친듯이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B님이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 하시던데 정말 이런 것일 줄은 몰랐습니다.





왼쪽 상단. 모를 수 없지요. 투구에 달린 초승달. 패션리더이자 식문화개발자로 아랫사람들을 미친듯이 갈아넣었다는 그 분. 다테 마사무네는 센다이 역에서 친히 여행객들을 맞이하십니다.


그리고 다테 마사무네에서 비롯된 다테가의 여러 문양들은 여행 내내 쫓아다닙니다. 눈이 가는 곳마다 다테가의 문장인 구요가 보이고, 다테가 남긴 옷에서 유래했다는 그 땡땡이 무늬-오해의 소지 있음-가 보이더랍니다. 심지어 버스 정류장에도 다테문이 있습니다.


이틀째의 등산기행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니 그 이야기는 일단 접지요.



문제는 날씨였습니다.

태풍 13호와 함께한 여행이다보니 이날도 내내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군요. 이 때 태풍은 도쿄로 접근중이었습니다. 그 영향인가 했지만 사실 그것만도 아닌게, 센다이의 칠석축제 마지막 날이 수요일, 여행 둘째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칠석축제-仙台七夕(せんだいたなばた)-는 반드시 비가 온다더군요. 그럴만 합니다. 칠석의 유래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지요. 그러니 이번 여행에서 비가 따라다닌 것은 칠석축제와 태풍의 연합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우겨봅니다.


그래서 왜 날씨가 문제였냐면, 비오는데 트렁크를 끌고 숙소까지 걸어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날의 숙소는 리치몬드 호텔 센다이였고 역에서는 걸어서 8분 넘게 걸립니다. 초행길이면 더 걸리지요. 트렁크는 일단 호텔에 두고 나오는데, 또 호텔에 미리 부쳐 둔 아마존 주문품의 일부가 보이지 않아서 프론트에 문의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하하하. 사소한 이야기니 이건 넘어갈 수 있지만 다음 여행 때는 이 숙소가 아니라 센다이 역 근처로 잡을 생각입니다. 리치몬드 호텔 센다이 쪽은 번화가랑은 떨어져 있습니다.



점심먹은지도 시간이 꽤 지났으니 이번에는 저녁을 먹어야지요. 저녁 먹을 곳을 찾아 센다이역 근처의 상점가, 아케이드를 걷기로 합니다. 그리고 거기가 칠석축제의 메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내 이런 칠석 장식물을 봅니다. 검색해보니 이걸 飾り, 카자리라고 부른답니다. 길을 걸어가며 보다 알았는데, 카자리는 점포당 최소 하나 만드는 모양입니다. 매장이 큰 곳이라면 이 다섯 개 세트를 만드는 것 같고요. 색도 다양하고 디자인은 점포끼리 맞추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아래의 술 부분은 화지(和紙: わし, 일본 전통종이)를 이어 만듭니다. 아래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대강 규모가 상상되시려나요. 저 천장이 2층보다 높은, 대략 3층 높이고 사람 키보다 높은 정도에 닿도록 만드니 크기가 상당합니다. 그리고 이게 이어진 상점가들에 모두 다 붙어 있습니다. 아니, 상점가뿐만 아니라 어디든 다 있더군요.


자세한 설명은 위키백과를 참조하라 하고 싶지만 이거, 한국어 페이지가 없습니다.(링크) 크흑. 여튼 7종류의 카자리가 있고 각각이 상징하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저 공 같은 것은 털실이 아니라, 카네이션 등의 종이 조화를 만들 때 쓰는 얇은 종이입니다. 그 종이를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었는데 말이죠.







이런 건 단조로운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이쪽은 또 맨 윗부분-머리에 무늬를 넣었네요.





저렇게 줄에 매달아 올리고, 그 다음날은 더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이쪽은 머리부분에 모자이크를 넣었고.





여긴 돈키호테 앞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쪽은 다 돈키호테에서 만든 모양입니다. 아래 술에도 돈키호테라고 박았네요.






이쪽은 JAL.





게임센터 쪽에서 만든 걸까요. 이것도 모양이 매우 독특합니다. 게다가 다섯 개 세트지요.







포켓몬스터 일당들.






이쪽은 굉장히 화사합니다. 다들 핸드폰 들고 여기저기 찍느라 정신 없습니다. 아니, 찍지 못한 것이 훨씬 많았고요.





"이거 아이마스인가요?"

"아닐걸요. 눈을 보니 러브라이브계인 것 같은데, 그것도 파생작이 너무 많아서."


그러니 제보 받습니다.






이건 그 다음날, 다른 상점가의 카자리입니다. 이쪽은 아케이드에 지붕을 씌운 것이 아니라, 가운데가 열려 있습니다. 대나무 모양 구조물을 놓고 걸었는데, 거기에 비닐을 씌웠더군요. 비에 젖으면 바로 망가지는 가자리라 그럴 겁니다.






센다이 미디어테크도서관이었나. 루푸루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았습니다. 여기를 보니 옛 카자리를 수집해 걸어 놓았습니다. 아마도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의 모양이 아닌가 싶은게, 아래의 술이 매우 낡았고 종이도 새것이 아닌 걸로 보입니다. 달력 종이 같은 것을 대강 걸어 놓은 모양새라서요. 아마 올해의 카자리 중 몇도 여기 수집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카자리는 축제 마지막날 이런 모양새가 됩니다. 하하하. 안쪽 틀은 아마도 플라스틱. 거기에 종이니까 분리수거는 쉬울 겁니다.


하여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 축제기간을 맞춰가는 것도 좋겠지만, 여름의 더위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태풍이 관건이로군요. 비오는 동안은 구경하기도 어려우니 그렇고요. 끄응. 축제는 좋지만 다음에 간다면 여름은 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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