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발단은 B님이었습니다.



지도를 보면 센다이는 도쿄와 매우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후쿠시마와도 매우 가깝습니다. 동일본대지진 또는 도호쿠대지진이라 불리는 그 지진 재해 당시 센다이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여행 동안에도 나온 이야기지만, 센다이공항에 있던 자위대 전투기 세 대도 지진해일에 쓸려 나갔으니까요. 그 정도 파도가 몰려왔으니 센다이 공항도 통째로 잠기고, 지진 때문에 여기저기 피해도 많이 입었습니다.


B님은 역덕이자 밀덕이며 가장 좋아하는 전국시대 무장이 다테 마사무네입니다. 흔히 독안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초승달 문양을 단 투구로도 유명합니다.




이 사진은 실제 다테 마사무네와 관계가 없...지는 않습니다. 다테 마사무네를 모델로 한 모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넨도로이드로 만든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Let's Party!"의 그 분입니다.



하여간 레키죠(歷女)로서 센다이 여행도 다녀오셨더랬는데 그러고 나서 지진이 크게 나며 마사무네를 모신 사당이 무너졌지요. 공항도 폐쇄되었고, 후쿠시마 원전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센다이 여행은 꿈꿀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몇 년이었지요. 그리고 올 봄쯤 한탄 하시며 센다이와 즌다모치를 외치셨습니다. 그리고 역덕도 아니고 전국시대는 기본 역사 지식과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은 것이 전부였던 저는 혹했습니다. 아니, 가이드가 따라가는 역사여행이잖아요!


"같이 갈까요?"

"헐, 가요?"

"가죠."


그리하여 센다이 여행 파티 결성.-ㅁ-/



한국에서 센다이에 가는 직항은 크게 둘입니다. ANA와 아시아나. 그리고 이 자리에서 밝히자면, 항공기 예약 후 아시아나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 자식들.-_-+ 그리하여 아시아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이를 갈고 예약을 유지했습니다.



도호쿠의 중심지라고는 해도 센다이가 그리 클 것이라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규슈의 후쿠오카보다는 작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그렇다보니 쇼핑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가보고서 알았지만 지갑 털리기 매우 훌륭한 도시입니다. 단단히 준비하고 가세요.

하여간 그 때문에 센다이에 대한 사전 조사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일행이 있고 핸드폰 로밍을 해가니 그냥 닥치면 된다는 심정으로 갔지요. 무엇보다 후쿠오카를 생각하면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숙소 반경 안에 웬만한 것이 다 있을 것이란 생각이 있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지만 하여간 센다이 역을 중심으로 다 모여 있으니 쇼핑 걱정은 덜 해도 됩니다.


이런 이야기는 다 뒤로 미루고.

그리하여 여행 코스는 B님이 짜고 저는 쫓아가기만 합니다. 흠흠흠. 이전에 다녀온 다테 기행을 거의 그대로 밟는 순이었지요.



아시아나 항공기는 오후 3시 인천공항 출발, 오후 6시 10분 센다이 공항 출발입니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항공기 가격이 제일 저렴하니 화요일 출발, 목요일 귀국하는 편으로 잡았습니다. 그러니 화요일 오후 3시에 가서 목요일 오후 6시 10분에 돌아오는 겁니다. 그러나 앞서 올렸던 여행기 대로, 이번 여행은 태풍이 동행했습니다. 여행 출발하기 전부터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던 13호 태풍은 7일에 도쿄 근처까지 와서는 미적미적 열도를 따라 올라와 9일에는 센다이 앞바다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태풍의 영향으로 3일간 비가 내내 쫓아 다녔습니다. 뭐, 한국에서 출발할 때까지는 괜찮았다니까요.



오후 3시 항공기니 이번에는 리무진이 아니라 철도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서울역까지 이동해서 공항철도 탑승. 그러나 검단까지만 운행하는 열차를 탄 덕에 잠시 혼선이 있었습니다. 뭐, 그래도 문제 없이 갔으니까요. 트렁크도 다 부치고 출발하는데는 전혀 문제 없음. 게다가 점심 즈음 출국장에 들어가니 사람이 매우 적습니다. 평소에는 새벽같이 출발한 터라 사람도 엄청나게 많았는데 이날은 없더군요.

점심을 안에서 먹을까 밖에서 먹을까 하다가 안에 들어갑니다. 출국장 통과해서 4층 올라가 밥부터 시킵니다.





참 희한합니다. 외식 나오면 왜 돈가스가 먹고 싶은거죠.-ㅠ- 우동과 돈가스가 함께 나오면서 1만원. 인천공항인데다 가격 생각하면 매우 훌륭합니다. 양도 제게는 적당했고요. 그리고 이 때부터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이 텐션은 여행 마지막날까지 내내 이어지고요.


식사하면서 오갔던 것은 영주권과 시민권, 그리고 동반자법과 동성결혼 허용 문제. 음.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언급되었습니다. 그 문제는 저도 생각 못했는데 의외의 헛점을 찔린 셈이라서요. 혈연관계까 아닌 남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동반자로 본다는 것, 그리고 법적 배우자가 된다는 것에는 맹점이 따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현재의 법을 뜯어 고치기 전에, 그리고 한국이라는 특수 상황-_-을 생각하면 동반자법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오간 여행...'ㅂ'a






공항의 풍경.

휴가철을 맞아 면세품 인도장이 매우 붐빈다는 이야기에 사전 쇼핑은 얌전히 포기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것저것 따져보니 환율이 올라 그런가 면세품 가격이 인터넷 쇼핑가보다 싸지 않더군요.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쪽이라 그냥 필요할 때 하나 둘 구입하기로 합니다. 정 안되면 겨울에 짧게 다녀와도 되니까요. 물론 이건 그 때까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태공도 함께.






게이트에 자리를 잡으니 이런 기둥들이 보입니다. 기둥 중에는 전원 모양의 그림이 달리기도 해서 USB를 비롯해 콘센트가 있다는 걸 알립니다. 이건 단순한 광고기둥이지만 그냥 단순하진 않고, 신화 20주년 기념 광고입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또 갑자기 아이돌들의 육성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니까 신화와 HOT의 관계나 SES, 보아의 이야기까지.



그리고 아시아나라서 조금 걱정은 했는데, 연결편의 문제로 딱 30분 지연되었습니다. 탑승 시각이 지연되어 늦겠다 생각했더니만 항공기가 매우 작았습니다. 왼쪽에 셋, 오른쪽에 셋. 3-3이니 매우 작지요. 그런 작은 항공기는 오랜만에 타봅니다. 게다가 항공기에 탑승한 사람들도 다국적이더군요. 베트남 축구단으로 보이는데, 그 가족들도 함께 방문하는 모양입니다. 아기들도 여럿 있었지요.






좌석은 비상구 앞쪽으로 받았습니다. 다리를 펼 수 있는데다 3이 아니라 2좌석. 화장실도 바로 앞이라 편하군요.






자아. 이전부터 말 많았던 기내식입니다. 기내식을 이렇게 둘로 나눠 내오는데, 위쪽의 종이상자는 차갑게, 아래쪽은 뜨겁게 데워 나옵니다.





생수와 키위젤리와 빵. 그리고 버터와 설탕과 프림 등등이 있습니다. 데운 것은 닭고기와 채소와 밥이고요.




총 항공시간은 2시간 남짓입니다. 탑승은 3시 갓 넘겨서 완료되었지만 활주로가 매우 붐벼서 순번 기다리는데 대략 30분이 걸렸습니다. 그러고도 활주하는데까지 시간이 걸리니 센다이 공항에는 50분 정도 지연 도착합니다. 센다이까지는 거의 직선에 가까운 코스를 밟아서 오히려 도쿄보다 짧게 걸린 듯합니다. 돌아올 때도 크게 차이 안나더군요. 도쿄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짧은 정도의 비행시간입니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는 부슬부슬 비가 오가는, 정확히는 오락가락하는 날씨였습니다. 아마도 태풍의 영향이겠지요.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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