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어서 리뷰를 올릴까 하다가 기분 전환용으로 더운 여름날에 알맞은 소설 감상을 올려봅니다. 원래는 어제 올리는게 맞았지요. 오늘은 상대적으로 선선합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지만 지난 며칠간보다는 선선하네요.

하여간 배경이 겨울이고 아주 칼바람이 쌩쌩 분다는 점에서 여름날 추천할만한 소설입니다.

...

물론 그게 전부인 소설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정진정명 판타지, 그리고 BL입니다. 하지만 BL이라 해도 신은 아침 짹이며, 그 외에는 키스신 정도입니다. 실제로도 전연령으로 올라왔으니 신경쓰지 않고 보셔도 됩니다. BL소설이니 연애가 중요하긴 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숲과 숲지기의 존재입니다. 즉, 판타지 요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제목 그대로, 드림 오브 윈터는 겨울의 꿈입니다. 한여름 밤의 꿈과도 비슷하지만 이쪽은 훨씬 삭막합니다.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거죠. 겨울은 춥고 황량하기 때문에 따뜻한 불가의 분위기가 더 포근함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여름철의 에어컨 옆이 시원하다면, 이 곳의 불가는 안전함과 안온함, 편안함을 상징합니다.



'나'는 정신을 차렸을 때 아주 춥고 황량한 곳에 있었습니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뛰고 있었지만 무엇에 쫓기는지는 알 수 없으며, 머릿 속에서는 누구의 말인지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돌아다닙니다. 숲 저쪽에 마물이 있으니, 그 마물을 풀면 이 꿈에서 깰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요.

추위에 떨면서 뛰다보니 저 편에 불빛이 보여, 간신히 도달했지만 그 앞에서 뻗었습니다. 폐가 얼어 붙을 정도로 추운 곳에서 막무가내로 달렸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오두막 안 이었고, 그 안에는 온통 하얀 색에, 눈은 빨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구냐는 질문에 답하려다 보니 답이 없네요.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 왔는지도 기억을 못합니다.


숲지기는 이 곳이 숲이며, 항상 겨울이고, 마물을 가두기 위한 결계가 숲을 둘러싸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네가 있는 것을 보면 결계가 망가졌을 수 있으니 확인해보겠다는 말도 덧붙이지요. 숲지기의 간호를 받으며 감기와 동상을 포함한 신체적 상처는 나았지만, 숲지기가 전해준 '결계는 안 뚫렸어.'라는 말에 입은 내상은 치유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온 것일까요.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이 숲 속에 나타난 것일까요.



이야기는 '나'의 정체와 '나'에게 속살거리는 목소리, 그리고 숲의 비밀로 이어집니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앞부분은 흡사 로빈슨 크루소를 보는 것 같은 서바이벌이며, 후반부는 작은 반전이 있습니다. 추리형 판타지로서도 매우 괜찮은 이야기입니다.

조아라에서 연재할 당시 몇 번이고 돌려 읽었고  『나의 숲에서』나 게리 폴슨의 소설들이 떠오르더랍니다. 하기야 모티브가 되었던 것은 유튜브 등에 올라왔던 여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더군요. 다른 소설 리뷰에서도 언급하겠지만 가끔은 그런 생존 프로그램이 매우 도움됩니다.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로 흘러가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위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분들께, 더위 해소용으로 추천해봅니다. 배경이 툰드라나 타이가 같이 칼바람 부는 아주 추운 곳이니까요.


이미누. 『드림 오브 윈터(Dream of Winter)』. 민트BL, 2018,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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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권의 책입니다. 분량도 상당하지요. 1권이 556쪽, 2권이 560쪽, 3권이 후기 포함해서 528쪽입니다.


이 책을 구입할 때 『마법사를 위한 동화』와 같이 구입했고 주말 동안 이 책들을 읽으면서 고통받았습니다. 『검을 든 꽃』 네 권을 읽을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 다섯 권은 읽어 가는 것이 힘들더군요. 특히 로자리아는 1권을 읽다가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1권 읽고 바로 3권으로 넘어갔습니다.



로자리아는 왕국, 테베의 왕녀입니다. 그러나 제국의 성녀는 로자리아를 두고,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할 이라는 예언을 내립니다. 왕과 왕비는 사랑하여 결혼했지만 그 예언이 내려오자 왕은 딸을 죽이려 하고 왕비인 후작은 딸을 데리고 도망칩니다. 그러나 왕비는 결국 사망하고, 끌려온 왕녀는 탑에 유폐됩니다. 로자리아가 성년이 되기 전 찾아온 성녀는 제국이 그래왔던 것처럼 미성년자인 왕국의 후계자를 제국으로 데리고 갑니다. 교육을 위해서라지만 사실상 볼모이자 제국에 반항하지 못하도록 미리 눌러두는 것에 가깝습니다.

로자리아는 내내 성녀 프리실라에게 휘둘리며, 프리실라는 로자리아를 자신의 손아귀에 두고 그녀가 임신하면 그 아기를 바탕으로 테베 역시 휘두를 생각을 합니다. 프리실라의 목표는 현 황제의 차남인 라쉬드와 결혼하여 황후가 되는 것. 하지만 로자리아는 모든 것을 잃은 뒤 자신의 정령술을 바탕으로 복수를 선택하고, 결국에는 복수를 이룹니다. 그러나 마음에 두었던 라쉬드에게 죽은 뒤에 열 다섯, 아직 제국으로 건너가기 전으로 돌아옵니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에 해당하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호귀한 뒤 로자리아는 그 뒤 자신의 정령술을 감추며 어떻게든 살아 남기 위해 노력합니다. 로자리아는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정령술사로서의 힘을 가졌지만, 신전에 이 사실을 들키면 척살 대상이 될 거란 걸 압니다. 정령술은 악한 것으로 신의 힘에 반하는 것이라 들키지 않게 노력합니다.

열다섯으로 회귀했지만 그간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고, 내내 홀대받았던 로자리아는 그 며칠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준비할 시간이 짧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하고 죽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며, 자신을 볼모로 데리러 온 제국의 성녀 프리실라와, 그녀의 일행으로 온 대공 라쉬드와 함께 제국으로 갑니다. 프리실라는 로자리아를 내내 견제하고 자신의 손 안에 두려 하며, 로자리아는 어울려주는 척 하다 공동의 적을 둔 라쉬드와 손을 잡습니다.



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로자리아는 신전과 직접적으로 대립하지 않으면서 회귀 전에 보았던 여러 사건들을 회피하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을 씁니다. 정령술을 사용해 제국에 돈 전염병의 치료제로 약재를 만든다든지, 그를 위해 정령술을 사용한다든지 등등. 그리고 그 와중에 또 다른 제국의 황자와도 얽힙니다.


대강 얼버무리는 건 그걸 자세히 기술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건이 있고,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로자리아와 라쉬드는 서로 엇갈리는 일이 많으며, 그게 또 클리셰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답답한 과정이 꽤 길게 늘어나며, 악녀인 프리실라나 악한 놈인 황태자 클라인도 악한 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게다가 프리실라가 성녀라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쓴 방법이나, 그 뒤에도 로자리아를 누르려는 방법이나 라쉬드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 등이 제가 매우 싫어하는 방식입니다.

옆 제국인 바렛사의 황제, 마르쉬 또한 그렇습니다. 나중에 로자리아가 잡혔을 때의 이야기나, 그 앞의 이야기 역시 매우.... 제가 좋아하지 않는 전개입니다. 그래서 2권을 홀랑 건너 뛰었던 것이기도 하지요.



성녀와 신전의 부정한 행위는 제국의 성립 과정에서 발생한 신들의 다툼과 연계가 됩니다. 로자리아의 회귀 전 이야기, 신들의 다툼, 제국의 성립, 바렛사와의 대립 등은 모두 하나로 귀결됩니다. 모든 이야기는 결국 원래의 예언이 달성되는 것으로 끝을 맺고요. 그런 의미에서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지만 내용이 너무 많아서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세계관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먼산) 취향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결국 '여자라서 안돼.'라든지 '여자가 뭘.'이라든지 라는 이야기가 많다는 겁니다. 제게는 두 번 읽기에는 버거운 이야기더군요.


그리하여 조용히 덮고는 『마법사를 위한 동화』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랬는데....(다음 글에 계속)


문해랑. 『로자리아 1-3』. 위치북(케이더블유북스), 2018, 각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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