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는 변화한다』는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입니다. 완결까지 연재되고 다시 타 플랫폼에서 연재되었다가 출간되었지요. 지금 보면 왜 전자책으로만 나왔을까 싶습니다. 종이책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소설이라 생각하거든요. 전자책으로는 총 6권. 권 수가 많지만 읽는데 그리 버겁지는 않습니다.



엘쟈네스 크로커스는 크로커스 공작가의 장녀입니다. 아래로 여동생 하나, 남동생 하나가 있지요. 공작가의 영애지만 동생인 리리엘이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과 반대로, 엘쟈네스는 그리 평이 좋지 않습니다. 로벨리아 왕국의 사교계에서 리리엘은 그 아름다움과 능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엘쟈네스는 나이 지긋한 귀족 여성들에게는 평이 좋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리리엘을 괴롭히는 언니로 소문이 났습니다.


엘쟈네스는 리리엘에게 들어온 제국의 청혼을 대신하여 북쪽으로 가게 됩니다. 괴물이라 소문난 북쪽의 윈터나이트 대공은 로벨리아 왕국과 연을 맺길 원했지만 왕실 여성들은 이미 다 결혼하고 없어, 그 다음으로 왕실 혈통에 가까운 로벨리아 가에 혼담이 들어온 겁니다. 리리엘은 괴물 대공과의 결혼을 눈물로 거부했고, 리리엘의 추종자인 엘쟈네스의 약혼자는 파혼을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엘쟈네스가 대신 대공비가 되기로 한 겁니다.



이 이야기는 왕국에서 악녀로 불린 엘쟈네스가 어떠한 사람인지, 그리고 가문에서 버림받다시피 한 엘쟈네스가 어떻게 능력을 꽃피우고 대공가와 제국에 자리를 잡는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그려 냅니다. 그 바탕에는 윈터나이트 대공가가 내내 싸워온 '겨울'을 부르는 이들의 이야기와 리리엘을 비롯한 크로커스 공작가의 이야기가 뒤섞입니다. 단순한 악녀와 성녀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그 아래는 여성 주인공 판타지소설의 이야기가 깔려 있는 것이지요.

초반부터 리리엘은 성녀의 위치에 있지만, 악녀의 위치에 있는 엘쟈네스에 대한 묘사가 완전한 악녀가 아닌 것처럼, 리리엘 역시 완전한 성녀는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가 있는 인물이지요. 그러한 리리엘이 어떻게 성녀의 위치에 설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소설 후반부에 등장합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커다란 사건은 리리엘의 밑 바닥까지 완전히 드러내게 만들며, 결국 리리엘은 처음과는 달리 악녀의 위치에 섭니다. 그건 리리엘뿐만 아니라 크로커스 공작가 자체도 그렇습니다. 공작가가 휘말린 여러 사건들은 하마터면 왕국 전체를 멸망으로 몰고 갈 뻔하며, 그 때문에 크로커스 공작가도 멸문 직전까지 몰립니다. 이러한 뒷 이야기는 소설 본편이 아니라 외전에서 다른 이들의 시점으로 전개가 됩니다. 외전은 5권 뒷부분과 6권 전체에 실려 있으며, 특히 6권에 실린 누군가의 시점으로 보이는 이야기는 이 중으로 '악녀가 변화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로맨스, 판타지, SF까지 다양하게 다룬 이야기이고, 악녀는 변화하며, 사람은 또한 변화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게 걸리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엘쟈네스는 지나치게 완벽하며, 주변 인물들은 그러한 엘쟈네스에게 감화되거나 물들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변화합니다. 단순한 선악구도는 아니라 했지만 엘쟈네스를 선에 놓고 다른 이들을 보면 지극히 정석적인 선악구도 입니다. 처음에는 미운 오리새끼였던 엘쟈네스가 성장해 자신의 능력을 개화하는 것은 좋지만 그래서 오히려 엘쟈네스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외전을 더 마음에 들어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엘리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외전이나, 6권의 상당부분을 다룬 외전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정석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뭐, 6권 주인공의 어릴적 이야기가 등장하는 그 외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오히려 본편보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고 보니, 걸리는 부분이 하나 더 있었군요. 『은하 영웅 전설』과 비슷하게, 여기도 혁명을 통한 공화제를 부정적으로 보며 제국의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국의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이유는 황제 때문이지만, 그게 꼭 좋은 것일까 싶기는 합니다. 아직까지 잘 돌아가고는 있지만 그게 앞으로도 잘이냐 하면 확신이 없네요. 견제구는 많지만, 그리고 준비 안된 공화제는 프랑스혁명의 혼란기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지만 으으으으음...


누노이즈. 『악녀는 변화한다 1-5, 외전』. 마담드디키(교보문고), 2018, 1-5 각 3천원, 외전권 1500원.



하여간 엘리나와 요하네스, 율리히 때문에라도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율리히는 꼬맹이와 이름이 같아서 더..=ㅁ=


덧붙여 전대 대공부부의 이야기도 조아라에서 연재되다가 연재처 옮긴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니 이 역시 출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따로 뺄까 하다가 추가. 읽다가 발견한 오타들입니다.



본편은 정주행 두 번인가. 외전은 세 번쯤 했을 겁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