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16960&novel_post_id=11448


브릿G의 소설좌표와 함께 올리는 감상글입니다.




내용 폭로는 아니지만 내용의 중요 키워드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리뷰든 뭐든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닙니다. 쓰긴 쓰나 동력원이 있어야 수월하게 쓰는 타입입니다. 외설적으로 표현하면 꼴려야 쓴다고 할 것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동해야 쓴다고 할 겁니다. 그러니 글을 쓰려면 여러 소설을 다양하게 골라 읽어야 그 중에서 동하는 것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또 쉽지 않습니다. 읽는 것도 정신적 체력이 필요하니까요.

브릿지에 올라오는 소설들은 대체적으로 무겁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소설의 질을 떠나 어떤 소설이건 묵직하게 주제를 담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무겁게 혹은 가볍게 쓰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나 취향의 문제일 겁니다. 제가 선호하는 쪽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고, 이는 제가 소설을 재활로서 읽어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삶은 빡빡하니 그 심리적 재활을 소설읽기로 얻고자 하는 겁니다. 그렇다보니 브릿지에서도 장편보다는 단편을 잡게 됩니다. 분량의 문제도 있고, 완결난 소설을 그렇지 않은 소설보다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성격이 급해서 완결날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간 가벼운 소설을 읽어온 탓인지도 모르겠네요.


본격적인 리뷰로 들어오는 길을 길게 잡은 것은 이 소설이 가볍고 무거운 그 균형을 매우 잘 잡고 있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제는 무겁습니다. 제목은 그리 무겁지 않고 로맨스인가 생각하며 발 들이게 마련입니다. 분명 로맨스 맞습니다. 주인공인 가연과 조쉬는 결혼 전 허락을 받기 위해 가연의 어머니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니 상견례 맞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가면 위화감을 느낍니다. 이거 공포소설인가, 아포칼립스인가, 아니면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것인가.
셋 중에서 맨 마지막-디스토피아는 맞습니다. 한국의 미래를 최악에 가까운 상황으로 묘사하는 소설이니까요. 뭐, 제가 그리는 최악은 『워킹데드』나 『부산행』의 모습, 동남아 몇몇 국가라든지 미국 모처, 독일 모처 등의 상황입니다. 직접적인 묘사가 없었지만 어쩌면 이미 최악의 경계를 건넌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소설을 읽다보면 디스토피아를 확신하기 직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함정이 하나 등장하고, 그걸 읽으면 소설 속 한국은 최악과 차악의 경계선에서 줄타기 하는 중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사실 그 폭탄. 받아 들고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 들이게 되더군요. 어릴 적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읽고 생각한 바 있어서 그런지 모릅니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라, 일단 선을 그어두고...


=====


철완 아톰, 한국에는 우주소년 아톰으로 나온 그 작품의 한 부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정식 번역은 아니었을 것이고요. 아톰 역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만 그 중에 등장한 에피소드는 로봇이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어 최초로 인간 등록 서류를 제출한 어느 로봇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서류를 제출하고 나와서, 그 로봇은 '어떻게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냐!'는 사람들의 무리에게 맞아 죽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로봇이 더이상 살릴 수 없는 수준으로 파괴되었다면,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폭력상해와 살인죄로 잡혀갈까요. 아니면 기물파손에 해당할까요. 아마 일본이니까, 서류가 접수되었을 뿐 아직 통과는 되지 않았다면서 살인죄 아닌 기물파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지금의 일본이라면 애초에 그런 법이 통과되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한국은?



이 소설에서 그리는 한국 사회는 극단으로 치달은 세계입니다. 그런 모습을 상견례라는 작지만 큰 이벤트를 통해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러한 극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람들이 있어 아직은 살아갈만할지 모른다는 여지를 남깁니다. 솔직히 읽으면서도 과연 지금의 한국 사회 분위기가 여기서 언급한 것과 크게 다를 것인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이정도로 극단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리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길지 않지만 함축적이고, 그리고 마지막에 여지와 희망을 함께 준 소설, 잘 보았습니다. 곰곰히 씹어보고 생각할 여지가 많아서 여운이 남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그리고 전자책 계약에 들어간 당수님의 『starry-eyed』 개인지입니다. 전자책 계약은 엊그제야 된 터라 개인지 주문 당시에는 몰랐지만 알았다 해도 구입했을 겁니다. 테드나 헨리가 매우 귀엽기 때문에. 저 캐릭ㅌ도 매우 귀엽고요. 두 사람의 엽서에, PP카드도 그렇지만 재미있는 건 저 뒤의 다른 엽서입니다.





저거, 흰코뿔소 엽서더군요. 당황해서 뒷면을 확인하니 내셔널 지오그래픽 로고가 있습니다. 정품 사진이군요!


종의 절멸을 앞둔 마지막 흰코뿔소의 사진이 함께 따라온 것은 내용 때문입니다. 흰코뿔소가 두 사람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데 큰 역할을 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따라온 모양입니다.







해위님 책은 지난 토요일에 도착했습니다. 커다란 완충재 봉투에 담겨왔고요.






책이 세 권인데다가 엽서와 또 다른 것이 함께 따라왔습니다.





상자에는 이렇게 금분인주로 찍은 것 같은 까마귀가 있습니다. 제목의 흰까마귀겠지요.






그리고 함께 따라온 상품. 목걸이는 목걸이인데 뭔가 더 있을 것 같아서 만져보니 열릴 것 같더랍니다.







열렸다!



안에는 파란 돌이 있었습니다. 지난 번에는 끼워쓰는 형태의 금속 책갈피가 있었지요. 여러 장식들이 대롱대롱 달려서, 아까운 마음에 아직 손 못댔습니다. 쓰다가 잃어버릴까봐 무섭더군요. 하기야 집에서 쓰면 되긴 하지..=ㅁ=



둘 다 본문에는 아직 손 못댔습니다. 『starry-eyed』는 연재분을 읽었지만 『찔레나무 꽃 흰 까마귀』는 아직인데, 다른 책들이 밀려서 읽는 것을 미뤘습니다. 도서관에서 들고 온 책과 개인적으로 구입한 책들을 모두 해치우고 나면, 아니면 그 사이에 힐링이 필요하면 손댈 겁니다. 그 때까지는 안녕!

어쩌면 저 제목에 동의하지 않으실지도 모릅니다. 이미 읽은 사람들 중에는 어떻게 이우연이 귀여울 수 있냐고 입에서 불을 뿜을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뭐, 사람마다 감상은 제각각이니까요. 전 이우연도, 임태훈도 매우 귀엽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BL입니다. 『청춘만가』를 읽고 난 그 뒤에 다른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셋 쯤 보았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가이드의 조건』을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이쪽도 궁금해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외 다른 외전이나 스핀오프가 나오지 않는 거냐며 울부짖었지요. 최소 세 건은 나올 겁니다. 아니, 나이트만 연애를 했으니 킹을 포함해 퀸과 비숍, 룩 모두 연애담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최소한 룩의 연애담은 연재 예정인가 보군요.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건 기억하는데 그 당시 손은 안댔습니다. 아마 한창 조아라를 접고 있던 시점이라 그런게 아닌가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이드의 조건』은 가이드버스, 『나이트를 잡는 방법』은 오메가버스로군요. 둘 다 재미있게 보았지만 전혀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세계관 자체가 다르니까요.



임태호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 받은 후배가 있다는 겁니다. 그 후배가 절대 평범한 인물이 아니거든요.

태호는 군대 다녀오는 시기가 엇갈려서 동기들이 모두 졸업한 이후에 마지막 학기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때, 신입생으로 갓 들어온 이연우를 만납니다. 극우성알파에 재벌 3세. 전혀 연이 없을 것 같았지만 연우가 선배 멘토를 해달라고 찾아오면서 인연이 됩니다. 그리고 그 인연이 8년이나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연우는 태호를 꽤 오랫동안 만나왔습니다. 사실 관심을 갖게된 것은 매우 사소한 사건이었는데, 그 이후 호기심이 생겨 접근하고, 인연을 이어온 것이 벌써 8년입니다. 오메가 연인이 있다고 하는 선배다보니 그런가하고 접었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태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초반에 쉽게 드러납니다. 임태호는 열성오메가이며, 이 사실을 감추고 베타인 척 하기 위해 억제제를 계속 복용해왔습니다. 그렇게 가까운, 그리고 유일한 후배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은 책 끝부분까지 내내 태호의 발목을 잡습니다.


오메가라는 사실을 감추고 베타인척 하는 태호, 그리고 왜 선배가 그렇게 친한 나에게도 오메가란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까-라고 고뇌하며 접근하는 연우는 매우 귀엽습니다. 특히 나이트라는 별명 대로, 손대면 그대로 손목이 날아갈 것 같은 무시무시한 극우성알파지만 태호의 반응을 두고 몇몇 사람들 앞에서 연우가 보이는 모습은 정말로 귀엽습니다. 그러니까 태호 앞에서는 안 그런척 내숭을 떨지만 형이나 누나나 친한 사촌들 앞에서는 그야말로 울부짖습니다. 왜 우리 주인님(?)은 나를 안 좋아하시는 거지?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거지? 라면서 마구 날뛰는 시저(feat. 『동물의사 닥터 스쿠루』)를 보는 듯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태호는 꼬마에 가깝습니다. 아파도 아닌척, 성실하면서도 공부도 잘하고, 그렇지만 소시민. 음. 설명은 이상하지만 하여간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구조는 얼핏 할리킹으로도 보입니다. 재벌 3세와 소시민이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하지만 한 발짝 들어가서 보면, 이 구조가 작동하는 것은 클라이막스에서 일뿐, 그 외의 연애담은 매우 평범합니다. 그러니까 평범한 로맨스에 가깝다는 이야기입니다. 말할 수 없고, 감추고 있는 것이 있기에 바로 다가가기 어렵고, 그렇다 보니 거꾸로 약점을 잡히기도 하고. 거기에 양념을 더하는 거은 오메가버스 세계관에서 보이는 오메가에 대한 시선과 히트사이클, 그리고 각인입니다.



뭐라해도 해피엔딩입니다. 모두가 행복해지지는 않지만 행복하지 않은 그 사람은 벌 받을 짓을 했습니다. 그러니 불행한 길로 본인이 그대로 걸어들어간 셈입니다. 그 사람을 빼고 나머지들은 행복하며, 앞으로 다른 이야기에서 등장할 누군가는 거기서 행복해지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진램. 『나이트를 잡는 방법 1-2, 외전』. 피아체, 2017, 1-2권 각 4500원, 외전 1천원.





토요일 밤 트위터를 들여보다가 납본 이야기가 나와서 문득. 북유럽 쪽의 어느 나라에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공공도서관 의무 납본이라, 1쇄는 모두 다 도서관에 들어가고 2쇄부터가 일반판매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얼핏 저도 들은 바가 있긴 하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미국이나 영국이나 독일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독일도 연방제라 각 주마다 분위기가 다를 가능성이 높고, 이런 내용은 없다고 기억하거든요. 무엇보다 에러는, 1쇄가 전부 도서관에 들어간다는 부분입니다. 과연..?


고개를 갸웃하는 부분은 저 의무 납본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첫째, 도서관의 규모이고 둘째, 도서관의 예산이며 셋째, 도서관의 수입니다. 사실 셋 다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보통 시군 단위의 지자체는 가장 큰 규모의 도서관이 15~50만 사이인 것이 적절하다 봅니다. 이정도면 웬만한 장서는 갖출 수 있습니다. 연대, 이대, 성대 등의 대학도서관 상위권 대학들은 장서가 1백만을 넘겼지요. 국립중앙도서관은 장서규모를 논하는 것이 어불성설이고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은 납본도서관으로서 대한민국의 출판도서는 모두 한 권씩 양 도서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하며 전자책도 예외는 아닙니다. 만. 지키지 않는 출판사도 많습니다. 모든 책이 다 들어가는 것은 아닐 거예요. 거꾸로 생각하면 이 납본 제도는 대한민국의 출판문화 흐름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정책이므로, 납본하지 않으면 그 책은 후대에 전해질 가능성이 낮습니다. 애초에 납본 목적 자체가 현대의 문화 유산을 후대로 전하기 위함이니까요. 이용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50만이면 장서 규모가 엄청난 겁니다. 보통 큰 도서관이 10만~20만 일겁니다. 그게 어느 정도 규모냐 하면, 보통 학교도서관의 장서 규모가 크면 2.5만, 보통은 2만 안쪽입니다. 작은 곳은 1만~1.5만 정도일 거고요.


도서관의 규모가 무슨 관계냐 하면, 규모가 큰 도서관은 이용자의 희망도서 요청에 더 많이 대응할 수 있으며 더 다양한 도서를 들일 수 있습니다. 보통 도서관은 한 해 폐기 가능한 장서 수가 전체 장서의 7%인가 8% 가량이므로 도서 구입비는 그 규모라고 보면 될 겁니다. 그보다 조금 더 많거나요. 10만 장서의 도서관이라면 대략 7천 권에서 8천권 정도, 보통은 1만권을 구입할 정도의 예산을 쓸 겁니다. 대개의 공공도서관도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본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대략 1만종의 책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은 도서관의 수용 능력과도 관련됩니다. 공간의 제약이 있으니 각 도서관은 그만큼의 책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모두 다 구입하는 것은 공간 상, 예산상 무리입니다.


그렇다면 그보다 장서 수가 작은 도서관은?

선택적으로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서보다는 일반서를, 이용자들이 더 자주 요구하는 베스트셀러를 구입하는 것이지요.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 많아 지는 것을 도서관계에서 좋게 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베스트셀러만 팔립니다. 다종 다양한 도서를 구입하고 그러한 출판환경을 유지하려면 많은 수의 도서관도 중요하지만 큰 장서 규모의 도서관과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 적절히 분포해야합니다.



정리하면

첫째, 1쇄의 규모가 얼마냐에 따라 다르지만 00년대 초반에는 대략 3천권, 현재는 1천권 남짓으로까지 줄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모든 출판사가 최소 그 부수를 찍는다고 할 때 공공도서관에서 모든 출판사의 1쇄를 소화하는 것은 공간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전자책은 도서관에서 구입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 더 어렵고요.

둘째, 납본을 한다는 것은 무료로 준다는 것이 아닐 테고, 공공도서관에서 납본을 받는다면 그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할 겁니다. 출판사가 손해보게 할리는 없어요. 물론 국중과 국도는 예외. 따라서 납본시 발생하는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할 정도의 예산 편성이 가능한가의 문제가 됩니다.

셋째, 현재의 도서관 자료 구입 예산을 보면 모든 출판사든, 아니면 일부 출판사 만이든 다종 다양한 도서를 구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대형 도서관이라면 모를까, 작은 도서관은 베스트셀러 위주의 장서구입을 하기가 쉽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것도 장서가의 고민과 비슷하군요. 공간과 예산과 선택의 문제.

만가라고 하면 슬픈 노래가락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사전을 찾아서 나오는 만가는 挽歌라고 씁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책표지에 나온 대로 靑春輓歌입니다. 한자가 약간 다릅니다. 한자사전에서 확인하면 輓은 끌다와 슬픈노래라는 양쪽의 뜻이 다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애도하는 노랫가락을 가리키는 挽歌 역시 輓歌로 쓸 수 있는 겁니다.

이 소설은 그 중의적인 의미를 모두 포함합니다. 다 읽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들지요.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BL이기는 하나, 19금이 아닙니다. 일반으로 나왔고요. 제대로 된 키스신도 아니고 베드신도 아침짹에 가까운 묘사로 넘어가지만 그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창현과 지수, 이 둘에게는 그런 담백한 분위기가 훨씬 더 잘 어울립니다.



주인공은 창현입니다. 보통 로맨스소설은 여성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고, BL은 수건 공이건 둘 중 한 쪽이 주인공이고 다른 쪽은 주연급 조연이나 조연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지수의 이야기보다는 창현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창현의 이야기가 주인 것은 제목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청춘만가라는 제목은 창현의 20여년 삶을 가리키는 輓歌이기도 하고, 소설 클라이막스의 상황에 대한 挽歌이기도 합니다. 그 둘 다 창현의 이야기이며 지수는 창현의 삶을 지켜보고 지탱하는 지팡이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개연성이 가장 없는 부분이라면 이 지팡이가 보통의 나무도 아니고, 나무로 치면 티크. 나무가 아니라 조금 더 멀리 보면 티타늄, 그것도 다이아몬드 세공을 한 지팡이란데 있습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 소설은 할리킹의 또 다른 변형입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로맨스소설 시리즈인 할리퀸은 BL에서는 단어를 바꿔 할리킹이라 불립니다. 흔히 신데렐라 스토리를 두고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라고 하지만 사실 신데렐라는 백작가의 딸이었고, 그것도 정식 결혼에서 나온 적자입니다. 소녀시절까지는 고급 교육을 받았을 것이고요. 그러니 신분은 충분했고 최근 몇 년 간의 상황이 문제였을 겁니다. 할리퀸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일이 많으니 보통은 재산상의 차이를 언급합니다. 할리퀸이 그런 이야기라면, 할리킹은 BL에서 같은 상황을 두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니까 한쪽은 부자, 다른 한 쪽은 가난한 경우. 그게 아니더라도 대체적으로 사회적 배경이 차이 나는 경우를 두고 할리킹이라 말합니다.


이 소설이 할리킹인 것은 지수가 매우 부유한 집의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막내다보니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고, 집도 자식의 의사를 상당히 존중하는 분위기라 특별히 제지가 없습니다. 거기에 재산이 상당히 많음에도 창현 주변에 있을 때는 그렇게 티가 나지 않습니다. 다만 몇몇 장면을 곰씹어보면 야가 부잣집 아이가 맞구나 싶습니다. 걷다가 전화를 걸면 그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가 차를 몰고 나타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근처에 대기하고 있었으니 최소한 막내인 지수에게도 별도로 차와 기사가 붙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막내인 지수가 면허를 딴 것은 소설 내에서 살짝 언급되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다니는 듯하고요. 거기에 막판에 등장하는 별장들은. 음. 이거 모마녀님이 홀딱 반할만한 그런 별장이었지요.



빙글빙글 돌았으니 소설 내용으로 돌아가봅니다.


대학교 3학년인 창현은 과에서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민성의 요청으로 개강파티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나오는 길, 1학년 신입생인 지수와 동행합니다.

지수는 창현을 입학하기 전부터 알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방황하던 시기에 우연히 마주쳤고 꾸준히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 학교를 선택하고 과를 선택한 것도 창현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관심을 넘어서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걸 충분히 깨닫고 있습니다.

창현은 과내에서 아웃사이더입니다. 항상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으며 혼자서만 다니고 성적도 꽤 좋습니다. 열성 오메가에 다리가 불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모저모,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형은 전신불수이며 어린 여동생과 알콜 중독 어머니'가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생계 책임도 창현의 몫이라, 수업 외에는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럼에도 성적은 상위권이랍니다. 그런 창현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여유가 없어보이고 실제로도 그러하지만, 반한 쪽은 지수니까요. 어떻게든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쫓아다닙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런 지수의 노력이 창현을 끌어올리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일상과 학업을 포함한 그 모든 상황에 지쳐있던 창현은 지수를 거부하지만, 결국은 지수가 이깁니다. 다만 지수가 그냥 이긴 것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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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수는 저이의 삶이 이렇게까지 자신과 다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어깨를 누르고 있는 고단함만 좀 치워 주면 그걸로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쩐지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분명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지만, 실제로 지수와 창현이 살아가는 세계는 완전히 달랐다. 지수는 자신이 창현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창현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쫓아다닙니다. 그러다 우연히 창현의 개인사와 얽히고, 밀어냈던 창현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며 절감합니다. 내가 부잣집이니 뭔가 도움을 주면 더 나아 질 것이라 생각하던 것은 매우 안이했다고,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입니다.

그 뒤 지수의 역할은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창현의 지팡이입니다. 창현을 끌어내 어떻게든 쉴 수 있게 해보려 하고, 창현이 부담을 갖지 않게 이모저모 궤변을 늘어 놓기도 하고. 직접적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문제가 생길 것이니 그렇게 지팡이 역할을 자처합니다. 그리고 이 지팡이는 고급 나무에 티타늄과 다이아몬드를 쓴 것으로 모자라, 인공지능과, 네비게이션과 자동주행 기능을 탑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동적인 보조 역할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창현을 끌어주니까요.



오메가버스의 세계관은 이 소설에서 소품으로 사용됩니다. 창현의 힘든 상황을 묘사할 때, 지수와 창현이 얽히는 여러 사건들의 소재, 그리고 마지막의 키포인트로 작용하는 것까지.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소설을 꽤 여럿 읽었지만 이렇게 담담하게 쓰일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이런 쪽이 취향이기도 하고요. 베드신이 없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견.'ㅂ'a




다른 것보다 창현의 고단함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만성피로로 지쳐있을 때, 나 역시 힘들다 생각할 때가 절로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挽歌구나 싶다가도 소설이 진행되면서도 같이 힐링되는 느낌.

저야 지수 같은 반려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낮으니, 저를 구하는 것은 저 혼자만 가능합니다. 그러니 그 때까지 부지런히 돈 모으겠습니다.(먼산)



이미누. 『청춘만가』. 시크노블, 2018, 4천원.


제목이 조금 길지만 어제 받은 메일이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오늘 새벽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1시쯤? 시차가 있으니 영업일로는 금요일에 보낸 걸로 보입니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가렸습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부분은 아래 문구지요.


Products are intended for use in the UK and selected European destinations only. When placing your order, you are agreeing that you shall not, directly or indirectly, sell, export or transfer our products outside of the United Kingdom and Europe. Orders calling for shipments to known freight forwarders will be cancelled.

덴비의 상품은 UK와 유럽지역에서 사용되도록 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 밖에서 사용하기 위해 주문하는 것은 주문 취소를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솔직히 말해 저 편지를 읽고 혈압이 올랐습니다. 가입 당시 꼼꼼하게 문구를 안 읽었던 탓도 있어, 이런 조항이 있는 건 미처 몰랐습니다. 앞서 두 주문이 문제 없이 도착했던 것도 있고요. 파손된 잔을 채워두려는 주문이었던 지라 받고는 굉장히 당황했으며, 발송 메일이나 배송대행지 입고 메일이 없었던 이유도 이해했고 다음에는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덴비의 정책이 그러하다면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림의 떡이니, 앞으로는 덴비의 상품을 보지 않을 겁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확인해보니 덴비USA도 Monsoon은 판매하지 않으며, China도 제가 구입하려한 티포트는 없었습니다.



사건을 맞이했을 때 겪는 네 단계를 고루 겪고 있다고 생각한 건 체념과 안도 단계에 이르러서입니다. 주문을 넣었던 다른 몬순 제품들은 작년과 올해 신제품이니 절판 예정은 아닐 것이고, 어떻게든 구할 방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앞서 절판 재고 세일 때 베로니카가 주문 취소 되지 않고 무사히 잘 들어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지요.


그러니 더 조심히 잔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깨먹으면 보충하기 어렵지요. 지금 깨진 손잡이는. .. 음. 본드로 붙여서 사용하는 것도 고려중이나 어디까지나 고려입니다.




덧붙임.

덕분에 지름신은 가셨군요. 넣어둔 웨지우드나, 노리다케를 꺼낼 요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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