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트위터를 들여보다가 납본 이야기가 나와서 문득. 북유럽 쪽의 어느 나라에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공공도서관 의무 납본이라, 1쇄는 모두 다 도서관에 들어가고 2쇄부터가 일반판매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얼핏 저도 들은 바가 있긴 하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미국이나 영국이나 독일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독일도 연방제라 각 주마다 분위기가 다를 가능성이 높고, 이런 내용은 없다고 기억하거든요. 무엇보다 에러는, 1쇄가 전부 도서관에 들어간다는 부분입니다. 과연..?


고개를 갸웃하는 부분은 저 의무 납본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첫째, 도서관의 규모이고 둘째, 도서관의 예산이며 셋째, 도서관의 수입니다. 사실 셋 다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보통 시군 단위의 지자체는 가장 큰 규모의 도서관이 15~50만 사이인 것이 적절하다 봅니다. 이정도면 웬만한 장서는 갖출 수 있습니다. 연대, 이대, 성대 등의 대학도서관 상위권 대학들은 장서가 1백만을 넘겼지요. 국립중앙도서관은 장서규모를 논하는 것이 어불성설이고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은 납본도서관으로서 대한민국의 출판도서는 모두 한 권씩 양 도서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하며 전자책도 예외는 아닙니다. 만. 지키지 않는 출판사도 많습니다. 모든 책이 다 들어가는 것은 아닐 거예요. 거꾸로 생각하면 이 납본 제도는 대한민국의 출판문화 흐름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정책이므로, 납본하지 않으면 그 책은 후대에 전해질 가능성이 낮습니다. 애초에 납본 목적 자체가 현대의 문화 유산을 후대로 전하기 위함이니까요. 이용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50만이면 장서 규모가 엄청난 겁니다. 보통 큰 도서관이 10만~20만 일겁니다. 그게 어느 정도 규모냐 하면, 보통 학교도서관의 장서 규모가 크면 2.5만, 보통은 2만 안쪽입니다. 작은 곳은 1만~1.5만 정도일 거고요.


도서관의 규모가 무슨 관계냐 하면, 규모가 큰 도서관은 이용자의 희망도서 요청에 더 많이 대응할 수 있으며 더 다양한 도서를 들일 수 있습니다. 보통 도서관은 한 해 폐기 가능한 장서 수가 전체 장서의 7%인가 8% 가량이므로 도서 구입비는 그 규모라고 보면 될 겁니다. 그보다 조금 더 많거나요. 10만 장서의 도서관이라면 대략 7천 권에서 8천권 정도, 보통은 1만권을 구입할 정도의 예산을 쓸 겁니다. 대개의 공공도서관도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본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대략 1만종의 책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은 도서관의 수용 능력과도 관련됩니다. 공간의 제약이 있으니 각 도서관은 그만큼의 책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모두 다 구입하는 것은 공간 상, 예산상 무리입니다.


그렇다면 그보다 장서 수가 작은 도서관은?

선택적으로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서보다는 일반서를, 이용자들이 더 자주 요구하는 베스트셀러를 구입하는 것이지요.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 많아 지는 것을 도서관계에서 좋게 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베스트셀러만 팔립니다. 다종 다양한 도서를 구입하고 그러한 출판환경을 유지하려면 많은 수의 도서관도 중요하지만 큰 장서 규모의 도서관과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 적절히 분포해야합니다.



정리하면

첫째, 1쇄의 규모가 얼마냐에 따라 다르지만 00년대 초반에는 대략 3천권, 현재는 1천권 남짓으로까지 줄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모든 출판사가 최소 그 부수를 찍는다고 할 때 공공도서관에서 모든 출판사의 1쇄를 소화하는 것은 공간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전자책은 도서관에서 구입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 더 어렵고요.

둘째, 납본을 한다는 것은 무료로 준다는 것이 아닐 테고, 공공도서관에서 납본을 받는다면 그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할 겁니다. 출판사가 손해보게 할리는 없어요. 물론 국중과 국도는 예외. 따라서 납본시 발생하는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할 정도의 예산 편성이 가능한가의 문제가 됩니다.

셋째, 현재의 도서관 자료 구입 예산을 보면 모든 출판사든, 아니면 일부 출판사 만이든 다종 다양한 도서를 구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대형 도서관이라면 모를까, 작은 도서관은 베스트셀러 위주의 장서구입을 하기가 쉽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것도 장서가의 고민과 비슷하군요. 공간과 예산과 선택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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