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에서 연재되었다가 도중에 연재처를 이동하고 출간된 소설입니다. 기본 구조는 그 당시 조아라에서 유행하던 소설들의 패턴과 비슷합니다. 다만 그렇게 느낀 것은 조아라 연재 분량까지고, 출간된 부분을 확인하니 확연히 다른 부분이 몇 보입니다.



주인공인 프리실라는 백작가의 적녀였습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새로 결혼하여 후처를 들였지만 그 새어머니가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사후, 계모는 아직 미성년자인 프리실라를 대신해 영지를 운영했지만 방만한 운영과 사치로 영지의 재정이 파탄에 이릅니다. 그리하여 작위를 갖고 있던 프리실라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이웃의 이혼남 자작과 결혼했고 그 자작이 백작가의 작위를 받아 챙깁니다.

새로 백작이 된 남편과 프리실라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남편과 새어머니 사이의 대화를 듣습니다. 아이가 없었던 것은 그 둘이 공모하여 약을 먹였기 때문이고, 곧 죽이고는 남편이 이전에 이혼한 부인과 그 부인이 낳은 아들을 데려오겠다고 하는 것을요. 그리고 프리실라는 도망갈 채비를 합니다.

우연히 만난 마법사는 프리실라에게 자신이 가진 마력석을 줍니다. 그걸로 일부나마 마법사로서 성장할 수 있었지만 본인의 마력석은 아니어서 힘은 다 일깨우지 못합니다. 그래도 용병으로 일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지요. 한참 뒤에, 자신의 영지에서 엄청난 마력석이 나와 황제의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그 마력석이 본래 자신의 것이었음을 느끼고는 한탄합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지요. 게다가 마력석이 나온 뒤, 영지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면서 인척이었던 이웃의 변경백이, 프리실라의 영지 계승권을 주장하며 영지전을 벌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현 영주는 프리실라의 남편이었을 뿐, 어떤 혈연관계도 없지요. 그리고 프리실라와의 사이에서 아이도 없었고요.

그 생의 끝은 드래곤하트를 찾으러 가다가 용병단이 전멸하고 프리실라도 간신히 살아 남았지만 죽어가는 도중, 손에 든 드래곤하트의 마력을 써서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법이 성공하면서 프리실라는 어릴 적으로 돌아옵니다. 그것도 아직 이웃의 자작과 약혼을 하지 않았던 시점, 채무자가 찾아와 독촉을 하기 직전의 시점입니다. 그 때부터 프리실라는 이전의 삶에서 얻은 기억을 바탕으로 하나씩 바꾸어 갑니다.


조아라 연재분량은 회귀한 프리실라가 어머니가 약혼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성 밖에 머물러 있던 용병단을 찾아, 소드마스터인 키안에게 결혼 의뢰를 하고, 결혼을 하고, 채무자에게 사소한 복수를 하고, 영지 개발을 시작하고, 마력석을 찾아 마법사로 깨어나는데서 시작합니다.

마법사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아 일반적으로는 마법사도 만나기 어려운데, 개화한 프리실라는 3백년전의 대마법사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때문에 서제국의 황태자에게 프로포즈를 받고, 동제국의 황태자에게도 비슷한 것을 받습니다. 아니, 비슷한 건 아닌데 하여간.

회귀 전에는 서제국에서 동제국을 침략해 전쟁이 발발하였으므로 그걸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백작위를 계승한 뒤의 종신서약을 위해 수도에 올라가서는 황태자의 동복 누이인 후작을 만나 또 다른 움직임을 보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스포일러라 일단은 뺍니다. 요약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행보가 대단하네요.


책 분량이 전자책으로도 4권이고, 각 편당 쪽수도 상당합니다. 4권은 394쪽이고요. 대화나 문단 분리 때문에 분량이 늘어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상당합니다. 동제국이 안정되는데 이미 3권이고, 4권은 통째로 프리실라와 키안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여기서 프리실라의 회귀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신혼부부 티를 내는데도(순화어) 임신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 때문에 이 책은 19금입니다.



프리실라의 행보는 본인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딸만 있으면 데릴사위를 들여 사위가 작위를 받는 것이 보통이나, 프리실라는 소드마스터를 남편으로 맞았으면서도 본인이 작위를 잇고, 대마법사로서도 활약합니다. 주변의 여러 여성들은 프리실라를 보면서 자신의 꿈을 키우며 직업을 가지고 활동합니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로군요. 물론 그런 프리실라를 고깝게 보는 인물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마법사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해봤자 나중에 무릎꿇고 빌 일만 생기더군요.

이렇다보니 프리실라는 킹메이커가 되어 회귀 전에는 이루지 못한, 남편의 꿈도 달성합니다. 업적이 한 둘이 아니지요.



다만.

이런 판타지소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크게 판타지소설로서의 문제점과 로맨스소설로서의 문제점이 나뉘네요.

판타지소설로서는 프리실라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왜 그리 프리실라가 강해졌는가에 대한 설명은 4권에서 등장하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소드마스터인 남편을 넘어설 정도로 강한 인물이라 그 존재가 조금 걸리네요. 하기야 그렇기 강했기 때문에 킹메이커도 되었고, 남편의 숙원 사업도 이뤘지만. 만약 4권에서 등장한 그 치트키(?)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역사에 길이 남을 평범한(?) 대마법사로 끝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로맨스소설로서는 '연애와 사랑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런 아름다움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로 치환할 수 있는 4권의 대사 때문에 걸렸습니다. 정확히는 그 부분이 뭐였나면... 내용 폭로 위험이 있어 접어두겠습니다.



...

이거 솔로들을 광역 저격하는 말들인데요. 전투 중에 나온 이야기라지만 인간이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하고 기쁨과 행복을 느끼지 못한 존재라는 건 다릅니다. 소설 속에서도 그 예외적인 존재들이 존재하니까요. 예를 들자면 신관들. 신관들은 신에게 자신을 바치는 것으로서 기쁨을 누리고 온전히 행복합니다. 그리고 키안의 말도 틀리지요. 왜 틀리는지는 그 뒤에 이어지는 사건들이 증명합니다.


그리하여 저 부분을 읽으면서 커플 지옥!을 외치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하하.


취향에는 조금 안 맞았지만 여주인공이 혼자서 서사를 다 끌고 나가며 다 깨부수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일부러 위의 감상에는 주요 코드 하나를 빼놓았지만, 그래야 읽을 때 더 재미있겠지요.:)



임서림. 『프리실라의 결혼 의뢰 1-4, 외전』. 고렘팩토리, 2018, 1~4 각 4천원 , 외전 3천원.


구입할 때야 알았습니다. 『이세계의 황비』 작가님이더군요. 전작을 보신 분은 이번 편의 분위기도 대강 짐작 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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