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은 도서정가제, 정확히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시행령'의 개정이 아닙니다. 출판인회의와 출판유통업체들이 동의한 '협약'입니다.

(그리고 해당 협약의 해설)


오늘 오후에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이 올라간 모양입니다. 제 탐라에도 여러 번 올라왔는데 청원 내용을 읽다가 혈압이 올라서 트위터에 끄적였는데, 역시 글자 수 제한이 있다보니 엉뚱한 소리를 하기 쉽더군요. 일단 발단이 된 여러 트윗들을 종합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1.5월 1일자로 도서정가제 때문에 책 할인이 더 이상 안된다.

2.도서정가제 개정안이 5월 1일에 발효되면서 전자책 10년 50년 등 장기 대여가 금지되고 최대 90일만 대여가 가능함.

3.할인쿠폰은 1천원까지만 가능함.

4.유가증권 형태의 추가 보상이 금지됨.

등등.


일단 청와대 홈페이지의 청원 게시판에도 내용이 올라갔습니다. 독서를 막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청원합니다.(링크) 청원 글을 읽어보면 등골이 쎄한 것이, 내용이 오락가락합니다. 그리하여 차근히 읽으면서 적어봅니다.



1. 청원 글에서 말하는 『건전한 출판 유통을 위한 자율협약』은 도서 정가제가 아닙니다.

전제부터가 틀렸습니다. 도서정가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시행령의 내용을 따릅니다. 도서의 할인을 15%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청원글에 따르면 2018년 5월에 한 번 더 개정을 앞두고 있다는군요.


아닙니다. 문체부에도, 법령정보시스템에도 개정안 공지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건전한 출판 유통을 위한 자율협약』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시행령의 도서정가제를 준수하기 위해 출판인회의가 출판유통업체들과 함께 맺은 협약입니다. 일각에서 돌고 있는 것처럼 조례도 아닙니다. 조례는 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바, 이 조례가 성립되려면 서울시, 경기도 등의 자치단체가 만드는 것이지요. 협약처럼 민간이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2.출판산업의 붕괴, 책 판매랑의 감소, 책값의 상승, 독서량의 감소가 도서정가제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관련 연구를 특별히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출판산업의 붕괴 이야기는 이미 IMF 때부터 돌던 이야기이고, 책 판매랑의 감소, 독서량의 감소는 책 외의 다른 놀 거리가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지, 그게 도서정가제와 관련있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책값의 상승은 책 판매랑의 감소가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군요. 하지만 그게 도서정가제와 연관이 있나요. 굉장히 복잡하게 연계된 사안들을 '도서정가제'를 비난하기 위한 재료로 쓴 느낌입니다. 아니, 독서량 감소를 이유로 패려면 도서정가제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먼저 들어야 하지 않나요.



3.그리고 이 사람, 도서관을 때렸어.


막연하게 도서관 대여를 떠올려보지만, 도서관 대여가 마냥 쉬운 것도 아닙니다. 베스트셀러는 언제나 대여중이며, 바쁜 현대인들은 도서관 개장 시간에 맞추어 들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개개인의 독서 습관이 도서관 정책과 맞지 않기도 합니다.


... 아니, 대여가 아니라 대출입니다. 도서관 이용자가 아니시군요. 베스트셀러만 읽지 말고 다른 책도 골라 읽으세요. 도서관 개장시간은 요즘 꽤 많이 늘어나서 밤 10시, 11시까지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 예약대출이나 예약대출기를 이용한 대출도 가능합니다. 개개인의 독서습관이 도서관 정책과 맞지 않기도 하다는 것은 왜 넣으셨나요. 이거, 도서관 관계자들이 들고 일어날만한 내용이군요.



4.도서대여 시장이 전자책 시장의 위축과 관련이 있을지 어떨지는 연구를 조금 더 해봐야 알겠지요.


10년, 50년 등의 장기 대여가 가능했던 때와 아닌 때의 전자책 매출 비교를 하면 금방 나올 겁니다. 물론 자료를 구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두고 봐야지요. 거기에다 사실상 10년, 50년년의 대여가 도서 정가제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도서정가제의 실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마트에서의 도서 덤핑판매였습니다. 유통시장질서 교란을 문제 삼아서 실시한 것이지요. 도서정가제에 대한 비판은 정가제가 시작되었을 당시 적은 글이 있었으니 그 글로 갈음합니다... 라고 적고보니 이거 다른 데다 올렸구나.OTL


간단히 요약하면 도서정가제는 크게 세 가지 좋은 점을 들면서 시작했습니다.

1.책값 재설정을 통한 책값 하락

2.책의 덤핑 할인 방지로 작가의 수익 보장

3.동네서점 활성화


결론은 아시겠지요. 셋 다 망했습니다. 도서정가제는 10%의 할인과 5%의 적립을 가능하게 하였고 그 때문에 오히려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구입을 활성화 시켰지요. 무엇보다 그 사이에 쇼핑 환경이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동한 것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책값 하락은 체감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고, 작가의 수익보장도 빈수레였지요.
도서정가제에 저도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덤핑판매보다는 지금이 낫다 생각하며, 도서정가제보다는 도서의 유통구조가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고쳐야 할 부분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청원은 일단 두고. 그럼 협의 내용이 어떠한가가 문제입니다. 이건 출판인회의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서 확인 가능합니다.(http://kopus.org/info/NoticeRead.aspx?b_type=A&b_idx=5584)


1.베스트셀러 집계와 발표의 개정
2.도서로 제공하는 경품 및 사은품 금지, 가격 기재된 환금 가능한 유가증권 형태의 경품 및 사은품 제공 금지(영화권 등), 제3자 제공에 의한 할인은 판매가의 15% 이내로 제한, 경품과 사은품 지급시 매입원가보다 낮게 제공하는 것 금지
3.신간 발행 후 6개월이 지난 도서에 한해서만 중고도서 판매 가능, 전자책 대여는 3개월 이내로 함


1번에 해당되는 것은 비회원 구매, 대량 납품 도서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 명이 동일 도서를 중복 구매할 때도 1권만 집계한다고요. 이건 베스트셀러 만들기를 위한 의도적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ISBN이 있는 것만 베스트셀러에 집계되고 ISSN 등의 번호는 해당 안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엘릭시르의 『미스테리아』 같은 도서는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없습니다.


3번도 사실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긴 하는데. 6개월 이내의 신간은 중고도서 판매 등록 자체가 안되는 겁니다. 오프라인도 적용이고요. 그리고 온라인 서점에서 새책과 중고도서가 함께 표시되는 것도 하지 않는답니다. 이건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이네요. 품절이나 절판도서의 경우에는 중고도서가 표시되는 쪽이 이용자 입장에서는 편한데.=ㅅ=


일단 전자책은 ISBN이 있는 책만 해당됩니다. 연재소설 등은 전자책, 도서정가제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게 지난 번의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안 문제(http://esendial.tistory.com/7045)와도 관련이 되겠지요. 그리고 이 전자책은 최대 90일까지만 대여가 가능합니다. 10년 대여와 50년 대여 등 장기 대여가 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리디북스나 알라딘 같은 전자책 공급업체에서는 4월 내내 장기 대여 도서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저야 전자책은 무조건 소장하는 타입이라 그러려니 생각만..'ㅂ'a 무엇보다 제 경우엔 90일 동안 안 보는 책이면 평생 안 봅니다. 하하하하.;

물론 자료 형태로 들이려는 책이라면 또 다를 겁니다. 연구 목적 등으로 도서를 대여한다면야 90일이 너무 짧겠지요.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하니 도서 구입비가 상승합니다.(먼산) 결국 도서관을 잘 이용하거나, 전자도서관을 이용하거나 해야할 겁니다.


문제는 2번의 경품 문제입니다. 유가증권 형태야 제가 구입하는 도서들에는 잘 없습니다. 문제는 굿즈입니다. 협의의 Q&A에는 출판사의 상품 제공만 언급해놓긴 했습니다. 이 상품은 최초 구매가나 매입원가를 기준으로, 이보다 낮게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출판사가 도서에 제공하려는 상품을 개당 3천원의 원가로 제작했다면 이를 2900원에 제공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출판사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유통사에도 해당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알라딘 굿즈는 도서 유통사인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현재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여러 출판사 협업 상품들은 5월 1일을 기준으로 일시적으로 이벤트 중단이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합니다만..? 과연?

그리고 서점 회원 가입시 제공하는 이벤트 상품권은 1천원까지만 허용된다는군요. 다만 회원가입 이벤트 상품권이라, 알라딘 등에서 제공하는 출석 이벤트 등의 적립금도 포함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위의 링크에 들어가 PDF를 받아보시면 문의 가능한 이메일 등이 있습니다.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 : cleanbook@kpipa.or.kr, 063-219-2799 / 02-3153-2788~9
대한출판문화협회 : webmaster@kpa21.or.kr, 070-7126-4737
한국출판인회의 : kopus@kopus.org, 02-3142-2336


위의 이메일로 문의를 보내면 답변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먼산)



publisher.pdf

그리고 자료 백업 차원에서 위의 내용을 담은 '건전한 출판 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의 주요 내용 PDF 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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