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참으로 예쁘고, 예전이라면 재미있게 읽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제게는 여러 모로 불편한 책이었습니다.


미야시타 나츠는 작가입니다. 소설가로 데뷔했지만 여러 잡지에 에세이 등을 기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막내는 초등학생이고 맏이는 중학교 3학년입니다. 남편을 포함하여 다섯명의 이 가족은 어느 날 갑자기, 신들이 노는 정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홋카이도의 도무라우시라는 마을로 산촌유학을 갑니다.그 직전까지는 아이들의 학교를 고려하여 오비히로로 방향을 잡았지만 갑자기 남편이 방향을 틀었습니다. 더 외진 곳, 더욱더 자연에 파묻힐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요. 그곳이 다이세츠산국립공원, 그러니까 아사히카와보다 더 남쪽, 대설산(大雪山) 자락에 있는 도무라우시였던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곰 나옵니다.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마을에 곰들이 왔다 갔던 적이 있다더군요. 마을이 작으니 학교도 매우 작아서, 초등학교 겸 중학교가 하나 있고, 큰아들은 혼자 중3입니다. 그러니 도무라우시로 가기까지 주변의 만류가 상당했던 모양입니다. 양가 부모님 중 한 쪽은 알아서 해라라는 반응이었지만 다른 한 쪽은 매우 반대했다고요. 그리고 그 쪽이 시댁이었던 모양입니다. 왜 그런 곳에 가느냐, 다른 손자는 이번에 진학고로 갔는데 왜 너희는 이 중요한 때...! 라든지. 거기에 대놓고 "댁의 아드님이 도무라우시를 찍어서 가는 겁니다."라고 대꾸는 안했다고 합니다.(먼산) 소설이었다면 그랬을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그런 소리 하면 연을 끊자는 것일 수도.....


이사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는 것이라 지원비가 전혀 안 나오는데, 이사업체의 견적이 편도 120만엔. 120만원이 아니라 120만엔이었습니다. 허허허허. 왕복 생각하면 머리 아프지요.


그래도 가서는 상당히 재미있게 보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것이 2015년, 그 이듬해인 2016년에는 일본서점대상을 수상합니다. 2012년의 소설도 서점대상 후보에 올랐다더니, 수입은 적지 않지 않았을까 추측해보지만 알 수 없지요.

솔직히 여기서 다른 행간을 읽었지만 그 부분은 어림짐작이니 함구합니다. 다만 이런 행간에서 느껴지는 곳, 여기저기에서 상당히 불편했던 것이 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짐작이긴 하나,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홋카이도에서 산촌유학을 하겠다고 하고, 거기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일자리 면접보러 간다는 이야기는 초반에 나오더군요. 물론 1년 뒤에는 다른 회사에 자리를 잡아 취직하지만 그 때도 홋카이도의 다른 오지로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그 때는 다른 가족은 못가고 남편 혼자만 가지만, 그런 부분을 읽을 때 제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하나입니다. "나는 自然人이다."

...

저 그 프로그램 굉장히 싫어합니다. 여러 맥락으로 아주 싫어합니다. 그러니 그 싫어하는 프로그램을 떠올리는 이 책은 좋아하기 참 어렵더군요. 허허허.



그리고 이하는 이 책을 좋아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이 부분은 책에서 옮겨 적은 것이라 꽤 길어질 것이니 접어둡니다.




미야시타 나츠. 『신들이 노는 정원』, 권남희 옮김. 책세상, 2018, 15000원.


책 표지는 참 예쁩니다.(먼산)


뭐라해도 산골 마을에서 가족들이 좌충우돌하며 지내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재미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은, 시골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대강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상황에 투영하시면 안됩니다. 한국의 시골과 일본의 시골은 꽤 다르지요. 지역마다, 사람마다 또 다르겠지만 일단 한국의 시골에 산다는 것은...(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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