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경험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Wish List는 함부로 대하지 말라. 분명 언젠가는 지르고 만다.

2.스트레스는 충동구매의 지름길이다.

3.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하지만 분명히 언급하지만, 전 에바덕이 아닙니다.(단호) 매번 넨도로이드를 구입하면서도 주장하지만 저는 달빠가 아닙니다. 그저 그 캐릭터를 좋아하고 그 분위기를 좋아할 뿐이란 말입니다.(단호2)

그러니 집에는 에바 TV판 리마스터링 DVD만 있고, 한 번도 돌려본 적이 없으며, 심지어는 에바 전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도 없습니다. 물론 에바 극장판은 영화관에 가서 보았고 1편은 DVD, 2편은 블루레이로 구매했지만 특별히 에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저 자신도 상당히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일부 컨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그걸 지르는 걸 보면 참, 왜 좋아하는 것인지 분석하기 쉽지 않다니까요.



2016년 6월 말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노리다케 × 에반게리온 = 티세트(http://esendial.tistory.com/6779)".


프리미엄 반다이에서 노리다케와 손을 잡고 에바 티세트를 내놓은 겁니다. 이 당시 가격은 2만엔에 조금 못미치는 정도였습니다. 19440엔이면 노리다케 찻잔 치고는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세트라는 것을 감안해도 찻잔 한 조에 1만엔 가까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그 당시 구입에 실패한 것은 프리미엄 반다이 홈페이지에서 제 카드를 뱉었기 때문입니다. 결제가 안되더군요. 한참을 시도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 배송대행 등의 험난한 과정과 낮지 않은 환율 생각해서도 지르겠다 마음먹었음에도 말입니다.



1월 여행 직전. 이런 저런 업무가 터지면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동시에 증가하니 기분 전환을 할만한 것을 찾아보겠다며 아마존을 뒤적거렸습니다. 이전에 지름목록에 올려 놓고 지르지 못한 것들이 떠오르니 한 번 검색이나 해보자 생각한 것이지요.

그리고, 결론은. 하하하하하하하하.



파일명을 날짜로 적었습니다. 1월 12일. 그 전날에 다른 물품 주문하기 전, 아버지의 공구 때문에 호텔에 연락을 해두어 택배를 받을 수 있나 문의하고 확답을 받아둔 상태였습니다. 그러니 고이 호텔로 배송합니다. 편의점 배송이 가능한지는 시도해보지 않았습니다.

구입 가격이 저 판매가격보다 상당히 높았던 고로 여러모로 머리를 굴렸지만, 환율과 배송대행비 등을 고려해도 이번 구입 가격이 싸지는 않았습니다. 얼추 비슷하거나 구입 가격이 약간 더 높은 정도였지요.






그리고 여행 때의 기록. 편의점 배송을 신청했던 물건의 배송상자가 더 큽니다.-ㅁ-;



무사히 잘 들고 왔지만 열어보는 것은 생협 모임에서였고, 제대로 사진 찍은 뒤에 올리겠다면서 내내 미루다가 어제야 사진을 찍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말에 본가가 비어 있고 사진 찍을 여유가 되는 날이 드물다는 것이었지요. 둘이 겹치는 날이 어제였습니다.





그리하여 어제의 사진들이 차례로 올라갑니다. 노리다케와 네르프의 로고가 같이 있습니다.






기름종이 커버를 벗기면 광택 종이 커버가 나옵니다.






뒷면은 아주 세세한 정보. 제작은 스리랑카랍니다.






종이커버도 벗기면 드디어 상자가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금박 로고.







상자 뚜껑을 열면 잔과 찻잔받침이 보입니다. 왼쪽에 놓인 설명서는 디자인 설명서와 그릇 사용 설명서의 양쪽입니다. 앞서 올렸던 디자인 모티브와 자세한 내용이 설명서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내용.

왼쪽이 초호기, 오른쪽이 2호기입니다. 그릇 사용 설명서는 찍지 않았는데 금박을 둘렀기 때문에 전자렌지 사용은 안됩니다.





꺼내 놓으면 이런 모양인데, 그림만 봐서는 이게 에바 모티브의 찻잔이란 걸 맞출 사람이 있을까요.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야..=ㅁ= 굉장히 무난한 모양의 찻잔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여기에는 커피도 좋지만 LCL을 따르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현대 기술력으로는 LCL을 만드는 것이 어려우니 색만이라도 흉내를 내봅니다.





오설록 차 중에서 제일 진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고릅니다. 오른쪽의 위타드 베리베리 크러쉬 티백이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티백을 우리기 시작합니다. 색만 봐도 다르군요. 왼쪽은 노랑, 오른쪽은 보랏빛이 도는 빨강.






다 우리면 왼쪽은 노을빛에 가깝니다. 오른쪽은, 음, 강렬한 검붉은 색. 색이 조금 진하게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도 푸른빛이 살짝 도는 빨강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장 더.




컵들은 잘 씻어서 상자에 다시 보관해놓았습니다. 실제 사용감을 따지면 덴비가 가장 쓰기 편합니다. 제 손과 잘 맞아 그런지도 모르지만 찻잔이 가볍고 입에 대었을 때 느낌이 좋습니다. 노리다케는 살짝 애매하지만 가끔 격식 차릴 때 쓰기 나쁘지 않고요. 나중에 체력이 되면 웨지우드 오베론과 놓고 비교해보고 싶네요. 그 때 한다면 아마 밀크티와 커피의 조합으로 맞출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홍차. 얼그레이를 담아도 양쪽 색이 잘 어울릴 것이고요.


초호기보다는 2호기의 색이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립니다. 초호기는 연보라가 주조라 평소 사용하는 찻잔들과는 색 방향이 많이 다릅니다. 그래도 둘을 놓고 보면 저 찻잔 색이 특이하다는 정도로 넘어갈걸요.-ㅁ-;



다음에 언제쯤 다시 꺼내 쓸지는 모르지만, 그 때까지는 안녕!(...)

센티넬버스라 불렸다가 지금은 가이드버스라 불리는 세계관은 센티넬과 가이드라는 페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갑니다. 센티넬은 미국드라마 『슈퍼내추럴』에서 유래한 단어로 알고 있으며, 정신계와 물리계를 포함한 초능력자를 가리킵니다.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아라에서 연재되던 작품들은 대개 단어를 바꾸었는데, 에스퍼, 싸이퍼와 같이 초능력자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더군요. 하지만 종종 다른 단어를 선택하기도 하며, 『우리들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는 센트릴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주의 문구를 빼먹었는데, BL소설 맞습니다.'ㅂ';


센트릴은 sentry라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합니다. 보초, 파수, 감수인이라는 뜻을 가지며, 소설 속에서는 '뒤편'의 세계에서 온 마수들로부터 세계를 지킨다는 의미입니다. 용어 설명은 1부(1권) 맨 앞부분에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센트릴은 초인류로서 독특한 초능력을 갖지만 사용하면 할수록 몸이 붕괴되기 때문에 가이드와 각인을 맺고 신체를 치유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치유방식은 몸의 접촉이고요. 가이드버스 세계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신체접촉이 깊어질수록 가이딩이라 불리는 치유력도 올라간다는 설정을 따릅니다. 즉, 고전적 표현을 빌려, 몸을 섞는 것은 가이드가 센트릴을 가이딩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키스로도 가능하지만 능력을 많이 사용하여 다스릴 필요가 있을 때는 보통 그러합니다.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 설정은 Fate 시리즈에서 서번트-마스터간 마력 전송과도 닮았습니다. 하하하;)


그 때문에 오메가버스도 그렇지만 가이드버스 세계관도 대체적으로 19금이 됩니다. 특히 센티넬버스라 불리던, 이 세계관의 소설들이 막 나오기 시작하던 때에는 월등한 능력을 가진 초인류인 센티넬이 권력을 잡고, 자신들과 파장이 맞는 가이드들에게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그 당시에는 센티넬버스 소설들을 읽는 장벽이 되기도 했습니다. 마침 처음으로 접한 센티넬버스 소설이 그런 강도가 높았던 『폭설』이기도 했지요.(먼산)



이 소설도 연재 자체는 꽤 오래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1부, 1.5부, 2부, 외전의 네 권으로 출간되었으며 연재 분량도 100화를 훌쩍 넘겼을 겁니다. 여기서도 가이드는 센트릴들에게 쫓기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센트릴 역시 20세 전후에 가능하면 가이드를 만나서 각인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능력 폭주로 천천히 죽어갑니다.


주인공은 가이드인 도민욱. 경계 불안정성이 높아 마수들이 매우 자주 출현하는 '입구'에서 오랫동안 가이드로 근무했습니다. 신이 만들었다는 뒤편의 세계와 통하는, 그래서 마수가 자주 등장하는 입구를 지키는 것은 각 국가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군대이며, 그 군대에는 센트릴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센트릴들은 어릴 적부터 가이드가 붙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 제어를 위해 약을 먹어야 하지만 그 약값이 매우 비싸 어릴 적부터 빚으로 삶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입구에서 군복무를 하고 돈을 벌어 다시 사회로 나오는 것을 꿈꿉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돈을 많이 준다는 것은 위험수당이라는 의미입니다. 민욱이 만난 센트릴은 그간 9명. 그리고 그 아홉 명 모두 의무복무기간을 채워 제대하기 전에 사망합니다.


센트릴은 각인한 가이드가 사망하면 함께 죽습니다. 가이드는 각인한 센트릴이 죽어도 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강하게 감정적 교류를 갖던 상대가 사망하는데 충격을 받지 않을리는 없지요. 많은 커플들은 업무적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그렇다면 마수와의 싸움에서 손발이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사망률이 높아지지요. 다른 이들의 평에 따르면 도민욱은 자신의 센트릴을 고르는데 까다로웠지만 한 번 센트릴과 각인을 맺으면 매우 헌신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홉 명의 전우들을 보내는데 충격을 받지 않았을리가요.


민욱이 군대에 들어간 것은 고등학교 졸업 직후로, 스토커 센트릴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부모님도 다 돌아가시고, 건장한 30대 중반의 퇴역군인이 되어 일상 세계로 돌아왔을 때는 가능하면 평범하고 평온하게 삶을 누리기 바랬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아홉 번째 센트릴의 소망이기도 했고, 더 이상은 센트릴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다는 본인의 바램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센트릴을 만나지 않으면 이야기 성립이 안되지요. 바로 옆집에 매우 낮은 등급이지만 센트릴이 한 명 있습니다. 그것도 한참 어린 고등학교 학생입니다. 등급이 낮은데다 재생계라, 군대에 들어가 싸우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맺집이 센 것, 맞아도 바로 회복되는 것은 마수와 싸우는데는 별 도움이 안되니까요. 그래도 민욱은 가능한 센트릴과 얽히지 않기 위해 집을 옮길 생각도 하지만 복병이 생깁니다.

그 복병이 무엇인지 밝히면 재미없으니까 넘어가지요.


하여간 1부의 이야기는 가이드인 민욱이, 센트릴을 피하러 온 곳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어린 센트릴을 만나 구해주고 같이 엮이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1.5부는 1부의 내용을 또 다른 주인공인 센트릴 상진의 입장에서 보여줍니다. 1부를 보고 1.5부를 보면 소설 읽는 데서 느꼈던 약간의 위화감을 제대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맨 뒤에 실린 「쉬어가는 이야기」에서는 관련된 다른 이들이 민욱과 상진의 관계를 보고 내리는 평가가 있으며 매우 정확합니다.(먼산)


1부에서 엮인 두 사람은 2부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합니다. 거기까지 가는데 상당히 고행길인데다 상진의 고통이 이루말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1.5부에서 상진의 입장에서 등장하는 통원 기록들은 ...(하략) 거기에 2부에서 등장하는 모습도 그로테스크한 수준이니 비위가 약하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진격의 거인』에서도 비슷하게 나오지 않나요.(응?) 규모는 다르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아라 연재작인 『Alone』에서 보였던 것처럼, 『우리들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도 SF적 요소가 상당히 깔려 있습니다. 입구나 경계에 대한 설정, 센트릴과의 관계와 검사, 연구소 시설 등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센트릴과 가이드라는 설정은 단순히 능력 발휘를 위해서, 살기 위해서 각인을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짝을 이루는 두 사람이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도 보입니다. 상진은 이런 신뢰를 한 번 깨먹을 뻔했지요. 뭐, 아직 미성년자였고 집안 문제나 학교 문제 등으로 자존감이 많이 낮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고, 그 뒤에 더욱 단단한 결속이 되었으니 다행이었습니다. 거기에 나이 더 많고 사회생활을 많이 했고 센트릴을 많이 겪었던 민욱이 넘어가 준 것도 있을 것이라 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대체적으로 수 편애.=ㅁ=)


2부의 고비를 지나, 외전에서는 달달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1부와 1.5부의 구조에서 그랬던 것처럼 외전도 A사이드, B사이드로 나뉘어 각자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고생했던 것은 제목 그대로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 참았던 것이니 만큼, 적을 무사히 물리치고 평온한 일상을 시작한 두 사람은 행복해 보입니다. 아직은 민욱의 PTSD가 있지만 이 역시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도 있었지요. 그러니 안심하고 외전 읽기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출간된 『눈가리기』, 앞서 출간된 『라푼젤』이나 『생츄어리』도 그렇지만 소설 내에 흐르는 작가만의 공통된 흐름 같은 것이 보입니다. 『세계가 무너지기 일주일 전』은 결말이 조금 예외적이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는 등장인물 두 사람이 만나 서로 교류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자각하고 확인하며, 둘이 같이 손을 잡고 걸어나간다는 구조는 소설마다 닮아 있습니다. 그 부족함의 정도가 소설 주인공들과 세계관에 따라 조금씩 다를지언정, 이어진 뒤에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 '그간 고생 많았다', '애썼다'고 말하고 싶더군요. 그리고 앞으로의 날들이 더 밝을 것이라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이미누. 『우리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 1부, 1.5부, 2부, 외전.


『청춘만가』는 아직 출간 작업 중이니 더 기다려야 하지만, 대략 리디북스에 벚꽃철쯤 등장하지 않을까 싶군요. 『세계가 무너지기 일주일 전』이나 『눈가리기』도 2월 중 출간이니 이 달은 미리 자금 마련해놓고 기다려야겠습니다.


덧붙여. 『세계가 무너지기 일주일 전』은 『우리들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의 스핀오프에 가깝습니다. 조아라에 6화까지 올라온 『As a soldier, Like a Monster』는 스핀오프에 해당하고요. 사실 후자는 굉장히 제 취향이던데, 뒷 이야기가 올라올 가능성은...;ㅂ;


정기구독을 신청한 지 얼마나 되었더라. 그 다음 달 호에 정기구독 사은품이 도착했습니다. 정기구독 사은품이 여럿 있었지만 이 중 고른 것은 이기조의 백자. 밥 그릇으로 써도 좋고, 뭔가 담아 내기 좋을 우묵한 사발이라 덥석 집었습니다. 이렇게 또 살림이 늘어가네요.


부피가 있다보니 잡지와 함께 오긴 했지만 큰 박스에 담겨 왔습니다. 잡지는 따로 볼 거니 빼고, 상자만 들고 와서 사진을 찍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같아 보이지만 보면 또 조금씩 다른 느낌입니다. 태공이 들어가 앉은 모습을 보면 아시겠지만 용량이 작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크지도 않고, 여러 모로 쓰임새가 좋은 그릇입니다.





다른 것보다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습니다. 매끄럽게 딱 감기는데. 저는 혼자 살림이나 그릇은 네 개. 고민하다가 G를 붙들었습니다. 마침 밥 그릇이 여럿 깨져서 새로 구입할까 고민중이라니 제가 하나를 갖고 나머지 셋은 G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바닥에는 파란 물감으로 그은 사인이 들어 있습니다. 네 개 모아 놓고 보니 또 제각각이네요. 일단 셋은 G에게 보냈지만 나중에 집이 커지고 살림이 늘어가면 또 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ㅅ+

...알라딘 장바구니 1월에 열심히 비웠는데, 도로 차는군요. 슬픕니다. 장바구니가 빌 날은 없는 것인가! 그보다 엊그제 3개월 총 구매금액이 얼마라는 메일을 보고는 좌절했는데 이러다가는 갱신, 갱신, 또 갱신 하겠네요. 안돼!

(물론 이 모든 것은 명절 보너스를 바라보고 달리는 겁니다. 지금 카드 명세서가..)



프롤로그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넘어가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책의 줄거리는 대강 들어 알아서, 앞에 나오는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는 읽으면서도 짐작은 했습니다. 프롤로그를 넘어가면 현대,가 아니라 미래의 지구 모습이 나옵니다. 국가는 사라졌지만 아직 지역색은 남아 있으며, 과학적 발전은 이제 우주항행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입니다. 달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서 자원 채취와 여러 조사를 함께 하고 있고요.


빅터 헌트는 스코프라는 이름의 투시경의 개발자로, IDCC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한 과학자입니다. 영국에서 거주하며 실험과 연구에 매진하던 때, 갑자기 휴스턴으로 날아오라는 통보를 받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자세한 정보도 없고요. 그 통보를 전한 회사 사장 역시도 아는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가장 큰 고객님께서 그 스코프를 이용해야하니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을 호출해서 보내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역시 갑은 갑인가봅니다.

억지로 끌려가는 것에 가까운지라 조금은 부루퉁한 상태로 UNSA(UUN Space Arm)에 도착했더니 프리젠테이션을 합니다. 대외비라면서 등장한 영상과 사진. 달 뒷면에는 있을 수 없는 동굴이 있었고, 그 안에 우주복을 입은 시체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의 고비는 딱, 회사 사장에게 호출되기 까지입니다. 거기를 넘어가면 왜 호출되었는가, 인간이 발견되었다고? 그 인간은 어떻게 그 속에 있었는가? 인간인가 외계인인가? 그들의 문자를 해석할 수 있는가?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며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2016년 출간 당시에 SF팬들로부터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던 걸 기억하지만-저는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면 일단 발 빼고 보는 괴팍한 성격이라 안봤습니다. 그걸 후회하냐 물으신다면, 아니오. 절대 아닙니다. 왜냐면 올해 3권이 나왔거든요. 올해 아작의 첫 책이랍니다. 다시 말해 16년에 보았다면 뒷권 내놓으라면서 울부짖고 있었을 겁니다. 다행히 저는 2권과 3권이 나온 상태에서 1권을 보았으며 이제 도서관에 책 신청해놓고는 장바구니에 담아 구입 시기를 기다릴 따름입니다.



소설의 흡입력이 좋은 것은 달에서 발견된 저 시체의 정체를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편적인 정보일뿐이지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이 짐작하고 추론하고 맞춰가는 퍼즐을 보고 있는 셈이니까요. 전체 판은 주인공인 빅터 헌트 박사를 통해 여러 번 뒤집힙니다. 소설 중반 이후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추론을 꺼내놓는 순간, 그게 다른 이들에게 발표하는 형식으로 등장할 때, 그 추리를 읽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덜 풀린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 마지막의 그 미싱링크는..(빠드드드득)


M님은 이 책을 두고 학회소설이라더군요. 그렇습니다. 한 가지 가설을 두고 학회에서 서로 치고 받고 하는 모습이 아주 잘 묘사됩니다. 물론 모든 학회가 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요. 여튼 다음 책은 언제 읽을 것인가 고민중입니다.



제임스 P. 호건. 별의 계승자. 이동진 옮김, 아작, 2016, 14800원.


타르틴 북 시리즈의 첫 번째는 『타르틴 브레드』입니다. 두 번째는 『바 타르틴』, 세 번째가 이 책입니다. 두 번째인 바 타르틴은 제 취향의 음식은 아니었고.... ..아. 이것도 제대로 리뷰 안 올렸군요. 허허허허.


두 번째 책은 바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주로 다뤘지만 이번의 세 번째 책은 도로 빵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첫 번째 책처럼 발효빵만 다루지는 않습니다. 뒷부분에는 발효빵 페이스트리 만드는 법도 함께 실었습니다.

『타르틴 브레드』는 과일 발효종을 사용하지 않고 밀가루와 물을 이용해 효모 키우기를 어떻게 하였는가, 그리고 그 반죽들에 어떻게 재료를 섞어 빵을 만드는가를 처음부터 한 발짝씩 살펴갑니다. 세 번째 책인 『타르틴 북 No.3』은 앞서 소개한 방법에서 또 달라지고 추가된 타르틴의 제빵법을 소개합니다. 채드 로버트슨뿐만 아니라 빵집에서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의 방식도 소개됩니다. 새로 등장한 것은 포리지(곡물죽)을 쒀서 첨가하는 방법인데, 고대에 재배했던 밀부터 현재의 다양한 곡물들까지 죽처럼 삶아서 넣거나 싹을 틔워(발아) 넣습니다. 일단 기본 레시피를 소개하고, 거기에 풀리시-죽을 만드는 법을 소개한 뒤 여러 곡물을 넣은 빵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옛날의 곡물류를 섞은 빵, 종자류를 넣은 빵, 발아곡물을 넣은 빵 등등이 차례로 나옵니다. 만드는 솜씨는 없지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네요.


하지만 빵말고 페이스트리는 그럭저럭 가능합니다. 뒷부분에는 티케이크와 쿠키 등의 다양한 과자가 등장합니다. 앞쪽이 블랑제리라면 뒤쪽은 파티세리인 셈이지요. 그 중 크로캉 아망드는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나중에 시도할 생각이고, 그 외에 사블레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다는 아니고 몇 가지만. 다 해보기에는 재료가 부족합니다.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참고할 생각도 있어 조만간 구입 예정입니다.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는 놓는데.... 『The Blue Bottle Craft of Coffee』나 첫 번째 책인 『타르틴 브레드』나 사두고는 한 번 펼쳐보지 않았으니 심히 찔립니다.



채드 로버트슨. 타르틴 북 No.3 문수민 옮김. 한스미디어, 2017, 3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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