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쓰 아키코의 원화전 가는 길이니, 이 글은 가기 전까지의 상황을 다룹니다.-ㅁ-



여행가기 사흘 전쯤, 하쓰 아키코의 원화전은 잠정적으로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1.하쓰 아키코의 원화전은 가와고에에서 합니다.

2.원화전 장소가 카페 겸 음식점이고, 월요일과 화요일은 쉽니다. 따라서 가려면 도착 당일인 일요일에 가야합니다.

3.당연히 캐리어를 끌고 가와고에까지 가는 겁니다.

4.그러나 감기로 체력 방전. 최소한으로 짐을 줄이려 노력했지만 그래도 캐리어 끌고 가와고에까지 갈 체력이 안나옵니다.

5.게다가 토요일에 쉬고 가는 것도 아니고, 외부 강의를 한 시간 하고 갑니다. 정신적으로도 지치는 거죠.


그리하여 사흘 전까지는 포기. 그랬는데, 여행 전날인 강의날에 묘하게 오기가 올라옵니다. 어차피 나중에도 전시회는 갈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그림을 보러 가고 싶으니 일단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시점에 결정하자고 아침에 짐 챙겨 나오면서 생각합니다. 사실 이날 새벽에도 격하게 기침하며 호흡곤란이 와서 골치 아팠습니다. 어제도 호흡곤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날만큼 심하지는 않았지요. 하하하하.




(공항가는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



와이드모바일의 모뎀은 6시 반부터 수령 가능합니다. 그래서 6시 조금 넘는 시각에 공항에 도착하도록 움직입니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으로 출국수속이 강화되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JAL은 셀프체크인이 되지 않아서 줄서서 기다리는데, 그 와중에 승무원이 계속 돌아다니며 말합니다.


"짐검사 하는데 시간이 약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늦으실 것 같으면 다른 분들에게 양해 구하시고 먼저 수속 밟으세요!"


탑승 시작은 0730부터. 항공기는 0800 출발. 그리고 줄서기는 그보다 한참 앞서 했는데, 기다려보니 이유를 알겠습니다. 신발까지 다 벗고 대기했다가 굉장히 세밀하게 검사를 합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저는 등 뒤쪽에서 반응이 와서 당황했습니다. 등뼈에 철심 박은 것도 아닌데 왜?


그날-11일, 일요일 아침의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0625 김포공항 도착, 모뎀 수령 줄서기

0637 모뎀수령

0640 JAL 카운터 줄서기, 수속 대기

0655 출국심사장 들어가기 전 여권 검사 대기 줄

0733 수화물 검사 종료, 출국 수속은 30초.

0734 39 게이트, 탑승


수화물 검사에 시간이 꽤 걸렸고, 출국 수속은 30초 만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39번 게이트까지 열심히 걸어서 바로 탑승했고요. 30분부터 탑승 시작이라더니 제가 갔을 때는 줄이 거의 없었습니다. 0750 경에는 탑승 종료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니 다들 무사히 통과했다는 이야기고요. 다만 저는 면세점에서 짐 찾을 것이 없어서 가능했습니다. 찾을 거라면 아예 모뎀 수령 단계부터 시간을 줄이셔야 할 겁니다. 어차피 올림픽 기간 한정이긴 하겠지만.





체력이 떨어지니 여행 자체도 시큰둥 합니다. 그 무엇보다, 수요일에 받은 기관지 확장제 때문에 커피 마시면 손떨림이 심해져 커피 자체를 포기했습니다. 여행 중 카페 최소 세 곳 정도는 들릴 생각 이었는데 덕분에 계획이 날아가며 의기소침한 상태였지요. 여기저기 찾아보니 기관지 확장제에 들어가는 약성분이 카페인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페인이 들어가면 과다 복용한 것 같은 몸의 반응이 온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기력이 떨어져 있으니 가능한 몸 사리자고 결정한 겁니다. 하지만 일본여행에서 커피를 빼면 즐거움이 확 줄지요.;ㅠ;






8시 즈음. 겨울 여행은 이래서 좋습니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다보니 항공기 안에서의 사진이 좋습니다. 특히 귀국할 때 마음에 드는 사진을 몇 구했고요.







서울 하늘은 여전히 뿌옇고. 그래도 아주 심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 아니 심했나.







신나게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던 도중 기내식이 나옵니다. 커피든 맥주든 다 패스하고 사과주스를 받았지요. 채소와 콩의 올리브오일절임, 그리고 요플레.





그리고 돼지고기. 맛은 그냥 기내식맛입니다.'ㅠ'; 따뜻한 밥이라는데 의의를 두지요.



식사 마치고 혼자서 뒹굴거리는데 창밖에 뭔가 보입니다. 어, 어어어어어어?





이야아. 도쿄 여행은 여러번이지만 이렇게 후지산이 잘 보이는 것은 오랜만입니다.







어째서인지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





아이패드로 찍은 사진이 잘 나왔습니다. 허허허허허허.







흰색과 파랑의 대비가 더 잘 찍혔습니다. 물론 줌 여부도 관련은 있겠지만.






태공도 놓고 다시 한 번 사진.






꽤 오랫동안 보인 덕에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ㅁ-





이쯤되니 체력도 슬슬 괜찮아 보입니다. 입국장 통과 시간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생각하고 나가는데. 자리를 앞쪽으로 잡아 놓고, 캐리어도 들고 탔더니 속전 속결입니다. 최단 시간 통과였지요. 오후 9시 50분경 착륙해서 55분 쯤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세관 통과까지 끝내니 10시. ... 오오오오오. 입국심사도 맨 앞에서 받았더니 이런 효과가!



그래도 세관 심사는 이전보다 조금 더 까다로웠습니다. 여권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건이 두 번 정도 찍혀 있어 그랬을 겁니다. 방문 목적을 관광이라고 했더니 정확히 무엇 때문이냐 묻더라고요. 전시회의 발음이 틀렸는지 알아듣지 못해 미술관이라 답하니 캐리어까지 확인하고는 통과. 아마 최근에 금괴밀수 등 때문에 문제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뭐, 캐리어 속에는 옷 말고는 노트북 뿐.




그리고 당장, 가장 편하게 갈아탈 수 있는 방법을 조사해서 가와고에까지 갑니다. 쭈욱.

갈아탈 수 있는 노선이 여러 개지만 가장 우선해서 선택한 것은 편의성입니다. 시간을 적게, 그리고 환승 거리를 짧게. 갈아타는 것은 편하게. 이렇게 되니 시부야에서 후쿠토신선(부도심선)으로 갈아타고 한 번에 쭉 가는 쪽을 선택하게 되더랍니다. 비용은 .. 생각하지 않을래요.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릴 것을 감안하고 움직였고, 이것은 시부야에서의 사진. 부도심선으로 갈아타기 전입니다. 그리고 저는 열차를 타고 한참 흔들려 가면서 깨달았습니다. 가와고에는 도쿄도가 아니라 사이타마였군요.(먼산)




그리고 하츠 아키코 전시회 관련 이야기는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쭈욱.

관련글: 나리타 미나코 화업 40주년 기념 기획: 공연 및 전시 http://esendial.tistory.com/7476


언제 올린 글인가 확인해보니 지난 12월 9일에 올린 겁니다. 글을 작성한 시점은 아마 항공권 결제하나 마나 했던 즈음이라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여행의 목적은 딱 하나, 이 나리타 미나코 전시회의 관람이었습니다. 나중에 몇 가지 부퀘스트가 추가되었지만 기본 목적은 그거였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가능하다면 복제원화를 구입하는 것. 그래서 엔화도 넉넉히 챙겨갔고요. 결론적으로 이 퀘스트의 달성도는 이렇습니다.


Q1 나리타 미나코 전시회 감상 - 완료

Q2 나리타 미나코 복제원화 구입 - 포기

Q3 하쓰 아키코 전시회 감상 - 완료. 하지만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음 (이후 기술)

Q4 G의 신부름 - 완료

Q5 도쿄 카페 기행 - 실패. 건강상의 문제



본 목적인 전시회만 놓고보면 충분히 달성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에 드는 걸 잔뜩 사오거나 하진 못했던 데다, 귀국이 밤 비행기로 매우 피곤했고 그 다음날도 병원에서 시달려 지금까지도 후유증이 안 가셨습니다. 하기야 여행 다녀온지 아직 일주일도 안되었으니 벌써 여행 후유증이 가시면 그것도 나름 문제입니다. 후유증이 가시는 시점부터 다음 여행을 준비할 거니까요. 물론 이번 여행은 건강상의 문제로 체력 관리가 쉽지 않았던 터라-뻗고 싶은 심정이지만.






어제도 올린 이 그림.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놓고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보지요.



1.작년 말쯤 갑자기 나리타 미나코의 화업 40주년 기념 행사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M님이 제공해주신 정보를 보고는 꼭 가야겠다 생각한게, 작년에 있었던 LaLa 몇 주년 기념 원화전 다녀오신 분들이 나리타 미나코의 그림도 실물을 봐야한다고 당부(?)하셨던 것이 있어 그랬습니다.

2월의 도쿄 여행은 작년 후반기부터 고민하던 것이었고, 가장 큰 이유는 하쓰 아키코의 원화전이었습니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원화전이라 가보고 싶다 생각은 했지만 가와고에는 매우 멀더군요. 게다가 장소가 카페로 작다는 것도 그렇고, 원화는 이전에 한 번 보았으니 되었다는 생각도 있어 미룰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일정이 나리타 미나코 원화전과 겹치더랍니다. 그리하여 기회가 되면 간다는 선택 퀘스트로 목록에 올렸습니다.


2.사실 2월 여행을 가려고 작년에 생각했던 건 아시아나가 A380을 나리타 노선에 투입한다는 공지가 있어 그랬는데, 뜬 소문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이 날아간 건지 안 떴습니다. 이쪽은 아예 고려하지 않았고요.


3.그보다는 2월 설 연휴와 전시 일정이 겹친 덕에 간다면 무조건 설 연휴 직전의 주말에 가야하고, 그 때가 마침 동계올림픽 시즌이라 하네다 왕복 항공권의 가격이 12월 초에 마구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결제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일단 지르고 그 다음을 생각하기로 한 거죠. 항공권 가격 때문에 항공기는 JAL을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4.그 덕에 1월 중순의 여행도-지금 사진 정리하며 알았지만 연도를 잘못 적었습니다. 사진에 왜 2017년이라 박은 거죠..ㄱ--2월에 어차피 가니까 내가 할 일은 다 뒤로 미룬다는 심정으로 가능한 조력자 역할에 전념했습니다. G도 그걸 알고 있었으니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했을 겁니다. .. 아마도.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넘어서는 복병은 2월 초에 다가옵니다. 혼자 가는 여행이고, 다른 특별한 일정은 없으니 대강 짐 챙겨가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때 아닌 감기가 사람을 잡습니다. 2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습격한 감기는 가래부터 시작되었으며, 밤잠을 설치게 만들더니만 급기야 기침까지 이어지면서 사람의 체력을 바닥냅니다. 여행 전날에는 외부 강의까지 준비를 해야해서 이모저모 신경쓸 것이 많았기에 더더욱 힘들더군요.





결국 짐은 대강 꾸려서 가방에 넣었습니다. 노트북도 가져갈까 말까 하다 챙겼는데 덕분에 호텔 숙소에 처박혀서 트윗질을 하고 있었고요...-ㅁ-; 놀기는 잘 놀았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캐리어는 가장 작은 것으로 하나. 올 때나 갈 때나 짐 무게 차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돌아올 때의 캐리어도 13킬로그램 내외였습니다. 가벼운 것만 우겨 넣었더니 그런 모양입니다. 진짜 다음에는 도쿄역 가서 이것저것 과자 쓸어오고 싶은데, 그런 놀이(?)를 하려면 옆에 일행이 있는 것이 재미있단 말입니다. 그런 여행은 나중을 기약하지요.




제목에 목표는 생존이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여행 당일 새벽에도 그런 내용을 올렸으니, 궁금하시면 실시간으로 올렸던 트윗 타래를 보시면 됩니다.-ㅁ-

https://twitter.com/esendial/status/962434825255727104


그 전날에도 그랬지만 당일 새벽에도 자다가 숨 넘어가는 기침을 두 번 정도 겪었으니, 그걸 실시간으로 목격한 부모님은 여행을 안 가면 안되느냐 하시더군요. 끝끝내 대답 안하고 여행 다녀왔는데, 목표였던 전시회를 보고는 히죽히죽 웃으며 오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보고 살기에도 삶이 짧아요. 그러니 열심히 돈 모아서 다음의 전시회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겠습니다. 목표는 화업 50주년 기념 전시회! (...)



이번 여행도 특별한 것은 없는 고로 대체적으로 시간 순서대로 사진을 올릴 예정입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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