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버스라 불렸다가 지금은 가이드버스라 불리는 세계관은 센티넬과 가이드라는 페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갑니다. 센티넬은 미국드라마 『슈퍼내추럴』에서 유래한 단어로 알고 있으며, 정신계와 물리계를 포함한 초능력자를 가리킵니다.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아라에서 연재되던 작품들은 대개 단어를 바꾸었는데, 에스퍼, 싸이퍼와 같이 초능력자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더군요. 하지만 종종 다른 단어를 선택하기도 하며, 『우리들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는 센트릴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주의 문구를 빼먹었는데, BL소설 맞습니다.'ㅂ';


센트릴은 sentry라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합니다. 보초, 파수, 감수인이라는 뜻을 가지며, 소설 속에서는 '뒤편'의 세계에서 온 마수들로부터 세계를 지킨다는 의미입니다. 용어 설명은 1부(1권) 맨 앞부분에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센트릴은 초인류로서 독특한 초능력을 갖지만 사용하면 할수록 몸이 붕괴되기 때문에 가이드와 각인을 맺고 신체를 치유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치유방식은 몸의 접촉이고요. 가이드버스 세계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신체접촉이 깊어질수록 가이딩이라 불리는 치유력도 올라간다는 설정을 따릅니다. 즉, 고전적 표현을 빌려, 몸을 섞는 것은 가이드가 센트릴을 가이딩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키스로도 가능하지만 능력을 많이 사용하여 다스릴 필요가 있을 때는 보통 그러합니다.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 설정은 Fate 시리즈에서 서번트-마스터간 마력 전송과도 닮았습니다. 하하하;)


그 때문에 오메가버스도 그렇지만 가이드버스 세계관도 대체적으로 19금이 됩니다. 특히 센티넬버스라 불리던, 이 세계관의 소설들이 막 나오기 시작하던 때에는 월등한 능력을 가진 초인류인 센티넬이 권력을 잡고, 자신들과 파장이 맞는 가이드들에게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그 당시에는 센티넬버스 소설들을 읽는 장벽이 되기도 했습니다. 마침 처음으로 접한 센티넬버스 소설이 그런 강도가 높았던 『폭설』이기도 했지요.(먼산)



이 소설도 연재 자체는 꽤 오래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1부, 1.5부, 2부, 외전의 네 권으로 출간되었으며 연재 분량도 100화를 훌쩍 넘겼을 겁니다. 여기서도 가이드는 센트릴들에게 쫓기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센트릴 역시 20세 전후에 가능하면 가이드를 만나서 각인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능력 폭주로 천천히 죽어갑니다.


주인공은 가이드인 도민욱. 경계 불안정성이 높아 마수들이 매우 자주 출현하는 '입구'에서 오랫동안 가이드로 근무했습니다. 신이 만들었다는 뒤편의 세계와 통하는, 그래서 마수가 자주 등장하는 입구를 지키는 것은 각 국가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군대이며, 그 군대에는 센트릴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센트릴들은 어릴 적부터 가이드가 붙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 제어를 위해 약을 먹어야 하지만 그 약값이 매우 비싸 어릴 적부터 빚으로 삶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입구에서 군복무를 하고 돈을 벌어 다시 사회로 나오는 것을 꿈꿉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돈을 많이 준다는 것은 위험수당이라는 의미입니다. 민욱이 만난 센트릴은 그간 9명. 그리고 그 아홉 명 모두 의무복무기간을 채워 제대하기 전에 사망합니다.


센트릴은 각인한 가이드가 사망하면 함께 죽습니다. 가이드는 각인한 센트릴이 죽어도 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강하게 감정적 교류를 갖던 상대가 사망하는데 충격을 받지 않을리는 없지요. 많은 커플들은 업무적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그렇다면 마수와의 싸움에서 손발이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사망률이 높아지지요. 다른 이들의 평에 따르면 도민욱은 자신의 센트릴을 고르는데 까다로웠지만 한 번 센트릴과 각인을 맺으면 매우 헌신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홉 명의 전우들을 보내는데 충격을 받지 않았을리가요.


민욱이 군대에 들어간 것은 고등학교 졸업 직후로, 스토커 센트릴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부모님도 다 돌아가시고, 건장한 30대 중반의 퇴역군인이 되어 일상 세계로 돌아왔을 때는 가능하면 평범하고 평온하게 삶을 누리기 바랬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아홉 번째 센트릴의 소망이기도 했고, 더 이상은 센트릴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다는 본인의 바램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센트릴을 만나지 않으면 이야기 성립이 안되지요. 바로 옆집에 매우 낮은 등급이지만 센트릴이 한 명 있습니다. 그것도 한참 어린 고등학교 학생입니다. 등급이 낮은데다 재생계라, 군대에 들어가 싸우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맺집이 센 것, 맞아도 바로 회복되는 것은 마수와 싸우는데는 별 도움이 안되니까요. 그래도 민욱은 가능한 센트릴과 얽히지 않기 위해 집을 옮길 생각도 하지만 복병이 생깁니다.

그 복병이 무엇인지 밝히면 재미없으니까 넘어가지요.


하여간 1부의 이야기는 가이드인 민욱이, 센트릴을 피하러 온 곳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어린 센트릴을 만나 구해주고 같이 엮이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1.5부는 1부의 내용을 또 다른 주인공인 센트릴 상진의 입장에서 보여줍니다. 1부를 보고 1.5부를 보면 소설 읽는 데서 느꼈던 약간의 위화감을 제대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맨 뒤에 실린 「쉬어가는 이야기」에서는 관련된 다른 이들이 민욱과 상진의 관계를 보고 내리는 평가가 있으며 매우 정확합니다.(먼산)


1부에서 엮인 두 사람은 2부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합니다. 거기까지 가는데 상당히 고행길인데다 상진의 고통이 이루말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1.5부에서 상진의 입장에서 등장하는 통원 기록들은 ...(하략) 거기에 2부에서 등장하는 모습도 그로테스크한 수준이니 비위가 약하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진격의 거인』에서도 비슷하게 나오지 않나요.(응?) 규모는 다르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아라 연재작인 『Alone』에서 보였던 것처럼, 『우리들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도 SF적 요소가 상당히 깔려 있습니다. 입구나 경계에 대한 설정, 센트릴과의 관계와 검사, 연구소 시설 등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센트릴과 가이드라는 설정은 단순히 능력 발휘를 위해서, 살기 위해서 각인을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짝을 이루는 두 사람이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도 보입니다. 상진은 이런 신뢰를 한 번 깨먹을 뻔했지요. 뭐, 아직 미성년자였고 집안 문제나 학교 문제 등으로 자존감이 많이 낮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고, 그 뒤에 더욱 단단한 결속이 되었으니 다행이었습니다. 거기에 나이 더 많고 사회생활을 많이 했고 센트릴을 많이 겪었던 민욱이 넘어가 준 것도 있을 것이라 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대체적으로 수 편애.=ㅁ=)


2부의 고비를 지나, 외전에서는 달달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1부와 1.5부의 구조에서 그랬던 것처럼 외전도 A사이드, B사이드로 나뉘어 각자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고생했던 것은 제목 그대로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 참았던 것이니 만큼, 적을 무사히 물리치고 평온한 일상을 시작한 두 사람은 행복해 보입니다. 아직은 민욱의 PTSD가 있지만 이 역시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도 있었지요. 그러니 안심하고 외전 읽기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출간된 『눈가리기』, 앞서 출간된 『라푼젤』이나 『생츄어리』도 그렇지만 소설 내에 흐르는 작가만의 공통된 흐름 같은 것이 보입니다. 『세계가 무너지기 일주일 전』은 결말이 조금 예외적이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는 등장인물 두 사람이 만나 서로 교류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자각하고 확인하며, 둘이 같이 손을 잡고 걸어나간다는 구조는 소설마다 닮아 있습니다. 그 부족함의 정도가 소설 주인공들과 세계관에 따라 조금씩 다를지언정, 이어진 뒤에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 '그간 고생 많았다', '애썼다'고 말하고 싶더군요. 그리고 앞으로의 날들이 더 밝을 것이라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이미누. 『우리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 1부, 1.5부, 2부, 외전.


『청춘만가』는 아직 출간 작업 중이니 더 기다려야 하지만, 대략 리디북스에 벚꽃철쯤 등장하지 않을까 싶군요. 『세계가 무너지기 일주일 전』이나 『눈가리기』도 2월 중 출간이니 이 달은 미리 자금 마련해놓고 기다려야겠습니다.


덧붙여. 『세계가 무너지기 일주일 전』은 『우리들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의 스핀오프에 가깝습니다. 조아라에 6화까지 올라온 『As a soldier, Like a Monster』는 스핀오프에 해당하고요. 사실 후자는 굉장히 제 취향이던데, 뒷 이야기가 올라올 가능성은...;ㅂ;


정기구독을 신청한 지 얼마나 되었더라. 그 다음 달 호에 정기구독 사은품이 도착했습니다. 정기구독 사은품이 여럿 있었지만 이 중 고른 것은 이기조의 백자. 밥 그릇으로 써도 좋고, 뭔가 담아 내기 좋을 우묵한 사발이라 덥석 집었습니다. 이렇게 또 살림이 늘어가네요.


부피가 있다보니 잡지와 함께 오긴 했지만 큰 박스에 담겨 왔습니다. 잡지는 따로 볼 거니 빼고, 상자만 들고 와서 사진을 찍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같아 보이지만 보면 또 조금씩 다른 느낌입니다. 태공이 들어가 앉은 모습을 보면 아시겠지만 용량이 작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크지도 않고, 여러 모로 쓰임새가 좋은 그릇입니다.





다른 것보다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습니다. 매끄럽게 딱 감기는데. 저는 혼자 살림이나 그릇은 네 개. 고민하다가 G를 붙들었습니다. 마침 밥 그릇이 여럿 깨져서 새로 구입할까 고민중이라니 제가 하나를 갖고 나머지 셋은 G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바닥에는 파란 물감으로 그은 사인이 들어 있습니다. 네 개 모아 놓고 보니 또 제각각이네요. 일단 셋은 G에게 보냈지만 나중에 집이 커지고 살림이 늘어가면 또 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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