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독서광의 모험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주욱~.


딱 그런 마무리 문장이 떠오르는 책입니다.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9권으로 출간되었는데 역시 박람강기. 재미있네요. 앞서 『작가의 수지』도 후반부에 여러모로 폭소하며 보았는데 이번 책은 한 술 더 뜹니다.


이 책은 미카미 엔과 구라타 히데유키의 대담집입니다. 애초에 이 책을 기획하면서 서로의 서재 혹은 작업실을 견학하고 미카미 엔의 집에서 대담을 한 것 같더군요. 중간 중간 책을 꺼내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는 말은 미카미 엔이 썼지만 닫는 말은 구라타 히데유키가 썼습니다.

자. 그럼 이 두 사람이 누구냐.

미카미 엔은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의 저자입니다. 여는 글에서 미카미는 자신보다 앞서 라이트노벨로 책과 관련된 등장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쓴 사람이 있다며 구라타 히데유키를 소개합니다. 『R.O.D.』. Read or Die지요. 그 주인공인 요미코 리드맨을 가리키는 겁니다. 종이와 관련한 기술을 쓰며 책을 지독히도 좋아하고 이름 역시 독자(讀子) 독자(readman)인 요미코 리드맨. 취향은 아니어서 읽다가 도중에 멈췄지만 그 당시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고 기억합니다.

71년생인 미카미 엔과 68년생인 구라타 히데유키는 그렇게 대담을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소년기부터 시작해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읽다보면 아는 이름과 모르는 이름이 마구 뒤섞여 나오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습니다. 반 정도는 아는 것 같고, 반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아는 이름도 읽어본 작가와 들어본 작가로 나뉘긴 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책 취향은 저랑 상당히 안 맞습니다. 전 공포소설도 미쓰다 신조나 미야베 미유키, 오노 후유미, 아야쓰지 유키토 같은 정제된 공포를 좋아합니다. 스티븐 킹은 제 입에 안 맞았고 제대로 읽은 책도 없다고 기억합니다. 애초에 그 책이 한국에서 한창 유행할 때는 공포소설을 안 봤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저 네 명의 이름은 여기 등장 안했던 것 같은데...

그도 그런게 어릴 적의 책 이야기가 두서없이 튀어나오다보니 에도가와 란포 급의 오래된 작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튀어 나옵니다. 아, 시마다 소지는 나왔던 것 같기도 하고요?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상대방의 서가를 구경하고 그에 대해 두서없이 떠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구나 싶습니다. 대담집도 대담집이지만 이거 편집한 사람이 상당히 고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대체적으로 정리는 되어 있는데, 모던 호러, 란포와 요코미조와 후타로(야마다 후타로), 영화와 책, 좌절본(읽다 포기한 책), 진귀한 책, 트라우마, 헌책, 그 외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러니 이런 키워드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으세요. 저도 구입 예정입니다.


다만.

이 책은 68년생과 71년생의 '소년기' 독서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불편한 구석도 상당히 있습니다. 제 경우도 몇 번 취향에 안 맞는 이야기가 툭툭 튀어 나와 고생했고요. 그래도 아는 이름이 많이 나오니 재미있기는 했고. 무엇보다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란포가 남색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뭐....'ㅂ'; 열심히 책만 읽은 사람이 알기 어려운 여러 뒷 이야기나 정보들이 튀어나와 즐겁기도 했습니다.

모르는 이름들은 책 하단의 박스에서 간략히 소개는 하는데 몇몇 정황은 설명이 없어 아쉽습니다. 그 정보까지 적어 넣으려면 번역이 아니라 연구를 해야하는 수준일 것이라 미련은 남지 않았습니다. 아마 원서에도 그런 이야기까지는 안 적었겠지요. 이미 차고 넘치는 작가 정보만으로도 고생 많으셨습니다...=ㅁ=




미카미 엔, 구라타 히데유키. 『독서광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 남궁가윤 옮김. 북스피어, 2017, 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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