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웬델 베리의 책을 읽을 때 자주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인류는 그냥 멸망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고 말입니다. 물론 웬델 베리가 바라는 것은 인류 멸망이 아닙니다. 대규모 농업, 산업형 농업으로는 몇몇만 고소득을 올리고 지역의 경제적 자연적 생태계가 무너지고 마니 지역 중심의 공동체적 성격을 가진 소규모 농업을 살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텃밭의 기적』 같이 종자를 보존하고 대형 종묘업체에 반기를 드는 이야기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만.

묘하게도 웬델 베리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냥 멸망하는 것이 빠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류는 바뀌지 않을 것이니 그렇게 자연은 망가져 갈 것이고, 결국 전 세계는 멸망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이미 기후변화가 그걸 예고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러한 기후변화와 인류 멸망의 속도에 가속을 하는 건 트럼프 같이 이러한 현상을 부정하는 인물들일 것이고요. 그리고, 그 트럼프를 뽑은 것은 오히려 소규모 소작농, 공동체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지 않았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건 아마, 트럼프를 뽑은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 때문일 겁니다. 기후 변화를 가속하는 대규모 농업, 그리고 땅을 황폐화시키는 그러한 농업을 옹호하고 장려하는 인물들의 편을 들고 옹호하는 사람들이라고요. 그게 저자가 반대하는 농업을 하든, 저자가 지지하는 농업을 하든 간에. 왠지 이미지가 그렇게 그려 집니다...(먼산)


이 책은 웬델 베리가 여기저기에 기고했던 열 편의 기고문을 모아 놓았습니다. 미셀러니가 아니라 에세이고 굉장히 묵직한 이야기들입니다. 맨 앞의 이야기는 지속적인 임업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일본에서 이뤄지는 임업 방식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물론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만. 편하기보다는 복잡하고, 하지만 숲에는 가능한 영향을 덜 주는 방식의 간벌이 등장합니다. 이게 비용이 덜 든다고는 하나 목재를 채벌하는 비용으로 따지면 그리 효과적이진 않을 것 같더군요. 그럼에도 저자는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고 운영하는 것보다는 덜 든다고 말합니다. 하기야 기계는 감가상각이 있으니까요. 말도 감가상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는 덜하겠지요.


6장의 불편한 중간지대는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해 다룹니다. 시각이 상당히 재미있기도 하고 저도 '불편한 중간지대'에 대해 생각한 적이 몇 번 있어서 꽤 공감했습니다. 낙태라고 하기 보다는 임신중단권이라 부르는 걸 선호하지만 어느 쪽이건 저는 찬성하는 쪽입니다. 이 이야기를 자세히 적으면 내용이 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따로 적도록 하고, 동성결혼도 찬성합니다. 저자는 이 두 가지 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하는 군요.


p.112

그러므로 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낙태를 찬성하거나 낙태를 반대하는 법 둘 다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114

(중략) 결혼이라는 것이 정부의 발명품이라거나 정부가 원래부터 누가 결혼을 해야 한다며 정해 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 여성 또는 두 남성의 결혼을 반대할 수 있는 정부라면, 두 광신자의 결혼도 정당하게 막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p.115

지금까지 동성애자들이 결혼할 권리를 거부당해 온 것은, 일단 우선은 결혼할 권리가 있다고 가정하고, 분명 수정 헌법 제14조를 위반하는 것이다.(중략) 사실상 동성애자들은 결혼할 권리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단 저자는 낙태를 반대합니다. 뱃속의 태아 역시 생명체라고 보고 있고요. 그럼에도"여성의 입장에서는 낙태가 자기 몸이 깊숙이 관여된, 매우 사실적이고 긴박한 고려사항"(p.108)이라 언급하면서 "어떤 여성이 자기 뱃속의 아이를 죽이겠다고 결심하면 우리는 그 여성이 다른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그 여성을 그런 식으로는 보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낙태는 남성보다는 여성의 문제라고 보는 거죠.

동성결혼에 대한 저 언급도 맥락이 이렇습니다. 결혼은 정부가 보증하거나 할 것이 아니다. 그건 인권과 연결된 것이니 정부가 승인하고 교회가 승인하고 할 것 없이 헌법에 따라 당연히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결혼을 성별에 따라서 제한하는 것은 인권에 위배된다고 보는 거죠.



이 글을 포함해 상당히 재미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쉽게 읽기보다는 곰씹어 읽어야 할 글이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한 권 또 사다 놓을 것 같군요.'ㅂ'



웬델 베리. 『오직 하나뿐』, 배미영 옮김. 이후, 2017, 14000원.


인용구 중에 굵은 글씨로 표기한 것은 책에 있는 그대로 옮긴 겁니다. 원문도 그렇겠지요..?

11월 1일에 공개한다더니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그림의 떡. 여행을 가지 못하니 그야말로 그림의 떡입니다. 하하하.






출처: 일본 스타벅스, 신상품 페이지 http://www.starbucks.co.jp/new/lineup/?mode=cafe_pc_002


신상품 페이지에 올라온 것이라 링크가 나중에 끊기겠지요. 하여간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음식류를 제외하고는 사고 싶은 것이 없네요. 최근 몇 년 간 한국 스타벅스 상품이 더 예쁘다 생각했는데, 과연. 이번에도 한국 쪽이 더 지갑을 열게 만듭니다. 저 빨강색 보온병은 사자나 순록이나 펭귄이 귀여워서 조금 땡겼지만 고이 마음을 접고..........



그렇다 해도 스타벅스 머그 중 한참 전의 할로윈 부엉이 머그를 넘어서는 컵은 아직 못 만났습니다. 두꺼운 유약, 묵직하고 적절한 용량. 짙은 남색과 주황 호박색의 조합. 최근에는 다른 머그를 쓰고 있지만 쓰기 아까워서 안쪽에 다시 모셔두었을 뿐, 조만간 다시 꺼내들 것 같습니다.



덧붙여.

엔화 환전하실 분들은 조만간 하시기를. 지금 몇 개월 간 최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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