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글: 토요일의 잡담 http://esendial.tistory.com/7389



지난 토요일의 글에서 언급한 내용을 어제 클리어했습니다. 토요일에 정리한 업무흐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건 1. A방의 침대와 매트리스를 버린다.
조건 2. B방의 침대와 매트리스를 A방으로 옮긴다
조건 3. 거실의 책장 3개를 방 B로 옮긴다.
조건 4. 안방의 작은 책장을 G가 들고 간다.

수정안 3+4. 안방의 작은 책장과 거실의 책장 2개를 A방으로 옮기고 거실의 책장을 G가 들고 간다.

조건 3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① 책을 꺼낸다 ② 책장을 옮긴다 ③ 책을 꽂는다


토요일 저녁부터 작업을 시작하려 했는데 이모저모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거기에 일요일에도, G가 친구와 약속을 잡아 놓는 바람에 살짝 꼬였다가 친구 약속을 미루고 이사를 먼저 했습니다. 이것도 의사소통 부재의 문제. 부모님은 당연히 일요일에 한다고 생각했고 G는 그 내용을 못 들었다고 했으니까요. 어쨌건 이사 작업은 비에도 불구하고 끝냈습니다.



업무 과정의 복잡함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머리에 그리는 업무 과정이 조금씩 차이 났던 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A방의 침대와 매트리스를 버리고는 바로 B방의 침대와 매트리스를 옮기려다가, 책장이 들어와야 매트리스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는 작업 대상을 다시 바꿉니다. 일단 책장을 방으로 옮기려면 책을 다 꺼내야 합니다. 책장은 원래 소파 뒤에 있었으니 소파를 끌어 내고 안쪽에 들어가 작업을 하는데, G가 들고 갈 책과 버릴 책을 나누는 과정이 복잡하더군요. 책 주인이 넷인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일단 G에게 거실 책장 큰 것 세 개에서 가져갈 책과 버릴 책을 뽑으라고 하고 같이 정리합니다. 거실 책장에서 G의 몫이 다 빠진 뒤에는 이동하기 가장 쉬운 맨 왼쪽 책장의 책을 옆 서가와 바닥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버릴 책을 빼고, 버릴 책이 모이면 현관 밖으로 이동하여 G가 가져갈 책과 섞이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책장 하나를 다 비웠을 때 아버지를 소환해 책장을 이동합니다.

(아버지는 그 사이 G가 꺼내 놓은 물건들을 차를 이용해 G네 집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계셨.....)


그랬는데.

책장 하나를 옮기고 나니, 책장 셋을 넣어야 하고 서로 연결하는 것이 안정적이므로 책장 셋을 다 A방으로 옮긴 뒤에 책을 꽂기도 합니다. 하하하. 그리하여 가운데 있던 책장의 책들도 다 소파 뒤, 거실 바닥에 내려 놓는 작업을 반복하고 책장 있던 자리의 삐~년치 먼지를 닦아내며 작업합니다. 그 와중에 G는 안방에 있던 작은 책장의 물건을 꺼내 확인하면서 버릴 것과 아닐 것을 챙깁니다.


종종 한 집에 쌓인 물건 정리를 할 때 일어나는 순환오류는 여기서도 반복합니다. 한 사람이 물건을 버리면 다른 사람들이 버리기 아깝다며 도로 쟁여 놓는 사태. G가 버린 책을 제가 긁어 모으며 발생했지요. 그래서 어쩔거냐하면 조만간 있을 회사 바자회에 내놓을 요량입니다. 제 차에 쟁여야 하는 거죠. 일단 이런 것들은 제 방 베란다에 다 밀어 넣고 작업을 지속합니다. G의 선별작업이 늦어져 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시고는 어머니랑 번갈아 릴리를 보고 있을 때쯤 바닥에 두 번째 큰 책장 비우는 작업도 종료. 그리고 다시 책장을 A방으로 옮기고 안방에 가보니 G의 정리작업도 거의 끝났습니다. 상자가 부족해서 작업 진도가 안 나간다길래 일단 책들을 다 안방 바닥에 내려 놓고, 작은 책장을 A방으로 옮깁니다. 아버지가 세 책장을 조립하는 사이 G가 상자에 책 담는 걸 돕고 남는 책들도 일단 현관 앞으로 이동합니다.



책장을 꺼낸 자리는 대강 먼지를 치워두고, 아버지가 책장 조립을 완료한 뒤에는 맨 왼쪽 책장을 아버지 책장으로 명명하며 거실에서 책을 날라 넘겼습니다. 제 책은 제가 정리하면 되는데, 아버지 자료는 제가 판단할 수 없으니까요. 처음에는 설렁설렁 하시려다가 자료의 양이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하고는 아예 하나 하나 확인하시던데.. 덕분에 책장 두 개를 차지한 제가 더 빨랐습니다. 아버지가 책장 하나를 정리하고 꽂는 사이 저는 거실의 책을 A방으로 옮기고 책장 두 개에 나눠 정리하며, 책장 맨 위에 올려 놓았던 여러 잡동사니들도 이동하고 닦고하는 작업을 했으니까요.


그 사이 어머니는 릴리를 돌보며,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것들을 챙기며.... (하략)


A방의 책장 정리가 끝난 뒤에는 A방의 옷을 B방의 행거로 옮기고 청소를 마저 하고 A방의 행거를 분해합니다. 그리고 A방의 서랍장 위치를 옮기며, B방의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들고 옵니다.

B방 청소를 마친 뒤에는 A방에서 꺼내온 행거를 다른 위치에 조립하고 옷을 이동하고 B방의 행거도 그 옆으로 나란히 조립.. (하략)


거실에 있는 남은 책장 하나는 G집으로 갈 것이니 일단 비웁니다. 거실의 책들이 모두 A방으로 이동하고, 방에 들어가지 않을 것들은 현관 밖으로 나가고, 소파 뒤의 먼지를 다 쓸고 닦고, 소파를 이동하고, 거실 청소를 다시 하고. 그리고는 G가 꺼내어 상자에 담은 짐들을 G집으로 옮깁니다. 상자와 기타 등등을 포함해서 총 8 무더기. 비가 잠시 잦아 들어서 잽싸게 옮겨 놓고는 오니 본가 상태도 조금 낫네요.


그나마 절차상 가장 일이 먼저 끝난 곳이 A방이고 그래서 옮긴 후에 사진을 찍었던 겁니다. 저 뒤에도 장식장 하나와 책장 하나를 G집으로 보내는 등의 일이 있었고 그 사이에 뒷 정리 마감하기 등등은..-_-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그럭저럭 정리를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건 제가 서랍장을 터는 일이네요. 서랍장에 밀어 넣고 잊었던 여러 물건들을 꺼내야 하는데, 최소 하나의 서랍장은 비워야 하니 베란다에 넣어둔 섧장 맨 아랫단의 엽서와 사진을 풀어야 하나봅니다. 하하하. 아. 이거 어떻게 처리하지.(눈물)

그 서랍장이 마굴인게, 맨 윗단에는 인형 관련 용품이 몇, 그리고 웨지우드의 오베론 찻잔이 있습니다. 둘째 칸에는 클램프의 기적 피규어를 비롯한 여러 이벤트 사은품이, 셋째 서랍에는 그릇류가, 맨 아랫단에는 엽서와 사진이 있습니다. 무슨 사진이냐 물으신다면... 나중에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초기 덕질의 결과물이 거기에. 묻혀 있습니다.



이번에도 뼈저리게 느꼈지만 작은 집,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저 책. 책을 버리지 않으면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옛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몸 하나 뉠 정도의 작은 공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책탑-이라는 상황이라면 책을 버리지 않고도 작은 공간에서 살 수 있지요. 다만 책을 쌓기만 할 것이냐, 상자에 담아서 쌓을 것이냐, 어떤 상자를 쓸 것이냐, 그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것이냐는 그 다음 문제. 한국은 그나마 콘크리트 구조 건물이라 책을 많이 쌓아도 일본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바닥/천장이 무너지는 일은 드물 겁니다. 물론 책장을 가벼운 것으로 쓴다는 전제하에.


이번 짐 정리의 결론은 버리고 살자와 가능한 빨리 집을 사야겠다로 마무리 됩니다. 가능한 빨리 부동산을 마련해야 내 책들을 마음 편히 보관할 수 있 ... 지만 지금 유동성으로는 아무리 해도 전세 낀 집을 사는 것 이상은 무리..ㅠ_ㅠ 언제쯤 내집을 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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