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요약: 인테리어는 취향에 안 맞지만 음식은 매우 맛있습니다.



화장실은 굉장히 깔끔한데 음식점 공간 내부는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천장의 배관은 그대로 보이고 노출 콘크리트였던 데다, 벽면의 일부도 콘크리트 내장이 매끈하지 않고 떨어져 나간 부분이 보였거든요. 물론 그 위까지 포함해서 깨끗하게 페인트를 칠했지만 분위기 자체가 제 취향하고 거리가 있다는 건 부정 못합니다. 들어갔을 때는 부엌의 반짝거림에 눈이 가서 몰랐는데 자리잡고 앉아서 둘러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한국의 80년대 쯤이 아닐까 하는 분위기가 나더군요. 테이블이나 사각프레임의 의자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방문 의사는 매우 높습니다. 음식이 맛있거든요. 샐러드도, 파스타도, 음료도, 케이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은 음료는 카페라떼. 이건 조금 걸렸지만 샤케라또는 맛있습니다. 그러니 먹으면서도 다음엔 G를 끌고 와볼까 생각했던 거죠.-ㅁ-






봉봉이 샐러드. 왜 봉봉인지 적는 순간까지도 몰랐지만 사진을 다시 보니 짐작가는 것이 있습니다. 포도 봉봉.. 껍질을 벗긴 포도, 그 비슷한 느낌인가요. 여튼 올리브오일과 단맛의 무언가와 발사믹 식초류를 섞은 걸로 추정되는데, 토마토를 네 등분해서 입에 넣는 순간 설탕에 절인건가 싶은 단맛이 휙 올라와 감칠맛을 끌어 올리고 사라집니다. 오오오오오. 이거 무슨 마법인가요. 도대체 뭘 섞은 거죠.

샐러드는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입맛을 돋우고 나니 파스타가 등장합니다.





파스타 셋 중 하나. 이쪽은 아보가토 페스토입니다. 한 입 밀어 넣으니 입에 착착 감기는 기름진 맛, 하지만 부담스럽게 느끼하지도 않으며 계속 당기는 맛이 돌더군요.






마레. 토마토소스로 시켰습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상상 그대로의 맛. 이쪽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무난한 맛입니다. 살짝 매콤한 맛이 돌더라고요.






사진을 회전시키는 걸 깜빡했네요. 이건 모히토. 저는 술보다는 음료파라 베리에이드를 주문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미처 사진을 안 찍은 모양인데 봄베이 진이었습니다.'ㅠ' (아마도;)





이쪽이 까르보나라. 위의 닭고기는 부들부들하게 익혔는데 수비드-라고 하던가요. 진공포장한 팩에 넣어 은근은근하게 조리한 것인지 속까지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듣기로는 여기 치킨도 같은 방식이라고 들었는데 위장 용적 문제로 차마 거기까지 도전하진 못했습니다. 뭐, 다음 방문 때 시키면 됩니다.+ㅠ+


까르보나라는 왼편에 보이는 것처럼 수란이 함께 나옵니다. 무자비하게 터뜨려서 마구 섞어 먹으면 ...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느끼한 까르보나라에 달걀의 고소함이 더해지니 진한 맛은 세 배가 됩니다. 그리고 그 끝맛은 오렌지가 슬쩍 스치고 지나가네요. 의외로 세 가지가 조화가 잘 됩니다. 아쉬운 것은 빵이 없다는 것. 빵이 있었다면 소스까지 싹싹 긁어 먹었을 건데 없었습니다.;ㅠ; 다음에는 롯데백화점 지하에서 빵이라도 한 봉지 사서 들고 갈까요.(...)





색이 아주 잘 받는 베리에이드. 실제 이름은 그보다 훨씬 길었는데 외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여간 단일 베리 음료가 아니라 여러 종류가 섞였다는 것은 기억합니다. 가격도 괜찮고 맛있네요.(아마도 6천원)



식사가 다 끝난 다음에는 노리고 있던 케이크를 주문합니다. 종류가 세 개라 하나 씩 다 주문합니다.





왼쪽부터 헤이즐넛케이크, 가운데가 티라미수, 맨 오른쪽이 당근케이크.







헤이즐넛을 갈아서 설탕을 듬뿍 넣은 타르트. 위는 신맛이 감도는 치즈크림입니다.





티라미수는 아마도 커피시럽을 쓴 모양입니다. 커피맛이 달게 느껴졌거든요. 그래도 살짝 묵직하게 다가오는 크림이 참 좋더랍니다. 쓰읍.







이쪽은 크림이 딸기맛이었나. 하여간 아래는 당근을 굵게 넣은 케이크. 그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저는 괜찮았습니다.'ㅠ'






그리고 샤케라또. 얼음 넣은 셰이커에 에스프레소와 시럽(설탕인가;)을 넣고 마구 흔들어서 차게 식힌 커피 음료입니다. 아메리카노보다 이쪽이 훨씬 맛있지요. 워낙 샤케라또가 맛있는 곳이다보니 저도 나중에 한 잔 더 시켰습니다.






두 번째에는 잔이 다 나가서 다른 잔에 나왔습니다. 이미 케이크는 거의 다 사라진 뒤로군요.



애초에 이 가게를 안 것은 예전에 샤케라또와 케이크 먹으러 종종 갔던 평창동의 모 카페 덕분입니다. 거기서 일하던 분이 나와서 을지로에 새로 가게를 열었다고, B님이 가보고는 맛있다며 극찬하셨거든요. 맛있습니다. 여러 번 방문하면서 다른 메뉴를 차례로 제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전체 음료 9잔(그 중 두 잔은 칵테일)에 파스타 셋, 샐러드 하나와 케이크를 더해 도합 15만원이 나왔습니다. 흠흠흠. 많이 먹긴했군요. 하지만 이날 점심과 디저트를 한 자리에서 해결했으니 그렇게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맛있게 먹기도 했고요.


그런 고로 다음 모임도 아마 여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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