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전자책으로 먼저 보았습니다. 원체 조아라 외의 사정에는 어두워서-게다가 트위터 팔로도 안 하고 있다보니 정보가 늦었던 거지요. 프로소비러 챠디님의 계정에서 이 소설 추천한 것을 보고는 전자책을 구입했는데, 나중에 이 서평을 쓰려고 보다보니 종이책이 있더라고요. 그러나 알라딘은 품절.

그리하여 교보에 들어갔더니 주문 가능한 상태더랍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눈딱감고 주문했는데 발송이 점점 미뤄지더니 일주일 뒤에 '이 책 품절'이라는 내용의 메일이 왔습니다. 카드 결제한 것은 취소되었더군요. 그래서 알라딘 중고로라도 구입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시도나 한 번 해보자 싶어서 품절도서센터에 신청했습니다.

...

그리고 그 다음날 배송출발. 음하하. 래핑이 약간 뜯어졌지만 전혀 문제 없습니다. 그리하여 종이책 모셔놓고는 하염없이 쳐다보며 고이 모셔두었.... 나중에 마음 가라앉으면 다시 보려고 그런 거죠.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이하 『당서연위』)에 대한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모처의 서평으로 썼습니다. 이게 다른 곳에 공개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네요... 아마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소설처럼』에 이어서 책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더욱 즐거웠고요. 『소설처럼』은 원래부터 책을 좋아하던 두 사람이 만나 직업적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모습을 그리지만 이 책은 조금 방향이 다릅니다. 『당서연위』는 책으로 인생이 바뀐 한 사람과, 그 옆에 서 있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그립니다. 한 사람은 불우한 시절을 겪고 '형님'을 대신해 죄를 뒤집어 쓰고 3년간 복역해 나왔기에 어떻게 보면 때묻은 사람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 없이 순수합니다.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흙묻은 토란 같아요.(...) 진흙탕에 빠져 지저분해 보이지만 껍질 벗겨 놓고 보면 더없이 흰 색입니다. 순수한 흰색.

다른 한 쪽은 겉보기엔 참으로 선량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어두운 곳에 을 들였지요.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둘의 색은 바뀝니다. 한쪽은 점점 하얗게, 다른 쪽은 점점 어둡게. 그렇다고 해서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의지할 수 있는 책방 주인이라 생각하고 의탁했지만 둘러싼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눈치챌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그 때 눈을 감더군요. 순수하다고는 하나 진흙탕에서 지냈기 때문에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서로의 손만 잡고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오는 것도 그래서겠지요.


책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도서관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그 어떤 수기보다도 이 책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교도소에서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은 승혁의 인생은 밑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책을 많이 보았고, 그래서 모범수로 일찍 출소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일부러 찾아간 건물의 1층에서 헌책방을 보았을 때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은 인생을 바꿨지요. 서정의 인생도 그래서 함께 바뀌었습니다.

마지막의 책방은 꿈과 같은 이야기지만 거기서 또 하나의 마무리가 이어지니.. 음. 그 부분은 읽는 사람을 위해 잠시 남겨 놓겠습니다.



책을 위한 이야기만도 아니라 누가 그녀를 죽였고 왜 죽였는가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도 함께 이어집니다. 서정적인 연애담과 조금은 묵직한 추리가 함께 엮이니 참 좋군요. 필력도 그를 더합니다. 그리하여 아주 흐뭇하게 책을 보고 나서 서평을 썼는데... 역시 BL이라는 점과 19금이라는 점이 조금 걸리는군요. 핫핫핫.;



김모래.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시크노블(동아), 2016. 11000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