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아주라는 부사를 넣었더니 부정적인 의미를 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책 자체가 가볍게 읽고 넘어갈 만한 것이라 넣었던 겁니다. 아니, 그 가벼움이 정말로 가볍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곰씹어 보면 사회 문제로 생각할만한 것도 여럿 있고요.


책을 사무실에 두고 왔더니 샤를로트의 주인 이름을 홀랑 잊었습니다. 허허허. 하지만 중요하진 않습니다. 중요한 건 샤를로트니까요.



주인공은 난임치료를 받던 도중, 반려동물을 들이면 아기 없는 허전함이 조금 가실까하는 마음에 반려동물을 들이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여기저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삼촌에게서 경찰견의 이야기를 듣지요. 경찰견으로 은퇴하거나 퇴직한 개들은 일반 가정에 분양되는데, 이미 배변훈련 등이 다 끝난 성견이기 때문에 오히려 키우기가 좋다며 추천을 받습니다. 그렇게 샤를로트는 부부가 함께 사는 집에 들어옵니다.

셰퍼드라 덩치가 상당하지만 부부가 모두 직장이 있어 나가는 터라 밖에 두는 것이 안쓰러워 집안에서 키웁니다. 이렇게 보면 샤를로트는 진짜로 부부의 아기 같기도 합니다. 날마다 꼬박꼬박 산책을 시키려 노력하지만 직장생활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라, 가끔은 도그런에 데리고 나갑니다. 거기서 만난 마을의 여러 애견가들과 친하게 지내고, 샤를로트도 그 안에서 남자친구가 생깁니다.



샤를로트의 우울은 표제작이자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집에 도둑이 들었던 이야기와 다른 사건을 엮으면서 도둑의 정체와 샤를로트의 적응을 다룹니다. 샤를로트가 왜 짖지도 않고 숨어 있었는가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한데 그게 또 동감이 되더군요. 저라도 그럴거라 생각합니다.(이하는 내용폭로) 옛 직장동료(...)가 일시키러 찾아온다면 잽싸게 도망칠거예요.


다른 이야기도 도그런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마을 주민들, 그리고 집에서 일어난 사소한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과정이 나옵니다. 시간의 흐름이 있다보니 두 번째 이야기에서 등장한 인물이 뒤에 다시 등장하고, 다른 이야기와 연결되고 합니다. 혹시라도 난임이 해결될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런 건 없고, 각 단편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다보니 그대로 마무리 되더군요. 뒷 이야기가 더 있어도 괜찮았을 건데 조금 아쉽습니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이야기도 함께 나옵니다. 샤를로트와 고양이집회가 그 내용인데 있을법한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일상의 수수께끼에 탐정도 따로 없다보니 그래서 코지 미스터리라고 설명을 넣었나봅니다. 가장 탐정 역할에 가까운 것은 남편이겠지만요.


반려동물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개가 주역이고 고양이는 가끔 등장하지만 샤를로트가 귀여우니 상관없습니다. 훗훗훗.



곤도 후미에. 『샤를로트의 우울』, 박재현 옮김. 현대문학, 2017, 12000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