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살림 화두는 미니멀라이프인가봅니다. 신간 검색을 하다보니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네요. 하지만 애초에 수집벽이 있는 사람에게 미니멀라이프는 무리입니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남긴다고 하니 하면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먼저 떠올라서 말입니다. 그쪽은 불교의 화두인 오욕칠정을 버린다는 것에 근거한 생활이겠지만 미니멀라이프와도 어느 정도 닿아 있지요. 그런 고로 오욕칠정을 끌어 안고 사는 제게 그런 삶은 불가능한 삶에 가깝습니다. 노력하면 가능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오래 쓰는 첫 살림』의 부제는 '곁에 두고 싶은 물건으로 공간을 채우는 미니멈 리치 라이프'입니다. 앞 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읽다보면 이해가 됩니다. 집은 크지 않고, 충동구매로 물건사서 쟁이다보면 결국에는 제대로 관리하고 쓰기도 어려우니까 꼭 마음에 들고 잘 쓸 고급 물건을 골라 구입하자는 내용이네요. 기왕이면 자신에게 보는 눈이 있고 그런 살림 감각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다면 최소한 막무가내로 남들이 사니까 사자는 것은 말라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니멈 리치라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솔직히 최소한의 공간과 최소한의 자금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요. 작은 원룸에서 살면서 전세 만기되면 이사가야 하나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미니멈 리치라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 생각해보니 실천 안하는 것도 아니네요. 하.하.하. 부엌살림만 두고 본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비슷한 생활을 합니다. 숟가락과 젓가락, 포크는 유기제품으로 쓰고 있고 국수그릇과 접시는 아라비아 핀란드를 씁니다. 평평한 접시는 선물로 받은 다얀이고요. 머그는 사은품이지만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라 문제 없고요. 냄비는 실리트. 이것도 오래 쓰니 안쪽 코팅이 벗겨지는 느낌이지만 아직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주방도구는 멜라민이지만 부엌칼은 집에서 들고 온 헹켈. 일단 오래 쓰고 덜 질리는 종류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는 닮았는지도 모릅니다. 아차. 작은 사발은 또 ... (하략)


이모저모 따져보니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더라도 이 부엌 살림이 다른 것으로 바뀔 가능성은 낮습니다. 아마 그릇만 더 늘겠지만 그것도 아라비아 핀란드 시리즈나 띠마로 들고올 가능성이 높고요. 혼자 살림에는 그릇 더 늘린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고, 무엇보다 비용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요. 하나씩 마음에 드는 것을 추가해 모으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왕창 늘릴 것 같진 않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모아 놓은 그릇이 작은 서랍장 하나는 가득 채울 정도라 그런 것 맞습니다.-_- 블로그에 올려 놓은 그릇 지름기만 해도 얼마냐.)




그릇 말고도 살림 살이는 많습니다. 책에서 맨 앞에 다루는 것은 가구더군요. 그릇은 뒤쪽에 있습니다. 저야 빌트인에 들어와 있는데다 침대를 쓰지 않으니 이 책에서 소개한 침실가구들을 쓸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만, 저자가 좌충우돌했던 상황을 보니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를 느꼈습니다. 침대는 참으로 소중하니까요. 가격도 비싸거니와 하루의 30%는 보내고 있으니까요.


소파는 아마도 안 쓸 것이고, 의자는 테이블에 맞춰 적당히 고르지 않을까 합니다. 테이블을 커다란 것을 놓고 작업실 대신 쓸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식탁은 별도로 안 두지 않을까 싶지만... 혼자 생활하면 더더욱 식탁 쓸 일이 없고요. 차라리 거실에 상펴는 것이 편하고요. 식탁을 두면 부엌 공간이 좁아지는게 문제입니다. 대신 작업대가 하나 늘지만 그럴바엔 작업대를 추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고요.


장식장은 둘 가능성 낮습니다. 둔다 해도 아마 이케아? 피규어 장식은 할 것 같지만 거실에 놓을 거란 생각은 안드는데..=ㅁ= 장식장보다는 책장이 우선이지요. 이건 짜맞출 가능성이 높지만 확실하진 않습니다.



드레스룸이나 욕실, 조명은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패브릭은 고민할만 한데, 커튼은 무난한 것을 쓰겠지만 카페트는 아마 좋은 걸로 고를 겁니다.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걸 좋아하니까요. 커튼 이미지는 여름 기준으로 아마 이런 것...




마 조각보로 이런 것 만들면 예쁘겠다고 망상만 합니다. 망상만......



나중에 집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 상상하다보니 글이 엉뚱한 곳으로 흘렀지만, 하여간 독립하거나 결혼하거나 하여 새로 살림을 꾸릴 적에 참고하면 좋을 책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걸 100% 다 따라하는 것은 무리고 자신의 생활습관에 맞춰서 적절히 적용하면 좋을 겁니다. 그리고 결혼할 때도 모든 살림을 다 살 필요도 없지요. 저자도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다가 실패한 것이 많다고 적었는데 주변을 봐도 필요한 것만 딱 구입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가능하더군요. 건조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싶었는데 공간이 없어서 못했다거나, 세탁기를 구입했는데 넣어보니 설치할 공간보다 커서 안 들어갔다거나 하는 사례를 실제 봤습니다.(먼산) 공간 치수와는 별개로 들어가는 문이라든가의 문제가 크더군요. 신혼 때 미처 못산 가전을 뒤늦게 구입하는 친구는 '혼수 들이면서 왜 같이 사는지 알았어. 금전 감각이 마비되어서 그 때 한 번에 지르는 건가봐.'라는 이야기도 하던걸요. 에어컨 가격이 무지막지 하다고 하면서..


보고 있노라니 독립하면서 어떤 집을 꾸밀 것인가 찬찬히 생각하게 되더군요. 느긋하게 목록을 만들어 가며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이영지, 조성림. 『오래 쓰는 첫 살림』. 청림Life, 2017, 22000원


가격이 높지만 책을 들어보면 압니다. 책이 작지 않고 상당히 두껍고요. 근데 책 무게가 933g이라니..;(알라딘 참고) 무겁긴 했지만 1kg 가까이 될 거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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