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아니라 책 창고. 책 보관소. 도서관이 이럴리가 없어!가 아니라...




저런 곳이 지향하는 모습은 이런 것일진대, 그 정신은 담아내지 못한단 말이죠. 사진은 아일랜드의 Trinity College Library.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힙니다. 워낙 오래된 도서관이기도 하고 소장하고 있는 장서도 희귀서와 고서를 망라해 여럿 가지고 있으니까요. 사진에서 보이는 책들만 해도 이미 상당히 나이 먹은 책들인데 그걸 저만큼 모았다는 것은 엄청난 저력을 말하지요.... 솔직히 최근의 도서관들은 이러한 모습의 겉모습만 베끼고 그 속은 비어 있습니다.



CCC, 츠타야서점에서 운영하는 도서관들은 하나같이 그럴싸합니다. 책에 압도당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대형 서가. 그리고 거기에 잔뜩 꽂힌 책. 얼핏 보기에는 한 눈에 모든 도서가 들어오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하지만 착각이지요. CCC에서 츠타아서점을 운영할 때 쓴다는 서점 분류법을 이용해 도서를 분류했답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합니다. 모든 도서를 그 서점 분류법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그게 가능할까요.


LCC나 LC로 줄여 부르는 Library of Cogress Classification, 미의회도서관분류법은 책이 서가 한 단을 차지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보다는 작고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DDC, Dewey Decimal Classification 듀이십진분류법은 책 네 권입니다. DDC를 두고 한국 상황에 맞게 새로 만든 것이 KDC, Korea Decimal Classification 한국십진분류법인데 그건 두 권. 그나마도 한 권은 색인입니다. DDC도 분류법 자체를 강의하는 책이 따로 있고 실제 분류법은 따로 있습니다.

분류법 책이 따로 있는 것은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들을 주제에 맞춰 모아 놓기 위함입니다. 물론 현대처럼 복합 주제를 가진 책은 여러 곳에 속할 수 있으니 모든 상황에 맞진 않지만, 그렇게 분류하는 것은 책을 배가하기 편하게 만들려는 것과, 책의 관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함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용자들이 특정 주제를 찾을 때 접근하기 유용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최근에는 아예 웹으로 목록을 제공하니 원하는 키워드를 통해 책을 검색할 수 있어서 복합 주제의 도서를 찾기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물론 각 도서에 키워드가 제대로 입력되었다는 전제가 깔리지만...


하지만 서점 분류를 사용하는 것은 그게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서점 분류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보유 장서가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에만 유용합니다. 중소도시의 공공도서관만 해도 장서수 10만을 넘어가고, 대학도서관 같은 곳은 큰 곳이 이미 100만을 넘깁니다. 뭐, 대학도서관이라고 다 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KDC로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대학도서관이 괜히 DDC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DDC는 KDC보다 더 규모가 크고 방대하고 세부주제가 상세하기 때문에 큰 규모의 장서를 분류할 때는 KDC가 아니라 DDC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 물론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립도서관이기 때문에 DDC가 아니라 KDC를 쓰지만 대개 DDC도 같이 병기합니다.



간단히 요약합니다.

도서관의 분류법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며, 서점 분류법으로는 방대한 도서를 분류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그 한계를 메우는 어떤 조치가 있나요. 매뉴얼이 있어서 서점 분류를 할 때 주제별로 모이도록 하거나 다른 키워드를 통한 무리짓기가 가능하도록 할, 어떠한 조치가 있나요. 각 도서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 쉽도록 볼 수 있는 검색 시스템이 있나요. 매번 위치가 바뀐다면 책을 찾기 위해 도서탐지기라도 들고 다녀야 하나요.

혹은 그러한 책을 안내할 만한 인력이 있나요. 특정 도서를 찾았을 때 그 도서와 관련된 주제를 이야기하고 풀어낼, 참고정보 사서-레퍼런스 사서나 주제전문 사서인 리에종 사서가 있나요. 아니, 사서가 아니라 해도 그런 인력이 있나요.



간단히 요약합니다.(2)

도서관은 책을 포함한 여러 자료에 접근하기 위해 목록과 그걸 보충할 인력을 제공하는데 저곳은 그러한가.



저 두 가지는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에 접근하기 위해 제공하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하기 위함이라 한다면 그건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그냥 정보 뭉치에 지나치 않지요.



데이터를 가공하면 정보, 그걸 연결하면 지식, 그리고 그 중에서 중요한 걸 가려내는 것이 통찰, 연결하는 것이 지혜. 도서관은 이를 위해 정보를 조직하고 가공하며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이 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건 도서관이 아니라 책창고입니다.




전체 요약.

도서관을 모독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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