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일본 작가라 작가 수입 이야기도 일본 기준입니다.'ㅂ'



웹소설 작가나 웹툰 작가나 한국에서는 생계 꾸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히 표현해서 전업 작가로 살아 남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닌가봅니다.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한국에서만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언젠가 '프랑스에서 몇 안되는 전업작가'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언급한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하지는 않군요.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강 프랑스에서도 전업작가는 많지 않으며,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이가 된 것이 영광이다는 맥락이었을 겁니다. 뭐, 복지가 잘 되어 있거나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어 부업으로 작가를 한다면 생계 유지는 가능할지 모르나 그런 이들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 아마도.



마침 엊그제 다 읽은 『생각의 궤적』에 작가의 벌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그 앞서 읽고는 깊은 감명을 받아 두 책의 사례를 정리해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트위터에서 책 뿌리기 이벤트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던 『작가의 수지』는 추리소설 작가의 사례 한 건이고, 『생각의 궤적』은 역사 관련 글과 에세이를 쓰지만 소설도 쓰는, 순문학은 아니고 그렇다고 장르문학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경계의 작가 사례라 완전한 비교는 어렵지만 감은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작가의 수지』 후기에 언급되었던 유미리의 책에는 조금 더 자세한 사례가 나올지 모르지만 번역 안되었으니까요. 있는 자료로 비교해야죠.



일단 비교하기 전에 몇 가지는 짚고 갑시다.

1. 모리 히로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닙니다.

1.1 모리 히로시는 장르문학 작가이며 추리소설 외에도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습니다.

1.2 모리 히로시가 쓴 책의 수는 작가가 밝힌 것을 보면 다른 추리소설 작가들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2. 시오노 나나미는 순문학 작가가 아닙니다.

2.1 시오노 나나미의 책 판매량과 종 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1과 2를 굳이 적은 것은 양쪽이 각 분야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며, 글 쓰는 스타일도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익 비교가 어렵다는 것을 짚고 가기 위함입니다. 간단히 말해 사례 두 건으로 일반화 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료가 매우 간단한 시오노 나나미부터 적습니다.


p.397 「청빈을 권함」, 1988.2


-책을 낼 때마다 3만부 가량 판매됨

-3만부라면 650만엔 정도 인세가 나옴

-1년에 한 권 쓰기도 빡빡함. 공부를 많이 해야 하며 1년 내 공부만 하는 일도 있으나 그런 책은 두께가 있어서 2년에 두 권 정도로 볼 수 있음. 따라서 1년에 한 권으로 잡아도 됨

-650만엔은 세금 포함 금액임

-힘써 공부하며 쓴 책은 꾸준히 판매되다 보니 10년 이후에도 인세가 들어옴


연간 지출은,

-집세 300만엔

-광열비 15만엔

-전화비 30만엔

-가정부 월급 70만엔

도합 415만엔이고, 일본에 귀국할 때마다 그 비용으로

-항공권 20만엔

-피렌체에서 로마 공항까지 콜택시 10만엔

-제국호텔 투숙비 2주에 40만엔


지출이 훨씬 크군요. 일단 이게 88년 기준이란 걸 감안합시다. 88년이면 아직 거품이 있던 때 아닐까요. 판매부수는 지금 이보다 더 줄어들고 지출은 더 늘어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죠. 지금의 정확한 수입 등등은 계산하기 어렵고, 88년 이후에는 다른 국가에 번역되면서 추가 인세가 들어왔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로마인 이야기는 이 이후에 한국에 번역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으니 수입은 더 늘었을 것이고, 꾸준히 팔리는 작품의 인세 수입을 생각하면..'ㅅ'

소비 중에서 콜택시 비용은 자신에게 허락한 유일한 사치라고 하더랍니다. 이탈리아의 철도는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더군요. 지금은 EU에 통합되었으니 조금 더 나아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시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럽 체류 즈음이 아닌가요. 유럽 체류가 87년 전후였다고 기억하는데. 『먼 북소리』를 다시 뒤져야겠네요.



시오노 나나미는 굉장히 두루뭉술하게 적었지만 모리 히로시는 다릅니다. 애초에 전공부터 차이나죠. 인문학 전공의 작가와 공학도. 공학도는 엑셀로 수입 내역을 관리합니다. 대략 얼마 정도 팔렸다고 적는게 아니라 몇 년도에 쇄를 몇 부 찍어서 그 인세 수입이 어땠더라, 그리고 인터뷰랑 서평 원고비는 어떻더라 등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가님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이건 수치를 넘어서 책 자체가 유머입니다. 그리고 읽는 사람들은 일종의 자학을 겪기도...(먼산)


*원고지 1장은 300~350자.(p.28)

-문학잡지는 매당 4천~6천엔(p.29)

(-만화 고료는 한 페이지에 0.6~1.5만엔(p.29)이고 작가에 따라 5만엔 이상도 있음)

-신문 연재 소설은 1회 분량인 5만엔. 1년간 연재할 경우 연수입 1800만엔


모리 히로시는 시간당 6천자로 쓴답니다. 다만 1시간 내도록 입력하는 것은 아니고, 에세이는 이보다 2할(20%) 가량 낮답니다.(p.30~31)

-6천자 = 원고지 20매 = 매당 5천엔 = 시급 10만엔

-이건 초고이므로 실제로는 시급 5만엔 가량임.

-책 한 권은 원고지 400-600매, 잡지 연재시 200~300만엔


일본의 인세율은 대략,

-정가의 8~14%. 작가가 경험한 것은 최저 10, 최고 14.(p.35)

-라노베는 8%. 이는 일러스트레이터가 2%를 가져가기 때문일 것.(p.35)

최근의 경향은

-미발표 원고 12%, 문고본 등 발표 작이면 10%

-책을 인쇄한 시점에서 저작권 사용한 것이므로 바로 인세 지급. 1천엔 책 1만부 인쇄하면 인쇄율 12%일 경우 120만엔을 작가에게 지급(p.36)

-문고본 형태로 최초 발표하는 경우 문고본이라도 12%(p.41)

-해외 출간 작품은 초쇄 인세는 6%. 12%의 절반을 번역자가 가져가기 때문.(p.54)

-중쇄는 7%, 1만부 넘으면 8%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음.


그리고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발행 부수 추정치는 44쪽에 있습니다. 판형별 누계 부수는 그보다 뒤에 실려 있고. 인쇄 서적에 한정해 인세 수입을 그린 그래프는 58쪽......


넵. 이쯤 하겠습니다. 나머지 수익은 다른 종류의 글을 써서 얻은 수입이니까요. 원고 청탁 등등 말입니다. 인터뷰의 경우도 분명 별도 수입을 받습니다. 가장 잘 팔린 책인 『F』가 1백만 부를 못 팔았다고 하는데 워낙 책 수가 많아 그런지 수입 자체도 상당하죠. 2008년에 소설가 은퇴 선언을 했는데 2015년에 나온 이 책을 보면 그간 출간한 책이 278권이랍니다. 아마 문고본으로 판형을 달리 해 출간한 책도 함께 넣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간의 수입이 대략 20억엔. 그러니 아주 느긋하게, 신칸센도 닿지 않는 시골 땅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며 살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그 취미생활이 모형철도이고, 거기에 모형철도를 깔아 놓고 정원일과 취미생활을 즐긴다는 겁니다. 차도 좋아해서 포르쉐를 비롯해 여러 차도 구입했다가 친구들에게 하나씩 맡겼다 했고, 브라이스에도 잠시 관심을 가져서 리페인팅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을 읽고 모 처에서 감상을 이야기 했더니만 옆에 있던 (저를 잘 아는 분이) **이 부러워할만하네라고 하시는 바람에 허허허 웃고 말았습니다. 비수에 찔렸지요. 정말로 부러웠거든요...=ㅁ= 뭐, 저는 작가도 아니고 이럴 능력도 없으니 그저 웃고 맙니다. 핫핫핫.;ㅂ;



시오노 나나미. 『생각의 궤적』, 김난주 옮김. 한길사, 2013, 13000원.

모리 히로시. 『작가의 수지』,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7, 12800원.



『작가의 수지』는 읽으면서 포복절도한 장면이 몇 있습니다. 상당히 책이 마음에 들어서 조만간 이벤트를 할 생각인데 언제쯤 할지는 저도 모릅니다. 일단은 올 여름 지나기 전에는 반드시 할 겁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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