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커피. G가 마켓컬리에서 주문해 새벽배송으로 받은 메종엠오 마들렌입니다. 그 며칠 전부터 메종엠오 마들렌이 먹고 싶다 노래를 부르더니 못참고 주문하더군요. 서울 지역은 이런 주문도 가능하지만 경기도 외곽까지만 가도 엄두를 못냅니다. 업체들도 적은 수요와 배송비용을 생각하면 서울과 서울과 '경기(京畿)'만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요.



그래도 잘 살았다면 수도권 밖에서도 지금 수준에서 사치라고 부를만한 것을 누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처럼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기대소득이 떨어지며, 수명은 늘고 병원비용은 늘어가지만 대비할 수 있는 소득은 턱없이 부족한, 그런 상황에서는 무리입니다. 작은 사치든 큰 사치든 허리띠를 졸라매서 누릴 수 있는 문화는 외면받기 쉽습니다.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나올 수 없죠. 그런 거죠.

(몇 년 째 우려 먹는 말이냐, 이거..ㄱ-)



C님이 잠시 지방 생활을 언급하기도 해서 저도 덧붙여 이어 씁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트윗 두 건인데, 하나가 C님의 지방생활 이야기, 다른 하나는 토목건축 관련 타래입니다. 주변에 건축계 종사자가 여럿 있어 저도 얻어 들은 것이 있긴 합니다. 건축 자체에도 관심이 있어서 여유만 있다면 나중에 개인주택을 올려도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이 지방이라 땅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며-제 여유자금을 보면 헛소리지만-땅을 사두었다가 다른 여유자금이 생기면 거기에 집을 지을까 고려해봤습니다.


만.

고려하면서 현실이 눈에 들어오니 생각이 바뀝니다. 가장 큰 부분은 시공이더군요. 아무리 좋은 건축설계자를 만나 좋은 집을 얻고 좋은 설계를 해도 문제는 시공입니다. 그게 앞서 적은 '토목건축 관련 타래'(링크)와 연결됩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예전에 후쿠시마 원전이 방사능 유출소식이 들리자마자 은퇴하신 교수님께서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어요.

"모든 원전은 안전하게 설계되었단다."

"그렇겠지요."

"그게 안전하게 지어졌다는 말은 아니잖니."

"!"


쉽게 말하면 설계와 시공은 별개입니다. 말하자면 설계와 시공은 기획과 실제만큼이나 괴리가 있습니다. 아무리 기획안을 잘 짜놓았던들 그걸 실행하는 사람이나 재료적 문제 등등으로 기획한 것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설계/시공은 그래서 감리를 둡니다. 설계한 대로 제대로 시공이 이루어지는지 감독하고 관리하는 것 말이죠.

..

근데 지방에서 그게 제대로 될까요. 지금까지 참고했던 여러 책들은 수도와 수도권에서 집을 지은 내용이 많습니다. 지방에서 지은 이야기도 없지 않아 있지만 여기서 몇 년 살며 집 짓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기대를 바닥으로 낮췄습니다. 좋은 시공사를 구하는 것도, 시공을 잘 할 솜씨 있는 인력을 구하는 것도 지방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예외적으로 한옥은 그럭저럭 가능하지만 그쪽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일당이 얼마인지 알고 있고 몇 명이 투입되어야 하는지도 대강 알고 있다보니.-_- 애초에 거긴 평당 단가도 차이난다고요!



집을 짓지 않고 아파트에 들어가는 건 어떻냐, '브랜드 아파트'가 없습니다. 시공을 누가 했는지 모를 아파트에 시공 도중 부도가 나서 두 세 번쯤 건축사가 바뀐 아파트가 있습니다. 조금 상태가 좋은 집은 가격이 지방 수준을 훨씬 뛰어 넘습니다. 그 집을 사느니 집을 짓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빌라나 원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원룸만 봐도 그렇죠. 윗집에서 코고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고 벽에는 결로 때문에 곰팡이가 핍니다. 하.하.하.

이렇다보니 지방에서 사는 것은 상당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뭐, 그나마도 저는 캥거루족이라 부모님이 서울 거주하시니 거기에 의탁해서 문화생활 누리고 편하게 사는 것이고....... (먼산) 그게 아니었다면 지방에 처박혀서 문화생활이 뭐임? 이러면서 인터넷/트잉여/은둔형외톨이적 생활을 이어갔겠지요. 하.하.하.



시도 아니고 군 단위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그렇습니다. 그래도 미련을 못버리고 열심히 돈을 모아 언젠가 집을 짓거나 사겠다는 생각은 아직 합니다. 과연 성공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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