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읽으셔야 합니다. 귀여워요, 귀엽습니다. 영국의 멍멍이들이 한 가득! 물론 사진 없이 글만 있고, 그나마도 오래 전의 이야기를 모아 둔 것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귀엽습니다!



제임스 헤리엇의 책은 한참 전에 출간되었던 책으로 보았습니다. 책 제목은 잊었는데 그 당시 작가 이름은 헤리어트 혹은 해리어트로 출간되었을 겁니다. 10년도 더 전의 일일 건데 그 때도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제임스 헤리엇은 영국의 수의사입니다. 2차대전에 복무하기 위해 훈련을 받던 도중 자대 배치 직전인가, 하여간 참전 직전에 종전되면서 소집 해제 되었지요. 그만큼 나이가 많으시단 겁니다. 1995년에 돌아가셨고요.

따라서 여기 실린 이야기는 오래 전의 수의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동물의사 닥터 스쿠루에 나오는 홋카이도 대학의 시설이나, 거기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등장하는 시설들보다 더 오래된 시절의 이야기일겁니다. 마침 책에 소개된 여러 요법들도 최신 약품이 아니라 조제약(...)이나 민간요법 비슷한 것을 사용합니다. 완전한 민간요법은 아니죠. 그러니까 콜레라 등의 설사병으로 고생할 때 마시는 수분보충제는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제조하는 약품이 아니라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 거죠. 작용 방식은 동일하기 때문에 집에서 만드는 조제약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니까 당밀을 섞은 위세척제도 민간요법이라기 보다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쓰는 약인 겁니다.'ㅂ'


앞서 출간된 책들은 제임스 헤리엇이 신참 수의사로 요크셔에 들어가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그 사이에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기고, 참전 준비를 했지요. 이 책은 그 책의 줄기와는 별개로 개와 관련된 일화만을 모은 겁니다. 그래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개가 한가득 등장합니다. 그것도 영국 토박이의 개들이 한가득. 물론 순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잡종도, 혼혈도 등장합니다. 피가 섞이든 순종이든 뭐든 어떤가요. 귀여운 개면 다 좋습니다! 그런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주로 큰 개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인데 리트리버가 많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학대받는 개의 이야기고요. 어떤 집에서 학대 받고 방치 당해 죽어가는 개 한 마리가 발견됩니다. 보호소로 보내기 전 수의사가 와서 건강 검진을 하는데 헤리엇이 와서 개를 살펴보지요. 단 한 번도 목욕을 하지 않아 엉키고 떡진 털에다 몸에는 욕창도 있습니다. 학대당했으면 난폭해질 수도 있겠지만 이 멍멍이는 아주 순수한 눈을 가졌다더군요. 그리고 수의사는 그 개가 궁금해 이리저리 들여다보던 동네 참견쟁이에게 슬며시 미끼를 던지고는 개를 맡깁니다. 원래 이러면 안되지만 마침 개를 잃은지 얼마 안되었고 누군가를 보살피는 걸 즐겨하는 오지랖 넓은 분이였단 말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개에게 사랑을 쏟았고, 개는 헌신을 다할 존재를 찾았습니다. 풍성한 털과 누구든 웃지 않고 못배길 멋진 미소를 가진 리트리버가 되었지요. 아... 쓰면서도 눈물 납니다. 크흑.;ㅂ;


각 일화 뒤에는 헤리엇이 짤막하게 덧붙이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걸 읽는 재미도 좋고요. 하여간 개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세요. 슬픈 이야기도 행복한 이야기도 있고 어느 것이든 다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이야기입니다.




제임스 헤리엇. 『수의사 헤리엇의 개 이야기』, 김석희 옮김. 아시아, 2017, 16000원.



서가에 꽂아 놓았다가 우울할 때 꺼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발랄한 개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절로 히죽거리며 웃게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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