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언급했지만 제 저녁 시간은 이릅니다. 보통 오후 4시~5시 사이에 간단히 음식을 먹고 저녁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으며, 늦게 먹어야 6시입니다. 저녁을 많이 먹으면 잠이 얕거든요. 귀가 얇은 편이라 이전에 친구 K가 '밤에 꿈을 많이 꾸는 것은 위에 음식이 들어가서 위가 쉬지 못해 그런 거래'라고 한 말에 홀려 그 때부터 저녁을 간단히 먹기 시작했지요. 물론 이렇게 하면 체중조절에도 도움이 됩니다. 보통 21시에서 22시 사이에 취침을 하다보니 사실 6시 넘어서 먹는 게 위에 부담되는 것도 맞고요.


문제는 회식.

회식 자리는 퇴근 후에 있으니 늦습니다. 그래서 회식 참여하면 잠이 얕거나 잠이 부족하거나 합니다. 밖에 오래 나가 있어 피곤한 것도 있고요. 회식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고는 하지만 여행 가서도 이건 문제가 됩니다. 특히 이자카야는 늦게 여니까요. 여행지에서는 그런 이유로 술자리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일행이 있으면 조금 달라집니다. 맛있는 가게를 알고, 미리 예약할 정도로 준비된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그리하여 이번 여행에서는 여행 다닌 뒤 처음으로 저녁 때 술 마시러 갔습니다. 어,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는 여행지에서 저녁에 술마시러 간 일이 없습니다. 대개는 캔맥주 사다가 숙소에서 마셨을거예요.





하카타는 테바사키라는 닭날개 구이로 유명하다는데 잘하는 집은 예약이 필수랍니다. 다만 몇몇 가게들은 한국인 관광객의 노쇼 때문에 아예 한국인 예약을 받지 않는답니다. 여기는 받아줘서 다행이었지요. 저는 메뉴를 일임했고 나중에 디저트 메뉴만 하나 추가했습니다. 첫 잔은 생맥주, 그리고 교자.-ㅠ-





맥교는 진리죠. 더 무슨 말이 필요하나요.-ㅠ-






첫 주문은 일단 주력 음식인 테바사키를 시킵니다. 왼쪽은 간장양념, 오른쪽은 소금양념이고요.

후라이드와 양념치킨은 전혀 다르지만 테바사키는 더더욱 다릅니다. 간장양념은 달달하고 진한 맛이라 소스맛에 고기가 묻힌다면, 소금맛은 짭짤하면서도 바삭한 것이 더더욱 좋습니다. 간장양념도 좋지만 맥주에는 소금양념이 훨씬 더 잘 어울리더군요.






정확한 이름은 잊었지만 명란 타다키였을 겁니다. 겉은 살짝 익은 명란, 그리고 속은 명란 그자체. 으으으으으. 절묘하게 익혔던 터라 쌀밥을 부르는 맛입니다. 물론 맥주도 좋지만, 약간 매콤하게 양념한데다 명란의 짠맛이 어울리니 밥이 필요하다 싶더군요. 맛있습니다.






닭고기 쓰쿠네. 츠쿠네라 적을까 하다가 그게 그거지 싶어서요. 달걀 노른자에 찍어 먹으면 됩니다. 닭고기 완자인셈인데 촉까지 촉촉하고 살짝 달콤하니 맛있습니다. 이쯤 되면 뭔들 맛없겠냐 싶긴 하네요.






제 요청으로 시킨 디저트, 빵푸딩. 진짜로 빵푸딩입니다. 빵 자체를 푸딩액에 재웠다가 구워서, 그걸 냉장고에서 차갑게 얼린 것 같은 그런 맛이더군요. 빵푸딩을 흔하게 볼 수 없기도 하지만 맛 자체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제 취향은 이보다 더 촉촉한 푸딩맛이지만 단짠단짠을 위해서는 더욱 좋았습니다.



만.

낮에 먹은 것도 있고 일찍 일어나 설쳤던 탓에 이미 반쯤 졸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하고 뻗었네요. 아쉽지만 여긴 또 미리 예약을 해야하는 곳이라 다음에도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먹고도 1인당 3천엔 남짓이었다는 것이 좋네요. 저는 맥주 한 잔이고 뒤에 시킨 테바사키는 배불러서 손을 못댔던 터라 적게 냈고, 다른 사람들은 맥주를 더 추가하기도 해서 3천엔보다 더 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무리죠. 물론 치킨으로 대신한다면 좀 다르겠지만..?




아쉽게도 일행을 따라 간 터라 이름이나 위치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다시 못 갈 곳이란 점에서 차라리 다행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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