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원서를 먼저 접하고 번역본을 보았습니다. 원서랑 번역본 출간 사이의 기간이 짧은 편이라 생각한 건 원서 반납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아서 번역본을 만나 그렇습니다. 원서는 영어 읽기가 싫어서 사진만 대강 훑었지만 전체 구성이 마음에 들어 살까 말까 고민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번역본이 나온 것을 알자마자 냉큼 안테나샵-이 아니라 도서관에 신청하고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구입을 결정하고 장바구니 담았다가 어제 주문했지요. 그리하여 이달은 3알라딘을 넘어섰습니다. 교보를 쓰고 있지만 구입 단위는 동일하게 알라딘으로 기재합니다. 알아듣기 편하잖아요.

(1 알라딘 = 알라딘 상품 주문 가능 기준인 5만원)



블루 보틀 커피는 일본에도 매장이 있지요. 뉴욕지점을 다녀오신 C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뉴욕 커피치고는 맛있다는 평이라 기대는 안하지만 그래도 도쿄에서 제법 인기있는 가게입니다. 그게 이름값인지 맛도 그러한지는 미지수네요. 아니, 도쿄지점 방문기를 보면 '핫'하다 외의 평가는 ... (하략)



하드커버에 책 판형이 큽니다. 그것도 일반 판형이 아니라 정사각에 가까운 정도로 조금 키가 작고 폭이 넓은데다 종이도 두꺼워서 책이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들고 다니며 읽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의 앞부분은 블루 보틀 커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소개합니다. 커피를 전혀 모르던 인물이 어쩌다가 커피를 볶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파머스마켓 같은 장터에 나가 커피콩을 팔고, 그러다가 커피콩를 매장에 공급하기 시작하고, 커피를 내려서 팔고, 매장을 작게 얻으면서 베이커리 부분까지 흡수 확장하고, 그리고 매장이 점차 늘어나 현재의 모습이 되었답니다. 책 저자가 제임스 프리먼, 케이틀린 프리먼, 타라 더간인데 앞의 둘은 성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부부입니다. 제임스 프리먼이 커피 이야기를 썼고 케이틀린 프리먼이 베이커리를 다룹니다. 케이틀린은 원래 제임스가 장터에서 커피콩을 팔 때 공급 받다가 나중에 아예 자신의 노점에서 커피 파는 부분을 맡깁니다. 둘이 그렇게 동업한 것이 2년, 그리고 사귄게 4년, 그 뒤에 결혼했더라고요. 동업자로 시작해 부부가 된 경우입니다.


블루 보틀 커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야기한 다음에는 커피콩이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다룹니다. 커피의 성장, 커피콩의 수확과 지역별 특징, 그리고 지역별로 다른 커피 가공방법, 그리고 실제 농장에서의 커피 수확과 가공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그 다음에는 커피콩 볶는 법을 소개합니다.

감탄했던 것은 커피콩 볶는 과정을 일기쓰듯 일일히 기록한다는 부분이었지요. 마시기 전까지는 커피콩의 맛을 확인할 수 없으니 가장 맛있는 커피콩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커피콩을 로스터(배전기) 온도가 얼마일 때 넣었고, 넣은 뒤 온도가 얼마까지 떨어졌고, 다시 올라오기까지 얼마나 걸렸고, 1차 크랙, 2차 크랙의 시기 등등을 모두 상세하게 기록합니다.

초보자들도 이건 시도할만 하겠지요. 물론 온도 확인은 쉽지 않을 것이고, 그게 가능한 도구(레이저 온도계)는 가격이 비싸지만.-ㅁ-; 그 외의 상황은 기록한다면 도움이 될겁니다. 앞서 설명한 지역 특징과 가공 방식에 따라서 콩의 성질이 달라지고 볶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적은 것도 흥미롭습니다. 무조건 볶는 것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자가 배전에 도전하면 해볼만 하고요.


그 뒤는 다양한 커피 도구가 나옵니다. 블루 보틀은 핸드드립이라 부르는 일본식 추출법이 아니라 푸어오버라는 방식을 씁니다. 소용돌이나 원형을 그리며 물을 가늘게 붓는 것이 일본식의 핸드드립이지요. 미국식은 푸어 오버로 커피가루에 물을 약간 부어 전체적으로 적시는 것은 같지만 그 뒤에 물을 왕창 부었다가 둡니다. 책 번역도 푸어오버와 핸드드립으로 나눠했더라고요. 푸어오버도 넓게 보면 핸드드립이지만 결과물은 다르니까요.


핸드드립말고 프렌치 드레스나 에스프레소 기구에 대한 조언과 추출법도 나옵니다. 그걸 보고서 구입 결정..OTL 오히려 이 책은 원서를 보았을 때 망설였던 제과법이 아니라 앞의 커피 관련 부분이 사람을 홀리더랍니다. 원서 볼 때야 대강 보고 넘겨서 몰랐습니다. 하하하하하.



디저트도 미국식이지만 만드는 법이 상당히 상세하게 나옵니다. 다만 방법이 상세하더라도 만드는 법 자체는 쉽지 않고 다 전기믹서를 사용합니다. 아마도 키친에이드 같은 스탠드믹서를 사용하는 걸로 보입니다. 그런 고로 집에서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설탕량이 상당히 많고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네요.'ㅠ'

그런 고로 이 책이 오늘 도착하면 다음 모임 때 C님을 보여드리고 유혹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음후후후후후훗.




제임스 프리먼, 케이틀린 프리먼, 타라 더간. 『블루 보틀 크래프트 오브 커피: 재배, 로스팅, 추출 그리고 레시피까지』, 유연숙 옮김. 한스미디어, 2016, 28000원.



번역이 걸리는 부분은 뒤의 과자 레시피입니다. 각주가 많지만 적절한 설명이고 보기에는 걸리지 않은데, 재료설명이나 레시피 설명이 직역에 가깝습니다. 읽으면서 이거 다른 표현이 있지 않나 하고 갸웃거리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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