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였더라. 지금은 잊었는데 어떤 일본 작가의 단편집에 실린 소설이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만년필을 좋아해서 마음에 드는 만년필을 사고 거기에 잉크를 채워 보관하는. 그리고 가끔 생각나면 만년필 손질을 하고 새로운 잉크를 채워 넣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근데 쓰는 이야기는 없더랍니다. 평소 만년필 쓰는 일은 많이 없을 건데 그럼 매번 잉크를 넣었다 뺐다 반복만 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거 은근 번거롭거든요.



이날은 잉크를 바꿔 끼우는 날이었습니다. 그간 사용했던 것은 Waterman 잉크 중 바다색에 가까운 Blue Black이었고, 그건 더 이상 안나오는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다른 색을 써보자고 하며 보라색, 갈색, 녹색 중에서 고민하다가 녹색으로 골랐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Harmonious Green. 이름이 왜이리 거창한 걸까요.;





이전에 쓰던 Blue Black은 수분도 많이 날아가서 꽤 뻑뻑합니다. 사용하지 않고 10초만 두어도 이미 잉크가 펜촉에 붙어 있는 느낌이더군요.


Blue Black 남은 잉크는 다 돌려 넣고 여러 번 물에 헹궜다가 다시 담가서 물기를 빼고, 하룻밤 두어서 다시 말립니다. 그러고 보면 전체 세척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펜촉까지 완전히 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 관리 소홀이라고 해도 틀리진 않네요. 하하하.






새잉크를 담아 놓고 묻어나는 것은 닦아 냅니다. 그리고 다시 조립해서 합체!






생각했던 것보다는 밝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드네요. 이번에 녹색 잉크를 산 것은 엘러리 퀸의 『중간지대』 때문이었는데, 워낙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그런가봅니다. 다음에는 갈색잉크를 사겠지만, 앞서 잉크 한 통을 다 쓰는데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아주 나중의 일이 될겁니다. 뭐, 그렇다고 지금 있는 잉크를 새로 살 정도로 만년필이나 관련 제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서, 다음 번에 잉크 살 때의 즐거움으로 남겨 두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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