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감상: 추천할만한 책은 아닙니다.


보충하자면, 가볍게 읽어볼 수는 있으나 관련 도서를 여러 권 보았다거나 세계사에 관심이 조금만 있어도 읽는 도중에 혈압이 오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중세의 정원과 그 발전사를 다루어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중세 정원의 원형이 어떠했고 그 탄생의 역사적 배경과 발전사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원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정원 자체보다는 정원이 탄생한 중세의 전반적인 역사를 짚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즉, 정원사라고는 하지만 읽다보면 사진과 그림이 여럿 있는 중세사에 가깝습니다. 중세의 정원에 어떤 식물들이 많이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언급보다는 약초가 많았다거나, 어떤 것이 있었다는 개략적인 내용들이 나옵니다. 중세의 정원이 성립된 계기를 다루기 위해 중세사를 먼저 짚은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게 지나치게 많아서 읽고 있는 것이 중세사인지 정원사인지 헷갈릴 지경이고요.

(아마도 이게 시리즈 1권이다보니 2권에서는 구체적으로 다루려고 한 모양인데, 출간된지 몇년이 되도록 2권이 안나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용어 통일입니다. 지은이의 활동 기반이 독일이다보니 독일어권에서 읽는 방식으로 인물명을 적었고, 이 인물명도 용어 통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읽으면서 포스트잇 붙여 놓은 부분을 짚어 가면서 다시 설명하지요.



p.33

(게르만 신에 대한 설명에서) 우두머리는 오딘 혹은 보단이라 불리며 "영감을 주는"신이었다. 그리고 천둥의 신 토어 혹은 돈너가 있었고 (하략)

그냥 토르라고 하면 안될까요.



p.54

클로비스의 메로빙거 가문이 예수 그리스도의 핏줄이라는 주장이 사실은 위서에서 출발했다는데.. 그러고 보니 댄 브라운은 이 사실을 아주 철썩 같이 사실로 믿고 있었지요? 최근에 그런 인터뷰도 나온 것 같은데?



p.76 하단

(중략) 이는 그레고리 교황 1세의 현명한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보통은 교황 그레고리 1세라고 쓰지요.



p.78

가톨릭의 주요 수도회 중에는 베네딕트 수도회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베네딕도라고 썼군요. 그러고 보니 여기에는 교황 그레고리 1세라고 적었고요.



p.117

성유물을 보면 항상 궁금했던게 그겁니다. 왜이리 성유물이 많은 거지. 근데 의외로 십자가 조각은 많지 않답니다. 나무 조각의 크기가 작아서 그걸 다 모으면 십자가 삼분의 일도 안된다는 이야기가...=ㅅ=



p.172

(중략) 유명한 로마의 시인 베르길은 켈트족의 후예였다.

아예 바질(...)이라고 하거나 라틴어식으로 베르길리우스라고 적어주세요.ㅠ_ㅠ 헷갈립니다.



p.214

발라프리드 스트라보는 베네딕도 수도사며 시인이었고 (중략) 발라프리드는 시를 많이 남겼는데 그 중 "베티의 비전"이라는 서사시는 상당히 중요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베티라는 이름이 이상해서 웹 백과사전을 검색했습니다. 일단 다음 백과사전 기준으로 발라프리'트' 스트라보입니다. Walafrid Strabo거든요. 그리고 저작도 〈베틴의 환상 Visio Wettini〉이랍니다. 위키피디아(영문판)에는 Liber de visionibus Wettini로 나오는군요. 철자가 Wettin이니 베티는 아닙니다.



p.218

"하나님이 가라사대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 하셨다(창세기 1장 29절)


여기서 식물이란 말이 좀 혼란스럽지만 번역이 이상한 것이고 실은 너희 '먹을 것'이 되리라는 뜻이었다. "They will be yours for food"에서 푸드를 식물로 번역한 것이다.

옛 번역체를 생각하면 food를 음식이 아니라 식물이라고 번역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먹고 마실 것. 그리하여 식물... (...) 사실 그보다는 食物, 타베모노, 즉 일어중역판이라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타당할지도..?



p.235

(중략) 그러다가 17세기에 들어와 삼십 년 전쟁이 일어났고 (하략)

현재 독일, 그러니까 신성로마제국의 내전이었던 종교전쟁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냥 30년전쟁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p.272

이즈음엔 프랑스가 세력을 확장하던 시기였다. 중세의 가장 뛰어난 왕 중 하나였다고 평가되는 루이 9세가 통치하던 시절이었다.(중략)

루드비히 9세는 후에 성자의 칭호를 받았을 만큼 신앙심이 돈독하였고 승려처럼 검은 옷을 입고 다녔다고 한다.

같은 왕의 이름 표기가 다르군요.



반쯤 꾸벅꾸벅 졸면서 본 곳이 많아 전부 체크하지는 못했고, 읽다가 찾은 곳이 이렇습니다.

거기에 쓰면서 상당한 참고도서가 있었을법 한데 생각보다 참고도서 수가 적습니다. 자료가 없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리고 도판과 사진의 저작권 표시가 확실하지 않고요. 상당수는 저자 본인이 찍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고요. 내용을 보면 아무래도 입문서와 전문서적의 중간쯤 되는데, 인문서적이라 보기에는 그러한 세세한 점이 아쉽습니다.



고정희. 『신의 정원, 나의 천국』. 나무도시, 2011, 20000원.


이 책이 '고정희의 중세 정원 이야기 1'이라는데 2권은 아직인가봅니다. 2권부터 본격적인 정원 이야기가 펼쳐 질 것 같았는데!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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