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00일 넘게 외박을 한다니 저 같은 은둔자에게는 무리입니다. 가끔 료칸이나 호텔에 머물고 싶다 생각하지만 그건 잠시의 외도를 위한 거죠. 이렇게 남의 집을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보았습니다.

물론 예전에 감상기를 올린 적 있는, 각지의 호텔을 찾아 다니는 우라 가즈야도 있지만 이쪽은 직업이 건축가지요. 건축사적 의미를 가진 호텔이나 특정 건축가가 내장을 맡은 숙소 등을 찾아가는 것이 직업적 관심사와도 연결됩니다. 그리고 많이 다녔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집보다 숙박업소에서 더 많이 잘 정도로 찾아다니는 사람은 드물죠. 저자는 TV 방송에도 참여하고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책도 썼으니 이쯤되면 그냥 숙소를 찾아다니는 여행가라 생각해도 될 겁니다.



서문에는 저자가 100곳의 숙박시설을 선정한 기준을 소개합니다. 가장 첫 번째가 품격, 그리고 내력이나 역사를 의미하는 과정, 그리고 개성.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하고, 체인호텔이나 유명한 호텔은 제외했답니다. 그리고 지역별로 나눠서 소개했고요. 위의 기준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이라는 제목을 단 겁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기준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딱 잘라 말하지만 여기 소개된 집에서 한 곳만이라도 가면 성공했다 생각합니다. 가기 쉽지 않은 곳도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상당하거든요. 거기에 외진 곳에 있는 곳도 있고, 예약하기 쉽지 않은 곳도 많아 보여 한국에서 여행가면서 도전하기에는 상당한 난이도가 있어 보입니다. 가장 큰 건 역시 비용의 난이도가 아닐까요.



읽다가 기억에 남는 곳은 표시해 두었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니라 뭔가 쓸말이 있는 곳에 표시했다고 기억했는데... 과연.

첫 번째로 표시한 곳은 후지야 호텔입니다. 이거 실제 있는 호텔이었군요. 시마다 소지의 창작만은 아닌 셈입니다. 게다가 여기 소개된 내용도 『러시아 유령군함 사건』에 소개된 것과 같습니다.


료칸에서 보사노바가 들리는 곳이 있다는데 쇼난 해안, 그러니까 가나가와현 근처입니다. 가나가와현에 소개된 숙소는 몇 곳 체크해뒀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도 있지만 그냥 궁금한 곳도 있네요. 보사노바가 들린다는 료칸은 이름이 린카입니다. 여기 말고 쇼난 지역에서는 하야마 호텔 오토와노모리에도 체크해뒀습니다. 이야아. 실린 사진만 보면 여기가 일본인지 지중해 연안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게다가 아침식사의 설명이 아주 절절하여....


(중략)

살랑살랑 볼을 간질이는 바닷바람과 따스한 아침 햇살, 코끝을 자극하는 갓 구운 빵과 갓 내린 커피의 향이 조화로운, 이처럼 호사로운 아침 식사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으리라.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다는 말은 긴가민가하지만 맛보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드는군요.



도쿄 숙소도 몇 곳 찍어 놓았습니다. .. 만 가격이 상상 초월.ㅠ 예를 들면 메트로폴리탄 마루노우치는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이 아주 좋지만 그런 층의 객실에 묵으려면 비용히 상당히 들겠지요. 다만 여기의 경관 감상 포인트는 그게 아닙니다.


(중략)

이 호텔의 뷰 배스룸이 특별한 이유는 열차가 지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돈 많은 철덕이 되면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군요.(...)



교토의 다와라야도 소개되어 있는데.. 여기는 공부를 하고 가야 더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가격이 워낙 비싸니 자주 갈 수는 없을 거고, 그렇다면 미리 공부하고 가서 만끽해야지요. .. 라지만 가는 것은 아마 나중의 일이 될겁니다. 은퇴한 뒤에 자금적 여력이 된다면 한 번쯤?



사노님이 보시면 좋아할만한 곳. 도고 온천에 있는 올드 잉글랜드 도고 야마노테 호텔입니다. 19세기 영국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데 도어맨도 프록코트에 중산모를 쓴 차림이고, 객실 인테리어도 유럽풍이랍니다. 일본어가 통하는 영국호텔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다는 아니지만 숙소 중 마음에 드는 곳이 몇 곳 있었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읽기 시작할 때는 시큰둥했는데 막상 보면서는 최소 몇 곳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다는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한 곳 이상은 갈 수 있지 않을까요.-ㅁ-




가시와이 히사시. 『내가 찾은 료칸』, 박미정 옮김. 시그마북스,2016, 18000원.


한 권쯤 집에 장만했다가 일본 여행 가고는 싶은데 딱히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예 이 숙소들을 목표로 삼아 움직여도 재미있겠습니다. 물론 예약이 문제겠지요.

거기에 사용한 사진들이 원래 책에 있었던 것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호텔 홈페이지에서 들고 온 것 같은 사진들이군요.=ㅁ=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