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보고 나면 배가 고픕니다. 그리고 호텔 조식이나 브런치를 간절히 바랍니다. 호텔 조식을 먹기 위해 여행이라도 가야하나 싶습니다. 동양도 들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서양문화사이기 때문에 서양식인 호텔 조식이 땡기는 거죠. 한국의 사례도 없진 않습니다. 김치가 딱 한 곳 등장하더군요. 채소 절임을 소개하면서였습니다. 일본은 생선에서 자주 등장했고 중국은 죽 등을 다룰 때 등장하더랍니다.


책 표지에 나온 '어디서 무엇을 먹었을까?'는 이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고, 아침식사가 가지는 위상이 어떻게 변화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맨 처음 다루고, 그 다음에는 어떤 식재료를 써서 어떻게 먹었는지, 가족 내에서 아침식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집 밖에서의 아침식사인 여행식사와 호텔식사, 전쟁식과 우주식을 소개합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예술작품에서 다룬 식사를 소개하고요. 맨 뒤에 보면 엄청나게 많은 참고도서 목록이 나옵니다. 허허허허허...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 아침식사의 내용입니다. 고기와 달걀과 빵과 우유와 수프와 음료들이 잔뜩 소개되어 있는데 마음에 안 들리가요.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잔뜩 붙였으니 그 내용을 풀어봅니다.



p.41

(빅토리아 시대에 이미 베이컨과 달걀이 영국 식탁에 자리잡았다는 이야기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 요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그리고 아마도 유일한 산물인 '잉글리시 브렉퍼스트'가 탄생했다.


부인할 수가 없다.-ㅁ- 아냐, 영국 요리 역사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이 있지요. 스콘을 포함한 다과상. 티세트는 영국 요리 역사에서 유이(唯二)한 산물입니다.



p.47

로라 잉걸스 와일더가 쓴 자전적 소설 《초원의 집》을 보면 작가의 어머니가 벽난로의 재를 사용해 옥수수를 닉스타말화하는 장면이 자세히 나온다.


『큰숲 작은집』에서 옥수수 알갱이를 떼어 작업하는 그 장면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보면 쉽네요. 옥수수 알갱이를 떼어 잿물에 삶는 과정이랍니다. 펠라그라 같은 아미노산 결핍증을 예방하는 방법이라는군요.



p.76

성경에서 에서가 야곱에게 장자의 권리를 모두 넘기는 장면. 어렸을 때 읽으면서는 팥죽이라고 봤는데 여기서는 렌틸콩 죽. ... 실제로는 렌틸콩 수프일까요. 아니, 죽이라고 번역한 것을 보면 수프가 아니라 포리지겠네요. 안 그래도 그 앞에 나온 완두콩 죽은 같이 표기된 원어에 porridge라고 나옵니다.


p.85

이로쿼이족 남자들은 옥수수가루를 몇 숟가락 삼키고 물 한모금을 마셔서 따뜻한 위장 속에서 저절로 옥수수가루를 만들었답니다.(...)


p.97

프렌치 토스트는 병사들을 위해 고안된 음식이었답니다. 14세기 독일쪽에서 아르메 리터(Arme Ritter, 가난한 기사)의 조리법이 달걀을 입힌 토스트라네요. 이게 이후에 저먼 토스트라고 불렸는데, 20세기 초 전쟁이 일어나자 프렌치 토스트로 이름을 바꿨답니다.


-단언컨데, 달걀은 가장 완벽한 음식입니다. 두 번째로 완벽한 것은 우유로 해두죠.

-밀랍을 씹을 때 뭔가 입에서 톡 터진다는 건... 상상하지 맙시다. 위가 가끔 아픈 이유도 생각하지 말자고요.

-버블 앤드 스퀴크는 영국 요리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허허허.

-사과 소스, 애플 소스, 애플 버터 같은 건 시도해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사실 사과는 그냥 먹는게 제일 맛있어요.



p.216

아침 음주도 예전엔 많았던 모양입니다. 커피 도입기 전인가 싶은데, 18세기의 농부들도 아침식사 때 에일에 단맛을 추가하고 곡물을 넣고 우유나 달걀을 넣어 걸쭉한 죽으로 만들었나봅니다. 커들caudle이라네요. 우유와 달걀을 맥주나 포도주에 섞으면 포셋이고.


p.220

카네이션 사에서 만든 인스턴트 브렉퍼스트는 비타민과 단백질을 보강한 분말 형태의 음료랍니다. 마일로가 떠오르는군요. 아마 그런 계통인듯..?


p.245

지금이야 오븐토스터나 그냥 토스터가 있으니 편하지만 그런게 없던 시기에는 '굳은 빵에 버터를 바르고 손잡이가 긴 포크에 빵을 끼운 후 갈색이 될 때까지 불 위에서 돌려 가며 구워야'했답니다. 타서도 안되고, 식어서도 안되고. 허허허허. p.260쪽에는 1909년에 최초로 생산된 토스터가 등장하는데 의외로 멋지네요. 수동으로 앞 뒷면을 돌려가며 구워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주방 소품으로도 괜찮아 보입니다.


p.274

상카Sanka는 카페인이 없는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기 위해 .... ... ..를 사용했다는데........


후반부에는 남자들에게도 요리를 가르치고 집에서 아침식사를 만들게 하기 위한 노력들이 등장합니다. 보이스카우트에 가면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지만 그건 캠핑요리고, 실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는군요.(p.280) 하지만 305쪽에서 '남자가 아침식사를 능숙하게 차려 낼 줄 알면 성적 능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용서가 된다'고 하는 데서는..... 음, 아마도 그럴 겁니다?


전투식량은 넘어갑니다. 읽으면 식이조절에 상당히 도움이 되니, 식사시간 도중에는 읽지 마세요. 입맛을 잃을만한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p.384

대학에 갓 입학하면 체중이 마구 증가한다는데, 한국은 대학 입학 후보다는 그 전에 더 많이 찔겁니다. '고1 때 10킬로'였거든요.



p.411

옥스퍼드 대 영문과 교수 톨킨이 쓴 중간계 이야기에 등장하는 호빗족은 하루 여섯 끼를 먹는다. 그중 세 끼가 아침, 두 번째 아침, 일레븐시스로 모두 점심 전이다.


이걸 읽고는 호빗 족의 위장을 두고 혀를 찼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 끼니가 그렇습니다. 아침 먹고 출근하고, 운동하고 나서 간식 먹고, 11시 조금 넘어서 점심을 먹으니 정말로 정오 전에 세 번의 식사를 합니다.(...)



하여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라 한 권 사둘까 싶습니다. 후후후후후.



헤더 안트 앤더슨. 『(아침식사의 문화사) BREAKFAST』, 이상원 옮김. 니케북스, 2016,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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